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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29화 (728/1,000)

1629화. 산하정 (2)

천영은 산하정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다시 말했다.

“전설에 따르면, 산하정은 무국 상찬이 남긴 여덟 개의 보물 중에 하나요. 진국신기로 정해질 정도라면, 분명 평범하지 않을 것이오. 혹시 여러분은 무엇이 그리 특별한지 알고 있으시오?”

지청려가 대답했다.

“사실은 그저 작은 정(鼎)에 불과하지요. 팔보(八寶)는 원래 성존께서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분들께서도 아마 반복해서 조사해 보셨겠지요. 아무런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아마도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단지 각국이 무국의 영지를 나누어 가진 후, 무국의 신물로 그 증거를 삼았을 뿐입니다.”

“호오.”

천영은 다시 산하정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볼 때는 그리 간단할 것 같지 않소.”

지청려가 웃으며 미소지었다.

“세이경청 하겠습니다.”

천영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지금 나도 알 수 없소. 혹시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지, 이걸 가져가서 한번 잘 연구해 봐야겠소.”

“......”

사람들은 순간 입을 쩍 벌렸다. 지청려도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가... 가져가겠다고 하셨습니까?”

천영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안되오?”

섭진정이 눈을 부릅뜨고 연신 지청려에게 눈짓을 보냈다.

지청려도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다급히 저지하며 말했다.

“천영 선생님, 그건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물건은 한국의 진국신기입니다. 표묘각의 규칙에 따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질 수 있는 근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둘 수 있겠습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 장문인과 폐하는 걱정하실 것 없소. 본인은 단지 가지고 가서 한번 살펴보려는 것이오. 나중에 이대로 돌려드릴 것이오.”

두 사람이 계속 저지하려 하는 것을 보고, 천영이 말을 끊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소. 그냥 내가 빙설각을 대표해서 잠시 빌렸다고 생각하시오. 설마 그대들은 빙설각이 빌린 물건을 돌려주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오?”

지청려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천 선생님, 그... 그 물건은 정말 빌려줄 수 없는 물건입니다.”

“내가 빌릴 수 있다면, 빌릴 수 있는 물건이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천영은 그 말을 끝으로 산하정을 품에 안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천영도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정말 한국에게서 이 물건을 빌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빌리려 한다면, 빌릴 수 없다는 것이 확실했다.

천영도 이미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있었다. 만약 이 물건을 빌려 가지 못하면, 그 결과는 천영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넋을 잃었다. 이렇게 한국의 진국신기 산하정을 가져가 버린단 말인가?

섭진정은 크게 당황했고, 지청려도 빠르게 천영의 뒤를 쫓으며 설득했다.

“선생님, 정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정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니면 일단 먼저 표묘각에 보고하게 해 주십시오. 만약 표묘각에서 동의한다면, 저희도 두말하지 않고, 선생님께 내어드려 얼마든지 연구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천영은 산하정을 들고 걸으며 말했다.

“표묘각이 문제 삼으면, 내가 빙설각을 대표해 빌려 갔다고, 다 나를 탓하시오.”

당황한 사람들은 허둥지둥하며 빠르게 천영의 뒤를 쫓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천영을 붙잡거나, 물건을 강제로 빼앗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만 그럴 뿐, 그 누가 천영을 정말로 거칠게 대하겠는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눈앞에서 천영이 당장이라도 지궁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지청려가 그게 소리쳤다.

“천영 선생님, 만약 기어이 그 물건을 빌려 가시겠다면, 저희가 그걸 어찌 막아서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증거는 남겨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빙설각을 대표해 그 물건을 빌려 갔다는 증거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저희가 어찌 이 사실을 증명하겠습니까? 만약 물건에 문제가 생긴다면, 저희는 어찌하면 좋습니까. 만약 선생님께서 차용증조차 남겨주시지 않는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을 막아서서 표묘각의 분부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천영이 문뜩 멈춰서며 지청려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이건 이미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크게 양보를 한 것이었다. 차용증을 적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고 하니,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천영에게 차용증을 적고 안 적고가 중요하겠는가? 물건은 그가 가져갔다. 그러니 산하정을 빌려 간 이 빚은, 차용증이 있든 없든 결국 그가 감당해야 한다. 결국은 성경조차 움직일 것이다. 빙설각의 이름으로 산하정을 빌렸다. 결국, 이 빚은 빙설성지가 갚아야 했다.

지금 천영은 배후에 있는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말 잠깐 빌리는 것이라면, 나중에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설파파가 절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천영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양쪽으로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배후의 지시를 받는다면, 최소한 살아남을 기회라도 있었다.

차용증을 적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는 일이다. 지필묵이 대령 되고, 천영은 한 달 안에 산하정을 돌려준다는 확실한 차용증을 작성하고 서명했다!

다만 한 달 후에 돌려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천영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아무 소용없었다. 배후의 사람에게 받은 것들이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증거를 남긴 천영은 산하정을 천으로 감싸 가져가 버렸다. 지청려가 사람을 보내 호송하게 하려 했지만, 천영이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떠나가는 천영을 바라보는 지청려의 얼굴이 어두웠다. 인제 와서 그녀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허상에 불과하며, 천영이 무지한 척했던 것이 모두 고의이고, 그의 진정한 목적이 바로 산하정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천영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면, 만약 천영에게 거칠게 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산하정을 이렇게 빌려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간단한 이치였다. 이들이 천영의 손에서 강제로 물건을 빼앗을 수 없는 것처럼, 밀실 안의 산하정을 꺼내지 않았다면, 천영도 절대 강제로 산하정을 빼앗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방금까지 천영에게 마음이 흔들려, 주책을 부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몸서리 처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

손에 들린 차용증을 보며, 섭진정이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지 장문인, 만약 상대방이 산하정을 돌려주지 않으면, 우리 한국은 어찌해야 좋겠소?”

지청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정말 돌려주지 않는다면, 문제는 크지 않을 거예요. 물건은 설파파의 손녀사위가 빙설각의 이름으로 빌려 갔지요. 설파파의 사람이 나서서 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찌 거절합니까. 당연한 일이지요. 한국의 근본으로 따지자면, 이일은 설파파가 책임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빙설성지에서 사람을 보내 뭔가를 하려 해도, 천하에 그들을 신뢰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백천곡의 장로 정로가 말했다.

“지 장문인. 저자가 정말로 천영입니까. 혹시 누군가가 사칭한 것은 아닙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빙설각에서 만났을 때, 수많은 사람이 그걸 보았고, 그의 곁에는 채홍객잔의 지배인 초안루 등 빙설각의 사람들이 있었어요. 가짜일 수가 없어요.”

무상궁의 장로 요평동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괜히 저자를 데려와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만약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다들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지청려는 일부 사실들은 숨기며 변명했다.

“내가 그를 데려오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자기가 오겠다는 걸 막아서기라도 하란 말인가요? 당신들이라면, 막을 수 있나요?”

그녀는 당연히 진실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곧 화제를 전환하며 말했다.

“지금 상황을 지금 즉시 표묘각에 보고해야 해요!”

* * *

무변각, 천호(天湖)의 지하, 투명하고 거대한 수정 창문 밖으로 푸른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위에서부터 햇빛이 스며들어와 아름다운 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무변각 각주 남명은 수정 창문 앞에 서서, 손을 들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창문 밖에서 한 마리 교룡(蛟龍)이 창문 앞에서 남명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며 놀고 있었다.

한 사람과 한 마리의 교룡이 서로 교감을 나누고 있었고, 호수 깊은 곳에는, 놀랍도록 거대란 두 마리 교룡이 유영하며 문득문득 그 거체(巨體)를 드러내고 있었다!

총관 반해(班海)가 다가와 남명에게 서신을 건넸다.

“각주님, 소 씨에게서 또 서신이 왔습니다.”

남명은 창문 앞에서 교룡과 교감을 나누며 담담히 말했다.

“더는 그와 서신을 왕래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반해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각주님, 그래도 이 서신은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남명이 천천히 뒤돌아 반해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창문 앞에 흔들던 손을 내린 남명이 서신을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서신에는 겨우 몇 글자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확인한 남명이 눈을 부릅떴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무(無)!

남명은 서신에 적힌 몇 글자를 반복해서 확인해 보았다. 다른 사람은 서신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는 모를 수가 없었다. ‘쫙!’ 남명은 서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일개 속세의 범인이 감히 내게 이처럼 광오하게 굴다니!”

반해는 옆에 공손히 서서 침묵했다.

* * *

후진국 경내, 조용한고 깊은 산 속, 계곡의 시냇가. 장발을 어깨 뒤로 넘기고, 웃통을 벗고 있는 건장한 사내가 뒷짐을 지고 서서 두 눈을 감도 있었다. 그는 바로 오상이었다.

그 옆에 조용히 서 있던 흑석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한 마리 날짐승이 날아와 그 위에서 세 사람이 뛰어내렸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묵직한 봇짐을 들고 있는 천영이었다.

그는 오상이 직접 접선지에 온 것을 확인하고는 대경실색하더니, 당황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와 허리를 깊이 숙였다.

“성존을 뵙습니다!”

그는 오상과 정식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예전에 그저 멀리서 한두 번 본 것이 다였다. 하지만 그 풍모가 남다르고, 흑석이 옆에서 공손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인지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덕분에 천영은 한눈에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천영에게 옆모습을 보이며 눈을 감고 있는 오상은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그저 장발이 가끔 바람에 휘날릴 뿐이었다. 오상의 옆얼굴은 마치 칼로 그린 듯 입체감 있었다.

흑석은 천영이 들고 있는 봇짐을 보고는 물었다.

“물건을 손에 넣었느냐?”

천영이 다급히 말했다.

“다행히 명을 완수했습니다!”

흑석이 즉시 봇짐을 건네받고는 천을 풀어보았다. 안에서 검은색의 철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관찰한 흑석이 옆으로 돌아 오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존, 틀림없습니다.”

오상은 그제야 눈을 뜨더니 몸을 돌려 산하정의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리며, 천영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때문에 천영은 오금이 저려왔다.

오상은 다시 산하정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영, 이번에 아주 잘 해주었다.”

천영이 급해 대답했다.

“속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오상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들은 천영은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오상은 더는 별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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