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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39화 (738/1,000)

1639화. 빨리 도망치세요!

진경 소부,

한 유생이 소삼성의 안내를 받아 소평파가 있는 서재로 향했다.

소부에 있는 사람들은, 소 대인이 간절하게 현인을 찾아다니며, 여기저기서 석학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누군가가 서재로 향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생이 서재에 들어서자 소삼성이 물러갔다. 얼핏 보기에는 정원을 여유롭게 거닐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서재 내부,

소평파는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유생으로 변장한 남명은 원래 자신의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무슨 꿍꿍이속이지? 우리 쪽 사람은 참여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소평파가 가볍게 서탁을 두드리며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원영기 수행자! 제갈지는 원영기의 수행자입니다. 그 사람을 누가 손에 쥐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아주 엄청난 살기(殺器)를 손에 쥐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 또 그자가 어떻게 원영기를 돌파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소평파의 한마디가 핵심을 짚었다. 남명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의 두 눈이 자기도 모르게 반짝였다. 소평파에게로 가까이 다가간 그가 조용히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 손에 쥔다는 것이 무슨 뜻이지? 저번에 그 사람과 너는 한통속이 아닌 것이냐?”

“같은 편입니다. 하지만 파벌이 없는 집단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어느 집단이든, 그중에는 특별히 친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까지 제가 설명해 드려야 하는 겁니까? 잘 아시겠지만, 최후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결국은 더 강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발언권을 가지게 되겠지요. 설사 목숨을 건다고 해도, 최후의 보루가 하나 늘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명이 남몰래 이를 갈았다.

“그럼 왜 빨리 말하지 않았느냐? 인제 와서 내게 알려주다니, 지금 손을 쓴다면 늦지 않겠느냐?”

“각주님의 신분은 이미 폭로되었습니다. 저들이 각주님께 따로 연락할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니 결과를 얻기 전에는 저도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늦을지 어떨지는 각주님에게 달렸지요. 표묘각은 성경까지 보고하고 명령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경 쪽에서도 너무 다급하게 손을 쓰진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만약 제갈지를 놓친다면, 다시 찾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준비하고 움직일 것입니다. 그러니 각주님이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늦지 않을 것입니다.”

남명의 두 눈이 번득였다.

“아직 저쪽에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이냐?”

“뭘 말입니까? 어차피 같은 편이니, 제갈지가 누구 손에 있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일단 우리 손에 들어오기만 하면, 좀 늦게 알린다 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더는 무얼 망설이시는 겁니까? 제갈지가 어떻게 원영기를 돌파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 겁니까?”

남명이 이를 악물더니,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서재를 나서려고 했다. 이때, 소평파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빠져나올 구멍을 잘 만들어 두십시오. 절대 신분이 폭로되어서는 안 됩니다.”

남명은 등 뒤로 손을 들어 보이고는 별말 하지 않고, 빠르게 방을 나섰다.

“후!”

소평파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조용한 마을, 외부와 연결된 산길 위,

더러운 옷을 입은 부부가 나귀 한 마리를 끌고 걷고 있었다.

나귀 위에는 크고 작은 봇짐들이 올려져 있었고, 나귀에 걸린 대나무 광주리 안에는 지저분한 아이가 들어 있었다.

여인은 나귀를 끌고 있었고, 남자는 각종 수리에 필요한 도구들이 든 상자를 매고 있어, 걸을 때마다 소리가 울렸다.

딱 봐도 여기저기 유랑하며 기술을 팔아 먹고사는 부부였다.

어두운 숲속,

두 쌍의 눈이 저들 삼인 가족을 빤히 관찰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일까. 외부 사람일까?”

“모르겠군. 사전에 얻은 마을 사람의 명단을 보면, 저들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군. 막아야 할까?”

“일단 두고 보지, 경거망동하지 말고.”

기술자는 나귀를 끌고 마을에 들어서서, 크게 소리쳐 호객행위를 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곧 마을 사람들이 솥이나 그릇 같은 물건을 가지고 나와 수리를 맡겼다. 대가는 동전 몇 개에 불과했다.

마을 사람들은 가난했다. 일반 백성들은 다들 그렇게 적은 돈을 가지고 살아갔다. 거액의 돈, 또는 금과 같은 물건은 상류층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돌보며, 마을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었다.

마을 사람들은 순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의 상황을 하나도 숨김없이 모두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이건 누가 봐도 정보를 모으는 행위였다. 당연히 누군가의 시선을 끌었고, 제갈지가 빠르게 그들 부근에 나타나, 그들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마을 안을 그렇게 배회한 후, 여인은 잠시 볼일을 보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아이를 마을 사람에게 잠시 부탁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몸을 뺀 여인이 막 사람이 없는 외진 곳에 들어섰을 때, 즉시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말했다.

“같은 편이에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목을 잡혔다. 그렇게 여인을 벽에 밀어붙인 사람은 다름 아닌 제갈지였다.

같은 편? 같은 편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갈지의 두 눈에 살기가 어렸다.

“너희는 누구냐?”

여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과 같은 처지인 사람이지요. 우리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주변에 이미 표묘각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고, 잠시 후면 구성이 도착한다는 것이죠. 빨리 도망치세요! 기억하세요. 이곳에서 동남쪽 팔십 리 밖에 있는 청수강(淸水崗)에서 당신들이 몸을 빼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구성이 온다고? 직접? 제갈지는 그 말만 듣고도 가슴이 철렁했다. 남몰래 이를 악문 그가 물었다.

“내가 너희를 어찌 믿고? 왜 너희를 따라가야 한단 말이냐?”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처음부터 외부와 연락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제 표묘각이 천라지망을 펼쳤으니, 만약 당신이 사람을 한 명 데리고 우리의 도움 없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알아서 떠나면 돼요. 그럼 그때는 각자 갈 길 가면 되겠네요.”

제갈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외부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특히 눈앞에 있는 구성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상대방은 표묘각의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걸 의심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여길 찾아왔다는 것이 바로 그의 행적이 들켰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저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온 것이지, 당신들을 해치려고 온 것은 아니에요.”

여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더는 뭐라 설득하지 않았다.

“떠날 수 있을 때 빨리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쪽 사람들도 당신들을 돕지 못할 거에요. 이거 놓으세요.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절 찾으려고 할 거고, 소란이 일어나면 다 같이 죽게 될 거에요.”

“기억하세요. 이곳을 나가서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마세요. 당신 쪽 사람들은 이미 다 감시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명심하세요. 주위 산 위에 이목이 깔려있어요. 조용히 이곳을 떠나세요. 어떻게 조용히 떠나는지는 그건 알아서 방법을 생각하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제갈지의 손을 힘으로 밀어냈다. 손을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은, 제갈지가 이미 경거망동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다.

두 눈 뜨고 여자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제갈지의 속마음은 아주 혼란스러웠다. 망설이고 머뭇거리던 그는 만약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면, 확실히 이렇게 사전에 알려줄 필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조용한 곳으로 움직여 학당으로 곧장 달려가, 해무극을 찾았다.

해무극은 학당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제갈지는 문밖에서 그에게 잠시 나오라고 손짓하더니, 그가 나오자 그에게 귓속말을 중얼거렸다.

곧 해무극의 얼굴이 급변했다. 매우 놀란 그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자네 말을 들었어야 했어. 외부와 연락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어떡하나?”

“더는 여기 머무를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합니다.”

“좋네! 그 물건은 여기 남겨 놓을 수 없으니, 지금 당장 가지러 가겠네.”

해무극이 바로 뒤돌아 가려 했다. 제갈지는 그런 해무극을 붙잡고 말했다.

“소란을 일으키면 안 됩니다. 만약 지금 당장 떠나게 된다면, 자신들을 가르치던 선생이 사라진 것에 아이들이 의구심을 품을 것입니다. 선생님, 진정해야 합니다. 저들 부부가 서두르지 않고 당장 떠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시간이 조금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일단 수업을 마치고 조용히 떠나시지요.”

해무극은 그 말에 따랐다. 학당 안으로 들어간 그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고 대충 수업을 마칠 시간이 되었을 때, 숙제까지 내어 주었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제야 해무극은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가서 어떤 물건을 취한 후 신속하게 제갈지와 같이 그곳을 떠났다.

두 사람은 어떠한 행낭도 없었다. 이건 제갈지의 뜻이었다. 짐이 될 수 있는 어떤 물건도 가지고 갈 필요가 없었다. 일단 도망치는 것이 중요했다.

행낭은 말할 것도 없고, 산 위에 있는 사냥꾼조차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버리는 패가 되었다.

학당 한쪽에 있는 수로 옆에는 한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있었고, 주위는 건물의 지붕이 가리고 있었다. 당연히 주위 산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 곳이었다. 위치를 선정할 때, 이미 고려한 부분이었다.

제갈지는 그대로 해무극과 수로에 가까이 다가가 주위를 잠시 관찰했다. 곧 제갈지는 해무극을 그대로 수로 중앙으로 밀어 넣었고, 그 자신도 그 뒤를 따랐다.

법력을 이용해 물속에 공간을 만들어 낸 후, 한 손에는 한 사람을 데리고, 수로의 양쪽 뭍을 가림막 삼아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빠르게 떠나갔다.

수로를 거쳐 마을 밖에 있는 작은 개천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물이 깊어졌음에도 제갈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해무극을 데리고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제갈지는 주변을 극도로 경계하며 움직였다.

다행히 늦지 않게 소식을 들은 덕분에, 이들을 탈출에 성공한 듯했다. 아직까지 표묘각에서는 타초경사하지 않기 위해서, 대규모 봉쇄를 하지 않은 채로 신중하게 감시만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드디어 개천을 탈출했다. 이건 마을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 사람은 개천과 이어져 있는 강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렇게 조용히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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