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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40화 (739/1,000)

1640화. 그냥 처리해 버리지요

마을 안,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평화로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행상과 학당의 선생은, 원래부터 마을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으니,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또 물건을 수리해 주는 부부도 급하게 떠나지 않고, 마을에서 식사까지 했다.

그렇게 마을 안에 수리할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수리한 후, 두 부부는 나귀에게 여물을 배불리 먹이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올 때의 모습 그대로, 마을을 떠나갔다. 그들에게는 수십 개의 동전이 추가되었고, 여인은 손에 든 동전을 열심히 셈하고 있었다.

마을을 벗어나는 산길에는, 두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눈길이 있었다.

산을 벗어나, 관도 위에 오른 부부는 여전히 나귀를 끌고 걷고 있었다.

그렇게 부부는 관도 한편에 마련된 정자에 도착했다. 정자 안에는 한 늙은이가, 옆에 물통을 두 개 놓고 앉아있었다.

누군가 길을 지나는 것을 보고 노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물 사시오, 물 사시오. 갈증을 풀어줄 달콤한 샘물이오.”

부부 중 남편이 노인을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일이 잘 해결됐다는 것을 깨닫고는 즉시 일어나, 마치 물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것처럼 부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 도중에 갑자기 사라지면 너무 눈에 띄니, 계속 움직이다가, 부두가 나오면 배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그래야 나중에 너희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할 수 있다.”

“어찌 접선합니까?”

노인이 빠르게 말했다.

“우리 쪽 배가 준비되어 있다. 너희를 보면 알아서 접선할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대화를 나눈 양측은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부부 두 사람은 물을 사지 않겠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노인은 손님을 놓치고는 아주 아쉽다는 모습으로 다시 정자로 돌아갔다.

사실 노인의 신분은 바로 사여래가 파견한 그의 심복 왕존이었다. 그는 정교하게 변장한 채로 직접 이곳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아무도 길을 지나지 않는 것을 보고, 노인은 물통 두 개를 들고 그곳을 떠났다. 움직이는 와중에도 사람을 보면 마찬가지로 호객행위를 했다.

곧 길을 따라 두 기의 기마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노인은 그들에게 다가가 호객행위를 했다.

그렇게 다가갔을 때 노인이 조용히 물었다.

“그 마을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기억했소?”

한사람이 조용히 대답했다.

“노형, 머리에 물이라도 찬 것이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오? 어쩔 수 없이 그냥 이름만 기억해 왔소. 그것도 표묘각이 남몰래 확보한 명단이오. 마을 상황에 익숙한 사람은 그 누구 하나 만날 수 없었소. 지네는 잘려 죽어도 꿈틀댄다는 말이 있소. 저들이 이곳에 숨어들었다는 것은 분명 뭔가 대비가 되어있다는 말일 것이오. 우리도 그저 명단만 확보했을 뿐,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도 모르오.”

말을 마친 그는 다른 일행의 손에서 물이 든 바가지를 건네받아 마셨다. 노인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을 사람인지 아닌지, 결국에는 단서가 보이기 마련이오. 그러니 다들 두는 크게 뜨고 잘 감시하시오. 아마 곧 외부인의 개입이 있을 가능성이 크오. 일단 마을 사람이 아닌 사람이 마을에 들어간다면, 타초경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신분을 폭로해야 하오.”

“잘 알겠소.”

두 사람이 가볍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노인에게 은화를 하나 튕겨주며, 잔돈을 필요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노인은 연신 굽실거리며, 말에 올라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후에도 노인은 계속 물통을 짊어지고 길을 따라 걸어갔다…….

* * *

청수강,

그 이름대로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었다.

제갈지는 해무극을 데리고 깊은 숲속에서 튀어나와 청수강의 언덕 위에 내려섰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저 아래 개울가에 누군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제갈지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제갈지는 그 사람 곁에 도착해서 물었다.

“넌 누구냐?”

상대방은 낚싯대를 드리우고는 말이 없었다. 그 때문에 제갈지가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지만, 확실히 이 사람뿐이었다.

해무극은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도망자의 신분이었다.

그들은 원래 자신들의 사람들과 감히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었다.

낚시하던 사람이 갑자기 낚싯대를 휘둘렀고, 곧 낚싯줄이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을 쓸어갔다. 제갈지는 그 바람을 가르고 휘둘러지는 낚싯대의 위력을 느끼고 대경실색했다.

다급하게 손을 뻗은 제갈지는 해무극을 향해 쓸어가던 낚싯대를 붙잡고는, 다른 손으로 해무극을 등 뒤로 당겼다.

서로 낚싯줄을 잡아당기는 두 사람은 그렇게 대치하게 되었다. 제갈지는 상대방의 경지에 매우 놀란 상태였다. 그 경지가 제갈지보다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낚싯대가 휘둘러진 위력을 보더라도, 원영기 이하의 수행자가 보일 수 없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연속으로 공격하지 않고 그저 등을 보인 채 계속 차분히 있는 상대방을 보니, 적의는 없어 보였다. 적어도 구성이라면 자신을 이렇게 따뜻하게 대접할 리 없었다. 제갈지가 다시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는 누구요?”

낚시꾼이 갑자기 낚싯줄 위의 법력을 거둬들였다. 낚싯줄이 펑 하는 소리와 같이 끊어졌다. 그제야 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제갈지가 고개를 들어보니, 전방의 수로가 꺾이는 곳에 대나무 뗏목이 하나 나타났다.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대나무 뗏목이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려 왔다.

뗏목과 부두가 교차할 때, 두 사람은 사뿐사뿐 물 위를 걸어 뭍으로 올라왔다.

두 사람은 바로 변장한 우유도와 운희였다. 우유도는 상황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자 직접 이곳에 온 것이다. 대충 처리하면 안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었다.

우유도의 시선이 낚시꾼에게로 향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경지를 보면 아마 틀림없을 것이네.”

우유도가 얼굴 가득 경계심을 품은 두 사람을 보고 크게 웃었다.

“긴장할 것 없습니다. 같은 편입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갈지, 해무극!”

제갈지는 싸늘해진 얼굴로 말했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우유도는 주로 해무극을 빤히 바라보았고, 두 눈에 떠오른 미소가 갈수록 짙어졌다. 해무극이 여기 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해무극이 있기만 하면, 제갈지는 도마 위의 살코기라 할 수 있었다. 쉽게 통제를 잃지 않을 것이다. 아주 좋았다!

다만 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우유도는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특히 해무극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해무극의 나라가 멸망한 것에 우유도의 책임도 있었으니, 일단 상대방에게 신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나았다. 우유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희 또한 구성에 맞서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당신들이 진정으로 우리와 같은 편이 되기 전에는, 또 우리가 정말로 당신들 앞에서 안심하기 전에는, 제 신분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토록 불안하다면, 왜 우리를 찾아왔소?”

“당신들을 찾은 것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을 찾은 것입니다. 저자와는 무관합니다.”

우유도가 해무극을 가리키더니, 옆으로 물러서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그리 싸고돌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당신의 경지에 흥미가 있습니다. 우리 쪽에 당신과 같은 경지의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방금 겪어 보았겠지요? 못 믿겠으면, 다시 시험해 봐도 괜찮습니다.”

그리고는 손짓했다.

운희가 즉시 앞으로 나와, 순간 드높은 기운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방출해 보였다.

제갈지는 크게 경악했지만, 겉으로는 별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원영기의 수행자였다! 원영기에 오른 제갈지는 당연히 어느 정도 분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원영기 수행자를 여기서 두 명이나 보게 되다니? 제갈지는 아연실색했다. 자신이 원영기에 들어선 것만 해도 이미 예외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수많은 원영기 고수가 나타나다니, 그렇다고, 구성이 지금 자신을 마중 나온 것은 아닐 것 아닌가. 과연 이 천하에는 숨어 있는 용과 범이 적지 않았다.

일단의 원영기 수행자라니? 해무극 또한 연신 두 눈을 번득였다. 마치 뭔가 희망을 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눈빛을 보고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는 해무극이 저런 눈빛을 내비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매우 놀란 제갈지가 다시금 물었다.

“우릴 알고 싶다면 우리와 같은 편이 되어야겠지요. 당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당신도 어느 정도는 추측하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구성이 무서워 숨어 살고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은 오랫동안 수행을 했기 때문에, 그 실력이 도대체 어느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금단기 수행자 간에도 오랜 수행을 한 자와 막 금단기에 들어선 수행자 가운데 큰 차이가 존재하지요. 그러니 같은 원영기 수행자라 해도, 구성과 우리 원영기 수행자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아마 우리 쪽 원영기 수행자 두 명이 나서더라도, 한 명의 구성을 당해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그들과 싸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들 경거망동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음지에서 조용히 실력을 쌓으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우리가 이렇게 손을 잡아야지만, 그들과 겨룰 수 있습니다. 홀로 싸운다면, 당신은 절대 구성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요.”

“구성이 당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저들이 당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당신은 더는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와 가지 않으면, 저 짐 덩이를 데리고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아래 사람들이 당신들을 위해 머물 곳을 마련해 주기라도 바라는 겁니까? 누가 구성에게 감시당하고 있는지, 단서가 조금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누굴 찾아갈 수 있겠습니까?”

“구성은 당신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반드시 천하를 뒤엎으며 찾아다닐 것입니다. 저토록 눈에 띄는 짐 덩이를 데리고 다닌다면, 어딜 가도 안전하지 못할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이미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와 합류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당신을 살려둘 수는 없습니다.”

제갈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런 존재들을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상대방의 허실도 파악하지 못했고, 눈앞에 최소한 두 명의 원영기 고수가 있었다. 제갈지가 뒤돌아 해무극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해무극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한참 침묵하던 그가 해무극에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웬걸, 해무극은 오히려 화끈하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좋소, 당신들과 손을 잡겠소!”

해무극은 자신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확실한 희망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우유도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해무극, 뭔가 잘못 알고 있군. 말했다시피, 당신은 빠져있으라는 말이었어. 당신은 그저 짐 덩이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당신을 뭐하러 데려간단 말이야. 당신을 데리고 있어 봐야 개뿔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야. 짐 덩이가 하나 늘어나는 것뿐이지.”

또 제갈지를 바라보며 해무극을 턱짓하며 말했다.

“저자를 왜 남겨 놓는 것입니까. 그저 무거운 짐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냥 처리해 버리지요.”

해무극은 민망함 가득한 얼굴로, 크게 긴장하며 제갈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혹시라도 버림받을까 봐 걱정되었다.

누가 봐도 확실한 상황이었다. 해무극은 알면 안 되는 일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버려진다면, 그건 죽음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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