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1화. 또 한 명의 행상
제갈지는 다시 해무극의 앞을 가로막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오! 당신들과 손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그 조건에는 반드시 폐하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오. 어차피 한 사람을 숨기나, 두 사람을 숨기나 똑같은 것 아니오? 설마 한 사람이 늘어난다고 먹고 마시는 것이 부족하기라도 하단 말이오? 만약 이에 승낙하지 않고, 폐하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든다면, 당신들과 목숨 걸고 싸울 것이오!”
이건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키겠다는 모습이었다!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하! 크게 웃은 우유도가 말했다.
“제갈지, 농담이었습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만약 당신이 정말 그처럼 무정하고 의리 없는 사람이었다면, 저희는 당신과 손잡는 것을 다시 생각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후에야 해무극이 크게 안심하며, 안도할 수 있었다. 방금은 정말로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제갈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가 낚시꾼에게 말했다.
“이들을 데려가십시오. 중간에 조심하시고요.”
낚시꾼은 즉시 손에 든 지령을 흔들었다. 곧 한 마리 날짐승이 숲속에서 날아올라 이곳으로 다가왔다.
낚시꾼은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날짐승 위로 날아올랐다. 그 태도가 아주 도도했다.
우유도가 제갈지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가시지요!”
제갈지는 깊은숨을 들이켰다. 만약 지금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의심스러운 길에 올라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믿음으로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상황을 보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내심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갈지는 해무극의 팔을 잡고 같이 하늘로 날아올라, 날짐승 위에 내려섰다.
우유도가 떠나가는 세 사람을 보며 감개무량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말을 잘 듣는 고수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운희가 코웃음을 쳤다. 마치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우유도를 보며 괴상한 말투로 말했다.
“축하해!”
우유도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역시 축하드립니다!”
“여전히 소평파가 손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유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만약 손을 쓰지 않는다면, 그건 소평파가 아니지요. 그놈은 겁쟁이가 아닙니다. 기다려보십시오. 어쩌면 제갈지에 관련된 소식을 이미 남주로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좌우를 살피던 우유도가 말했다.
“여긴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니, 어서 떠나시지요.”
운희가 손을 흔들어 지령을 흔들자, 곧, 한 마리 날짐승이 하늘에서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날짐승이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는 날짐승 위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고, 그렇게 날짐승들은 하늘 저 멀리 날아갔다…….
* * *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초려별원에 돌아오자, 관방의가 두 사람을 찾아왔다.
“자, 네가 기다리던 소평파의 소식이야.”
관방의는 한 장의 종이를 우유도가 앉아있는 서탁 쪽으로 던져 주었다.
이번 일에 대해서 늦지 않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가무군과 소평파 사이 연락을 취할 때 사용하는 금시는 당분간 남주 쪽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우유도가 서신을 들어 확인하더니 말했다.
“아이고, 소 대인께서는 일을 참 깔끔하게 처리하는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소식을 이렇게 보내주었군.”
그리고는 서신을 운희에게도 보여주었다.
운희가 서신을 받아 내용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쪽에서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그제야 소식이 왔다.
우유도가 관방의에게 물었다.
“언제 도착한 소식이야?”
관방의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어제저녁, 한나절 정도 전일 거야.”
우유도가 운희에게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재미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이건 송국까지 가는 시간을 제외한 것입니다. 언제 소식을 보낼지 정교한 계산을 거쳤을 겁니다. 저희의 일을 그르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일도 망치지 않는 시간을 말입니다.”
운희는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이쪽에서 소식을 받고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서야, 소평파의 소식이 도착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사건이 발생하고 소식이 도착하기까지의 시차를 보면, 소식이 소평파의 손에 일정 시간 묶여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럼 왜 그랬을까? 아마 우유도의 예상이 맞을 것이다. 소평파가 뭔가 수작질을 하려는 것이다.
물론, 남명 쪽에서 소식을 늦게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쪽에서 알고 있는 소평파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자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인제 보니, 소평파는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남의 물건에 손을 대려고 했나 보군.”
우유도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평파와 남명이 일을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관방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다른 일 없으면, 먼저 돌아갈게.”
우유도가 깜짝 놀랐다. 이건 평소 관방의의 화풍(話風)이 아니었다.
“지금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안 물어보는 거야?”
관방의는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두 마리 늙은 여우가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상황이네. 도야가 이 소식을 듣고 신경도 안 쓰는 것을 보면, 대놓고 소평파를 놀려먹고 있는 상황이고 말이야. 그자는 도야하고 싸워서 늘 손해만 봤으니, 이번에도 도야가 질 것 같진 않아. 그러니 무슨 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난 머리가 나빠서 두 사람의 싸움을 따라갈 수 없으니,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아. 그럼 갈게.”
그리고 그대로 그곳을 떠나려 했다.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어딜 가려고?”
“열심히 수련하는 거지, 도야가 하라고 했잖아.”
관방의는 그 말을 남기고는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진 후,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우유도와 운희가 서로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원영기 수행자를 구하는 일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다니, 관방의가 관방의 같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저런 관방의의 모습이 어색했다.
* * *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
몇 마리 날짐승이 하늘을 날고 있었고, 가장 선두에 있는 날짐승 위에는 현 표묘각 각주인 곽공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갈지가 있는 곳이 밝혀졌다. 그는 성경을 떠나 그곳에 직접 가서 상황을 확인해야만 했다.
* * *
대나성지,
사여래는 누각 위에 있는 난간에 뒷짐을 지고 선 채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저 멀리 자연의 장관을 바라보는 사여래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사실 그의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아니, 어쩌면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이쪽은 이미 제갈지와 관련된 소식을 얻은 후였다. 우유도가 사전에 안배한 대로 움직였다면, 왕존은 이미 제갈지에 대해 손을 썼을 게 분명했다. 다만 아직 시간상의 문제 때문에 금시가 날아오지 않아 소식을 받기 전이었다.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상황인지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비록 우유도가 직접 계획하고, 사여래의 사람은 집행을 맡았을 뿐이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그러니 성공했다는 확실한 소식을 받기 전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긴다면, 아주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사여래는 이제 우유도가 조금 무서웠다. 우유도는 때때로 자신은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극도로 위험한 일을 진행하고는 했다. 그 배짱이 아주 대단했다.
저번에 우유도는 소문을 만들어 여무쌍과 원색을 건들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런 대담한 일을 저지른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또 간덩이가 부은 짓을 저질렀다.
게다가 이 때문에 사여래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지금 우유도 쪽의 소식에 수시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폐관에 들어가 무량과를 섭취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물론, 사실 이게 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지금 사여래는 혹시라도 들통날까 봐, 긴 고민 끝에 호족에게 있는 무량과를 일단 취하지 않기로 결심한 상황이었다. 일단 원영기를 돌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일이 많은 게 나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 원영기를 돌파해야 할 때, 일이 많아지면 더 골치가 아플 수도 있었다.
심신이 지치고, 넋을 놓고 있었기 때문일까, 사여래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곧 부드럽고 따듯한 몸이 사여래의 등에 기대고 허리를 두 손으로 감았을 때, 사여래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향기만 맡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여래는 허리를 감은 팔을 잡아 그대로 나방비를 앞으로 당겨왔다.
나방비는 눈을 크게 뜨고는 사여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적극적인 사여래는 드물었다.
나방비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도 사여래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몸이 아주 정상이었고, 그녀도 노력했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 * *
수결산장,
원색이 나타났다. 수많은 사람의 절을 받은 그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 손짓하더니, 다시 몸을 날려 한쪽에 있는 누각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뚱뚱한 몸을 흔들며 무명성존 장손미를 향해 걸어갔다.
음산한 얼굴의 장손미는 서탁의 뒤쪽 그늘진 곳에 앉아있었다. 그의 입술은 마치 피를 마신 사람처럼 검붉은 색이었다. 그가 있는 곳에는 항상 음산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목연택은 아직 안 왔나?”
원색이 다가가며 물었다.
“원 뚱땡이가 왔다.”
장손미가 고개를 돌리며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색이 힐끗 바라보자, 한쪽에 있는 큰 기둥 뒤에서 감색의 옷이 펄럭였다.
“네가 가장 늦었다.”
기둥 뒤에서 목연택이 나타나 다가왔다. 원색이 하하 웃으며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몸이 무거워서 느린 걸 어쩌겠어.”
목연택이 냉소 지었다.
“좋은 변명이군. 한 명의 제갈지를 상대하기 위해 우리 세 명이나 나설 필요가 있나?”
장손미가 담담히 말했다.
“사람이 많은 건 나쁜 일이 아니지. 신중하게 처리하자고, 만약 도망친 후, 나중에 다시 찾으려면 아주 골치 아플 거야.”
목연택이 다시 원색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쪽은 아무 문제 없겠지? 타초경사해서 도망치게 하지 말아야 할 거야.”
“걱정하지 마. 곽공이 나름 잘 처리했더군.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그저 멀리서 도망가는 사람이 없는지만 감시하고 있어. 우리가 도착한 후에 다들 움직일 거다.”
“그럼 인제 꾸물거리지 말고, 가지!”
세 사람이 휙휙 누각을 나서, 곧바로 성경 입구로 향했다.
* * *
아침이 막 지나, 태양이 아직 산 위에 걸쳐져 있을 때였다. 산길에 행상이 나타났다.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모두 일찍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숨어 있는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멜대를 짊어진 행상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조용한 마을을 향해 움직였다.
“행상? 마을에 저런 사람이 있나?”
“있다! 과거 조사한 기록에 따르면, 마을에 행상이 한 명 있는 것이 확실해. 다만 다리가 불편해 더는 행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자가 그 자인지 확신할 수 없군.”
“잘 감시해. 나중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도망치는 걸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생겼는지 똑똑히 기억해 놔야겠어.”
행상이 마을에 들어갔다. 그가 크게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하자, 뭘 파는지 확인하고자 적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이들이 유독 행상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곧 행상 주위로 아이들이 가득 몰려들었다.
물론, 이 행상은 당연히 진짜 행상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알아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없자, 행상은 조금씩 조급해졌다. 상부에서는 반드시 어느 시진 전까지 마을을 떠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위험이 천천히 다가오는 가운데, 행상은 더는 버티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상부에서는 임무가 실패하더라도, 신분이 폭로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
결국은 어느 정도 물건을 판매한 후, 멜대를 짊어지고 떠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한참 동안 행상을 따라 움직이고 나서야 마을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