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3화. 포위 (2)
장손미, 목연택과 원색이 마을 주위에 있는 세 개의 산 위에서 삼각형을 이루며 마을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량의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보고, 마을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그 안에는 소식을 전하던 사냥꾼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현장에서 제압당했다.
마을 주위는 시야가 트인 농지였다. 그곳에 갑자기 수만의 사람들이 나타나 사방팔방으로 마을을 포위하니,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모두 뛰쳐나와 상황을 지켜보았다.
공중에는 적지 않은 날짐승들이 순찰을 돌고, 지면에서는 수행자들이 법력으로 주변을 수색하며 마을 방향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
수색하는 대량의 인원을 제외하고, 주위 산지에도 인원을 배치해 관찰하게 했다.
남녀노소를 모두 포함해도, 마을 사람은 겨우 이백여 명에 불과했다. 이런 마을 사람들이 언제 이런 장면을 보았겠는가. 다들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수많은 표묘각 인원이 마을을 포위했다. 곧 누군가 나와서 소리치자, 그의 지시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마을의 공터에 모여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 사람들이니, 분명 서로 잘 알 것이다. 혹시 누가 없는지 둘러 보아라.”
곽공이 촌장을 불러 사람들을 찾아보게 했다. 곁에서는 누군가 마을 사람들의 명단을 들고 한 명 한 명 검증하고 있었다.
장손미, 목연택, 원색은 여전히 마을 밖에 있는 산 위에서, 법안을 열어 싸늘한 눈으로 마을을 관찰하고 있었다.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이들 세 사람은 언제든지 각 방향으로 출격할 수 있었다.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확인을 거쳐 두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사람은 행상이고, 한 사람은 학당의 선생이었다.
“그들 두 사람은 이 마을 사람이냐?”
곽공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마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촌장은 굽실거리며 두 사람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곽공은 과거의 기록을 직접 살펴보았다.
제갈지를 찾기 위해, 천하 각지에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모두 조사를 했고,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기록이 남아 있었다.
기록을 살펴본 곽공은 촌장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것을 보고 다시 물었다.
“언제 사라진 것이냐?”
“그건….”
촌장은 그걸 몰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다들 오늘은 본 적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어제저녁에 그들의 집에 등불이 켜진 걸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바로 어제 사라진 것이다.
곽공의 안색이 다소 굳어졌다.
“어디 살고 있느냐, 안내해라.”
촌장은 즉시 곽공을 안내했다. 우선 학당의 선생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학당에 붙어있는 집이었다.
곽공은 먼저 학당을 살펴보았다. 그 곁에는 수색에 능한 사람이 이미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선생의 방 안에 들어갔을 때, 서탁 위에 있는 종이에 글자가 남아 있었다. 곽공이 종이를 들어 적힌 내용을 읽어보았다.
“산하는 여전하건만, 인심은 어디로 갔는가…. 흥!”
곽공이 뒤돌아 소리쳤다.
“전면 수색을 실시해라, 지상, 지하를 불문하고 단 한 곳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이 마을 안에 있기만 하면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명령이 내려졌다. 일부 사람들은 계속 마을을 포위한 채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마을을 뒤집어엎으며 수색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행상과 선생이 사용한 물건을 가지고, 어떤 수행자는 요수의 강한 후각을 이용해서 수색하기도 했다.
아주 소란스러운 수색이었고, 장독대 하나까지도 뚜껑을 모두 열어 샅샅이 뒤지는 전면 수색이었다. 어떤 곳은 그야말로 집을 뜯어낼 정도로 수색했다.
마을 사람들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누군가가 나서서 뭐라고 하려고 했다가, 일부 바깥세상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마을 사람은 두려워했고,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마치 도살을 기다리는 양처럼 모여 있었다….
마을 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오래 기다렸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산 정상에 서 있던 원색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날아올라, 하늘에서 마을로 내려섰다.
나머지 두 정상에 서 있던 목연택과 장손미는 원색의 반응을 보고, 마찬가지로 몸을 날려 마을로 내려섰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 세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까지 난리를 피우던 사람들이 저들 앞에서는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면, 보통 사람이라도 저들이 아주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성존은 마을의 상황을 둘러 보았다. 원색이 입을 열었다.
“곽공은 어디 있느냐?”
“목표의 거주지에 있습니다.”
누군가 대답하고는 세 성존을 안내했다.
마을의 길은 울퉁불퉁해서 걷기 좋은 길이 아니었지만, 세 성존은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움직여 학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이 학당의 마당에 들어가자, 그곳을 수색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황발의 노인이 바닥에 기어 다니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 성존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예를 올리려고 했다. 황발의 노인조차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곽공은 그 모습을 보고는, 저지하며 소리쳤다.
“하던 일을 계속해라!”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곽공이 직접 세 성존에게 다가가 포권을 했다. 물론 그 중심은 자신의 사부 원색이었다.
“사부님!”
원색이 좌우를 살펴보더니 물었다.
“무슨 상황이더냐?”
곽공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끌어모은 정보와 단서에 따르면, 표묘각이 찾고자 하는 목표가 이곳에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목표는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마을의 행상은 원래 외부에서 물건을 팔러 다니고, 가끔 마을로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조국이 멸망한 후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말하길, 다리가 불편해졌다면서, 더는 행상을 나가 돈을 벌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행상이 아마도 제갈지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곳은 제갈지가 도둑이 제 발 저려서 사전에 몸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 같습니다.”
“반면에 행상과 밀접하게 왕래하는 학당의 선생은 아마도, 전 조국 황제 해무극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숨어 학당의 선생으로 신분을 숨겼을 것입니다.”
“학당 선생은 줄곧 마을에 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그를 알고 있습니다. 해무극은 조정의 일이 바빴을 것이니, 일찍이 이곳을 오갔을 리 없습니다. 아마도 그전에 있던 선생은 진짜였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설명을 들으니, 그 후에 선생의 성격이 조금 변한 것 같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더는 가깝게 지내지도 않고 말입니다. 시간으로 보자면, 선생의 성격이 변한 것은 바로 조국이 멸망한 이후입니다. 이 단서를 가지고 추리해 보자면, 그 전에 선생은 진짜였고, 나중에 선생은 가짜로, 해무극이 선생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목연택이 코웃음을 쳤다.
“개처럼 수치를 모르는 인물이군. 정말 대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 산골짜기에 대역까지 준비해 놓다니 말이야.”
원색이 빙그레 웃으며 곽공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주 분석을 잘하는구나. 왜 좀 더 일찍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곽공이 다급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전에는 제가 표묘각을 관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표묘각을 넘겨받고 나서는 처리해야 할 많은 일이 있어, 미처 이 일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전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 일은 곽공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천하에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원색이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곽공이 보충 설명했다.
“이곳의 상황과 결합해 생각하자면, 제갈지는 자신이 금기를 범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처럼 도망칠 곳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주 정교한 배치입니다. 지금처럼 상황을 파악하기 전이라면,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아주 어려웠을 것입니다.”
원색이 대답했다.
“지금 내게 그 말을 하는 것은 무슨 의도더냐? 그래서 사람은? 어디 갔느냐?”
곽공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수색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열에 아홉은 이쪽에서 움직이기 전에 도망친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어제저녁이나 오늘 도망친 것 같습니다. 바로 앞에 잡아들인 행상이 마을에 들어와 사실을 알려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는 좀 더 확인해 봐야 합니다.”
“도망쳤다고?”
장손미가 냉소 지었다. 다만 그의 눈빛은 아주 음산했다.
늘 미소를 달고 살던 원색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목연택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황발의 노인을 턱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뭐 하는 것이냐?”
“저자는 표묘각 내부에서 데려온 추적의 고수입니다. 저자의 판단에 따르면, 어제저녁에 이미 떠난 것 같습니다. 저자의 후각은 보통 사람이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에 남겨진 냄새는 오늘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목표의 냄새가 이미 너무 많이 휘발되었습니다. 더는 공기 중에서 냄새를 분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발자국이 있는 곳의 냄새는 쉽게 휘발되지 않았기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저자는 바닥에서 냄새로 목표가 움직인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냄새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냄새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은 여전히 이곳이었습니다. 이곳이 마을을 떠나기 전에 목표가 있었던 마지막 장소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걸 지금 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을 하고 있을 때, 황발의 노인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수로 부근에 있는 복숭아나무 곁으로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수로의 한 부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꺾어 수로를 몇 번 휘저었다.
뭔가를 발견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간 곽공이 물었다.
“노황, 어떠한가?”
황발의 노인이 뒤돌아보았다가, 성존이 있는 것을 보고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
원색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것 없다,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으냐. 너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구나. 좋다, 좋아. 네 모습을 보니, 뭔가를 발견한 것 같구나?”
황발의 노인은 원래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장기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자, 곧 긴장이 풀어졌다. 즉시 뒤돌아 수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존, 여길 보시겠습니까.”
일행이 수로로 다가가 안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수로 안, 바닥에 누군가 밟은 것 같은 몇 쌍의 발자국만이 보일 뿐이었다.
원색이 다시 물었다.
“이게 무엇이냐?”
황발의 노인이 대답했다.
“목표는 아마도 이곳을 통해서 수로에 몸을 숨기고, 수로를 따라 마을 밖에 있는 강으로 흘러 도망쳐 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제가 방금 수로 바닥에 발자국을 찍어 시험해 보았습니다. 물에 흐름으로 인해서 토사가 발자국을 덮어 침전시키는 속도로 보자면, 이곳에 물이 흐르는 속도는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합니다. 다만 여긴 좁은 지류이고, 최근 이틀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물이 너무 빠르게 흐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곳에 남아 있는 발자국으로 판단하건대, 목표는 오늘이 아니라 어제 떠난 것 같습니다.”
“만약 어제 떠난 것이라면, 어째서 수로를 통해 몰래 도망쳤겠습니까?”
“단서를 근거로 추측해 보자면, 목표는 표묘각이 이곳을 발견하고 난 후에 떠난 것입니다. 목표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곳을 통해 도망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