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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44화 (743/1,000)

1644화. 구멍 뚫린 표묘각

원색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과연 추적의 고수이구나. 인재라 할 수 있다. 그런 네가 보기에, 우리 내부에서 누군가 그에게 밀고한 것 같으냐? 아니면 스스로 이상을 감지하고 도망간 것 같으냐?”

내부의 밀고? 그 말을 듣고 곽공은 가슴이 철렁했다. 황발의 노인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말했다.

“그건 단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제 마을에 누군가 출입했는지는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목표는 감시를 받은 후에 도망쳤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에게 밀고한 것이라면, 밀고자는 그 전에 목표의 행방을 몰랐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양측 사이에 어떠한 교류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밀고자는 분명 직접 사람을 보내 접촉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 부분을 자세히 조사할 수 있다면, 내부에서 밀고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목연택과 장손미도 내용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색은 매우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 과연 추적의 고수다. 이 많은 쓸모없는 인간들이 수색하는 것보다, 너 한 명이 더 낫구나. 네 손에서 모든 일이 확실하게 밝혀졌구나. 과연 인재다. 아주 좋아! 너는 지금 표묘각에서 어떤 직위에 있느냐?”

황발의 노인이 포권하며 말했다.

“밀사사(密査司)의 명을 받고 있습니다.”

“명을 받고 있어?”

원색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아무런 직위도 없다는 말이었다. 어쩐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자였다. 원색은 뒤돌아 곽공을 보고 말했다.

“내가 보니 이 자는 밀사사의 집행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곽공이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돌아가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에 대해서 목연택과 장손미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이 황발 노인의 능력은 그 두 사람도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황발 노인에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는 크게 기뻐했다. 원색의 한마디가, 평생 발버둥 치며 노력한 것보다 나았다. 한순간에 표묘각의 집행자가 되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는 격동하는 마음에 원색에게 절을 했다.

“성존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별것 아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중용해야 하지.”

원색이 손사래를 쳤다. 또 매우 친근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단 물러가라 손짓했다.

물속에 있는 발자국을 한참 바라보더니 원색이 뒤돌아 곽공에게 말했다.

“뭘 그리 넋 놓고 있느냐? 이미 아주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았느냐?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도 알려주었는데, 내가 다시 설명해 주어야겠느냐? 인제 보니 너는 정위보다 못하구나. 만약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면, 당장 찾아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곽공은 식은땀을 흘리며 포권을 하고 그곳에서 물러났다.

어렵게 찾아낸 목표가 도망쳤다고? 세 성존의 심정이 어떠할까. 타초경사 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이제는 이 큰 천하에서 다시 그를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지 간에, 외부의 수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세 성존은 선생의 학당을 둘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곽공이 돌아왔다.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그는 세 성존에게 다가가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사부님, 조사에 따르면, 어제 마을 사람이 아닌 사람이 들어왔었다고 합니다. 도구를 수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부부로, 세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 부부가 마을에 방문했을 때, 마을에 행상이 있었고, 선생은 학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목표가 그들 부부가 마을을 방문한 후에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사라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원색이 눈살을 찌푸리며 곽공을 빤히 바라보았다. 원색의 시선에서 이상할 정도로 싸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곽공은 긴장했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바를 근거로, 황발 노인의 말을 역으로 추리해 보았다. 지금 자신의 말은, 바로 표묘각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 목표에게 밀고했다는 말과 같았다!

표묘각 내부에 원영기의 수행자가 도망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있다니,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원영기의 수행자가 도망가도록 도와서 뭘 하려 하겠는가?

상상만 해도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목연택이 웃었다.

“정말 재미있군. 어제 한 부부가 나타나 밀고를 하더니, 오늘은 또 다른 행상이 나타났군. 인제 보니 표묘각은 그야말로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것과 다를 바 없어졌어. 여기저기 정보가 줄줄 새나가니, 더는 비밀이랄 것도 없겠어!”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곽공은 그 안에 거대한 진노가 포함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렸다는 표현이 무엇인가? 원색과 장손미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표묘각을 정리하는 원인이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표묘각 내부에서 원영기의 수행자가 도망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까지 나왔다. 누가 감히 원영기의 수행자를 가지고 이처럼 날뛰는 것일까? 또 그를 돕는 의도는 무엇일까? 세 사람은 표묘각 내부에서 그들을 적대하는 세력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분노는 분노고, 천하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부릴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들의 힘만으로는 천하의 모든 곳을 장악할 수 없었다.

원색이 곽공을 빤히 바라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찾아내라!”

간단한 한마디였다. 하지만 곽공은 유례없는 압박을 받았다. 그는 굳은 얼굴로 포권을 하며 명을 받았다.

“명을 받듭니다!”

장손미가 말했다.

“어제 도망쳤다고 하니, 우리가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있나?”

그의 말투에는 불만이 진하게 묻어나 있었고, 어찌 보면 더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곽공은 은연중에 표묘각을 향한 진정한 피비린내 나는 폭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원색이 대답했다.

“떠나야지. 하지만 누군가에게, 금기를 범한 자를 숨기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뭘 얼마나 많이 알고 있든, 공범이 얼마나 있든지 간에 말이야. 너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겠느냐?”

곽공이 엄숙한 얼굴로 대답했다.

“조사를 끝내고! 그 후에, 하나도 남김없이 죽일 것입니다!”

그의 말에 원색은 더는 별말 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갔다.

세 성존이 그렇게 떠나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 대한 심문은 이제 시작이었다.

심문이 끝났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마을 안의 남녀노소 그 누구도 목숨을 건지지 못하고, 모두 죽임을 당했다. 물론 그건 나중 일이었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어제 마을을 방문한 부부의 행방이었다. 세 가족이 나귀를 끌고 움직였으니 그 행적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표묘각은 그렇게 그들의 행적을 따라 부두에 도착했고, 부두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선박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배에 탄 부부의 행적은 더는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을 본 사람도 없었다. 선박이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었고, 부두에서 그들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선박이 하류로 갔다는 것을 안 후에, 강을 따라 수색을 벌였다. 그렇게 당일 그곳을 지났던 모든 선박을 조사했지만, 찾고자 하는 선박은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누군가 그 배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다음은 어떠한 단서도 얻을 수 없었다. 마치 선박이 허공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곽공은 그 단서가 끊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행자에게 한 척의 선박을 없애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 그 부부는 누가 봐도 가짜 신분이었고, 그들이 신분을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후에 조사한 것은 선박이 온 길이었다. 일단 누구의 선박이 사라졌는지 조사했다. 이것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역량을 동원했는지 몰랐다.

결국, 나온 조사 결과는 누군가가 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잃어버려? 다시 단서가 끊겼다.

다른 쪽으로는, 얼마 전에 잡아들인 행상을 가장한 수행자를 심문했다. 동시에 그 배후의 인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 * *

대나성지,

왕존이 돌아왔다. 난간에 서 있는 사여래는 왕존이 아래층에 나타난 것을 보고 즉시 누각 안으로 들어갔다.

왕존이 위로 올라와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그분과 임시 연락을 취한 연락통로도 끊어 버렸습니다.”

사여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안심할 수 있었다. 왕존이 다시 말했다.

“다만 다른 사람을 이용해 연막을 치려 한 일은 실패했습니다. 저쪽에서 나중에 나타난 사람이 밀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저쪽에서는 지금 그 부부를 찾고 있습니다. 표묘각은 아마도 이 두 가지 단서 모두 놓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사여래가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표묘각이 이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 비록 단서를 끊어 냈지만,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표묘각이 온 천하에 있는 인원들에게 해당 시간에 결원이 있었는지 조사를 시작한다면, 그들을 찾을 수도 있을까 봐 걱정입니다.”

사여래가 천천히 말했다.

“성존께서 바로 전에 떠나셨다. 아마도 구성끼리 만나시는 것이겠지. 원영기 수행자가 얽힌 일이다. 아마 이번에는 문제가 아주 심각해질 것이네.”

“그 때문에 이번에는 제가 독단적으로, 이미 그들 부부를 사라지게 했습니다.”

사여래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안타깝군.”

“그렇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들을 심어 놓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합니다.”

“그놈은 그런 건 신경도 안 쓸 것이네, 배후에 숨어서 판만 짜고 있으니, 그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겠지. 어쨌든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일을 진행해야 하지. 아무튼, 계속 조사를 이어간다 해도, 그는 가장 마지막에 들통나는 사람일 것이야.”

“확실히 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담력? 하하! 세상에 아마 그보다 담력이 강한 놈은 없을 것이네. 곰의 웅담이라도 생으로 씹어먹은 걸지도 몰라. 그가 한 일 중에 머리가 잘리지 않을 일이 어디 있는가. 아마 이 세상에 그가 감히 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야.”

한 가지 일은 사여래도 언급하지 않았다. 무량과까지 훔치는 사람이다. 성경에 들어와 무량원에서 무량과를 훔친 사람이, 또 무슨 짓을 못 하겠는가.

사실 처음에는 그조차 모르던 일이었다. 우유도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그에게 알려준 일이었다. 이미 끝난 일이었으니, 사여래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렇게 우유도를 가짜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내가 그를 주목한 것은 그의 담력이었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내가 그 때문에 두려울 지경이군. 그는 뒤에 숨어 있으니 두렵지 않겠지. 온 천하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의 일을 진행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온종일 조마조마하며 살아야 하는군. 애당초 그를 찾았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그를 앞으로 내세우려 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반대가 되었군.”

왕존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기호지세였다. 눈 딱 감고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저쪽에서 계속하고자 한다면, 이쪽에서도 계속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쪽도 도망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사여래가 갑자기 다시 물었다.

“사건을 폭로시킨 그 두 사람은 괜찮겠는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중요한 범인을 잡아들였습니다. 이런 일로 그들을 조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니, 입 하나 뻥끗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상부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통제했습니다.”

사여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에 소식을 보내게, 연막작전이 실패했으니 어찌할 건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왕존이 대답했다. 왕존이 다시 방을 나서려고 할 때 사여래가 갑자기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

“며칠 후면 자네 누이의 기일이네. 내가 뭔가를 할 수는 없으니, 자네가 나를 대신해 향을 피워주게.”

“네!”

왕존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이 조금 침울해졌고, 심지어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곧 왕존이 그곳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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