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645화 (744/1,000)

1645화. 같은 편

초려별원의 밀실 내부.

운희가 밀서를 우유도에게 건넸다.

“잘 처리됐어. 다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우유도가 두 눈을 뜨고 밀서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사여래가 보내온 밀서로, 나중에 개입한 사람은 성공적으로 잡혀 들어가는 등, 모두 깔끔하게 처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표묘각에서는 진짜로 밀고한 사람이 따로 있음을 밝혀냈다고 했다.

서신을 내려놓은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답장을 보내주세요. 일단 붙잡혔고, 남명이 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고 말이에요. 그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전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다고요.”

운희가 알았다고 끄덕이고는 뒤돌아섰다.

“잠깐만요!”

우유도가 다시 그녀를 부르더니 갑자기 냉소를 지었다.

“가무군의 이름으로 소평파에게 서신을 하나 보내줘요. ‘가벼운 처벌이다, 이런 일이 다시 한번 반복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라고요.”

“그것 외에 다른 말은 없어?”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른 사람은 봐도 못 알아보겠지만, 그는 바로 알아볼 거에요. 이번에는 가벼운 교훈에 불과하지요. 아직 결과가 남아 있으니, 그에게 천천히 기다리라고 하지요!”

운희는 고개를 저으며 밀실을 빠져나갔다. 우유도 같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연합을 맺어놓고, 뒤에서 바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려고 하다니, 이런 연합이라면 누군들 안심할 수 있겠는가. 아마 늘 조마조마한 마음일 것이다. 이게 무슨 연합이란 말인가?

운희는 지금 자신의 입장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 저들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놈들과 싸웠다가는 따라가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아마, 농락당하다가 죽었을 것이 확실했다.

* * *

진경 소부,

한번 방문한 적 있었던 유생이 다시 방문했다. 남명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부르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찾아왔다. 소삼성은 그를 소평파의 서재로 안내하고, 자신은 밖에서 망을 봤다.

소평파와 마주한 남명은 크게 분노했다. 소평파가 막 포권을 했을 때, 남명은 이미 소평파의 멱살을 움켜쥐고 증오스러운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네 그 멍청한 계획 때문에, 아주 위험해질 뻔했다!”

소평파가 멈칫하더니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남명이 분노했다.

“내가 보낸 사람이 표묘각의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아!”

소평파가 대경실색했다. 긴장되기 시작했다. 만약 남명이 잡혀들어간다면, 소평파라고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 급히 물었다.

“혹시 그자가 각주님의 신분을 알고 있습니까?”

남명이 소평파를 밀어냈다. 소평파는 비틀거리며 뒤쪽에 있는 서탁에 부딪혔다.

“쓸데없는 소리! 내가 만약 급하게 그 상부 연락책을 죽이지 않았다면, 널 찾아올 여유가 있었겠느냐? 저번 제경에서 네놈의 멍청한 계획 때문에 몇 명이 죽고, 이번에 또 두 명이 죽었다. 잘 들어라, 더는 네놈 때문에 죽어줄 사람은 없다! 앞으로 이런 확신이 없는 일이라면, 내 앞에서 그 냄새나는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구성이 직접 나서는 일이었고, 범인이 현장에서 잡혔다. 이번에 남명은 그야말로 매우 놀랐다.

늦지 않게 살인멸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소평파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곧 옷깃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기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각주님이 제공한 소식에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고 되어있었습니다. 표묘각의 사람들이 이처럼 성급하게 타초경사 한단 말입니까?”

“그 내막을 어찌 알겠느냐?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갑자기 우리 쪽 사람을 잡아들였다. 하마터면 소식이 늦게 도착해, 대응하지 못할 뻔했다. 하마터면 이번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놀라 죽을 뻔했다는 말이다! 잊지 말아라. 만약 내가 죽으면, 너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소평파가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제갈지가 붙잡혔단 말입니까?”

남명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말했다.

“도망쳤다! 오늘 온 것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나중에 알아본 상황에 따르면, 우리 쪽 사람이 움직이기 전, 하루 전에 이미 누군가 밀고를 했고, 제갈지가 도망쳤다고 한다. 지금 표묘각은 그 일을 조사하고 있다.”

소평파가 깜짝 놀랐다.

“또 누군가가 이번 일에 끼어들었단 말입니까? 이 표묘각 내부에서 계략을 꾸미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소삼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공자님!”

“들어와라.”

남명은 즉시 한편에 있는 그림 앞으로 가서 뒷짐을 지고, 마치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을 했다.

소삼성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한 밀서를 소평파에게 건넸다. 그리고 소평파의 귓가에 속삭였다.

“불어자(不語者)가 보내온 것입니다.”

소평파가 밀서를 펼치니 안에는 간단한 한 구절이 적혀 있었다.

‘가벼운 처벌이다, 이런 일이 다시 한번 반복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소평파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밀서에 적힌 글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소평파의 손이 살짝 떨렸다.

소삼성은 남명을 힐끗 보고는 물러갔다.

잠시 후, 가까이 다가온 남명은 마지 자기 집인 것처럼 서슴없이 소평파가 들고 있는 밀서를 가져가더니 내용을 읽고 물었다.

“누구의 서신이냐. 무슨 뜻이냐? 또 누구를 화나게 했단 말이냐. 이건 마치 네게 경고를 하는 것 같지 않으냐!”

누구의 서신이냐고? 소평파가 모를 리 없었다. 가무군이 보낸 것이라고 소삼성이 이미 말해주고 가지 않았는가.

멍청이라 해도 서신의 내용이 일종의 경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명이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에 대한 경고인지, 소평파는 보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가무군이 갑자기 ‘가벼운 처벌’을 언급했다. 지금 제갈지의 일에 암중에 끼어들어 사람을 빼가려 한 일 외에 가벼운 처벌을 논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잠시 침묵하던 소평파가 물었다.

“방금 말씀하시길, 우리 쪽 사람이 제갈지를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제갈지를 만났다고 하셨지요?”

“그래.”

남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상대방의 동문서답에 뭔가를 깨달은 듯, 손에 든 서신을 흔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말은 그 일이 이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냐? 설마 이 서신은…. 우리보다 제갈지를 먼저 만난 그 사람들 쪽에서 보내온 것이냐?”

소평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은 아마 제갈지를 먼저 손에 넣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먼저 제갈지를 얻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런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들은 제갈지가 사라진 것에도 크게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개입이 저들의 계획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게 경고를 날린 것을 보면, 확실히 그들의 세력이 범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세력이 어떤 짓을 하려는지 안 것은 물론이고, 우리 세력보다 먼저 제갈지를 데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세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남명이 잠시 침묵하더니 침음했다.

“그러니까 저들은 소식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하나가 아니었고, 우리 쪽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아도, 문제없이 다른 쪽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군.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계획대로 문제없이 사람을 손에 넣은 것이고 말이야….”

여기까지 말했을 때 뭔가를 깨달은 남명이 고개를 숙여 서신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적혀 있는 ‘가벼운 처벌’이 뭘 뜻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이건 단순히 소평파에게만 보내는 경고가 아니었다. 분명 남명에게도 경고하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소위 ‘가벼운 처벌’이란 그의 사람이 잡혀들어간 것을 뜻했다.

지금 와서 서신의 내용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쪽의 움직임이 저들에게 간파당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에 일종의 교훈을 내린 것이고, 이들이 보낸 사람이 잡혀들어가게 된 것이다.

또 그걸 깨달았기 때문에, 남명은 다시 분노했다. 잡혀들어간 사람은 그의 사람이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소평파의 멱살을 잡은 그가 말했다.

“멍청한 놈! 상대방의 능력도 파악하지 못하고 나를 경솔하게 끌어들이다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나를 죽이려는 것이냐?”

소평파는 남명이 어째 최근 들어 쉽게 화를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선생님, 별일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확실히 남명은 인내심이 바닥나 있었다. 최근 연달아 손해를 보면서,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에 빠져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원래는 항상 다른 사람을 이용했었지, 이용당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껏 이용당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금 성존의 아들로서의 교양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남명이 했던 그 어떤 일이든 간에, 하나만 밝혀져도 목이 떨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 지나갔다고?”

남명이 소평파를 툭 밀어내고는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잘 들어라.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일로 나를 찾지 말아라!”

소평파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실패하면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요. 다음에는 저도 조심하겠습니다.”

“다음은 없다!”

남명이 단호하게 부정하더니, 다시 물었다.

“말해보아라. 같은 편이라고 하는 저들은 도대체 누구냐?”

“저도 잘 모릅니다.”

남명의 말에서 소평파는 가무군이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가무군은 자신의 세력에 손을 대고 있지 않았다.

물론, 가무군은 자신을 아는 자를 최소화하려고 그러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평파는 남명에게 가무군의 신분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남명에게 가무군의 신분을 알려준다면, 또 가무군의 능력이 소평파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남명이 알게 된다면, 남명은 분명 자신을 배제하고, 가무군과 직접 연락을 하려 할 것이다.

그건 소평파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개소리! 상대방의 신분을 모르면서, 그쪽과 협력을 할 리가 없지.”

남명이 툭 내뱉었다. 남명은 어떻게 해서든 그 신분을 알아야겠다는 얼굴이었다.

소평파는 담담하게 말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기운종의 사람이 곧 도착할 것입니다. 여긴 흑수대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두 번이나 같은 신분으로 방문했으니, 기운종에서 선생님과 만나려고 할까 봐 두렵습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축객령이었다. 남명은 크게 분노하며 삿대질을 했다.

“소평파, 잘 들어라.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같은 배에 올라탄 사람입니다. 그 누구도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고 있으면 됐다!”

남명은 소평파의 얼굴을 툭툭 두어 번 치고는 냉소 지으며 그대로 그곳을 떠나갔다. 소평파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서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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