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7화. 독이다!
엽념이 뒤돌아 물었다.
“성존께 보고드렸소?”
“아직이오. 방금 발견했소. 다들 어찌해야 할지 의견을 말해봅시다.”
“의견을 나눌 것이 뭐가 있겠소. 당장 성존께 보고해야 하지 않겠소!”
“엽념! 이는 아주 큰일이오. 만약 이번 일에 대해 성존께서 질책하실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 책임을 회피하지 못할 것이오.”
“뭘 그리 걱정하는 것이오. 나무에 무량과가 더 자란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니오. 우리가 이곳을 잘 지키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니, 왜 질책을 받겠소?”
“음…. 좋소, 그렇게 합시다. 진법의 문을 열고, 다들 각자 보고를 올리도록 합시다.”
“대진을 반복해서 연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다들 한 번에 보고를 올리도록 합시다. 진문이 열렸을 때 서로 경계하며, 같이 금시를 날릴 수도 있고 말이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아홉 집사는 그렇게 약속한 후, 즉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보고할 내용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금시를 데리고 진법의 입구에 모여들었다. 대진의 진문이 열렸다. 아홉 집사가 동시에 나가 같이 품에 있던 금시를 날려 보냈다.
그렇게 금시가 정상적으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한 아홉 사람은 그제야 진법안으로 들어갔고, 진문이 다시 닫혔다. 그들은 여전히 이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을 가지고 서로 쑥덕거렸다.
* * *
대나성지,
나추의 제자 육지장(陸之長)이 대나전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리고는 그대로 대전의 뒤쪽 조용한 곳에 높게 솟은 누각 위에 올라, 난간에 뒷짐을 지고 있는 나추에게 포권을 하고는 서신을 올렸다.
“사부님, 무량원에서 명신(明信)이 도착했습니다.”
“명신?”
나추가 뒤돌아보았을 때, 제자의 얼굴이 다소 괴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지장이 대답했다.
“네, 암호로 적혀 있지 않은 명신입니다. 무량과수에 꽃이 피었다고 합니다.”
나추가 휙 뒤돌아 육지장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꽃이 피었다고? 무슨 헛소리더냐. 무량과수에 무량과가 잘만 달려 있지 않더냐? 얼마 전에 내가 직접 무량원에 가서 직접 확인한 일이다. 그런데 꽃이 피었다니, 눈이 삔 것은 아니고?”
육지장도 다소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서신에 확실히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쪽에서 없는 일을 가지고 망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니, 서신에 적힌 일이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부님께서 직접 보시고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그는 이 혼란스러운 일을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추는 즉시 서신을 빼앗아 내용을 살피더니,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 * *
무쌍성지, 김이 자욱하게 올라오는 욕조,
여무쌍은 아름다운 나체를 물에 담그고, 욕조의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여제자, 안유아(安遊兒)가 무릎을 꿇고, 그 옆에서 여무쌍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두 눈을 감고 목욕을 즐기던 여무쌍이 갑자기 물었다.
“아직 요마령에 머무르고 있더냐?”
“그렇습니다. 요마령 안에 있는 밀정이 줄곧 감시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알려올 것입니다.”
바로 그때, 밖에서 여무쌍의 남자 제자 유비성(柳飛星)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 급보입니다!”
안유아가 뒤돌아보니, 비단 장막 뒤에 유비성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무쌍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감히 너보고 여기 들어오라고 했더냐?”
유비성은 즉시 두려워하며 다급히 말했다.
“사부님, 무량원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급보에 따르면, 무량과수에 꽃이 피었다고 합니다!”
웅! 욕조의 물이 즉시 하늘로 솟아올라, 수막을 만들어 내며, 그 안에 있는 사람을 가려주었다. 안유아는 즉시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머리를 늘어뜨린 여무쌍이 수막 안에서 걸어 나왔고, 물은 다시 욕조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손을 뻗어 비단 장막을 걷어낸 맨발의 여무쌍이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유비성은 감히 사부의 나신을 볼 수 없어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두 손으로 서신을 높이 들어 올렸다.
서신을 받아 내용을 살핀 여무쌍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휙 소리를 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무량과수에 왜 갑자기 꽃이 핀 거죠?”
잠시 후, 비단 장막 안에서 걸어 나온 안유아가 유비성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유비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모른다!”
그는 사부님의 욕실이 있는 곳을 힐끗 보더니, 빠르게 뒤돌아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곳은 그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 * *
눈보라가 몰아치는 대설산의 빙궁 내부, 투명하게 빛나는 빙벽 안,
이 안에 한 사람이 봉인되어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설파파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은은하게 들려왔다.
“무량과에 꽃이 피다니?”
백무애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급보에는 그리 적혀 있었습니다.”
그 순간, 빙벽이 마치 뜨거운 물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흘러내리더니, 그 안에서 굳어있던 설파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서신을 받아 내용을 살핀 그녀의 모습이 ‘휙’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저 얼음이 서로 마찰하는 작은 소리만이 그녀가 사라진 곳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 * *
무량원 밖,
한 사람의 인영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장발을 휘날리며 웃통을 벗고 있는, 위엄있는 호목을 가진 그는 바로 오상이었다.
“문을 열어라!”
오상이 굳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빛의 파동이 나타나며, 무량원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빠르게 한쪽에 입구가 생겨났다.
입구에 있는 사람이 미처 예를 올리기도 전에 오상은 이미 무량원 안으로 뛰어들었다.
오상은 무량과수가 있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몸을 멈춰 세웠다.
졸졸 흐르는 개울 밖에 서 있던 여덟 사람이 뒤돌아보았다. 원색, 여무쌍, 설파파, 목연택, 장손미, 나추, 남도림, 독무허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가장 늦게 온 사람은 오상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오상의 비행속도가 가장 느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구성 중 가장 나중에 합류한 사람으로, 그가 성경에 들어온 후에 차지할 수 있는 곳은 가장 외진 곳일 수밖에 없었다. 전서가 도착한 것도 가장 늦었기 때문에 가장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부근, 무량원의 인원들은 모두 공손히 기립해 있었다.
오상은 무량과수 아래 모습을 드러낸 까마귀 장군을 바라보고, 다시 분명히 나무에 달린 무량과를 살펴보더니, 물었다.
“무슨 뜻이지?”
독무허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뜻도 아니야. 네가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기다린 거지. 빨리 저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을 회수하지그래.”
오상이 물었다.
“어디 꽃이 피었단 말인가?”
오상의 두 눈에 경계가 피어올랐다. 얼핏 보았을 때, 무량과수에 꽃은 보이지 않았다.
무량과는 아무 이상 없이 달려 있는데, 꽃이 피었다니, 장난하는 건가? 오상의 첫 번째 반응은 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머지 여덟 사람을 경계하며, 혹시 자신을 꾀어내기 위해 수작을 부린 건 아닌지 걱정했다.
“눈이 삐었나?”
나추가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세히 봐.”
오상이 고개를 들어 나추가 가리키는 곳을 살펴보았다. 과연, 조금씩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한 눈썹을 찌푸린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그 위에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나타나더니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을 향해 날아갔다.
검은 연기가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의 몸을 감싸자, 까마귀 장군의 붉은 눈이 꺼지며, 사람의 모습이 즉시 다시 세 마리 붉은 눈의 까마귀로 바뀌었다. 곧 이 까마귀들은 날개를 펴고 날아와 오상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제야 구성은 하나둘 개울을 건너 무량과수의 꽃봉오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들은 손을 뻗어 꽃봉오리를 만지며 살펴보았다.
가볍게 나뭇가지 위에 내려선 여무쌍이 손을 뻗어 붉게 빛나는 무량과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렇게 무량과를 건드는 순간, 여무쌍의 얼굴이 급변했다. 그녀는 그대로 무량과를 움켜쥐고 무량과를 따버렸다.
그 모습에 다른 여덟 사람이 여무쌍을 돌아보았다. 설파파가 갑자기 냉소 지었다.
“여무쌍, 무량과는 예비용으로 나무에 놔두기로 하지 않았나? 이건 약속을 어기는 거야.”
여무쌍의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소리쳤다.
“요괴 할망구야. 일단 무량과를 살펴보고 그 입을 놀려라!”
오상이 뒤돌아 즉시 자신 곁에 있는 무량과를 움켜쥐었다. 곧 그도 얼굴이 급변하더니,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오상이 손에 쥔 무량과에 힘을 가하자, 파삭하는 소리가 들리며, 물이 사방으로 터져나가고, 그의 손바닥에는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건만이 남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다들 오상의 손바닥에서 반짝이는 물건을 돌아보았다. 곧이어 나머지 사람들의 얼굴도 급변하더니, 빠르게 근처에 있는 무량과를 따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싸늘한 눈으로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물건을 살펴보던 오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오상은 살기가 가득한 눈을 하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이지, 어디 누가 내게 설명을 해줄 거지?”
파삭! 여무쌍도 마찬가지로 손에 쥐고 있는 무량과를 터트렸다. 그녀의 손바닥에 빛나는 파편이 흘러넘쳤다.
파삭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다들 손에 든 무량과를 터트리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빛나는 파편을 살펴보던 목연택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바닷속에 있는 홍조개가 만들어 내는 칠색 보주 중에 붉은 보주의 파편이다!”
그리고 손가락을 문지르며 손에 묻은 물을 살펴보았다. 보통 물이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속에 뭔가 섞여 있는지 점성이 있었다.
“큰일이다! 물에 독이 있다!”
여무쌍이 갑자기 소리 지르더니, 손바닥에 있던 파편을 던져버렸다.
그녀가 경고할 필요도 없었다. 다들 물에 있던 독성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손바닥 위에 있는 물건을 던져버렸다. 다들 안색이 급변하며, 법력으로 독성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반면에 설파파는 파편을 던지고, 그대로 자신의 손을 잘라 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자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손바닥은 그 즉시 서리가 되어 흩어지더니, 개울 주변 십여 장이 넘는 지면을 꽁꽁 얼려버렸다. 그렇게 나무에서 멀지 않은 개울이 얼어붙었다.
나무 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 즉시 이 독이 저 요괴 할망구의 특수한 몸 덕분에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파파는 잘려나간 자신의 손목 부분에 새로운 얼음 결정이 생겨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음 결정은 곧 손 모양으로 변하더니, 푸른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사라졌을 때, 설파파의 손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말했다.
“혹심산(惑心散)이군!”
근처에 있던 무량원의 인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드디어 무량원의 나무에 어째서 꽃이 피었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무량과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누가 훔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무에 달린 무량과가 모두 가짜였다는 것은 확실했다.
또 지금 상황을 보면, 무량과를 훔친 사람은 도둑질을 했을뿐만 아니라, 가짜 무량과 안에 독까지 풀어 놓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