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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51화 (750/1,000)

1651화. 모래 덩이

운희는 우유도가 뭘 아쉬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우유도의 숨겨둔 한 수가 역할을 발휘했다면, 어쩌면 구성은 정말 우유도에게 한방에 쓸려나갔을 것이다.

“확실히 아쉽군! 하지만 오늘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어, 너같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이야. 경지가 아무리 높다 한들, 사람의 악랄함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군. 너도 그만 진정하지그래, 성경 쪽에서 혹시 꽃이 사전에 먼저 핀 것이 네가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닌지 물어왔잖아.”

우유도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그게 어찌 된 일인지 제가 개뿔 어찌 압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하늘이 그들의 목숨을 구했다고요! 만약 제가 알았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겠어요?”

“알았어, 그렇게 대답할게.”

우유도가 손을 들었다.

“그쪽에 답장을 줄 때, 제가 성경에 한 번 들어가 봐야 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때 제가 그쪽에 직접 전할게요.”

운희가 깜짝 놀랐다.

“어렵게 성경에서 나왔는데, 다시 들어간다고? 만약 못 나오면 어쩌려고?”

우유도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치며 말했다.

“사전에 꽃이 핀 일에 대해서 만약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더욱 위험해질 수 있어요. 이게 구성의 음모가 아닐지 누가 장담할 수 있나요? 그 쪽에게 마중 나오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어!”

운희가 뒤돌아 나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우유도가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손을 들어 그녀를 멈췄다. 운희가 다시 뒤돌아 우유도의 말을 기다렸다.

우유도가 들었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는 매우 곤란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지금 제가 성경에 들어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요. 만약 이번 사건에 거짓이 없다면, 구성은 곧 성경의 출입구를 봉쇄할 거예요. 들어갈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아마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울 거예요.”

“그쪽에 답장을 보내세요. 일단 무량과수에 정말로 꽃이 피었는지 확인하고, 정말 꽃이 핀 거라면, 호족을 찾아가라고 하세요. 온 성경에서, 무량과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 아마 호족일 거예요. 그 쪽에게 상황을 최대한 빨리 확인한 후에 이쪽으로 소식을 보내라고 해주세요.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는 저도 쉽게 경거망동할 수 없어요. 구성이 그물망을 펴고 제가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그러니 그쪽에도 조심스럽게 행동하라고 당부해주세요.”

운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호족?”

우유도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에요.”

운희는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네가 무량과를 훔쳤다는 걸 들키지는 않을까?”

우유도가 탁자를 두드리며 매우 억센 억양으로 말했다.

“그게 바로 제가 이번 일을 확실히 파악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이지요. 만약 정말 꽃이 핀 거라면, 오히려 괜찮아요. 무량과를 따고 삼십 년이 지나야 꽃이 핀다고 했어요.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한 일을 숨길 수 있지요.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질 거예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운희는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이번 일이 생기고 갑자기 든 생각이야. 만약 구성을 없앤다고 해도, 네 손에 수많은 원영기 수행자가 생겨났어. 나중에 어쩔 작정이지? 그저 예전 사람을 새로운 사람으로 바꿀 뿐인 건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누님 같은 여자들은 도대체 무슨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겁니까? 머리를 좀 쓰세요. 제가 원영기 수행자가 되면, 그들을 무서워할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볼 때 도운산이 그렇게 오래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누님의 땅굴 파는 능력 때문인가 보군요.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빨리 답장이나 보내세요. 지금 그게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알겠습니까?”

운희가 눈을 치켜뜨고 화를 내려다가 생각해 보니, 확실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수많은 일과 얽혀 있을 수 있었다. 일단은 넘어가고, 우유도가 시킨 일을 처리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과연 우유도의 생각대로였다. 성경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기 시작했다. 변장하고 성경을 출입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웠다.

* * *

대나성지,

한동안 사라졌던 나추가 돌아왔다. 하루 동안 사라졌던 그는 혹심산의 독성을 모두 해독하고 곧장 돌아왔다.

돌아온 구성은 그 즉시 손을 잡고 성경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팔성이 연합해서 설파파를 죽이려고 했던 일은, 실패했기 때문에 다들 없었던 일 취급했다. 설파파는 크게 분노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 혼자서 나머지 팔성과 대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오늘날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사실 비슷한 일이 구성 사이에서 반복해서 일어났다.

구성은 그 누구도 자신이 무량과를 훔쳤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삼십 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일은 기억조차 모호했다. 또 삼십 년 전에 무량원에 수상한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또한, 눈앞에 있는 무량원의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 버렸다. 쫓기는 사람들과 쫓는 사람들 모두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이들이 그냥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다들 추후에 무슨 후환이 있을 것을 두려워해, 변명거리를 남겨두었다. 먼저 도망친 자들이 있어, 그들의 뒤를 쫓기 위해 무량원을 나갔다는 게 그들의 변명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저 정말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구성은 바보가 아니었다. 구성이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를 몇 년 동안 했는가. 아랫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여기저기 일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이들을 쫓기 위해 추가인원을 더 동원하면, 인원이 부족할 수 있었다. 지금 밖에서는 대량의 인원을 동원해 제갈지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때에 무량원에서 도망친 사람들을 뒤쫓기 위해 또 많은 사람을 동원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하겠는가? 성경이 또 얼마나 크던가? 안팎으로 일을 벌이면, 분명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일은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야 했다. 심지어 입구는 봉쇄했으니, 어차피 멀리 도망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어쨌든 지금은 도망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무량과를 도둑맞았다는 사실이었다. 무려 삼십 년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제 와 더는 추궁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모든 것은 결과부터 시작해야 했다. 즉, 누가 무량과를 훔쳤는지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었으니, 누가 무량과를 사용했는지 찾는다면, 그것이 증거가 될 것이다.

* * *

대나성지,

나추의 제자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왔다. 나추는 한 명씩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이 끝난 후,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추고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

사여래는 안에 들어간 후에야 나추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예상한 일이었다. 나추는 아래 제자들의 경지를 조사하고 있었다.

사여래는 당연히 아무 문제 없었다. 그렇게 위험을 넘긴 후, 나추는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나방비를 보았다.

나방비의 의문 가득한 눈빛에 사여래는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방비를 포함해, 수작을 부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나추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제자들과 곁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추는 즉시 제자들로 조사대를 만들어 대나성지의 모든 사람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조사대 안에서 문제가 발생할까 봐, 조사대끼리 교차 조사를 하게 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아랫사람들의 힘을 빌려 처리해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나추가 일일이 조사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대나성지의 모든 사람이 조사를 끝냈을 때, 어떠한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나성지뿐만이 아니었다. 구성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렇지만,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모든 성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 구대성지는 다시금 큰일을 벌여, 온 성경에 조사를 실시했다. 그렇게 교차 조사를 시행하니, 모든 사람이 구대성지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비록 성경 내에 외부인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업무량이 적지 않은 일이었다. 삼십 년이 지난 일이다. 구성은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움직였다…….

* * *

황택사지의 늪지 깊은 곳, 작은 숲속,

사여래는 한 마리 날짐승 옆에서 홀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사여래가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호족의 족장 흑운이 선녀처럼 아름다운 은색 옷을 입은 여인과 같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바로 호족의 노족장 은희였다.

사여래는 그녀를 보고, 동공이 급속도로 수축하였다. 심지어 아연실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까이 다가온 은희는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며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거 껑충껑충 뛰어다니던 모래 덩이가 다 컸구나. 못 알아볼 뻔했어.”

사여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

“사, 사모님…. 이…. 이게?”

잘못 볼 리 없었다. 당시 자신은 어렸지만, 사모님의 미모는 머릿속에 깊게 남아 있었다. 심지어 과거의 사모님은 자신을 ‘모래 덩이’라고 불렀다. 그 별명을 알고 있는 자는 사모님 외에 나추와 나방비뿐이었다.

다만 그가 알기로, 눈앞에 서 있는 은희는 죽지 않았던가?

“우유도가 네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냐?”

사여래가 흑운을 바라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알지 못했고, 마음속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도대체 우유도에게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단 말인가.

“원래는 얼굴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다만 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네가 비아와 혼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너는 비아와 잘 지내느냐?”

사여래의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다. 지금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흑운에게 눈빛을 보냈지만, 흑운은 침묵했다. 사여래는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대답했다.

“그럭저럭 괜찮게 지내고 있습니다.”

은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지도 못했구나. 그때 울보였던 모래 덩이가 내 딸과 혼인하다니. 내 사위가 되다니. 내가 대나성지를 떠난 후에, 비아는 어찌 지냈느냐. 내게 알려줄 수 있느냐?”

사여래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

“사부님은 사모님이 아직 살아 계시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원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얼마 전에 비아가 네 딸을 구하러 오지 않았느냐? 그때, 아마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저번? 사여래는 저번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우유도는 나방비를 불러 사환려를 구하게 했다. 그러면서 나추가 분명 허락할 것이라고 했지.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여인을 보고 나서야, 사여래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사여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까지 황택사지에 숨어계셨던 겁니까?”

은희가 미소지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우유도가 네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중에 적당한 기회에 다시 알려주는 것이 좋겠구나. 너와 우유도 사이의 일을 나도 다 알고 있다. 나도 그 일을 도와주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난 적이 아니다. 모래 덩이야. 내가 대나성지를 떠난 후에 비아가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 너는 다른 아이와 혼인하지 않았더냐? 어째서 또 비아와 혼인한 것이냐?”

사여래는 흑운을 다시 바라보았다. 흑운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같은 편이고, 우유도가 신임하는 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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