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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54화 (753/1,000)

1654화. 밀서

“음?”

정신을 차린 상숙청이 돌아보자, 빙그레 웃고 있는 관방의를 볼 수 있었다. 상숙청은 천천히 몸을 돌려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대문 밖을 향해 걸어갔다.

관방의가 그 뒤를 따랐다. 별원과 왕부 사이에 있는 골목길을 잠시 걷고 있을 때, 관방의가 갑자기 조용히 물었다.

“여전히 도야 같나요?”

상숙청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은 도운산의 사람이에요. 군주님은 도운산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나요? 요수에요. 세속적인 사람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요괴라고 할 수 있지요. 만약 저 사람이 진짜 모습을 보인다면, 아마 군주님은 깜짝 놀라실 거에요.”

상숙청이 그를 한번 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걸었다.

“군주님, 사실 지금까지 줄곧 묻고 싶었던 것이 있어요. 다만 이걸 물어봐도 되는지 알 수가 없군요.”

“음?”

상숙청이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냥 편히 말하세요.”

관방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은 입을 열었다.

“군주님, 만약 도야가 아직 살아계셨다면, 도야가 군주님을 좋아했을 것 같나요?”

상숙청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도야가 저 같은 범인을 마음에 들어 하실 리 없지요. 심지어 저는 이렇게 못생겼는걸요.”

“그럼 참으로 이상하군요. 군주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것을 알면서, 어째서 잊지 못하는 건가요?”

상숙청이 속마음을 숨기고 말했다.

“언니가 말하는 그런 것이 아니에요. 다 제 잘못이에요. 죄송한 마음일 뿐이에요.”

관방의가 의미심장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호오,”

그리고는 곧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확실히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상숙청이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언니, 저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말하세요! 전 어떤 눈꼴 시린 일도 다 겪어 보았어요. 따로 꺼리는 것도 없으니 마음껏 물어봐요!”

상숙청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비록 제가 세상일에 큰 관심이 없다고는 하나,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심지어 예전 도야는 아주 젊으셨지요. 분명 세속을 초탈하시지는 않으셨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도야는 어째서 줄곧 곁에 여자를 두지 않고 혼자 지내신 거지요?”

관방의가 크게 웃고는 말했다.

“세속적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다니, 군주님은 참으로 뼛속까지 기품있군요. 이런 것도 그처럼 우아하게 표현하다니. 그러니까 사실은 도야가 왜 여자를 품지 않는지 궁금하다는 거지요?”

상숙청의 얼굴이 다소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 것이다. 관방의가 미소지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속을 드러내지 않는 신출귀몰한 사람이지요. 밖에서 어떤 여자와 즐거운 한때를 지냈을지 누가 알겠어요! 아무튼, 나는 이 세상에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고 믿지 못하겠어요. 제 곁에 있는 부방원의 사람들도, 가끔 참지 못하고 몰래 나가서 회포를 풀고 오고는 하지요.”

“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여자와 한때 즐기는 것과 좋은 배필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지요. 사실 군주님도 알고 있겠지만, 도야는 산에서 내려온 이후부터 줄곧 누군가와 목숨을 걸고 싸워왔어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도야에게는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고, 오히려 상대방을 해하는 것이 되는 거예요. 도야는 줄곧 차가운 피가 흐르는 것처럼 이성적이었던 거지요. 알겠나요?”

상숙청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제가 그분을 해친 거예요. 만약 제가 그분을 산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식을 보았을 수도 있겠지요?”

“군주님, 쓸데없는 생각이에요. 가시가 있는 물건은 어디에 놔두어도 누군가를 찌르기 마련이에요. 군주님이 도야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조용히 살았을까요? 정말 도야 같은 분을 상청종이 가둘 수 있었을 거라고 보는 건가요? 불가능해요! 잠룡은 깊은 못에는 살 수 있어도, 얕은 웅덩이에서는 유영하지 못하는 법이지요. 당시 연금당한 것은, 단지 그에게 반항할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일단 실력이 올라오면, 분명 뭔가 수작을부렸겠지요.”

“설사 군주님이 도야를 데리고 상청종을 떠나지 않았다 해도, 이 난세가 그를 내버려 두었을까요? 그토록 도야를 오랫동안 보아왔으면서 아직도 그를 모르나요? 쓸데없는 생각이에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그렇게 자신을 학대해도, 다른 사람은 그 호의를 받지 않으니, 그럴 필요 없어요….”

* * *

사 온 물건을 들고 거처로 돌아온 우유도는 물건을 서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우유도는 서탁 옆에 서서 잠시 침묵했다.

운희의 손에는 해독된 밀서가 있었다. 그녀가 마침 뭐라 말하려고 할 때, 우유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쩐 일로 홍랑이 밖에 나갈 생각이 든 건가요?”

“얼마 전 폐관 수련에서 나온 이후, 자신이 원래 담당했던 일들을 나로부터 다시 가져갔어. 그녀의 말로는 이미 금단기 경지가 절정에 올랐으니, 당분간 경지를 안정시키기만 하면 될 거라 하더군. 그렇게 원영기를 돌파할 시간을 마련할 거라고 했어.”

곧 그녀는 손에 든 밀서를 건네주었다.

“성경 쪽에서 연락이 왔어.”

우유도는 정신을 차리고 밀서를 건네받고는 빠르게 밀실에 들어가, 진지하게 내용을 살펴보았다. 운희도 우유도를 따라 밀실로 들어왔다.

안을 서성이며 밀서를 확인한 우유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과연 하늘의 뜻이었어!”

사여래가 이미 상황을 다 확인했다. 무량과수에 확실히 꽃이 피었다. 꽃이 핀 원인도 은희를 통해 답을 얻었다. 다만 은희가 자신의 말이라고 전하면 우유도가 믿을 거라고 했을 뿐, 그 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여래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나머지는 지금 성경 내부의 상황이었다. 일종의 밀고였는데, 우유도에게 사전에 준비하라고 전하는 내용이었다.

은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니, 우유도는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가슴을 누르고 있던 바위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운희는 밀서를 해독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밀서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추의 마누라가 아직 살아 있는 거야? 호족과 같이 있어? 나추의 마누라를 알아?”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우유도는 한마디로 질문을 회피하고는 다시 서신의 내용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싸늘한 냉소를 지었다.

“무량원을 지키던 사람들이 도망쳤다니, 재미있군.”

“그게 무슨 소리야?”

우유도는 손에 든 서신을 흔들며 코웃음을 쳤다.

“구성의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대세가 기울었다는 말이지요!”

“무량원을 지키는 사람들이 대세를 결정지을 수 있단 말이야?”

우유도가 그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제가 말하는 대세란, 지금 당장 구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구성이 인심을 모두 잃었다는 말입니다. 이번 일만으로도 구성 아래에 수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습니까. 더는 견고한 성이 아닙니다. 지금은 아직 진정시킬 수 있지만, 그건 오직 구성의 무력이 무섭기 때문에, 감히 반항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반항하기만 하면, 사실 여기저기 허점이 수없이 나타나겠지요. 그렇게 되면 저 방대한 세력은 한방에 무너질 것입니다! 무량원의 사람들조차 관리하지 못한 것을 보니, 제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운희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마 구성이 지금 표묘각을 정돈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 정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같은 일이 반복될 뿐입니다.”

“누가 감히 반항할까? 튀어나오면 죽을 뿐인데 말이야! 너도 지금은 정면으로 대항할 능력이 없잖아.”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서신을 두드리며 말했다.

“곧 아주 곤란할 문제가 생길 겁니다. 무량과수가 갑자기 꽃을 피웠습니다. 제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지요. 제 계획이 철저하게 흐트러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천천히 준비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진행되는 일이 있을 겁니다.”

“지금은 성경 내부에서 원영기에 오른 사람이 있는지 교차로 검사를 하고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곧이어 구성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도 검사하려 들겠지요.”

“우선 성경 내부를 정리하고, 다음은 외부의 표묘각이 목표일 겁니다. 그 후에는 천하의 각 대문파가 먼저 조사를 받을 거예요. 특히 문파의 고위층 위주로 말이지요. 너무나 간단한 이치지요. 무량과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일 테지요. 보통 수행자는 그런 일에 참여할 능력이 없으니, 우선 조사 대상이 누구일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운희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지금 이쪽의 밀서를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반복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어느 문파가 무량과와 얽혀 있는지 윤곽을 잡고 있었다.

그녀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 일이야. 인제 와서 원영기에 오른 사람들이 모두 죽은 척할 수는 없는 거잖아?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그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 되겠지. 그렇다고 살인 멸구를 하려 한다면, 그들이 곱게 죽어주겠어? 크게 소란이 일어날 테고, 어떤 방식으로든 들키게 될 거야. 그러니 네 안배가 헛수고가 될 거야.”

우유도가 냉소 지었다.

“그럴 능력이 있다면, 구성에게 직접 천하의 모든 수행자를 직접 조사하라고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에요. 제가 말했다시피, 무량과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분명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요. 구성이 서로를 신뢰할 것이라 생각하나요? 아마 구성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건 서로일 거예요.

지금 조사하는 행동은 그저 확인일 뿐이지요. 일단 외부인과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지면, 구성은 그 즉시 서로 싸우기 시작할 거예요. 상대방 측에 있는 원영기 수행자가 실력을 기르기 전에 반드시 이를 막으려 할 거예요. 그렇게 자기를 위협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운희가 우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구성은 외부의 수행자를 조사하려 할 거야. 일부 사람들은 피할 수가 없단 말이지!”

“제가 말했지요. 구성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요. 저들은 밝은 곳에 있고, 저는 어두운 곳에 있지요. 저들은 저를 어쩌지 못해요. 그저 제가 어둠 속에서 저들의 등을 칼로 찌르는 것에, 저들은 당할 수밖에 없지요. 저들은 이미 열세에 처해 있어요. 더군다나, 제 손에는 수많은 패가 쥐어져 있지요. 저들이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

우유도는 뒤돌아 운희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의 손이 각 문파에게 향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표묘각을 확인하는 그 단계부터는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그곳에서 계속 조사를 지지부진하게 만들 거에요! 내부의 혐의가 가장 크지요. 내부도 숙청하지 못하면서, 외부를 숙청하려 한다고요? 꿈이나 꾸라지! 내부를 정리하지 못하면, 그들은 갈수록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거예요. 그러니 저들의 흐름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해요!”

내심 긴장하고 있던 운희가 숨을 내쉬었다. 비록 무량과를 복용하지 않았지만, 이미 원영기를 돌파했다. 당연히 조사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평생 도망자의 신세가 될 것이다. 물론 도망갈 수 있는지 없는지도 문제였다. 우유도가 자신감 있게 대응하는 것을 보고 운희는 안도할 수 있었다. 물론 관심이 있다 보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우유도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방 안을 서성였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더니, 결국은 하늘을 보고 두 눈을 감았다.

운희도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침묵했다. 지금 우유도는 곧 다가올 위험에 대항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운희는 그런 우유도의 사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그녀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우유도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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