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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55화 (754/1,000)

1655화. 비밀

한참이 지난 후, 우유도가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리고는 운희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우리 배후에 있는 문파들에게 연락을 취하세요. 그리고 어느 문파의 감찰 인원이 독무허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세요.”

운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독무허?”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배후에 있는 일은 지금 당장 누님에게 다 알려주기는 어렵군요. 아무튼, 이제 문제가 닥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요. 한발 먼저 반격을 가해야 해요. 그렇게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해야 우리에게 움직일 여지가 생길 거에요.”

“일단은 남명이라는 패를 먼저 꺼내 들어야겠어요! 지금 구성이 성경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요. 아마 지금 당장 그렇게 빨리 끝나지는 않겠지요.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어요. 저들에게 최대한 빨리 독무허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하세요.”

운희가 의아스러웠다. 남명과 독무허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는 것일까? 어째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필 독무허인 거지?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매우 급한 것을 알았으니, 운희는 더는 묻지 않고 뒤돌아 우유도가 시킨 일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며칠 후,

궁임책, 서해당, 안돈천과 문화가 연달아 답장을 보내왔다. 아래 표묘각에 개입하고 있는 감찰원들과 소통한 결과, 독무허와 연락을 할 수 있는 감찰 인원이 어느 문파인지 알아냈다. 각각 한국 백천곡과 연국 영검산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 우유도는 즉시 운희에게, 궁임책을 만날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우유도가 직접 관련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경의 상황을 파악한 우유도는 가장 먼저 요마령으로 가서 조웅가를 만났다.

그 후, 가끔은 산봉우리에서 밤을 지새우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며, 혹은 깊은 산속 골짜기를 지나고, 그것도 아니면 직접 날짐승을 타고 움직였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돌아다닌 우유도는 그 짧은 며칠의 시간 동안 궁임책, 서해당, 안돈천, 문화를 연달아 만났다. 그리고 성경 내부의 소식과 지금 직면한 상황에 대해서 전하고, 반격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이들은 아직 성경 내부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심장이 철렁했다. 그리고 우유도의 반격 계획을 듣고는 전력으로 협력했다.

마지막으로 안돈천과 만난 우유도는 허공에서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향해 뛰어내렸다.

안돈천은 다시 날짐승을 타고 빠르게 멀어져갔다.

산속 깊은 협곡에 가볍게 내려온 우유도는 변장한 운희에게 다가갔다. 운희는 날짐승을 한 마리 지키고 있었다.

“가시죠!”

“어디로? 돌아가는 거야?”

“제갈지, 공들여 지켜냈으니, 이제 쓸 때가 되었지요!”

* * *

천마성지,

여기저기 무덤이 가득한 곳에 수많은 인원이 땅을 파고 유골을 발굴하고 있었다.

무비(武飛)도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다만 그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도 누군가 땅을 파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비록, 배후에서 자신에게 그 일을 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게다가 그 의도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일어난 대사건 때문에, 그는 은연중에 자신이 한 일이 무량과가 도둑질당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심지어 무량원에 문제가 생기자마자, 그는 그 즉시 배후의 사람에게 전서를 받았다. 그는 무비에게 두개골을 취할 때 혹시 후환을 남겼는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즉시 후환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무비는 문제없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곳의 무덤은 각양각색으로 살해당한 사람들이 묻혀있는 곳이라, 매년 새로운 시신이 넘쳐났다. 또 오래된 시신은 진작에 썩어버렸을 것이니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무비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서신을 받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혹심산을 해독한 오상이 이미 돌아와, 천마성지의 모든 사람을 통제한 후였다. 특히 이쪽에 있는 무덤 지대가 그러했다.

오상은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더는 이쪽 무덤 지대에 뭔가 수작을 부릴 기회는 없었다. 과거 그가 죽인 사람을 바로 이곳에 묻었기 때문에, 그는 두려운 마음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천마성지의 모든 사람을 조사한 후에, 오상이 명령을 내렸고, 성지의 사람들을 모두 이곳 난장강(亂葬崗)이라고 불리는 무덤 지대로 불러모았다.

그때, 무비가 수작을 부린 무덤이 속살을 드러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긴 채, 무비가 빠르게 다가가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곳에 있는 것은 그저 유골에 불과했다. 그것을 본 무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살해당한 시신은 이미 썩어 없어진 상황이었다.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묻혔으니, 진작에 벌레들에게 뜯어먹혀 뼈만 남은 것이다. 과연 아무렇게나 사람을 묻는다는 그 이름처럼 난장강은 난장강이었다. 도대체 이 유골들의 뼈가 누구인지 구별을 할 수조차 없었다. 얼굴을 확인할 수 없으니, 목표를 찾는 것은 지난했다.

* * *

요마령, 마궁 내부. 동혈 앞,

돌로 된 난간 앞에 서서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교역소를 보고 있던 조웅가는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침묵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우유도를 통해 무량과가 도둑맞은 일이 밝혀졌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동시에 그에게 준비하라는 당부를 들었다.

그는 성경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있었다. 마교 쪽의 사람들은 수시로 성경의 천마성지 사람들과 교류를 이어갔기 때문에, 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문제가 무량과를 도둑질 맞은 사건인 줄은 몰랐다. 이는 이번 사건이 어느 정도 봉쇄조치에 들어갔음을 의미했다.

물론,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사건을 모를 수 없으니, 비밀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성경에서는 소식을 봉쇄하고 있었다. 분명 천하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조치가 분명했다. 그것도 아니면, 천하 사람들이 딴마음을 품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얼마 전, 우유도가 직접 그를 찾아와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고, 남천무방이 느긋하게 그에게 걸어와 곁에 서더니 말했다.

“뒷산으로 가지.”

조웅가가 뒤돌아 물었다.

“무슨 일인가?”

남천무방이 조웅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오상이 찾아왔네. 뒷산에서 기다리고 있지, 예전에 자네가 살던 그곳에서 말이야.”

조웅가의 동공이 수축했다. 우유도는 오상이 그를 찾아올 수 있다며, 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불행히도 우유도의 말이 적중했다. 정말로 찾아왔다!

조웅가는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홀로 뒷산에 있는 절벽에 올랐다. 그 중간쯤에 자신이 오랜 세월 거주한 동굴이 있었고, 입구 끝에 장발을 휘날리는 큰 체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오상이었다!

조웅가가 몸을 날려 그 곁에 사뿐히 내려서며 물었다.

“나를 찾았다고 들었소만?”

오상이 뒤돌아 조웅가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아주 깔끔해졌군.”

“나를 부른 것이 혹시 내게 칭찬을 하기 위해서요?”

오상이 조웅가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마전을 언제 얻은 것이냐?”

“어째, 마전에 문제가 있소? 그게 아니면, 약속을 번복하시려는 거요?”

“내 질문에 대답해라.”

“당신도 대략적인 시간을 알 것이오. 성녀가 임종 전에 내게 부탁한 것이오.”

“그러니까. 대략 삼십 년 전의 일이군.”

“대충 그쯤일 것이오. 왜 그걸 물어보시는 거요. 무슨 문제가 있소?”

“너는 마전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적이 있느냐?”

이렇게 묻는 것은, 무량과수 곁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까마귀 장군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구성이 되기 전, 그 전의 팔성끼리 이미 더는 무량과를 따지 않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오상도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 당시의 오상에게 팔성은 그 뿌리가 아주 깊어 보였다. 그렇기에 무량과가 걱정된 오상은 까마귀 장군을 시켜 무량과수를 지키게 한 것이다.

비록 삼십 년 전에 무량과를 훔친 사람이 누구든, 비록 일정 기간이 지나면 까마귀 장군을 교체했을지언정, 줄곧 까마귀 장군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까마귀 장군의 관문을 이처럼 조용히,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이건 까마귀 장군을 배치할 때의 생각일 뿐이었다. 나중에 마전을 손에 넣고, 마전에 적혀 있는 정종의 까마귀 장군 비법을 확인한 후에, 원래 사용하던 까마귀 장군에게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 부분에 의심이 생겼고, 성경 내부의 상황을 진정시킨 후에 즉시 달려온 것이었다.

조웅가는 긴장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바로 우유도에게 말이다. 다행히 우유도는 반응이 빨랐다. 성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발 빠르게 이쪽을 준비시켰고, 더욱이 어찌해야 할지 방법까지도 알려주었다.

조웅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가 마전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사람 같소?”

이 부분이 바로 오상이 의문스러워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 그렇게 오랫동안 괴롭혀도, 조웅가는 자신의 손에 마전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고, 마전을 수호해왔다. 기본적으로 쉽게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오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생각해라. 만약 누군가 마전에 기록된 비밀을 알고 있다면, 너뿐만이 아니라, 너와 연관된 모든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네게 마지막으로 되돌릴 기회를 주겠다. 말해보아라. 누구냐. 다른 자들을 구할 마지막 기회다!”

조웅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설마 누군가 마전의 내용을 알기라도 한단 말이오?”

“지금 내가 네게 묻고 있다!”

“나는 마전을 손에 넣은 후, 그 어떤 사람에게도 내 손에 마전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소. 내용을 알려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

“그 전의 성녀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적이 없느냐?”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만약 누군가 마전의 비밀을 안다면, 나를 찾아올 사람이 당신뿐이겠소? 만약 정말 누군가 마전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당신이 그 사람에게 가서 확인하면 될 것이 아니오?”

“내가 만약 누군지 알면, 너를 찾아올 필요가 있겠느냐?”

“그럼 당신은 마전의 비밀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것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이오? 분명 뭔가 단서가 있을 것 아니오? 마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전에 기록된 물건을 건드렸을 것이오. 그러니 당신이 이처럼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겠소? 당신은 분명 뭔가를 느꼈을 것이오. 누군가 마전에 있는 비법을 수련했든지, 아니면 제오 영역을 찾고 있든지 말이오.”

이건 우유도가 당부한 내용이었다. 우유도는 오상이 이미 인도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여무쌍에게 혐의를 덮어씌우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여무쌍은 인도물이 무엇인지 알지만, 인도물을 찾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고, 오상은 그리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니 여무쌍이 원강을 찾으려 한다는 것만으로, 여무쌍이 마전의 기록을 대충은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쩌면 여무쌍은 다른 통로로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는 방법을 얻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되면 조웅가가 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유도가 성경에서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들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여무쌍은 혐의를 벗기 몹시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오상이 조웅가를 찾아온다면, 그건 오상이 아직 그 방향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니, 적당한 시기에 오상을 일깨울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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