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7화. 감시
다시 밤이 되었다. 비밀리에 이곳에 있는 한 저택을 감시하던 이정법이 뒤돌아보자, 한 제자가 다가와 조용히 보고했다.
“미행한 인원이 돌아와 보고했습니다. 그 사람은 이미 표묘각의 거점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정법이 뒤돌아 불이 켜져 있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두 눈을 번뜩인 그가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계속 감시만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비밀리에 잡아들여 심문해야겠다!”
곁에 있던 두 제자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한 사람이 말했다.
“장로님, 만약 상대방이 표묘각 사람이면 어찌합니까?”
“이처럼 수상쩍은 모습을 보이는데, 어찌 조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신분을 모르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라. 만약 정말 표묘각의 사람이라면, 풀어주면 그만이다. 이대로 계속 감시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소득이 없을 것이다. 도시 안에 있는 문중의 제자들에게 연락해. 저자를 잡아들일 때 소란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전해라.”
그의 명령이 내려진 후, 몇 사람이 조용히 저택 안으로 침입했다. 그리고 번개와 같은 속도로, 조용히 한나절 동안 감시한 사람을 잡아들였다…….
하루가 지난 후, 이정법은 다급하게 백천곡의 종문으로 향했다. 기별을 넣고 장문인 음여술(陰如術)을 만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장문인, 종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음여술은 멈칫하더니 물었다.
“무슨 일인가?”
“제가 표묘각에서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해, 그를 미행한 결과, 다른 사람과 은밀히 만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후에 그와 만난 자를 비밀리에 잡아들여 심문했고,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음여술은 멍한 얼굴로 눈앞의 이정법을 바라보았다. 정말 성경의 압박에 조급해진 것이 분명했다. 표묘각의 사람을 미행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만난 사람을 잡아들이다니. 다만 음여술은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막다른 곳에 몰린 자의 행동이었다. 이제 와 도전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침묵한 그가 물었다.
“무슨 문제를 발견했는가?”
“고문을 통해 심문한 결과, 상대방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그는 과거 조국이 한국에 심어 놓은 밀정이었습니다. 또 그가 표묘각의 인원과 만난 목적을 토설했습니다. 표묘각 인원은 그에게 그가 알고 있는 조국 밀정의 명단을 정리한 후, 비밀리에 무변각 밖에 있는 한 지점에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그를 마중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 제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저와 두 제자뿐이지요. 힘이 부족해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수 없을까 걱정입니다. 장문인께서는 제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음여술이 침음했다.
“정법, 자네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이건 표묘각 내부의 행동일 수도 있어. 우리가 이런 일에 개입해도 되겠는가? 조사하고 싶다면, 그대로 표묘각 상부에 보고하고, 표묘각의 협조를 구하면 되지 않은가?”
이정법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밀정의 말에 따르면, 표묘각 인원이 그에게 다른 통로를 통하지 말고, 직접 명단을 배달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원래 소식을 전달하는 비밀 연락망이 표묘각에게 들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음여술이 깜짝 놀랐다. 표묘각의 사람이 표묘각의 사람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한다니. 이건 분명 표묘각 몰래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것이 분명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던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지금 당장 장로들을 불러 이 일을 의논해 보겠네!”
이정법이 손을 들며 말했다.
“장문인, 절대 안 됩니다. 온 천하에 표묘각의 눈과 귀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구성이 직접 나서는 일에서조차 소식이 새어나가, 내부의 밀정을 찾고 있지 않습니까. 장문인께서는 문중에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으십니까. 만약 소식이 새어나가면, 제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장문인, 칼이 이미 저와 두 제자의 목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만약 정말 어떠한 성과도 내놓지 못한다면, 저희 세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법은 포권을 하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매우 간청하는 모습이었다!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는 말에, 음여술이 다시 주변을 서성거렸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문인이 도통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이정법도 초조해졌다. 이정법은 다시 포권을 하며 간청을 올렸다.
“장문인, 분명 문제가 있는 일입니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조사하지 않으면 나중에 성경에서 이를 알고 종문에 죄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순간 음여술이 우뚝 멈춰 섰다. 드디어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
“자네는 어찌할 것인가?”
“너무 명확한 일이지 않습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왜 하필 무변사막 부근에서 만난단 말입니까? 아마 배후에 있는 사람은 무변각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무변각과 만나기로 한 곳 부근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두고, 상황을 보며 움직여야 합니다.”
“좋아! 자네에게 종문의 모든 인원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주지. 단, 경고하건대, 일단 문제가 생긴다면 그 즉시 행동을 멈추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야 할 걸세. 만약 자네 때문에 종문이 해를 입는다면, 표묘각이 자네를 용서한다 해도 종문이 자네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이정법이 크게 기뻐하며 포권을 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신중하게 움직이겠습니다!”
* * *
중간을 가로지르는 산맥을 중심으로 한쪽은 끝없는 사막이, 한쪽은 황량한 광야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광야에 있는 관도 부근에 한적한 마을이 있었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의 습격으로 늘 황토색 옷을 껴입는 마을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막 방향에서 지팡이를 짚은 한 회의인이 날아왔다. 산맥을 넘고, 광야를 날아 이 마을 밖에 착지한 그는 이내 지팡이를 짚고서 마을로 천천히 들어왔다.
* * *
마을엔 작은 객잔 하나가 있었다. 입구에도 역시 조그만 탁자를 둔 곳이었는데, 이 탁자에 한 사람이 앉아 느긋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내 그가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손가락 3개를 뻗어 탁자 위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엔 그릇에 소복이 담긴 만두가 있었다.
곧이어 지팡이를 든 사람은 탁자를 스치며 소리도 없이 만두를 손에 넣고는 그대로 옆을 지나쳤다. 그 길로 아예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 또 두 사람이 마을로 빠르게 들어섰다. 이들은 객잔 맞은 편의 조그만 상점으로 향했다.
곧이어 한 사람이 그 안에 있던 사람에게로 가 포권을 하며 고했다.
“장로님, 그 사람은 마을을 떠나 산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상점에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변장한 이정법이었다.
“좋아, 지금 즉시 산맥에 있는 제자들에게 연락해 그 사람이 어디로 향하는지 감시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두 제자가 떠난 후, 상인으로 변장한 이정법은 조용히 밖으로 나가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객잔 안에서 한 점원이 나와 입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일단의 사람들이 마을 각지에서 튀어나와 지팡이를 짚은 사람이 떠나간 방향으로 날아갔다.
* * *
산맥에 도착하자, 땅속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이 튀어나와 예를 갖췄다.
이정법은 바로 예를 거두라 말한 뒤,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표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했느냐?”
둘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무변각 쪽으로 향했습니다.”
순간 이정법의 두 눈이 번득였다.
“좋다! 과연 예상대로 무변각으로 갔군.”
그는 곧 목표를 감시하던 제자들에게 물었다.
“목표의 인상착의를 모두 기억했느냐?”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상대방은 아마도 가면을 착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즉시 상대방의 체형과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상세하게 적어 무변각에 있는 인원에게 전해라. 다들 두 눈 크게 뜨고 감시하라고 전해!
목표를 발견한 후에는 반드시 상대방이 어디에 머무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2인 1조로 움직여 서로를 감시하게 하고, 절대 소식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고 단단히 일러두거라!”
“알겠습니다!”
곧이어 이정법이 다시 또 한 사람에게 말했다.
“또 산맥 일대에 배치된 제자들에게 혹시 목표가 다른 곳으로 향하지는 않는지 잘 감시하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이정법은 이제 각지에서 올라오는 소식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잠시 후, 무변각에서 목표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왔고 그는 그 즉시 무변각으로 향했다.
* * *
무변각에 도착한 이정법은 이곳에 배치된 제자 중 책임자를 불렀다.
“목표가 아직 천호객잔에 있느냐?”
“그렇습니다. 우리 쪽 인원도 객실 몇 개를 빌려 안에 들어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또 목표가 객잔에 들어갈 때 따로 등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미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자, 객잔으로 가자. 다른 사람들은 계속 여기서 감시하도록 해라.”
이 말을 끝으로 이정법은 책임자와 같이 천호객잔으로 향했다.
* * *
객잔에 들어간 책임자는 이정법을 목표 맞은편에 있는 객실로 안내했다.
이정법은 맞은편 객실을 감시하는 인원을 물리고, 객실로 들어가 즉시 창문 틈으로 직접 감시를 시작했다. 이곳은 맞은편 목표 객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였다.
* * *
한 객실 내부.
손에 넣은 명단을 살펴보던 사람이 명단을 곧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었다.
바로 제갈지였다.
“하…….”
계획에 따르면, 그는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었다. 해야 할 것도 없고, 남명과 따로 연락할 것도 없었다. 그냥 남명이 알아서 연락해 올 테니 아무것도 할 것 없이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였다.
* * *
다른 객실 안.
이곳엔 변장한 안돈천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때, 홀연히 문이 열리고 한 심복 제자가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제자는 안돈천의 뒤에 서서 조용히 보고했다.
“감시가 붙었습니다.”
안돈천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매에서 서신 한 통을 꺼냈다.
“객잔 뒤에 있는 시위에게 오랜 친구가 남명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건네주어라. 서신을 건네면 넌 즉시 이곳을 떠나라.”
“알겠습니다!”
제자는 즉시 서신을 받고 물러갔다.
* * *
은은한 푸른빛이 흘러들어오는 수정 창문 앞에 남명이 있었다.
남명은 가만히 뒷짐을 지고 서서, 창문 밖 호수 속에서 유영하는 교룡을 바라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때였다. 무변각의 총관 반해가 다가와 서신을 건넸다.
“각주님, 누군가 시위에게 건네준 서신입니다. 각주님의 오랜 친구가 보낸 것이라고 합니다.”
“어느 친구 말이더냐?”
반해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남명이 돌아서 서신을 받아 펼쳐 보았다. 안에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낭호(狼湖)의 오랜 벗이 찾아왔으니, 정(丁) 6호 객실에서 기다리겠소.」
“낭호의 오랜 친구라…….”
남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소평파와 낭호에서 만났던 상황을 떠올리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소평파가 찾아온 것인가?”
“서신을 받고 즉시 객잔을 찾아온 사람을 조사해 봤습니다. 하지만 소평파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남명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소평파가 아니다? 당시 자신과 소평파 외에 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설마 그가 찾아왔단 말인가?
당시 만남은 기밀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아마 상관없는 사람에게까지 알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설사 당시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아마 그들 일당 중의 한 사람일 것이 분명했다.
남명은 줄곧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소평파는 전혀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제 그쪽에서 직접 남명을 찾아왔다. 이는 남명도 바라는 바였다. 어디의 누구인지 두고 봐야 했다. 상대방은 자신을 알지만, 자신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니 이보다 불안한 상황은 없었다.
“정 6호 객실……. 준비해, 내가 직접 가서 만나봐야겠다.”
이어 남명은 그대로 서신을 가루로 만들었다.
“알겠습니다!”
반해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