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660화 (759/1,000)

1660화. 실종된 제자

한나절이 지나, 운희가 돌아왔다.

그녀는 우유도가 머무는 방에 들어가 오래된 영패를 건네주었다.

오래된 물건인지 아닌지, 우유도는 척 보면 알 수 있었다. 소리로 물건의 재질을 확인하고, 새겨진 문양을 살펴보았다.

우유도는 ‘피라미드’에 움푹 파인 곳에 새겨진 문양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문양과 일치하는지, 우유도의 안목을 속일 순 없었다.

손에든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던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진품일 거야.”

“그냥 내놓으라고 하면 되잖아. 그렇게 고상하게 애쓸 필요 있어?”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강경한 수단을 쓰면 그는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더더욱 내놓으려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고 고문을 하면 나중에 제갈지가 돌아왔을 때 변명할 말이 없고요.

문제를 만드는 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죠. 제갈지는 아직 우리한테 쓸모가 있어요. 더욱이 제갈지에게 해무극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최소한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물건을 손에 넣었고, 그가 구성 쪽에 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없앴으니, 더는 그가 제갈지를 유혹해 엉뚱한 짓을 벌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됐어요. 또 제갈지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으니, 다 같이 화기애애하게 문제를 해결한 거죠. 사실 너무 피비린내 나게 일을 처리하는 건 좋지 않아요.”

운희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넌 참 음흉한 사람이야.”

생각해 보면, 제갈지가 표묘각에게 행적을 들키리라는 것을 안 후로, 즉시 소평파에게 손을 뻗어 남명을 찾아내고, 그 후에 제갈지를 구한 뒤, 다시 현재는 제갈지를 폭로시켰다. 거기에 성신령도 손쉽게 손에 넣지 않았던가.

나중에 또 무슨 일이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계속 우유도 곁을 따라다닌다 해도, 아직 수많은 일이 오리무중이었다. 보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모든 게 우유도의 손바닥 안이라는 건 확실했다. 일련의 수법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심계는 운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운희는 과거 우유도와 대립하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목숨을 잃었을 게 분명했다.

“홍랑이랑 같이 다니더니, 어째 말하는 게 갈수록 홍랑 같아지네요.”

* * *

객실에서 우유도의 밀서를 받은 안돈천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손에든 밀서를 가루로 만든 안돈천은 이후 제자들을 불러 몇 가지 일을 당부하고 문을 나섰다.

* * *

한편, 아직도 음여술의 답장을 받지 못한 이정법은 객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답장 하나 보내는데 왜 이리 긴 시간이 걸리는가. 전전긍긍하며 마음을 도무지 잠재울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음여술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답장을 못보내고 있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미처 기다리는 답신이 도착하기도 전, 다른 소식이 먼저 도착했다.

한 제자가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장로님, 언(言) 사제가 실종됐습니다.”

“뭐라?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왜 실종돼!”

이정법이 깜짝 놀랐다.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언 사제는 바로 얼마 전 목표와 만난 사람이 무변각의 총관과 다시 만난다는 걸 확인한 바로 그 제자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그때, 또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와 밀서를 건네왔다.

“장로님, 장문인의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이정법은 우선 먼저 보고한 제자에게 손을 내저었다.

“빨리 나가서 찾아보지 않고 뭐 하느냐.”

그 제자가 나간 후, 이정법은 밀서를 펼쳤다. 하지만 내용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내용을 읽고 나서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음여술은 과도하게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를 욕할 때가 아니었다. 그저 음여술은 반은 숨기고, 반은 밝히자고만 말했다.

반은 숨기고, 반은 밝힌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일단 제갈지를 발견한 소식을 상부에 보고하고, 제갈지가 무변각과 왕래가 있다는 것도 보고하기로 했다. 다만 거기서 남명은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성경 쪽에서 알아서 조사하게끔 유도한 것이었다.

만약 밝혀낸다면 그만이고, 밝혀내지 못하면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이건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다.

만약 이 서신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했다면, 이정법은 아마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언씨 성의 제자가 갑자기 실종된 상황이라 그는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음여술의 방법대로 일을 처리할지 말지는 일단 제쳐두고, 현재 가장 급한 건 실종된 제자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가 질 때까지도 사람을 찾지 못했다. 객실에도 없었고, 객잔 밖에 숨어 있는 제자들도 실종된 제자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정법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라면, 싸우는 소리라도 들리지 않았을까?

더 고민스러운 것은 그 제자는 반해와 만난 사람이 남명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갑자기 지금 사라졌을까? 2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그 스스로 조용히 사라졌거나, 다른 사람에게 납치되었거나.

조용히 사라졌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거라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터였다. 설마 표묘각이나 다른 세력의 첩자였을까?

만일 다른 사람에게 납치된 것이라면, 누구에게 납치된 것일까?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무변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이정법은 더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행적을 남명에게 들키게 된다면 어떤 처지가 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즉각 판단을 내렸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도망쳐야 했다. 더는 한순간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천호객잔을 나서며 즉시 제자들을 모아 철수를 지시했다.

이후 무변각에서 도망쳐 나온 즉시, 성경과 연락 가능한 통로를 이용해 독무허에게 다급히 지금 상황을 보고했다.

언씨 성의 제자가 실종됐다. 더 이상 음여술의 방법을 쓸 수 없었고, 이제 고민할 것도 없었다. 종문의 일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우선은 눈앞의 이 난관부터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 * *

“떠났다니?”

창문에 서서 사막을 바라보고 있던 안돈천이 뒤를 돌았다.

제자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철수했습니다.”

“전부 철수했더냐?”

제자가 다소 망설이다 말했다.

“저희 쪽 인원이 충분하지 않아 저들이 얼마나 몰려왔는지 다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전부 철수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안돈천이 침묵했다. 그건 제자의 잘못이 아니었고, 확실히 그가 데려온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저 이목으로 쓸 몇 명만을 데려왔을 뿐이었고, 어쩔 수 없던 게 너무 많은 사람을 데려올 수 없었다. 이런 일은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철수할 준비를 해라.”

안돈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백천곡 쪽에서 성경에 보고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시간을 보자면, 이쪽에서 소식을 보냈을 경우 아마 지금쯤 독무허의 손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안전을 위해선 그와 제갈지 모두 즉시 철수해야 했다.

* * *

제갈지의 객실.

제갈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객실 앞을 지나가며 문틈으로 종이 한 장을 집어넣었다.

그가 바로 손을 내밀어 움켜쥐자, 바닥에 있는 종이가 날아올라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잘 접힌 종이는 암호를 이용하지 않은 명신(明信)이었다.

서신에선 어떠한 오해의 여지도 없이 확실한 사실만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당장 떠나라.

보낸 사람을 증명하는 서신의 표식까지 확인한 제갈지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곳에 있으면서 구성이 언제든 자신을 죽이러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줄곧 조마조마했었다. 서신을 받고 그는 즉시 무변각을 벗어났다.

* * *

내성 안.

반해가 빠르게 남명의 방으로 들어와 기쁘게 보고했다.

“각주님, 떠났습니다.”

서탁에 앉아 서책을 들고 멍하니 앉아 있던 남명이 벌떡 일어났다.

“확실하더냐?”

반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줄곧 암중에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떠났습니다. 퇴실한 후에 무변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안도한 남명이 손에 들고 있던 서책을 던져버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그 역귀(疫鬼)를 쫓아 버렸구나.”

바로 그때, 누군가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총관님, 각주님께 서신이 왔습니다.”

실내에 있던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반해는 곧장 빠르게 뒤돌아 입구에서 서신을 받아들었다.

“누구의 서신이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감히 저희가 서신을 뜯어 볼 순 없었습니다. 서신을 보낸 사람이 낭호의 오랜 친구라고만 말했습니다.”

다시 또 낭호의 오랜 친구? 안에 있던 남명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어차피 떠날 거면서 서신은 뭐하러 남긴단 말인가?

반해는 물러가라 손짓하고는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 서신을 뜯었다.

곧 반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일단 서신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서탁으로 다가가 남명 앞에 서신을 펼쳐 놓았다. 남명은 서신을 들지도 않고, 고개만 내밀어 내용을 읽어 보더니 다시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선물? 무슨 선물 말이냐?”

“지금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남명이 빠르게 손짓하곤 다시 서신을 빤히 보며 고민에 잠겼다.

* * *

즉각 내성을 나간 반해는 그대로 객잔으로 들어갔다.

이내 그는 제갈지가 머물던 방으로 가지 않고, 객잔 한 모서리에 있는 헛간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가 안을 살펴보았고, 그의 시선은 곧 안쪽에 있는 한 상자에 머물렀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고, 헛간으로 다가온 점원은 반해인 것을 확인하고는 입구에서 포권을 했다.

“총관님을 뵙습니다!”

반해는 물러가라 손짓하고는 빠르게 문을 닫고 상자 앞에 섰다.

상자 위에 올려진 물건들을 치우고 상자를 연 그는 돌연 눈살을 찌푸렸다. 안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심지어 얼굴에는 진짜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뜯어낸 가면이 걸려 있었다. 그는 바로 실종된 백천곡의 언씨 제자였다.

반해는 손을 뻗어 목을 만져 보았다. 기혈은 정상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금제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 후 그는 남자의 가슴 위에 올려진 서신 한통을 들었다.

내용을 살펴본 반해의 안색이 급변했고, 그는 빠르게 서신을 품에 넣고 상자를 닫았다. 그리곤 신속히 상자를 들고 헛간을 나왔다.

* * *

그 큰 상자를 들고 움직이니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객잔 점원들도 총관이 뭘 옮기는 거냐며 동료들과 귓속말을 나누었다.

그러나 다가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다가가 도우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반해는 귀찮다는 듯이 꺼지라고 소리쳤을 뿐이었다.

* * *

그 시각, 안돈천은 살짝 열린 창문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해가 직접 상자를 옮기는 모습을 보니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계획이 틀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상황은 그가 처음 의도했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그가 걱정할 것이 아니었다.

창문에서 몸을 뗀 그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 퇴실한 뒤 무변각을 떠났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다 철수한 상태였다. 그가 마지막까지 남은 이유는 바로 조금 전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