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2화. 빈번한 괴사
곧이어 우유도는 한 손으로 성신령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위국이 멸망하든, 제국이 멸망하든, 진국이 마지막에 서삼국을 통일하든 말든, 소평파에게 힘이 있다면 그는 절대 겨우 선생 신분에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진국의 사람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요……. 전 오히려 그가 빨리 진국의 정세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운희가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비로소 우유도의 음험한 계획을 어느 정도 깨달았다. 성경에서 돌아온 후부터, 우유도의 자신감이 달라졌고, 상황이 바뀌었다. 우유도는 이미 천하를 오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한 우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서성거리며 말했다.
“남명은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이제 다음 계획을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남명에게 한가지 물건을 뱉어내게 하는 것이지요.”
운희는 당연히 되물었다.
“’무슨 물건 말이야?”
“홍운법의 죽음과 사람을 보내 제갈지에게 몰래 접근하려 했을 때, 그 배후에 분명 다른 윗선이 있었을 겁니다. 남명에게 그 2가지를 뱉어내게 해야 합니다!”
운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
우유도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지금 구성은 조급할 겁니다. 각 문파의 감찰 인원들도 조급하겠죠. 자연히 그들과 연관이 있는 문파들도 조급해질 겁니다. 이제 우리 쪽 사람들을 위해 성과를 만들어 관문을 넘을 수 있게 만들어줘야지요.
또 구성이 이번 일을 쉽게 수습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기회를 보다가 단서를 던져줘서 남명에게 확실한 죄목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성경 쪽에서 사라진 무량과가 남도림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게 하는 것이지요. 어디 남도림이 이번 일을 어찌 수습할지 지켜보시지요.”
운희는 말을 잃었고, 괴상한 눈빛으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계략이 끊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사람이란 말인가.
운희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량과의 혐의를 여무쌍에게 뒤집어씌우려고 오상에게 공을 들이고 있잖아. 다시 남도림 쪽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 두 일이 상충하지 않을까?”
우유도는 계속 서성이며 말했다.
“여무쌍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 건 조웅가의 위기를 모면해 주기 위해서였지요. 그건 우리 쪽의 혐의를 지우는 일이기도 했고요. 이제 오상은 이쪽에 신경 쓰지 않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상이 지금 당장 여무쌍과 대립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상이 여무쌍에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수록, 오상에게서 우리가 더욱 안전하다는 뜻이에요.”
“어째서?”
우유도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마전과 얽힌 일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상은 마전의 존재를 밝힐 리가 없으니 증거를 보여줄 수 없고, 당연히 여무쌍을 지목할 리도 없었다.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우유도는 그냥 간단하게 덧붙였다.
“그냥 지켜보시면 알 겁니다!”
* * *
천도봉, 표묘각.
우사 악광명이 천천히 대전에 들어와 곽공에게 밀서를 올렸다.
“각주님, 백천곡 쪽에서 보내온 밀서입니다. 이정법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곽공은 밀서를 받아 내용을 살펴본 후,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백천곡 제자 수백을 이끌고 무변각에서 뭘 하는 거지?”
악광명이 고개를 저었다.
“이정법이 아주 작정하고 비밀을 엄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뒤쫓고 있다는 것만 알 뿐, 구체적인 상황은 백천곡의 밀정도 알지 못합니다.”
곽공이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야말로 서글픈 얼굴이었다. 그는 최근에 신경 쓰이는 일이 너무 많았다. 우선은 제갈지의 문제, 그건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채 끝나기도 전, 성경 쪽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 무량과가 사라진 것이다. 덕분에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두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제 다음으로 어디를 조사해야 할지도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했다.
반면에 요즘 분탕질을 치고 다니는 각 문파의 감찰 인원들은 제갈지의 문제가 생긴 후로 목에 칼이 드리워졌고, 덕분에 다들 눈이 시뻘게졌다. 이제 이정법이 그 수많은 사람을 동원한 걸 보니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이어 악광명이 당부했다.
“각주님, 감찰 인원들은 원래부터 표묘각 내부를 조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움직임은 아마도 표묘각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곽공이 뒤를 돌았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냐? 지금은 표묘각에 구멍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막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상부에서는 우리가 일을 잘 처리해 결과를 내놓기만을 바라고 있다. 얼마나 힘든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나보고 감찰 인원의 조사를 멈추기라도 하란 말이냐?”
악광명은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성전들께선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하나씩 처리하면 안 됩니까? 동시에 이 많은 일을 처리하려니 아무리 인력이 많아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분들이라고 이러고 싶은 줄 아느냐? 눈앞에 있는 문제 중에 급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더냐? 제갈지의 일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느냐? 무량과가 도둑맞은 일을 내버려 둘 수 있어?”
악광명이 다급히 변명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닙니다. 다만, 어쩌다가 이 많은 일이 한 번에 일어났는지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그것도 성존께서 표묘각을 정돈하려는 그 시기에 말입니다. 덕분에 다들 허둥지둥하고 있습니다. 어째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설마 누가 배후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곽공은 침묵했다. 사실 그도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처음에 표묘각의 정돈을 시작한 후에, 각종 괴상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홍운법이 수상하게 죽었고, 그다음은 감찰 인원 우유도가 살해당했다. 지금까지 문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그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천하를 얻기는 쉬워도, 천하를 경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 있다. 더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거야. 이제 더는 여력이 없다.”
곽공은 결국 장탄식을 뱉어냈다.
* * *
운무 속 협곡 아래, 햇빛이 들지 않아 늘 어둠에 잠겨있는 곳이 있었다.
협곡 내부엔 가끔 수상쩍은 사람이 나타나 주위를 둘러보곤 했다.
지금 한 바위엔 엽념이 앉아 있었고, 그는 짙은 서글픔에 잠겨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일단 저지르고 난 후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있었다.
처음에 무량원 사람들은 빙설성지의 사람들을 뒤쫓는 게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와중에 서서히 정신이 든 사람들은 걱정에 잠겼다. 구성이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이런 식으로 속여 넘길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이킬 수는 없었고, 이제 더는 돌아갈 길이 없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고, 돌아가는 건 더더욱 어려워졌다.
사실 몇몇은 상관이 없었다. 바로 30년 전에 무량원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도망치지 않아도 잡혀들어갈 게 뻔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하는 게 낫지 않은가.
하지만 엽념은 달랐다. 후회했지만 이제 와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제 이들은 온종일 이리저리 숨어다녀야 했다. 먹고 마시는 걸 포함한 모든 것을 아껴야 했다. 수련자원도 부족했고, 그저 온종일 조마조마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그것밖에 답이 없었다.
* * *
무허성지, 무허 성전 밖 절벽 위.
이곳에 독무허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는 지금 가슴이 답답했다. 엽념이 실종된 일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그때, 제자 사소동(司少東)이 빠르게 다가와 두 손으로 밀서를 올렸다.
“사부님, 백천곡 감찰 인원의 급보입니다. 제갈지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독무허가 즉각 뒤돌았다. 그의 두 눈엔 정광이 번득이고 있었다.
“어디더냐?”
“무변각입니다!”
“무변각? 감히 무변각에 숨어 있어?”
독무허는 다소 의외라는 듯, 서신을 직접 펼쳐 보았다. 그렇게 한참 내용을 보던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안에서 의외의 이름을 발견한 까닭이었다.
“남명?”
사소동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이 진짜인지 알 순 없지만, 백천곡의 사람이 이런 보고를 올린 것엔 아마 그만한 근거가 있을 터였다.
그는 남명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구성이 표묘각을 정돈하는 게 누구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목표로 하는 정리는 아닐 것 아닌가?
이번 남명의 일로, 아마 구성은 그와 같은 사람들을 더욱더 의심할 것이고, 그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손을 쓰려 할 것이 분명했다.
남명은 이미 그와 같은 지위를 얻고도 조용히 지내지 않는다니, 과연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라고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그런 위치에 있으므로, 다른 원하는 것이 없고 장생을 더 갈망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냥 그대로 늙어가는 것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설혹 두려움에 그런 생각을 품지 않는 사람까지도, 구성은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을 터였다. 이런 은밀한 갈등은 아마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독무허는 이정법의 보고를 읽어 내려가다가 그들이 철수한 부분에 이르렀다. 그는 눈을 살짝 키우는가 싶더니, 결국 얼굴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곳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도망치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누가 그들보고 철수하라고 했단 말이냐!”
사소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부님, 이해 못 할 일은 아닙니다. 한 제자가 천호객잔 내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실종됐습니다. 그것도 상황을 알고 있는 제자가 말입니다. 남명에게 붙잡힌 건 아닌지 두려울 것입니다. 그곳은 남명의 영역입니다. 어찌보면 다급히 철수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남명에게 붙잡혀 살인 멸구 당할 테고 그럼 이 소식조차 보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백천곡의 사람들을 위해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냉소를 짓던 독무허는 일단 서신을 다시 제자에게 돌려주었다.
“지금 즉시 이 서신을 7부 옮겨적어 남도림을 제외한 7명에게 전해라. 그들을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 나 먼저 무변각으로 가 보겠다. 어디 제갈지를 잡을 수 있는지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사소동이 포권을 하며 명을 받았다.
휙-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는 독무허를 보고, 사소동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문제가 생겼구나. 하…….”
그는 갈수록 어째 지금 상황이 통제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성경 안팎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 * *
백천곡 종문, 태상 장로들이 머무는 뒷산.
장문인 음여술이 다른 장로들과 모여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여술은 모두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는 이정법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남명의 일을 보고한 후에, 더는 숨길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만약 이번 일이 정말 심각해진다면, 음여술은 종문에 뭐라 할 말도 없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다들 이정법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저주를 퍼부은 후에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누군가는 장문인에게 처음부터 숨기지 말았어야 한다고 질책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상황에서 음여술이 공개할 수 없었던 고충을 이해하기도 했다.
이제 다들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였다. 속으로는 크게 두려워하며, 그저 이 복인지, 화인지 모를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