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4화. 얻어맞은 남도림
남명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그들은 즉각 사람을 조직해 내성에 관한 전면 수색을 시행했다.
남명과 반해는 떠나기 전,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언전의 시신을 처리하지 않은 것이었다.
싸늘한 주검이 된 언전은 내성 밀실 안에서 발견되었다.
백천곡 사람들은 당연히 언전을 알아보고 독무허 앞으로 시신을 옮겨왔다. 실종된 그는 결국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누구의 손에 죽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시신이 내성 밀실에서 발견됐으니 자초지종은 충분히 짐작되었다.
기본적으로 이정법의 추측이 맞았다는 얘기였다. 실종된 제자로 인해 들통이 났고, 생각지도 못했던 불씨가 화를 일으킨 것이다. 남명과 제갈지가 사라진 것도, 이와 연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나머지 칠성까지 도착한 후, 상황은 완벽하게 통제됐다. 사실 일부 일들은 이정법의 말만 들을 순 없으니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팔성 앞에서 이정법은 이곳까지 오게 된 모든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
과정을 전해 들은 팔성은 하나씩 확인을 거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꼼꼼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정법 등 사람들의 입주, 제갈지의 입주, 가면을 쓴 제갈지와 만난 남명이 내성을 출입할 때 시위들도 그 둘을 보았다.
그렇게 당연한 절차로 당시 당직을 서던 시위를 찾아냈다. 시위는 당연히 남도림의 사람이라 남명에게 불리한 말을 발설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도 고문을 동반한 심문을 받은 뒤에야 진실을 토해냈다.
반면 원색은 즉시 표묘각 각주 곽공에게 연락을 취해, 이정법 등의 사람들이 처음에 감시하던 그 표묘각 인원을 당장 잡아들여 이정법이 보고한 초반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때가 돼서야, 나중에 소식을 들은 남도림이 무변각에 도착했다.
허공에서 통제당한 무변각을 한번 보고, 내성 높은 곳에 있는 공터에서 일렬로 서서 호시탐탐 자신을 노려보는 팔성을 본 남도림은 크게 분노하며 하늘에서 내려섰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남도림이 홀로 팔성과 마주하며 소리쳤지만, 팔성은 그저 냉소 짓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곧 독무허가 손에 들고 있던 진술을 남도림 쪽으로 던졌다.
“직접 보아라!”
남도림은 나머지 팔성을 경계하며 진술을 펼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한 내용을 확인했다. 간담이 싸늘해졌다. 만일 이 내용이 다 사실이라면 당시 제갈지가 몸을 빼낼 수 있었던 데엔 분명 아들이 연관돼 있을 터였다.
남도림도 이번 일이 십중팔구 진실임을 알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그 못난 아들놈을 산채로 찢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그가 남명을 이곳으로 보낸 것은, 남명이 성경의 시비에서 벗어나 평온하게 살다 가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여러 차례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 못난 놈은 도무지 말을 들어 먹질 않았다. 이제는 심지어 자신의 배후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화가 난 와중에도 그는 눈을 들어 나머지 팔인을 훑어보더니 손에든 물건을 흔들며 말했다.
“황당하군! 이게 뭘 증명한단 거지? 너희 팔인이 꾸민 일인지 누가 알까!”
독무허가 손을 들자, 이정법이 전전긍긍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고문을 받아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무변각 시위들이 따랐다.
“우리가 꾸민 일인지 아닌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증인이 모두 여기 있다. 만약 믿지 못하겠다면, 네가 데려가서 천천히 알아보거라.”
남도림이 싸늘하게 증인들을 훑다가, 다시 팔인을 바라보았다.
“만약 다른 꿍꿍이가 없다면, 어째서 내게는 연락을 하지 않은 거지?”
“너를 어떻게 속일까. 분명 알아서 여길 찾아오겠지. 그러니 따로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상이 잠시 고개 돌려 여무쌍을 힐끔 보더니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남도림, 말해라! 무량원의 무량과를 모두 누구에게 주었지?”
이 말을 듣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상을 바라보았다.
“오상, 그게 무슨 소리냐!”
남도림이 분노를 토해내며 그에게 삿대질했다.
“무량과를 보통 사람이 훔쳤겠느냐? 또 제갈지가 어떻게 원영기에 올랐을까? 너희 두 부자는 아마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량과를 도둑맞았다고? 이정법 등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야 접하게 된 소식이었다.
“무량과 아래 있는 까마귀 장군은 네놈이 배치한 것이다. 네놈을 제외하고 그 누가 그토록 조용히 다가갈 수 있단 말이냐. 지금 보니 네놈은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구나!”
남도림이 소리쳤다.
“흥, 발뺌할 셈이냐!”
오상이 냉소 지으며, 몸 주위에 검은 안개를 만들어 내더니 갑자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한순간에 두 인영이 서로 부딪쳤고, 사방으로 강풍이 몰아쳤다. 말싸움하던 오상과 남도림이 갑자기 죽일 듯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땅이 큰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터져나갔다. 땅에서 하늘로, 두 사람의 신영은 빠르게 공수를 주고받았다. 사람들은 매우 놀라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이내 하늘에서 오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의 계략이 참 악독하군, 증거가 앞에 있는데 너희는 뭘 망설이나!”
그러자 아래 있던 칠인은 서로를 한번 돌아보더니, 결국 그 즉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팔인은 순간적으로 연수해 남도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마음만 있다면, 어찌 구실이 없을까!”
연신 포효하던 남도림의 신영이 마치 흐르는 구름처럼 움직이며 팔인 사이를 오갔다. 그 신법의 오묘함은 팔인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무려 구인이 하늘과 땅을 오가자,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찢어질 정도의 소란이 일었다.
무변각 천호 위에 있는 그 아름다운 다리들이 마치 썩은 나무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구성이 나타나 싸운 곳은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은 상처를 입고, 강풍에 휘말려 멀리 날아가기도 했다. 구성의 싸움은 단순한 여파만 해도 일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온 무변각이 철저하게 질서를 잃어버렸다. 이같이 경천동지할 싸움을 언제 보았겠는가. 다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변각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지금 포위 공격을 하는 팔인에겐 오직 남도림만 보였다. 지금 모두 이번 기회에 남도림을 죽이고자 했다. 당연히 다른 건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남도림은 버티기 힘들어졌다. 그렇게 흐르는 구름과 같은 신영이 갑자기 팔인 사이를 가로질러 추락하더니, 그대로 천호를 파고 들어갔다.
팔인의 신영은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쾅!
호수의 수면이 터져나가고, 물기둥이 높이 치솟았다. 호숫물은 주위에 높게 솟은 울타리를 넘어 범람했고, 결국 이곳저곳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세상이 기함할 듯한 위력 아래, 모든 사람이 도망친 무변각은 더는 그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
무변각은 이제 호수 하나만을 남긴 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호수 아래선 여전히 격렬한 암류가 요동쳤지만, 얼마 후 곧 잠잠해졌다.
* * *
미풍이 불어오는 끝없는 사막.
펑-!
폭발음과 함께 모래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 모랫속을 뚫고 한 사람의 신영이 날아올랐다. 남도림이었다.
* * *
무변각에선 한참이나 잔잔했던 호수가 다시 격렬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와 함께 얼음에 갇힌 거대한 생물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설파파는 얼음에 봉인된 교룡 위에 서 있었다. 지팡이는 교룡 머리에 박혀 있었다. 나머지 2마리도 숨을 거뒀지만, 호수 깊은 곳에 가라앉은 후였다.
잠시 후, 오상 등도 수면으로 떠 올랐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팔인은 손을 잡고 호수 깊은 곳까지 따라갔지만, 그 아래 깊은 수맥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고, 어디로 향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호수 안에 있는 교룡 3마리가 그들을 공격했다. 물론 교룡이 그들의 상대가 될 리는 없었지만, 물속에선 그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앞을 가로막은 세 교룡 때문에 남도림을 놓치고 말았다.
“이왕 이렇게 손을 썼으니, 도망치게 놔둘 수 없다. 두 사람을 이곳에 남기고, 나머지는 주위를 수색하는 게 어떤가?”
독무허가 물었다.
팔인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그렇게 하기로 의견을 통일했다.
* * *
성경 입구.
남도림이 나타났다. 그는 즉각 성경에 들어가, 수결산장으로 향했다.
이후 남도림은 천남성지의 사람을 찾아 지필묵을 준비시킨 뒤, 직접 서신 한 통을 작성해 천남성지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그곳을 빠져나가 대나성지로 향했다.
남도림이 대나성지에 도착하자, 극도의 혼란이 일었다. 그가 아무 말도 없이 살계를 크게 열어 눈에 보이는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나방비의 목을 부여잡고 그대로 날아올라 저 멀리 사라져갔다.
“컥컥…….”
그가 떠난 자리엔 쓰러져 바닥에 피를 토하는 사여래만 남아있었다.
* * *
무량원 과수에서 꽃이 핀 것을 확인한 후, 사여래는 더 이상 무량원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우유도와 연락하는 것이 불편했다. 특히 최근은 좀 다사다난한 시기가 아니던가.
거기에 나방비도 그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았다. 사여래가 자신의 속내를 살짝 비추자, 나방비는 그 즉시 자신의 아비에게 딱 들러붙어 계속 부탁을 늘어놓았다.
나추는 자신의 딸에게 나름대로 애정이 있었고, 사여래가 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니, 결국은 사람을 시켜 사여래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사여래는 남도림이 나추의 제자이자 사위인 자신에겐 손속에 사정을 두었단 걸 느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게 뻔했다.
그래도 그는 중상을 입은 탓에 남도림이 나방비를 납치해 가는 걸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 * *
태학 내부.
소평파는 학생들과 담화를 나누다가 서서히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선생들도 다 흩어지자 소삼성이 다가와 품에서 서신 하나를 꺼냈다.
“대 공자님, 가무군이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사람을 보내 직접 보내왔는데, 서신을 전한 사람을 통해 다시 답장을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직접 보내다니, 뜻밖이었다. 아마도 서신의 내용이 극비에 해당하기에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 보낸 것 같았다.
서신은 가무군의 답장이 맞았다. 그는 소평파의 질문에 대해 별다른 대답을 해주진 않았다. 다만 소평파를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하며, 남명을 그에게 남겨준 것으로 가무군의 성의를 증명한다고 적혀 있었다.
또 그가 이런 일을 벌인 목적은 남명을 통해 구성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덧붙여 남명에게 홍운법을 죽인 윗선과 제갈지에 밀고를 넣은 자의 윗선을 알아낸 후, 남명의 죄를 확실하게 만들어 이번 일이 절대 수습되지 않도록,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평파의 능력이라면 남명에게 그 두 윗선을 알아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칭찬과 함께.
소평파는 흔들리는 눈으로 서신을 다시 접은 뒤, 이를 악물었다.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었구나. 처음에 나를 찾아온 그 순간부터 모든 게 이미 상대방의 계획안에 있었어! 나는 상대방 배후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결국 그자의 장기 말이 되었다. 분하도다!”
“대 공자님, 그 두 윗선을 가무군에게 알려주실 겁니까?”
소삼성이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소평파는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