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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69화 (768/1,000)

1669화. 표묘각의 상황

궁임책 등은 다들 서신에 우유도의 계책이 대단했다며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유도에게 탄복해 보내는 찬사였다. 다들 우유도의 전략이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사실은 조금 달랐다. 과거에 그런 식으로 표묘각을 대한 사람이 없었다. 그 때문에 우유도도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변수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평소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던 표묘각이 실제론 심지가 굳은 이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들을 잡아들여 고문을 가하니, 생각지도 못한 무수한 비밀이 쏟아졌다. 사람들도 그제야 표묘각 내부에 수많은 구멍이 나 있음을 발견했다.

아직 얼마 건들지도 않았건만, 이미 알아낸 비밀이 적지 않았다. 이래도 범위를 넓히면 아마 표묘각 내부에 깨끗한 사람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구성의 아래가 이처럼 뒤죽박죽인 것을 보고, 우유도는 꽤 오래도록 즐거워했다. 이젠 구성이 왜 표묘각을 정돈하려 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에 우유도는 이미 동맹 세력에게 표묘각 사람들을 최대한 사로잡아 심문하라고 전달했었다.

우유도가 다른 사람의 비밀을 보고 그토록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운희가 서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서신에 보면 말이야, 일부 문파의 감찰 인원이 적당한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혹시 그들에게도 단서를 좀 주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보던데?”

우유도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손에든 종이를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단서는 이미 적당히 나누어줬지요. 누군가 성과를 보이고 목숨을 부지했다면, 그들을 보고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해 목숨이 간당간당한 사람들이 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겠어요?

다른 문파 사람들을 더 조급하게 만들어야 해요. 표묘각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실종되고 있어요. 저들이 멍청하면 얼마나 멍청하겠어요. 아마 지금 성과를 올린 사람들의 단서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곧 깨달을 거예요.

다른 문파들을 끌어들여,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단서를 찾게 하는 건 참 재미있는 일 같지 않나요? 나쁜 짓을 우리만 할 수는 없잖아요.”

* * *

진국, 황궁.

장인과 사위가 호숫가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소평파는 태숙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태숙웅에게 문안을 왔더니, 갑자기 하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좀 걷자는 제안을 했다.

소평파도 태숙웅이 분명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일상적인 담소를 나누던 중, 태숙웅이 드디어 진짜 주제를 언급했다.

“최근 수행계에 생긴 일들에 대해 자네도 들어 보았겠지?”

“폐하, 어느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소평파가 반문했다.

소평파는 줄곧 태숙웅을 부황(父皇)이 아닌, 폐하(陛下)라 불렀다. 공주의 남편이라는 명분보다, 조정 대신이라는 신분이 더 우선되었기 때문이었다.

태숙웅이 소평파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과인이 다시 설명해야 하나? 자네가 이미 일부 수행 문파와 교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네. 그런데 최근 수행계에서 일어난 일을 모른단 말인가?”

소평파는 곧 뭔가 깨달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폐하께서는 표묘각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태숙웅이 감개무량한 얼굴로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네! 표묘각 일은 천하에 영향을 끼치지. 이제 큰 변화가 닥쳤으니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군. 애초 송, 한, 연의 전쟁이 동결된 것이 반면교사라 할 수 있겠지. 수많은 일이 오리무중이기에 과인은 심히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군. 자네는 이에 대해 무슨 견해가 있는가?”

태숙웅이 사위에게 산책을 제안한 진짜 이유였다.

태숙웅은 사위의 능력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았다. ‘진국천하책’과 그 계책을 실행하는 것으로 이미 자신의 능력을 숱하게 증명했고, 지금 진국이 대세를 장악할 수 있도록 기초도 다진 인물이었다. 그 안목과 능력만으로도, 지금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의견을 들어 볼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소평파는 이미 정계에 관심을 끊은 듯, 더는 어떠한 계책도 진상하지 않았다. 무슨 향상심을 보여주는 것도 없었다. 그러니 태숙웅이 직접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견해라……. 사실 소평파는 상황을 너무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건 가무군이 구성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태숙웅에게 그걸 알려줄 수는 없었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을 어물쩍 넘겨야 했다.

“소신은 그런 이야기를 그저 들어 보았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해 들려드릴 견해랄 것이 없습니다.”

‘감히 둘러대?’

태숙웅이 싸늘한 눈빛을 보였다. 속에선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과거 중신들 반대를 무릅쓰고 소평파를 등용한 것은 그 옛날 태숙웅이 중신의 반대를 감수하며 고품을 지지한 것처럼 언젠가 큰 역할을 발휘하길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유유자적 허송세월하라고 등용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소평파가 자신의 사위가 아니었다면, 거기에 자신이 중시하는 태학의 일에 마음을 다하지 않았다면, 또 지금처럼 잘하지도 못했다면, 태숙웅은 당장이라도 소평파에게 본때를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위에게 천하를 도모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수법은 악독하고 날카로웠으며, 산이 있으면 길을 내고, 강이 있으며 다리를 놓는 사람으로, 세상 누구도 감히 대적할 자가 없었다.

어쩌면 태평성대에는 위험한 인물일 수 있으나 지금처럼 천하를 평정할 때는 누구보다 필요한 인재였다.

이런 인재가 겨우 태학이라는 곳에 갇혀있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소평파는 자신의 직분에 만족하며 한가롭게 지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제왕이란 무엇인가, 명주(明主)란 무엇인가. 사람을 알아보고, 그를 잘 사용하는 것 아니겠는가.

많은 생각이 교차한 끝에, 태숙웅의 말투가 갑자기 달라졌다.

“최근에 환아와 잘 지낸다더군.”

안부를 묻는 것 같았지만, 분명한 화가 깃들어 있었다.

딸과 사위가 최근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를 수 없었다. 아주 잘 지냈다. 온종일 서로 붙어 다니며 애정을 과시했다. 그림을 그리고, 시를 읊고, 금도 타고, 춤도 췄다. 그러지 않을 땐 또 뱃놀이도 즐기는 등, 딸은 마치 꿀통에 떨어진 것처럼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과거엔 딸의 혼인으로 인해 걱정이 많았다. 혹시라도 딸이 혼인한 후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한 것이었지만, 이제 그런 문제는 말끔히 해결됐다.

아버지로서는 매우 흡족한 일이나 태숙웅은 황제였다. 그 신분으로서의 생각이 모든 걸 추월했다. 그는 자식의 아버지이기에 앞서, 일국의 아버지였다.

그 때문에 태숙웅은 소평파가 정 때문에 웅심을 잃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매우 불만스러웠다. 그뿐만 아니라 태숙환아의 모친도 조급한 마음을 냈다.

귀비마마는 사위가 큰 권력을 쥐길 원했다. 사위가 그 권력으로 후궁에 있는 자신의 뒷배가 되어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황후가 되도록 도와주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도 없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외부의 도움이나 중신이, 그녀가 직접 황궁 안에서 황제의 환심을 사는 것보다 천만 배는 나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딸에게 여러 차례 남편을 설득하라 당부했었다. 폐하의 신임을 얻은 기회를 이대로 잃어버리면 그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하지만 태숙환아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도 좋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전쟁터로 떠나는 것도 싫었다. 서병관에서 전쟁이 얼마나 잔인한지 직접 보고 느낀 바가 있었다.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생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모두 폐하의 은덕입니다.”

소평파가 말했다.

“소 대인, 연정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그게 어디 밥이라도 먹여주던가? 사람은 평생을 허영에 허덕이다 떠나는 것일세. 수천, 수만 년을 산다고 한들 그 누가 허영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가?

환아는 아직 젊어. 결국 그 아이도 눈앞의 모든 것에 질리는 때가 오겠지. 자네는 그 아이 남편으로서, 아이들의 아비로서 가족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아무리 과인의 딸이라고 해도 과인 때문에 그 아이 어리광을 다 받아줄 필요는 없어. 과인 때문에 스스로를 욕보일 필요도 없고.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다면, 첩실을 맞아도 상관없네. 정실과 첩실을 구분하기만 한다면야, 과인도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네.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가사(家事)보단 국사(國事)가 더 큰 일 아니겠는가. 큰 인물이 되려면 경중을 알아야지. 그 무게를 헤아리지 못하면, 결국은 모든 걸 잃게 될 것이네.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마음에 깊이 새기겠나이다.”

태숙웅은 소평파를 크게 몰아붙이지 않았고, 그렇게 군신은 헤어졌다.

* * *

궁을 나선 뒤, 소평파는 경성의 곡창으로 향했다. 오늘 곡창에서는 태학의 선생이 현장에서 곡식의 축적에 관한 가르침을 내리기로 되어 있었다.

소평파는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지만, 사실은 남명을 보러온 것이었다.

지금 남명은 비밀리에 곡창에서 창고를 관리하는 신분이었다. 이 직위는 타인과 만나는 일이 적어서 누군가의 이목을 끌 일이 없었다.

소평파는 남명에게 더 좋은 자리를 줄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소평파 곁에 남명을 심어 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평파는 남명과 자신이 관련 있다는 그 어떠한 단서도 남기려 하지 않았다.

이내 기회를 틈타, 곡창 상황을 알아보는 척하며 대화가 시작됐다.

과거 남명이 어떤 사람이었는가? 이런 장소에서, 이런 식으로 지낸다는 건 당연히 답답할 터였다. 그를 보고, 소평파가 위로를 건넸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낫지요. 선생님, 지금 표묘각이 어떤 상황입니까?”

거기까지 말하자, 남명이 탄식을 내뱉었다.

“최근 일이 그쪽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더냐? 정말 미쳤구나. 대대적으로 살해하고 납치했다. 덕분에 지금 표묘각이 아주 난리가 났다! 표묘각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소평파는 탄식했다. 그 또한 누군가 이토록 흉맹하게 표묘각을 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는 구성에게 도발하고, 그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과거였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쪽이 이미 칼을 뽑아 피를 먹이고 있습니다. 대대적으로 움직이는군요!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건 선생님과 제가 바라는 것이 아닙니까? 구성이 무너지지 않으면 선생님은 영원히 빛을 볼 수 없습니다.”

남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설사 구성이 무너진다 한들, 또 다른 구성이 그 자리를 대체할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

소평파가 미소 지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만약 구성이 정말 무너진다면, 판을 뒤엎은 사람들은 분명 서로 싸우기 시작할 겁니다.”

남명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간단한 이치였다. 가무군이라고 죽고 싶을까. 하지만 소평파는 굳이 그것까지 설명할 필요 없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이것뿐이다. 누군가 표묘각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어.”

“성경 안은 어떻습니까? 성경 내부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남명이 고개를 저었다.

“성경 내부는 대대적으로 정돈을 한번 거쳤다. 무량원을 포함한 각지에 당직을 서는 인원들이 다 물갈이됐어. 내가 출입구에 소식을 전하러 심어 놓은 사람들도 다 교체됐다. 그리고 난 이제 다시 성경에 들어가 안배할 수 없게 됐으니, 성경 내부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도 없게 됐고.”

소평파가 눈썹을 찌푸렸다.

“또 한 가지, 진국 쪽에 있는 일부 관원의 비밀을, 선생님이 파악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모두 제게 주십시오. 판을 짜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좀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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