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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70화 (769/1,000)

1670화. 소문

이곳 만수문에 손님이 찾아왔다. 귀빈이었다. 능소각의 관극태, 혈신전의 구번, 열천궁의 오승우, 송국 삼대문파의 장문인이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만수문의 장문인 서해당은 그들을 직접 영접했다. 객은 주인과 같이 만수문 주위에 있는 산길을 거닐길 원했다.

서해당은 당연히 산책이 목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과연 그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서, 관극태가 천연덕스럽게 한마디 했다.

“서해 형, 구성이 각 대 문파의 장문인들을 감찰로 임명할 거라는 말이 있소. 혹시 들어봤소?”

서해당이 미소 지었다.

“나도 들었소. 하지만 전제가 표묘각 감찰로 있는 각 문파의 인원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잖소? 일을 잘하기만 하면, 우리가 그 자리에 갈 일이 있겠소?”

구번이 말했다.

“일을 잘한다……? 어째 만수문 사람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들리오만. 그쪽 사람은 성경에 갇혀있소. 설마 성경 내부와 연락이라도 하는 것이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오, 구 형. 성경 내부와 연락한다니. 그저 정말로 그런 상황이 오면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단 말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내가 사실 어떤 일에 대한 단서를 좀 쥐고 있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성경에 들어간다 해도, 어찌어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소.”

나머지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사실 그들 세 사람이 이곳을 찾아온 것도 바로 협력을 위해서였다.

송국 외에 일부 문파의 감찰 중 성과를 올린 곳이 적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표묘각 내부의 내환을 찾아내 큰 성과를 올렸다.

그들은 성과를 올려 즐거워하건만,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은 고민만 깊어졌다. 만약 정말 감찰로 임명된다면 어떤 처지가 될지 두려울 뿐이었다.

다들 마음이 조급했다. 표묘각에 있는 각 문파 감찰들에게 좀 더 노력하라고 압박하긴 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런다고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 증거 없이 누군가를 음해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만수문의 장문인에게 일부 단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세 사람은 당연히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승우가 말했다.

“서해 형, 다들 송국의 문파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나름 잘 지내오지 않았소. 지금은 서로 도울 시기라고 생각되오. 그러니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마시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다들 좋을 게 없지 않겠소? 그렇지 않소?”

서해당이 반문했다.

“오 형, 지금 나를 위협하는 것이오?”

관극태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요! 오 형은 그런 뜻이 아니오. 다만 우리는 우리 쪽 관찰 인원이 그리 멍청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어째서 다른 감찰 인원은 밝혀낼 수 있는걸, 우리는 할 수 없는지 답답한 것이오. 이것 보시오. 서해 형까지 일부 단서를 찾았다고 하지 않았소……. 우리는 그저 허심탄회하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오!”

구번이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소, 바로 그렇소!”

이내 서해당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유쾌하게 말했다.

“노력했다 했소? 정말 노력한 거 맞소? 최근 표묘각 인원이 실종되거나 살해됐소. 누군가 구성 때문에, 급히 단서를 찾으려 한 짓이란 말이 있소……. 물론 소문이오! 나도 어디서 들은 거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시오.”

소문? 세 사람은 돌연 충격받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 모두가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뭔가를 깨닫고 속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어쩐지 여태 다른 문파는 그 많은 단서를 어디서 찾아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문파의 감찰 인원들은 대충 비슷비슷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문파의 감찰 인원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생사가 달린 일 아니겠는가. 자신들 문파의 감찰 인원이라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했던 해답을 찾았다. 어째서 최근 표묘각의 사람들이 자주 실종되는지, 비로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서해당이 자세히 알려준 건 아니지만, 세 사람은 다 알아들었다. 그야말로 대오각성한 것이었다.

서해당이 왜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런 일은 자세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구 하나 말은 없었지만 세 사람 모두 두 눈이 번득였다. 속에 꿍꿍이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때, 혈신전의 한 제자가 달려왔다.

“사부님, 폐하께서 세 분 장문인들을 뵙자고 하십니다. 황궁에 입궁해 달라는 전언이 왔습니다.”

구번은 목을 가다듬은 뒤, 서해당에 포권을 하고 말했다.

“큼큼! 서해 형, 폐하께서 우릴 이렇게 부르시는 걸 보면,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오. 지체할 수 없으니, 이만 가보겠소!”

서해당이 미소 지었다.

“멀리 나가지 않겠소.”

관극태도 포권을 했다.

“서해 형의 가르침을 뼈에 새기겠소.”

서해당은 즉각 정색을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이어서 오승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그렇지. 아무튼 이 은혜를 잊지 않겠소.”

“여러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소.”

서해당의 굳은 얼굴을 보고,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상대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뜻이었다. 이내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그럼 이만.”

“멀리 나가지 않겠소!”

서해당도 즉시 포권으로 답례했다.

곧바로 떠난 세 사람과 함께 날짐승 몇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서해당은 산 정상에서 멀어지는 손님들을 배웅했다.

이윽고 서해당의 입가에 괴이한 미소가 걸렸다. 서해당과 저들의 입장이 비슷했다. 대 문파 장문인들이 이제 무슨 짓을 할지 서해당이 모를 수 없었다. 저들이 반드시 움직일 것이라 확신했다.

당장이라도 머리가 떨어져 나갈 참이었다. 눈앞에 살길이 빤히 보이는데, 움직이지 않고 배기겠는가? 곧 발생할 일을 생각하며, 서해당은 두 손을 비비며 연신 미소를 그렸다.

“묘수다, 정말로 묘수야!”

우유도가 탁월한 묘수를 냈다. 구성이 각 문파 장문인을 감찰로 임명할 것이란 소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처음에 들었을 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작은 소문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다. 실로 천지가 뒤집힐 듯한 묘수였다.

이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일단 육지에 있는 각 대 문파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주 소란스러워질 터였다. 표묘각조차도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대 문파 들을 끌어들였다. 자신들은 이제 표묘각의 조사를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우유도도 이미 안심하라는 소식을 보냈다. 이제 와 구성이 어디를 조사하려고 하든, 그 문파는 즉시 도망치며 구성이 표묘각 인원을 납치한 것에 대해 벌을 내리려 한다는 소문을 낼 것이었다.

그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좋은 짓’을 벌인 각 대 문파는 아마 하나도 남김없이 다 도망쳐 버리겠지? 그 규모, 그 소란, 누가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많은 사람을 다 어떻게 조사한단 말인가.

법불책중(法不責衆), 법을 어기는 사람이 많으면 처벌하기도 어려웠다. 구성이 뭘 어찌하든 각 문파에 대한 조사를 더 이어나가긴 어려울 것이었다.

그들을 조사하는 건 고사하고, 표묘각은 닥친 이 난관을 이겨내는 것조차 큰 문제였고, 구성은 표묘각을 깔끔히 정리해야만 했다.

전에는 도망치면 표묘각의 숙청을 받을까 두려웠었다. 하지만 이제 이쪽에서도 적지 않은 비밀을 쥐게 되었다. 정말 도망쳐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표묘각 내부에서 밀고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표묘각이 그들을 토벌할 수 있을까? 어떻게? 구성이 예언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매우 힘든 일이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도 있었다. 일단 나중에 문파를 호령해 도망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무량과를 복용했다는 건 계속 비밀에 부칠 수 있었다. 그러니 종문에 변명할 말을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 한 수로, 판 위의 모든 대마가 살아났다. 구성이 지시한 조사조차도 표묘각을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이대로 강행한다면 판이 뒤집힐 일만 남았다.

서해당은 이제 우유도에게 진심으로 탄복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되찾았다.

* * *

송국 황궁.

송국 황제 오공령이 찾아온 3대 문파 장문인들을 직접 영접했다.

다 함께 한쪽에 있는 누각에 올랐다. 각자 자리에 앉아 주변을 한번 훑는데, 관극태는 잠시 오공령에게 눈길이 닿았다. 아주 힐끗 본 것인데도, 얼마나 여색을 탐하는 건지 초췌한 오공령의 얼굴이 눈에 확 띄었다.

결국 관극태는 참지 못하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폐하, 여색이 좋다 하나 절제가 필요해 보이오. 보약에 의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오. 원기가 상할 수 있소.”

이에 구번과 오승우도 오공령의 안색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다들 할 말이 없었다. 황위에 오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후궁과 황궁의 미색이 고운 궁녀들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참 대단한 번식 능력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황궁의 이런 사적인 일에 관해 언급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던가. 정사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관 장문인의 말씀을 깊이 새겨듣겠소.”

오공령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대답했어도 세 사람은 오공령이 말을 들을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니 더는 이런 쓸데없는 일로 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무슨 일로 우리를 무른 것이오?”

오승우가 물었다.

오공령은 손짓으로 좌우를 물린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짐이 요즘 표묘각에 대해 들은 것이 있소. 구성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소. 세 분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세 사람은 서로 한번 눈빛을 교환하고는, 구번이 답을 이었다.

“수행계 일이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폐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각국 황제와 각 대 문파 중 걱정하지 않는 곳이 있단 말인가? 태숙웅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공령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일단 3대 문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분명 송국에 영향을 줄 것이 자명했다.

“장문인,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오. 대국을 위해서 조심해야 할 것이오!”

* * *

진국 황궁.

기운종이 삼엄히 지키고 있는 이 근처에 호수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호숫가 정자 안에 태숙비화가 뒷짐을 지고 있었다. 곁엔 한 제자도 함께였다.

한참의 침묵 끝에 태숙비화가 갑자기 물었다.

“확인할 수 있느냐?”

“가끔 들리는 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순 없다고 합니다.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면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일로 여기저기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제 생각으로는 진실인 것 같습니다.”

제자의 답에, 태숙비화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의아하던 참이었다. 다들 갑자기 조사의 고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인제 보니 다들 간덩이가 부어서 다른 길을 찾은 것이구나. 그러니 표묘각 사람들이 이상하게 사라지지!”

“다들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입니다. 표묘각을 정돈하는 것, 어쩌면 이게 바로 구성이 원하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사부님,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내가 성경에 들어가 산해 장로의 일을 넘겨받을 수도 있단 말이더냐?”

“유비무환이라 했습니다. 뭔가 단서를 찾아 산해 장로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산해 장로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부님께 닥칠 위험도 피할 수 있습니다!”

태숙비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전쟁의 정세가 우리 기운종에게 유리하다. 일단 이 일에 얽혀든다면, 또 혹시라도 이번 일이 폭로된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되겠느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절대 사부님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다 뒤집어쓰겠습니다.”

“네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 정말로 들킨다면, 네 배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표묘각이 믿겠느냐?”

이내 태숙비화가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수 대 사람들의 심혈이 있었기에 오늘의 기운종이 있을 수 있었다. 내 손으로 종문을 망칠 수 없다. 정말 성경에 가야 한다면, 내 한 사람의 생명으로 우리 동족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니 이 족장도 받아들일 것이다!”

“사부님!”

제자가 다급히 외쳤다. 그의 출셋길은 모두 태숙비화에게 달려 있었다. 만약 태숙비화가 무너진다면 그도 방계가 될 테고, 주류에게 밀려날 것이었다.

하지만 태숙비화는 제자의 말을 끊어버렸다.

“됐다. 결정 내렸으니 더는 그 일을 언급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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