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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73화 (772/1,000)

1673화. 성나찰 현세

무허성전.

“사부님, 왔습니다.”

사소동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무허성지의 두 사람을 데려왔다. 바로 얼마 전에 오풍의 손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진 두 사람이었다.

“성존을 뵙습니다!”

두 사람이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독무허가 천천히 뒤돌아 두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이 분명 엽념의 제자 오풍이 맞더냐?”

“틀림없습니다. 저희 모두 얼굴을 알고 있고, 확실히 봤습니다.”

한 사람이 답하자, 나머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너희가 보기에 오풍의 경지가 원영기에 달한 것 같다고?”

또 한 사람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틀림없었습니다. 너무 강했습니다. 저희가 사방으로 도망쳤지만, 허공을 날아 저희를 추살했습니다…….”

그는 당시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얘기를 모두 듣고, 독무허는 뒷짐을 지고 주변을 서성였다.

무량원에서 청가를 내고 실종된 손제자 오풍이 원영기에 올랐다? 거기에 무량원을 지키던 제자 엽념도 실종됐다. 이는 즉, 무량원에서 도둑맞은 무량과 12개 중 자신의 제자와 손제자의 몫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이제야 왜 실종됐는지 알겠군!’

독무허는 분노에 휩싸였다. 제대로 속았다. 밤낮으로 도둑을 방비했는데도 무량과를 훔친 그 도둑이 자신의 제자와 연관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극도의 분노에 머리가 다 아파졌다. 그 전에 제갈지의 일로 무변각의 변고를 일으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만약 나중에 엽념과 오풍의 일이 알려진다면, 시선을 돌려 자신의 혐의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일전에 손해를 보고도 뭐라 하지 못했던 남도림은 반드시 복수를 위해 자신을 물고 놓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미 발생한 일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취급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일단 찾아야 했다.

그는 즉시 비밀리에 수색을 명령한 뒤, 자신도 직접 나섰다.

먼저 독무허는 싸움이 있었던 곳에 가서 흔적을 살펴보았다. 직접 살펴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었다.

독무허가 원영기 고수이기에, 싸움의 흔적만 봐도 원영기 고수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 외에도, 통상적으로 흔적이 들킨 오풍이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오풍이 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하다며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경계를 낮춰선 안 됐다.

* * *

무쌍성전.

“확실해?”

자욱한 수증기 속, 여무쌍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두 눈이 번쩍였다.

여무쌍은 비단 뒤 욕실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내 비단 밖에서 안유아가 답을 이었다.

“틀림없을 것입니다. 요마령 쪽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풍관아가 나조를 찾아간다는 서신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마궁에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 원강이 실종됐는데, 아마도 풍관아를 찾기 위해 간 것 같다고 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여무쌍이 비웃음을 흘렸다.

“그 여인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아내를 위해서, 죽을 둥 살 둥 목숨도 도외시하는군. 정말 애정에 푹 빠진 바보 같은 남자야!”

그 후, 여무쌍은 빠르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산뜻한 모습으로 나왔다.

“집을 잘 지키고 있어라!”

여무쌍은 그대로 무쌍성전을 떠나, 저 너머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대원성지.

가희들의 노랫소리와 아름다운 동작을 보며 과일을 먹던 원색이 서신을 다 읽고 기이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성나찰? 모습을 드러내다니. 전설에 의하면 성나찰은 상찬 행궁에 있다지. 성나찰을 찾을 수 있다면 곧 상찬의 행궁을 찾을 수 있다는 거야.”

곁에서 원비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상찬의 행궁에 무엇이 있나요?”

원색이 웃으며 대답했다.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지. 과거 천하제일인이자 허공을 부순 인물이야. 생각해보아라. 그것이 도대체 어떠한 경지일까. 진정으로 신선과 다름없는 인물이다. 그의 유적에 무엇이 있을지 기대가 되는구나! 지금 남아 있는 상찬의 유적은 이제 이것뿐이다.”

원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확실히 기대할 만하네요.”

원색이 그 뚱뚱한 몸을 일으켰다.

“표묘각을 통해 올라온 보고다. 아마 다른 이들도 소식을 받았겠지. 집을 잘 지키고 있거라.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만약 무슨 보물이 있다면 다른 이들이 먼저 손대게 놓아둘 순 없지.”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원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휙-

원색이 춤을 추는 가희들의 머리 위를 지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움직임에, 주위에 걸린 비단들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그리고 원색이 떠나자마자 원비가 즉시 헐벗다시피 한 여인들을 바라보며 불쾌한 얼굴을 내비쳤다.

“뭘 그리 흔들고 있느냐, 역겨우니 당장 꺼지거라!”

가희들은 즉시 춤을 멈추고 그곳에서 빠르게 물러났다.

* * *

수결산장.

오상이 강림했다. 장손미, 목연택, 설파파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상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네 사람의 재회에, 설파파는 지팡이를 짚으며 웃었다.

“또 만났군. 이 세상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아.”

오상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확실히 혼란스럽지. 여기저기 소문이 일고, 각 문파의 감찰들이 아주 날뛴다고 하더군.”

“분명 배후에서 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입을 연 장손미는 싸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꼭 이들 중에 수작을 부린 사람이 있다고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이어서 목연택이 말했다.

“표묘각 쪽은 조사도 못 했는데 이런 큰 방해를 받다니, 인제 보니 표묘각 내부 조사가 문제의 근본을 건드렸나 보군. 누군가의 꼬리를 밟은 게지.”

오상이 대답했다.

“곽공이 이미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표묘각 인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힘들 거야.”

이내 설파파가 빙그레 웃었다.

“그게 중요한가? 다들 봤겠지만, 모든 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표묘각은 이미 뼛속까지 썩어있어. 표묘각을 정돈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내가 볼 때, 그 무량과 12개는 당분간 그리 큰 파도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 같군. 문제는 이미 일어났고,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조금 빠르거나 늦어도 상관없겠지.

완전히 새로운 표묘각이 되어야 뭔가 일을 할 때 수월하지 않겠나. 칼을 가는 것은 장작 패는 일을 지체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세 사람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뜻이었다.

최소한 그들에게는 각 문파의 감찰들이 계속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 감찰들이 성과를 내는 상황이 본래 이들이 원했던 모습이었다.

이들 구성은 표묘각 내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얽혀 있는지, 암살당했는지, 납치당했는지, 얼마나 죽어 나가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설파파는 칼을 가는 건 장작 패는 일을 늦추지 않는다고 했다. 추후 표묘각 내부가 대충 정리된 뒤에 무량과의 일을 조사해도 늦지 않았다.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었다.

구성 정도의 위치에 오르면, 문제를 다른 시점에서 보게 되었다. 우유도 등은 자신이 표묘각 내부의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구성이 처리하고 싶은 일을 돕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구성이 흐름에 편승해 원하는 것을 얻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구성에게 표묘각은 천하를 통치하는 도구였다. 썩어버린 표묘각이 끼치는 영향은 심지어 무량과 12개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표묘각이 썩으면, 그들의 눈과 귀가 멀어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원영기 고수 열둘은 고사하고, 수천, 수만의 원영기 고수가 숨어있어도 찾아내기 어려울 터였다.

그때, 오상이 갑자기 뒤돌아 법력으로 소리쳤다.

“원 뚱땡이!”

나머지 사람들도 뒤돌아보았다.

막 성경 입구로 향하던 원색은 수결산장에서 들려오는 오상의 고함을 듣고 방향을 틀었다.

곧이어 허공에 우뚝 선 원색이 아래를 바라보더니 수결산장에 내려섰다.

그가 여기 모인 네 사람을 보며 유쾌한 인사를 건넸다.

“이런 우연이!”

“우연? 네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지.”

목연택의 대답에, 원색이 눈알을 때구루루 굴렸다.

“날 뭐하러 기다리나?”

설파파가 깔깔 웃었다.

“그럼 당신은 왜 왔지?”

원색이 반문했다.

“요괴 할멈,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나?”

이번엔 장손미가 나섰다. 장손미는 원색과 이리저리 투닥거리는 것은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성나찰은 상찬의 애완동물이었지.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나? 만약 자신 있다면 우리도 방해하지 않을 테니 혼자 가지 그래!”

원색이 하하 웃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장난이었어. 뭘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여. 복이 있으면 같이 누려야지. 그런데, 여기 넷이 다인가? 나머지 넷은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목연택이 말했다.

“입구 시위들 말이, 남도림과 여무쌍은 먼저 출발했다는군.”

오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마 한발 먼저 소식을 듣고 달려갔나 보지.”

원색이 멈칫했다.

“나추와 독무허는?”

“거리가 우리보다 가까우니 먼저 소식을 듣는 게 맞아. 그런데 아직 보이지 않는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더 기다릴 필요 있을까?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남도림과 여무쌍이 먼저 그곳을 찾을 수도 있어. 저들 넷이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설사 손을 잡는다 한들 지금 우리는 다섯이잖나, 어때?”

원색이 자신의 배를 짝, 내리치며 웃었다.

“오상 동생의 말이 참으로 일리 있군. 여러분, 더는 기다릴 것 없지 않겠소? 우리 다섯이면 아주 안전하지!”

설파파가 웃었다.

“흐흐, 이 늙은이도 그 의견에 동의해.”

“그럼 가지.”

장손미가 그 말을 하고 먼저 몸을 날렸다. 나머지 사람들도 당연히 이견 없이 그대로 하나둘 날아올랐다.

성존들이 연달아 성경을 나서는 것을 보고, 입구를 지키는 시위들은 두려워졌다. 저번에 나갔을 땐 무변각이 파괴되었다. 이번에는 단체로 나가서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시위들은 중대한 일이 아니면 성존들이 저렇게 단체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 * *

오성(五聖)은 드넓은 하늘을 가로질러 망망대해를 넘고, 산과 강을 건너 접몽환계 입구에 내려섰다.

이에 접곡(蝶谷)에 있는 환계 입구를 지키는 만수문 제자들 모두가 놀랐다. 이 다섯의 얼굴을 모른다고 해도, 허공을 가르고 내려온 속도만 보아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오성은 이곳에 처음 온 것이 아니었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만수문의 태상 장로도 그들을 알고 있었다.

이내 태상 장로 기만동(祈萬同)이 다급히 나와 예를 갖췄다.

“기만동, 성존을 뵙습니다!”

만수문에선 표묘각에 보고하고, 구성이 올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기만동은 이곳에서, 또 만수문의 종문에서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양쪽 모두 사람을 두어 혹시라도 영접하지 못하는 결례를 범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성존을 뵙습니다!”

만수문의 제자들이 깜짝 놀라 분분히 예를 올렸다. 어느 정도 담력이 있는 제자들은 남몰래 그들 다섯의 용모를 훔쳐보기도 했다.

오성은 협곡 중간에 있는 빛의 파동을 보았다.

“성나찰이 나타난 것이 확실하더냐?”

장손미가 물었다.

“확실합니다. 이미 출입구에 몇 번이나 나타났습니다.”

원색이 다시 물었다.

“남도림과 여무쌍은 왔느냐?”

기만동이 잠시 멈칫했다.

“어……. 표묘각에 상황을 보고한 후, 종문의 안배에 따라 소인이 이곳을 줄곧 지키고 있었습니다. 두 분 성존께서 오신 건 보지 못했습니다.”

오성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그 둘은 사전에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그들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한 네 사람은 다시 동시에 오상을 바라보았다.

오상도 무표정한 얼굴로 네 사람을 마주 보았다. 저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경력이 가장 짧은 그에게 먼저 들어가 혹시 다른 위험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오상 역시 이것을 가지고 드잡이질하진 않았다. 두려울 것도 없었다. 그대로 날아올라 빛의 파동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오상이 나와 나머지를 부르고는 그대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나머지 네 사람도 분분히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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