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4화. 행궁 발견
어두컴컴한 주변에, 멀리 시선을 던지면 기이하고 다양한 색채가 가득했다.
이 다섯과 함께 들어선 기만동은 한발 앞으로 나와 어딘가를 가리켰다.
“바로 저 방향입니다. 성나찰이 저쪽에서 3번 나타났었습니다.”
다섯 성존은 다시 하나둘 그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이윽고 기환으로 가득한 숲의 경계에 내려선 다섯은 잠시 서서 전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기만동도 뒤이어 도착했다.
“성나찰은 어찌 생겼느냐?”
설파파가 갑자기 물었다.
“직접 확인한 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온몸이 은백색이고 은색 날개가 있으며 은색의 빛도 뿌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네가 직접 본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아래 제자들이 보았습니다. 거짓일 리는 없습니다.”
기만동은 원래 종문 내부에서 조용히 수행에 힘쓰고 있었다. 여기선 성나찰을 볼 수가 없었다. 사실 그는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가 다 보지 못했다. 그저 몇몇 제자들이 봤다고 증언했을 뿐이었다.
그때, 오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해당은? 어째서 직접 우리를 마중하지 않는 것이냐?”
기만동이 다급히 대답했다.
“저희는 오늘 성존께서 오실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성나찰이 갑자기 나타난 일도 보통 일이 아니라 장문인이 직접 조사에 나섰습니다. 상세한 내용을 성존께 고하고자 장문인은 목숨을 걸고 성나찰을 봤다는 제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서해당은 숨어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구성과 직접 만나려 할 리 없었다. 혹시라도 들킬 수 있었다.
그래서 서해당도 기환숲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연락을 받을 수 없는 기환숲으로 들어가야만, 구성과 만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다섯도 말문이 막혔다. 서해당이 상부에 보고할 정보를 얻고자 그토록 노력하고 있다는데, 뭐라고 할 말이 있겠는가. 어쨌든 그들이 만수문에 언제 도착하는지 기별을 주지 않았던 것도 맞았다.
장손미가 입을 열었다.
“어쩔까?”
설파파가 말했다.
“기왕 왔으니, 들어가 봐야겠지. 이 방향이더냐?”
설파파가 뒤돌아 한 방향을 가리키자, 기만동이 다급히 대답했다.
“예! 아래 제자들 보고에 따르면 3번 모두 이 방향에서 나타났습니다.”
설파파는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오상 등 네 사람도 뒤를 따랐다.
다섯 성존이 비행하는 하늘엔 별빛이 수도 없이 촘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 * *
그들은 곧바로 기환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일단 충분한 고도에 오른 후에야 기만동이 가리킨 환계 깊은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섯 모두 환계 깊이 들어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환계에 접나찰이 수없이 많아서 충분한 높이까지 날아오르지 않으면 아래 있는 접나찰이 수도 없이 달려들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번거로운 일은 피해야 했다.
다섯은 천천히 날면서 아래의 움직임을 법안으로 살펴보았다. 다섯은 내내 100여 장(丈)씩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렬로 천천히 날고 있었다.
중간에 다시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지만, 어떠한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만수문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고 판단해, 다시 흩어져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났을 무렵, 다섯은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다들 아래 있는 능선 사이를 빤히 바라보더니 빠르게 모여들었다.
“저쪽에 건물들이 보이는군!”
목연택이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틀림없어! 흐흐, 이곳은 이 늙은이가 전에 분명 살펴본 곳이야. 예전에는 없던 건물들이 갑자기 어떻게 나타난 거지?”
설파파가 웃으며 아래를 훑어보았다.
“상찬 행궁!”
오상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모두가 그러리라 추측하고 있었다. 접나찰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이런 건축물을 지어 생활할 리 있겠는가. 이 깊은 곳에 저처럼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 게 누구의 작품일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상찬, 상찬을 제외하고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긴 쉽지 않았다.
원색의 두 눈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좌우를 한번 둘러보았다.
“만수문의 말이 사실이었군, 과연 이 방향이야! 성나찰은 아마 이곳에 있을 거야. 어쩌지?”
이들이 줄곧 성나찰을 찾아헤맨 건 진짜 목적이 아니었다. 성나찰을 찾으려는 진짜 이유는 바로 상찬의 행궁을 찾기 위해서였다.
눈앞에 보이는 건 아마 상찬의 행궁일 터였다. 이제 성나찰의 존재는 오히려 방해였다. 성나찰은 상찬의 애완동물이었다. 다섯은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수결산장에서부터 같이 움직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장손미는 아래를 빤히 바라보더니 신중하게 말했다.
“이 성나찰이 지금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히 모르지.”
설파파가 간단하게 물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이 질문은 핵심을 짚었다. 이들이 왜 여기에 왔는가? 이왕 왔으니, 무슨 상황이든 일단은 살펴봐야 했다. 더 이상 다른 의문은 불필요했다.
네 사람은 다시금 동시에 오상을 쳐다보았다. 또 오상에게 먼저 내려가서 살펴보라는 의도였다.
오상은 좌우를 힐끗 살펴보더니, 이번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모든 일에 맹목적으로 먼저 나서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원색이 나섰다.
“하하! 동생은 패기 넘치는 용자가 아니던가. 선봉은 동생이 맡아야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려면 같이 움직이지. 내려가기 싫은 사람은 지금 당장 꺼져!”
끌끌 웃는 원색을 두고, 목연택이 입을 열었다.
“같이 내려가지.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겨도 서로 도울 수 있지 않겠어?”
그리고는 자신이 먼저 솔선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상은 두말하지 않고, 그 뒤를 천천히 따랐다. 설파파도 곧장 뒤를 쫓았고, 나머지 둘도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는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와중에도 그들을 주위를 살피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다들 처음 접몽환계에 들어온 게 아니었고, 감히 큰 소란을 일으키지 못했다. 혹시라도 접나찰을 건드릴 시, 셀 수도 없이 많은 접나찰들이 몰려올 터였다.
그 수많은 접나찰에 발목이 잡히면 아주 번거로워질 수 있었다. 심지어 이제는 성나찰까지 있으니,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 * *
행궁 내부.
“왔어!”
운희가 외쳤다.
진작 둔지를 이용해 한발 먼저 행궁에 들어선 그들은 한 건물에 숨어, 들보 아래 기와를 살짝 들어내고 돌아가면서 외부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우유도와 서해당도 함께였다. 서해당은 이곳에 처음 와봤다. 처음에 그는 매우 놀랐다. 우유도가 정말 상찬의 행궁이 있는 곳을 알고 있는 것에 경악했다. 대체 우유도의 배후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걸까.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혹시라도 소란스럽게 굴었다가, 성나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유도의 말을 빌리자면, 접나찰이 보이지 않을수록 성나찰이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니 숨조차 조용히 내쉬어야만 했다.
이내 두 사람은 운희의 경고를 듣고 틀어진 기와 아래 찰싹 붙었다. 밖을 살피던 도중, 운희가 조용히 말했다.
“위쪽, 하늘.”
둘의 시선이 닿은 하늘 끝, 서서히 내려오는 다섯 인영이 보였다.
다섯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자,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다섯……. 오상도 왔군…….”
우유도는 요마령 마궁 쪽 여무쌍이 분명 원강을 감시하고 있을 테고, 그곳에 분명 오상의 사람도 적지 않을 거라 보았다. 또 오상은 여무쌍의 의도를 알고 있기에, 원강이 마궁을 떠나면 그 소식이 오상에게 전해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오상은 여무쌍을 감시하러 가지 않은 것 같았다. 무슨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눈앞에 다섯이 있었다. 나머지 넷은 다른 곳으로 유인에 성공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컸다. 마침 여기 없는 사람들은 그가 유인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다.
한편, 다섯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서해당은 다소 긴장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있는 다섯도 줄곧 경각심을 높였다. 하지만 동시에 의외의 감정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그들은 아래 궁전 안에 접나찰이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설마 건물 안에 숨어있는 걸까? 성나찰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다섯은 하나둘 궁전 안에 있는 공터에 내려섰다.
그들은 알아서 서로 등을 지고 사주를 경계하고 섰다.
“이곳에서 싸운 흔적이 있군!”
장손미가 말했다.
다들 다가가 살펴보니, 지면이 갈라지고 터진 흔적이 적지 않았다. 또 주위에 흩뿌려진 바닥 벽돌도 있었다.
“흙을 보니 오래됐네. 언제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고.”
설파파는 전투 흔적을 살피며, 최근이라는 가정을 배제했다.
지금 이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텅 빈 곳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높이 솟은 건축물에 있었다.
그렇게 주변 관찰 후, 다섯은 가까이에 있는 대전을 향해 다가갔다.
이때, 우유도를 비롯한 3명은 이미 바닥으로 내려와 조용히 문과 창문 틈으로 밖을 살피고 있었다.
* * *
대전에 있는 계단을 오른 다섯은 닫혀있는 대문 앞에 멈춰 섰다.
곧이어 오상이 장력을 방출했다.
웅웅-
소리가 울리며 허공을 격하고 중후한 대문이 열렸다.
대전 내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는 여기저기 드문드문 빛을 뿜어내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서, 내부의 모습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전에 들어가 안을 살펴보려던 다섯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반응이 매우 빨랐다. 거의 동시에 뭔가 처마 위에 내려선 것을 감지한 것이다. 문 여는 소리가 뭔가를 깨운 것 같았다.
창문 틈으로 살피던 서해당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후궁 방향에서 날아온 인영이 대전 처마 위에 서는 걸 보았다. 바로 다섯 성존의 머리 윗부분이었다.
은색의 접나찰, 양 날개는 등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처음 본 것이지만, 서해당은 뭔가를 느끼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성나찰! 정말로 존재했어.”
우유도와 운희 역시 긴장된 얼굴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마 밑에 굳어있던 다섯은 천천히 좌우를 살피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더니 동시에 뒤로 몸을 날리며 대문에서 멀어졌다.
계단에서 물러나 대전 밖으로 몸을 날리자마자 즉시 고개를 들어 보니, 처마 위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은색의 요마가 있었다.
다섯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그들의 머릿속엔 오직 한 단어만 스쳐 지나갔다. 성나찰!
성나찰이, 높은 곳에서 고고히 냉담한 눈으로 다섯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청아하지만 싸늘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째서 내 성에 들어온 것이냐?”
다섯이 눈빛을 교환했다. 이윽고 원색이 유쾌하게 웃으며 포권을 했다.
“우리가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했소이다. 양해 부탁드리오!”
하지만 성나찰은 원색의 대답에 반응도 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어째서 내 성에 들어온 것이냐?”
다섯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뭐라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상찬 행궁을 찾아왔으며 여기서 보물을 찾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설파파가 좌우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어쩌지?”
오상은 처마 위에 있는 성나찰을 바라보며 조용히, 또 천천히 말했다.
“만약 정말 뭔가 대단한 요마라면, 어찌 그냥 두고 볼까?”
그들은 오상의 말을 알아들었다. 만약 정말 그리 대단하다면, 그들이 천하를 통치하는 것에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혹시 또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면, 그건 그냥 제압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어쨌든 상대방과 겨루어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성나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답이 없는 것이지?”
추궁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섯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다만 망설이는 이유는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없어서 누구도 먼저 손을 쓰지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