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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75화 (774/1,000)

1675화. 배산도해(排山倒海)

그때, 오상이 갑자기 원색을 보고 신호를 보냈다.

원색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금 처마 위 성나찰을 향해 포권을 했다.

“우리는 친구가 되기 위해 온 것이오. 귀한 곳에 와서 귀한 분을 만났으니, 우리 친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떻소?”

성나찰이 날카롭게 뻗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더니 까딱까딱 움직였다. 올라오라는 의미였다.

“어…….”

원색이 순간 난감한 얼굴로 좌우를 돌아보았다. 가야 하는지, 가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의 대치 상황이 점점 이상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오상이 갑자기 원색을 가리키며 성나찰을 향해 외쳤다.

“거짓말이다. 이 자는 너를 죽이기 위해 온 것이다!”

“오상! 이게 무슨 짓이냐?”

원색은 마치 꼬리가 밟힌 고양이처럼 괴성을 질렀다.

“네놈은 참으로 말이 많구나. 기회를 줄 테니 천천히 대화를 나누거라!”

오상은 그 말을 남기고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원색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모습이었다.

설파파, 장손미, 목연택도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오상의 말과 반응을 본 순간 즉시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이제 성나찰 앞엔 원색 혼자만 남았다.

“개자식들!”

원색이 나머지 넷을 저주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저들의 의도를 모를 수가 없었다. 이건 자신보고 성나찰의 실력을 시험해 보라는 것이 아닌가.

만약 성나찰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 그는 선택의 여지 없이 적의 퇴로를 끊는 사람이 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넷은 분명 자신이 성나찰과 드잡이질하는 동안 도망칠 것이었다.

원색은 다시 성나찰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성나찰은 다시 그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원색은 쉽게 모험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뒤돌아 멀찍이 물러난 사람들을 보고는, 홀로 덤터기를 쓰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원색은 곧 그대로 일행에게로 몸을 날렸다.

휙-!

성나찰이 즉각 원색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려 할퀴었다.

오상을 포함한 넷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네 방향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마치 원색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원색에게 다가올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공간을 만들어, 원색과 성나찰이 싸우게 만들고자 했다.

한편, 건물 안에 숨어서 그 모습을 살피던 세 사람의 얼굴이 아주 볼만해졌다. 드디어 구성의 풍모를 직접 보게 된 것이었다.

원색은 화가나 미칠 것 같았다. 밤낮으로 경계하다가도, 한번의 방심으로 이렇듯 함정에 빠졌다. 그러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까?

성나찰의 반응도 원색과 비교하면 절대 느리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 더 빠르기까지 했다. 순식간의 성나찰의 손톱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원색은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배산도해(*排山倒海: 산도, 바다도 뒤집어엎을 듯한 위세)!”

찰나의 순간,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원색은 그 뚱뚱한 손을 뻗으며 장력을 방출했다. 빠르게 커지는 장력이 층층이, 그야말로 면면부절(*綿綿不絕:오랜 시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짐)하게 성나찰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폭음이 울리며 성나찰의 손톱이 원색의 장력을 몇 층이나 깨트렸다. 하지만 일격에 모든 장력을 깨트리지는 못했다.

곧 빠르게 양손을 몸 앞으로 돌려 교차한 성나찰은 그대로 남아 있는 원색의 면면부절한 장력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충격을 받은 성나찰의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휙!

원색이 두 눈이 흉악해졌다. 그는 즉각 하늘로 날아간 성나찰을 쫓아갔다.

이후, 성나찰 주위 여기저기에 원색의 몸이 수없이 나타나 미친 듯 장력을 쏟아냈다. 사방팔방 수많은 장력이 파도처럼 성나찰을 폭격하고 있었다. 실로 사람을 가루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강풍이 휘몰아쳤다.

성나찰은 마치 바람 속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무수히 많은 장력에 얻어맞고 나부꼈다. 심지어 바닥에 떨어질 수도 없이, 그저 양팔로 몸 앞만 가로막으며 버티고 있었다.

멀리 있는 건물 안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운희와 서해당은 매우 놀랐다. 그 누구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뚱땡이가 너무도 놀라웠다. 드디어 구성의 실력을 직접 확인한 것이었다.

한순간에 불과했다. 성나찰은 그저 버티며 이미 반격할 수 없을 정도로 얻어맞고 있었다. 우유도는 이를 악물고 두 눈을 부릅떴다.

“아직 뭘 기다리는 건가? 빨리 공격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공격하던 원색이 계속된 공격에도 결국 성나찰을 죽이지 못하자 고성을 질렀다.

그때, 오상, 설파파, 목연택, 장손미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성나찰의 실력이 그저 그런 것을 본 이후의 확신이었다.

곧이어 허공을 가득 메우던 장력이 원색이 멈춰선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또다시 면면부절한 장력이 단 한 점에 집중되어 쏘아져 나갔고, 거기에 적중한 성나찰이 멀리 날아갔다.

검은 안개를 일으키며 날아온 오상이 성나찰을 향해 소리쳤다.

“멸생(滅生)!”

호호탕탕한 목소리가 주위를 울릴 때, 오상은 이미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검은 안개를 뚫고, 한줄기 산악 같은 검고 거대한 장력이 나타났다.

쾅-!

그 거대한 장력을 맞고, 성나찰은 붉은 피를 뿌리며 유성처럼 추락했다.

굉음과 함께 땅 위의 궁전 절반을 무너뜨리며 파묻혔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장손미가 고함을 지르며, 갑자기 기다란 모습으로 변했다. 꿈틀거리던 그가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한 마리 거대한 오룡(烏龍)으로 변신했다.

이윽고 천둥 벼락과 같은 기세로 쏘아져 나간 오룡으로 인해, 궁전 절반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그 순간, 흩날리는 토석 사이에 빛나는 보석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부신 은빛은 만고(萬古)의 명등(明燈)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홀연히 타올랐다.

쾅-!

방금 공격해 들어갔던 장손미가 입으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적을 경시한 바람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얻어맞은 것이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토석 사이로, 한줄기 은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찬가지로 입가에 핏줄기를 달고 있는 성나찰이 양팔을 벌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 눈을 감은 그녀는 요마의 신체에서 찬란한 은빛을 뿜어냈다.

이번엔 설파파가 몸을 날려 공격을 가했다. 성나찰의 머리를 향해 손에든 지팡이를 벼락과 같은 기세로 휘둘렀다.

그때, 성나찰이 눈을 부릅떴다. 요마의 두 눈엔 한없는 써늘함만 담겨 있었다. 성나찰은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던 지팡이를 붙잡았다. 찰나의 순간 자신을 향한 벼락같은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설파파의 얼굴에 냉소가 스쳤다. 지팡이에서도 푸른 빛이 스쳐나가더니, 일순 성나찰을 뒤덮었다. 깊고 푸른 얼음으로 성나찰을 봉인한 것이었다.

“열(裂!)”

설파파가 그대로 현빙봉인을 향해 장력을 쏘아 보냈다.

동시에 현빙 속에서 눈부신 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로 인해 설파파의 장력이 현빙에 닿으려는 그 찰나, 현빙봉인이 사분오열하며 터져나갔다.

터져나간 얼음 조각 사이로 눈부신 은빛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찬란한 날개가 현빙봉인을 깨트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날개를 펼친 성나찰은 그대로 몸을 급격히 돌렸다.

쾅!

커다란 날개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설파파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동시에 잘게 부서진 얼음 조각도 급격히 휘둘러진 날개를 맞고 마치 화살처럼 사방팔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사람들은 즉시 법력을 이용해 쏟아지는 얼음을 쳐냈다. 그제야 날개를 활짝 편 성나찰이 서서히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꼭 황홀한 별빛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렇게 허공에서 몸을 돌린 성나찰의 몸에선, 여전히 방금까지 그녀를 봉인했던 현빙봉인의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얼음처럼 싸늘한 두 눈이 아래에 있는 다섯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완전한 형태의 성나찰을 빤히 바라보았다. 과연 만수문 태상 장로 기만동의 말마따나 성나찰은 은색으로 빛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저 요괴 놈은 절대 살려둘 수 없다!”

목연택이 소리치더니, 그대로 성나찰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러자 성나찰도 돌아서 목연택을 향해 마주 쏘아져 나갔다.

짝!

갑자기 성나찰을 향해 나아가던 목연택이 중간에 양손을 마주쳤다.

다음 순간,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다 어지러워졌다. 갑자기 목연택이 똑같이 생긴 10여 명으로 분리되었다.

성나찰은 두 눈을 번득였지만, 어떤 게 진짜 목연택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당장 눈앞에 첫 번째 목연택이 쏘아져 오는 것을 보고, 성나찰은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첫 번째 목연택은 마치 환상처럼 사라졌다.

첫 번째 목연택이 사라지자, 10여 명도 넘는 목연택이 빠르게 주위를 포위했다. 사방팔방에서 동시 공격이 시작되었다.

성나찰은 빠르게 회전하며 회오리바람처럼 양 날개를 미친 듯 펄럭였다.

쾅쾅!

굉음이 울리며 어딘가에 숨어있는 진짜 목연택과 몇 번의 충돌이 일었다. 다만 성나찰의 움직임 때문에 목연택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오룡의 그림자가 내리꽂혔다. 다시 장손미의 출격이었다.

그는 벼락같은 기세로 빙글 도는 성나찰을 위에서 공격했다. 장손미는 원래부터 구성 중 공격력이 가장 흉맹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전력을 다한 그의 공격에 다른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휘돌던 성나찰이 갑자기 하늘로 쏘아져 올라갔다. 그녀는 10여 개의 인영을 떼어내고서, 한줄기 은빛이 되어 창공을 꿰뚫었다.

쾅!

천지가 뒤흔들렸고, 성나찰과 장손미가 동시에 나타났다. 성나찰의 한쪽 손이 장손미의 손목을, 장손미의 한쪽 손이 성나찰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다리와 무릎도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양측이 서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힘겨루기 중이었다.

장손미의 두 눈에 다급함이 어렸다. 이내 바람을 머금은 성나찰의 날개가 날아갔다. 날개 끝에 있는 날카로운 은색 골자(骨刺)가 양쪽에서 장손미를 향해 쏘아져 온 것이었다.

“핫!”

장손미가 흉악한 얼굴로 온몸의 힘을 폭발시켰다. 그 바람에 성나찰도 잡고 있던 장손미의 손목을 놓쳤다.

성나찰의 손톱 사이로 비늘이 잡히며 몇 줄기 혈흔을 만들어 냈다. 그녀의 손에도 비늘 한 움큼이 남았다.

이어 장손미는 돌연 거대한 괴물로 변했다. 성나찰이 공격하던 날개의 골자도 겨우 몇 개의 비늘을 찌르고, 몇 줄기 혈흔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원래 모습을 드러낸 장손미는 꼬리를 휘두르며 몸을 일으켰다. 흡사 꼭 거대한 용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실 장손미는 한 마리 거대한 흑사(黑蛇)였다. 그 주위로 번들거리는 녹색 거안(巨眼)과 붉은 날개 한 쌍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거망(*巨蟒:거대한 이무기)은 허공을 선회하며 붉은 입을 쩍, 벌리고 그대로 암녹색의 숨결을 토해냈다. 순간 그 숨결이 어마어마한 면적을 뒤덮었다. 이에 아래 있던 오상, 설파파, 목연택, 원색은 대경실색하며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은 장손미가 뿜어낸 것이 뭔지 모를 수 없었다. 자칭 ‘용의 숨결’로 호체강기를 깨트릴 수 있었다. 일단 저 암녹색의 숨결에 오염되면, 죽을 정도의 고통에 빠져들어 정신을 차릴 수도 없게 되었다. 다들 그 고통을 겪어보았고, 하마터면 죽을 뻔하기도 했다.

성나찰은 당연히 이를 전혀 몰랐고, 그저 본능에 따라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렇게 안개가 지나간 후, 성나찰의 눈에 변화가 일었다. 피부에 달린 은색 갑골이 지지직거리며 마치 부패하는 듯이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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