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3화. 구성은 칠성이 되고
깊은 산속.
우유도와 운희는 계곡에 착지하자마자 서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네 사람은 독무허, 나추, 남도림, 여무쌍인 거야?”
운희는 그들 네 사람을 제외한 다섯도 얼마 전에야 봤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희는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여전히 가슴이 떨려왔다. 우유도가 반응이 빨랐기 망정이었다. 사성이 자신들을 살피고 심문을 할 기회를 주었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다행히 우유도의 기지 덕분에 그대로 사성을 접몽환계로 집어넣었고, 자신들도 빠져나올 기회를 얻었다. 만약 사성이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졌다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했을 터였다.
전에 우유도가 일을 꼼꼼히 준비한 덕도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가면을 쓰고 사성 앞에 섰다면, 사성의 법안을 피할 수 없었을 테고 결국 그들 앞에서 가면을 벗어야 했을 것이었다.
그때, 우유도는 이미 개울에 들어가 법력으로 빠르게 몸을 씻고 있었다.
우유도가 뒤를 돌자, 여전히 두려운 얼굴을 한 운희가 보였다.
우유도는 운희를 불러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저 안에 들어간 자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주 곤란해질 수 있어요.”
운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미 무사히 빠져나온 것 아니야?”
우유도가 고개를 들어 운희를 바라보았다.
“무사히요? 뭐가요, 어쩌면 아주 큰 구멍이 생길 참입니다!”
운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무서운 말 하지 마.”
이내 우유도는 세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린 안에 들어간 오성 중 몇 명이 살아 나왔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이 장손미 하나면, 그 네 사람은 장손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문제야?”
여전히 이해를 못 하는 운희를 두고, 우유도가 결국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대체 운희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의문도 함께 뚝뚝 떨어져 내렸다.
“죽은 게 장손미 하나면, 결국 저 안에서 장손미와 성나찰이 싸우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안 그래요? 하지만 오상을 포함한 나머지 넷은 장손미가 죽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러니 성나찰과 싸울 사람이 없지요.
정말 나머지 네 사람이 무사히 다 살아나왔다면 서해당의 거짓말도 탄로 나는 거예요. 이건 지금 들어간 독무허 무리를 잠깐밖에 속일 수 없어요.
제 판단으론 오상 일행 중 분명 누군가 나왔어요. 하지만 몇 명이 나왔는진 모르죠. 그 누군가 독무허 무리에게 무슨 얘기를 한 건지도 모르고요.
이미 접몽환계로 들어갔으니 서해당에게 속았다고 믿고 싶겠지만, 지금까진 장손미만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들어갈 수도 있죠. 그전에 나온 사람들에게 속았단 생각에 직접 상황을 확인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운희는 매우 놀랐고, 우유도는 긴 설명을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방금은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상황이 너무 위험했다. 일단 신분이 폭로되면, 사성의 눈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었을 터였다. 일단 폭로되면, 물러날 길은 아예 없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요행을 바랄 수도 없으니, 일단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다. 일단 살아서 도망친 후에 다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운희는 진실을 깨닫고 매우 놀랐다. 그녀는 빠르게 개울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깨끗하게 씻고 난 뒤, 부근에 숨겨 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깔끔한 모습으로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 * *
접몽환계 내부.
서해당은 한창 만수문 제자들을 이끌고 접나찰과 싸우고 있었다.
그때, 공중에 있는 사람들이 되돌아왔다. 그중 한 사람이 눈앞에 있는 접나찰을 날려 버렸다. 나추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나추는 서해당을 위해 연신 소매를 휘둘러 주변을 쓸어버리곤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해당, 성나찰과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사성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싸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서해당이 주변을 돌아보며 방향을 확인한 뒤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100리가 넘는 곳이었습니다. 본 파에서 여러 차례 성나찰을 발견한 바로 그쪽입니다.”
나추 등 네 사람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서해당이 다시 말했다.
“성존, 접나찰이 너무 많습니다. 본 파의 제자들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더는 성존을 호위하기 어려우니, 이대로 물러갈 것을 윤허해 주십시오!”
“꺼져라!”
나추가 소리쳤다. 누가 저들의 호위를 원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성은 망설임 없이 서해당이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서해당의 외침에, 제자들은 빠르게 접몽환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 * *
서해당은 출구 밖으로 나와 제자들의 인원수를 점검해보았다. 자신과 같이 들어간 제자 중 절반이 죽거나 다친 상태였다.
침묵하던 서해당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양심의 가책이 들었다. 방금 환계에 들어간 참에 서해당은 그 계곡에 숨어 있던 심복 제자들을 같이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죽거나 다친 사람이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는 없었다. 이런 것들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했다. 듣기 좋은 말로 이야기하자면, 일종의 희생이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서해당이 기만동에게 다가 포권을 하고 말했다.
“태상 장로님, 방금 네 분은 어찌 된 일입니까?”
“아이고, 어제 아침 일찍 성존 다섯 분께서 오셨소…….”
기만동은 어찌 된 일인지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서해당도 중간에 가끔 끼어들어 오상 일행 중 다시 나온 사람들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 * *
나추 등도 접몽환계에서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대략 한 시진 후, 하나둘 접몽환계에서 뛰쳐나왔다.
다들 어두운 낯빛이었다. 사실 그들은 환계 안에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하지만 내부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환계 내부의 접나찰들은 앞서 겪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마치 미친 것처럼, 공중 여기저기 없는 곳이 없었다. 그들의 경지로도 계속 머물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결국 구체적으로 어찌 된 상황인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아마도 같이 들어간 오상 등만이 알 것이었다.
오래 기다렸어도 끝내 목연택과 장손미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 접몽환계 내부 상황을 겪어본 네 사람은 그들이 다신 나오기 어려울 거란 걸 깨달았다. 그게 아니면 그 두 사람의 경지로 지금까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직접 안에 들어갔다 온 네 사람은 더는 여기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나머지 세 사람을 찾아가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한 대책은 잊지 않았다. 나추는 서해당을 불렀다.
“만수문은 이 출입구를 잘 감시해라. 만약 목연택이나 장손미가 나온다면, 그 즉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서해당이 포권하고 명을 받았다.
* * *
그날 저녁, 환계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서해당과 우유도가 다시 만나 파악한 정보를 교환했다.
우유도는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세 사람이 나왔다. 원색과 설파파가 떠난 후, 오상은 환계 출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건 오상이 목연택의 죽음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결국 서해당이 한 거짓말도 허점이 없는 완벽한 이야기로 끝났다.
이내 서해당이 탄식을 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목연택은 아마도 장손미와 같이 죽은 것 같네.”
우유도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목연택의 경지로 지금까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하나 예외가 있다면 심각한 중상을 입고 어딘가에 숨어서 치료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가능성은 그리 크진 않지요.
만약 정말 중상을 입고 나오지도 못할 상황이라면, 저 많은 접나찰의 추격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말과도 같지 않습니까?
물론, 다른 성존의 습격을 걱정해 숨어서 부상을 치료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능성은 적지요. 빨리 나오지 않으면 아니, 최소한 자기가 살아 있단 걸 증명하지 않으면 다른 성존이 자기 세력에 손쓸 거란 걸 알 테니까요. 하하하! 참 재밌네요, 기회만 있으면 바로 다른 이를 죽이려 하다니.”
“그럼 나머지 칠성이 목연택, 장손미 세력에 손을 쓸 거란 말인가?”
“빨리 손쓰지 않으면요? 설마 목연택과 장손미의 사망 소식이 흘러나가고 두 세력 모두 도망친 후에 움직이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기다려 보세요, 다른 건 몰라도 아마 저들은 분명 서로 손잡고 두 성지를 갑작스레 기습해 쓸어 버리려 할 겁니다. 며칠 내로 천하가 뒤흔들릴 겁니다!”
“일리가 있군.”
느긋하게 말하던 서해당이 다시금 머뭇거렸다.
“그렇다면……. 자네는 성경 내부와 연락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어째서 그들 두 세력에 미리 연락해 도망치게 하지 않는 것인가? 그러면 저들 성존이 좀 더 골머리를 앓지 않겠는가?”
우유도가 서해당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지금 상황을 알고 있는 곳은 오직 만수문 뿐입니다. 밀고하라니, 만수문이 곤란해져도 상관없습니까? 만수문이 정상적인 경로로 성나찰의 소식을 전하고, 성나찰의 위험까지 무릅쓴 것이 무엇을 위해서인지 잊으셨습니까?”
서해당이 잠시 침묵했다. 원래는 어차피 만수문 내부에 표묘각 사람이 있다고 말하려다가, 그래도 역시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쓸어 버리려면 쓸어 버리라지요. 높은 곳에 있는 것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우리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지요. 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못하니, 협력하기도 몹시 어렵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저들에게 기대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저들이 있다고 달라질 것도, 저들이 없다고 더 어려워질 것도 없습니다. 굳이 다른 문제를 만들 필요 없습니다.
토벌에서 도망친 사람이 있든 없든, 나중에 돌아가 안돈천 등에게 연락해, 도망친 사람들과 어떠한 연락도 하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만약 먼저 우리 쪽에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즉시 표묘각에 보고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함정에 빠진다면 그건 웃어넘길 일이 아닐 것입니다.
서해 장문인, 이제는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세. 하……. 이제 구성 중 칠성이 남았구나!”
서해당이 하늘을 보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원색과 설파파도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이 결과 덕분에, 성나찰 그쪽은 아마 당분간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이번 일에 직접 개입하고, 현장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큰 변화를 목격까지 한 세 사람은 다들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 동시에 큰 짐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최소한 우유도는 구성의 개인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앞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 * *
과연 우유도의 예상대로였다. 그가 남주에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 표묘각이 천하를 뒤흔들 내용을 발표했다.
천목성지와 무명성지가 천하의 규칙을 바꾸고자 했으나, 천하가 그들을 용납지 않아 성경에서 그들을 토벌하고, 목연택과 장손미를 처형했다고 했다.
이 소식에 천하가 진동했다. 구성이 칠성이 되었다는데, 어찌 세상이 잔잔할 수 있으랴.
우유도는 사전에 어떠한 소식도 받지 못했다. 성경에선 손을 쓰기 전 누군가 밖으로 도망칠 수 있으니 미리 출입구를 봉쇄하고, 누구도 드나들 수 없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사여래조차 우유도에게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