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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87화 (786/1,000)

1687화. 지금은 병권이 가장 중요하다

“무량과가 육신을 재구성할 수 있단 말을 들었습니다. 성존께서 무량과를 사용하시는 것이, 저의 못난 재주에 기대는 것보다 더 좋을 것입니다.”

원색의 한쪽 눈이 찌푸려졌다. 그도 무량과를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성은 무량과수 단 한 그루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렸다. 그 한 그루가 바로 지금과 같은 만약을 대비한 것이나, 그 무량과마저 도둑맞은 지 30년이었다. 그러니 원색이 지금 그걸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사실 구성은 귀의를 살려둬도 별 쓸모는 없었다. 같은 이치였다. 귀의 역시 그저 만약을 대비한 것에 불과했다.

“네가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은 건 안다. 밖에도 이목이 있는 것 같더군. 무량과가 도둑맞은 사건으로 큰 소란이 있었지. 네가 모를 것 같진 않은데.”

원색의 물음에, 귀의가 다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곧 원색도 무량과에 관한 쓸데없는 말은 접고,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만약 다른 눈으로 바꾼다면, 내가 법력을 사용할 때 법력을 억제해 눈이 상하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러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성존께서 조심스레 통제하시면 문제없을 겁니다. 최소 정상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지요. 외관상으로도 한쪽 눈만 있는 것보단 보기 좋을 것입니다.”

원색은 의자 손잡이를 툭툭 치며 결정을 내렸다.

“그럼 그렇게 하자, 일단 새로 하나를 달아 당분간 사용하면 되겠구나.”

귀의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존명!”

“그럼 언제 치료하는 것이 좋겠느냐?”

원색은 지금 환자의 신분이었다. 이런 때에는 설사 성존이라 할지라도, 최대한 귀의에게 예를 갖추었다.

“확실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원비가 곧바로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흑리! 간덩이가 부었구나. 귀의라는 이름으로 성존 앞에서조차 위세를 떨치려고 하다니!”

원색은 다시 그녀를 저지했다.

“그만해라. 일단 흑리의 말을 다 들어 보자.”

원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물러난 후, 귀의를 쳐다보았다.

원색 역시 한 눈으로 귀의를 빤히 보며 입을 열었다.

“말해 보아라.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

“성존, 눈을 바꾸는 것입니다. 당연히 아무 사람의 눈이나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신체는 선천적인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사람의 혈맥이 서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선별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세심한 선별이 필요하지요. 성존의 육신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눈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건 둘째치고, 성존의 육신이 고통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성존께서 저를 그냥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또 그건 제가 의술을 행할시 정해놓은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이것 보아라.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귀의가 너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느냐?”

원색이 뒤돌아 원비에게 한마디하곤 귀의를 향해 유쾌하게 웃었다.

“흑리야. 이일은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한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원비와 연락하거라.”

귀의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원색은 곧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다시 귀의를 보고 씩, 웃었다.

“일단 약곡에 있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이 일은 절대 다른 성존의 사람들이 모르게 하겠습니다.”

“좋다. 네 소식을 기다리겠다! 빨리 움직여라.”

원색은 귀의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떠났다.

* * *

제국 황궁.

해가 진 후, 천화교 장문인 우문연, 현병종 장문인 북현, 대구문 장문인 삼천리가 황궁 침궁에 들이닥쳤다.

마침 침궁 밖을 배회하던 대내총관 보심이 빠르게 다가가 이들을 맞았다.

“세 장문인을 뵙습니다.”

우문연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폐하께서 어찌 되신 것이냐?”

보심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피로하신 것뿐입니다. 하루 정도 쉬시면 털고 일어나실 것입니다.”

세 장문인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제국 황제 호운도는 이번에만 벌써 3번째 쓰러졌다. 물론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외적에, 점점 흉흉해지는 인심, 하나둘 불손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도 나타나니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현 제국은 너무 많은 짐을 싣고 파도까지 헤쳐가야 하는 선박과 같았다.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호운도가 얼마나 압박을 받고 있을진 묻지 않아도 뻔했다. 그 부담감이 어느 정도 밖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내 계속 안으로 들어가려는 세 사람을 보고, 보심이 이를 가로막았다.

“음?”

북현은 콧소리만으로 보심을 압박했다.

보심은 다급히 말을 쏟아냈다.

“폐하께선 쉬고 계십니다. 지금 들어가시는 건 예법에 어긋납니다.”

“비켜라!”

삼천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싸늘한 목소리로 외쳤다.

결국 보심도 우물쭈물하며 고분고분 비켜설 수밖에 없었다.

* * *

세 장문인은 그대로 주렴을 가르고 침궁으로 들어가 침상 앞에 섰다.

몽롱한 호운도의 귓가에도 발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그는 바로 눈을 떴고,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을 마주했다.

호운도는 힘겹게 양팔로 몸을 지탱하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를 보고 세 장문인을 따라 들어온 보심이 다급히 다가가 부축해주었다.

“세 장문인께서 오셨소이까.”

호운도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미소를 그리려 노력 중이었다.

우문연은 잠시 몸을 숙여 호운도의 맥을 잡고 몸을 살펴보았다. 호운도는 피할 수 없었다. 그저 억지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짐은 괜찮소. 다만 좀 피곤할 뿐이오.”

다 살펴본 우문연은 조용히 옆으로 섰다.

이어선 북현이, 다시 삼천리까지 모두 호운도를 살펴보았다.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급보입니다. 군에서 올라온 급보입니다!”

호운도는 깜짝 놀랐다. 이 늦은 밤 군의 급보라니……!

“들라 하라!”

호운도가 소리쳤다.

세 사람은 일단 한쪽으로 비켜섰고, 보심은 빠르게 나갔다가 급보를 들고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보심은 이를 호운도에게 전해주어야 하는지 눈에 띄게 망설이고 있었다.

결국 호운도가 손을 뻗었다.

“가져와라!”

보심은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호운도에게 급보를 바쳤다.

침상에 등을 기대고 반쯤 누워있던 호운도가 종이를 펼쳤다. 그렇게 내용을 확인한 뒤, 호운도가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역적놈이!”

호운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까지 뒤집히며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끝내 손이 축 늘어지더니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폐하!”

보심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삼천리가 앞으로 나와 보심을 밀어내고, 직접 호운도를 진찰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법력을 이용해 호운도의 기혈을 뚫어 주었다.

그렇게 기혈을 타동한 후 호운도는 눈을 떴지만, 다시 격동하기 시작했다.

“역적놈……. 역적놈…….”

삼천리는 일단 호운도의 목 뒤를 집어 그를 재운 후, 보심에게 설명했다.

“일단 조용히 한숨 자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이대로 계속 심신이 불안정하다면, 폐하의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보심은 혼절한 호운도를 편하게 눕히고, 삼천리는 호운도가 보던 급보를 살폈다. 우문연과 북현도 좌우로 다가와 같이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보고서에는 대장군 고원달(顧遠達)이 감군(監軍)을 죽이고, 진군의 깃발을 내걸었다고 했다.

반역이었다! 나라를 지키던 30만 대군이 경성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삼천리는 분노를 토해냈다.

“개자식! 3대 문파의 종군 수행자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북현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말할 필요 있겠소? 고원달이 반역을 할 수 있었던 건 안팎으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오. 그렇게 안팎으로 협력했으니 우리 3대 문파의 제자들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오!”

우문연이 나섰다.

“지금 그런 건 생각해도 소용이 없소.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 하오.”

세 사람은 침상에 쓰러진 호운도를 잠시 바라보다 침궁을 떠나갔다.

* * *

밝은 달 아래, 세 사람은 정자에 들어가 얘기를 나눴다.

“호운도의 나이가 적지 않소. 곧 일흔이오. 아직 건강하다 하나, 안팎으로 들어오는 압박으로 노쇠한 몸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있소. 그런 건 보통 영단묘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오.

호운도가 쓰러졌으니, 안팎의 군정사무를 누군가 담당해야 하지 않겠소? 더군다나 지금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가 아니오. 다들 어찌 생각하시오?”

가장 먼저 북현이 서두를 꺼냈다.

“그게 무슨 뜻이오?”

우문연이 물었다.

“사람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오. 좀 더 젊은 사람으로 바꾼다면,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좀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겠소.”

북현의 답에, 삼천리가 굳은 빛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시기에 사람을 바꾼다고? 아마 인심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고, 문제는 더 많이 생길 것이오.”

“그럼 어쩌자는 말이오? 지금 호운도의 몸이 어떤지 다들 봤잖소. 이대로 조당의 문무백관 앞에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아마 지금 흔들리는 사람들 마음은 즉각 우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휩쓸릴 것이오.

우리 쪽에 숨어든 진국의 밀정은 더 쉽게 공작을 펼칠 수 있을 것이오. 그렇다고 우리 제자들을 모두 각지 지방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파견할 수는 없는 것 아니오.

아니, 일단 보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 제국의 크고 작은 관리들이 얼마나 분산돼 있소? 만약 제자들을 그들에게 보낸다면, 3대 문파는 그 즉시 힘을 잃을 것이오.”

우문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태자를 세우는 일을 지금까지 망설이며 미루지 말았어야 했소.”

“지금은 그걸 후회할 때가 아니오.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누가 좋을지 결정하는 것이오.”

침묵이 흐르던 도중, 삼천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영왕 호진은 어떻소? 비록 출중하진 못해도 침착하고 신중하니 지금 같은 난세에 어울릴 것 같소. 과거를 돌아봐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소.”

우문연이 대답했다.

“확실히 호진이 괜찮은 선택지이긴 하오. 하지만 지금은 전시요. 병권이 가장 중요하지!”

“그게 무슨 말이오?”

북현이 물었다.

“지금은 외적을 상대해야지. 우리가 기댈 곳은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호연무한뿐이오. 잊지 마시오. 그는 폐하의 인척이오. 아들은 황후의 사위고.”

북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은 옥왕 호홍을 세우자는 말이오?”

우문연이 찬찬히 설명에 나섰다.

“만약 영왕 호진을 택한다면, 호진이 호홍이란 후환을 가만히 놔두겠소? 호연무한이 정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소? 혹시라도 나중에 보복을 당할까 걱정하면 어찌하오?

호연무한은 그 손에 병권을 쥐고 있소. 그의 집안사람을 선택한다면, 최소 그와 집안의 목숨을 걱정할 일은 없겠지. 쓸데없는 짓을 하지도 않을 테고. 하지만 호진을 택하면 호연무한이 무슨 짓을 할지 추측하기 어렵소.

또 하나, 금왕 호계가 반역을 일으켰으니 옥왕 호홍이 바로 적장자라 할 수 있소. 평소 신하들도 적지 않게 그의 편을 들고 있소. 호홍을 고른다면, 나름 명분이 설 것이오. 최소한 조정의 반대 목소리는 크지 않겠지.

더군다나 호홍의 배후에 병권을 쥔 호연무한이 있소. 더더욱 인심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오. 그러면 제국 위아래로 가장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오. 두 분, 지금은 안정을 취할 때요!”

삼천리와 북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그대로 함께 옥왕 호홍을 찾아갔다.

아무리 황제의 핏줄을 이어받았더라도 병권을 쥔 강한 지지자가 없다면 그 이상을 그릴 수 있겠는가.

결국 지금 이 순간, 다른 황자들의 꿈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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