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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92화 (791/1,000)

1692화. 진인사대천명

경성이 급변했다. 그 소용돌이 속에 있는 호연위는 하룻밤 사이에 철이 든 것 같았다. 더는 망나니 친구들과 몰려다니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민이 많아졌다. 군영 순찰도 열심히 돌았다. 업무도 진지하게 했다. 진심으로 애써 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집안 분위기도 뭔가 바뀌었다. 먼저 제멋대로였던 호연위의 부인, 호청청이 완전히 바뀌었다. 천진난만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수시로 몰래 숨어 눈물을 흘렸다.

오라버니가 역모를 일으켜 황위를 찬탈했고, 줄곧 자신을 총애했던 부황을 연금했다. 모후는 그런 오라버니와 한패였다.

호청청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오라버니도, 어머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남편을 비롯한 호연가의 모든 사람이 일단 지금은 부황을 만날 때가 아니라고 설득했다.

평화롭던 한 가족이 변했다. 원래는 부황에게 충성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최대한 부황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 와중에 아이를 낳은 호청청도 크게 바뀌었다. 강보에 싸인 아이를 안고 있다가, 아이가 울면 그녀도 따라 울고는 했다.

이를 본 호연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매일 마음이 편할 날 없었고,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호청청에게는 전보다 훨씬 자상하게 대했다. 더는 밖에 있는 기녀들, 망나니 친구들과 어울릴 심정이 아니었다.

* * *

한차례 격변이 지나고, 그 격변은 수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황태자 호홍에게는 경성의 상황을 안정시키고, 반란을 평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일단 고원달이 적에게 붙는 바람에 호홍은 더 이상 타인은 쉽게 믿을 수 없었고, 또 의도적으로 호연가에게 호감을 살 생각이 있었기에 다시 호연무한의 차남 호연정을 평반대장군에 임명했다.

지난번 금왕 호계의 반란에 호연가 3형제가 모두 참여했다. 그중 호연정은 주요 책임자 중 한 명이었다. 한마디로 반란 평정의 유경험자란 의미였다.

이번 호홍의 칙서는 사전에 호연무한의 동의를 거쳤다. 우선 호연정은 지금 전방에 있었고, 호연무한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연무한의 동의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이번 일은 진짜 전쟁과 관련된 일이었다. 호홍은 호연무한의 의견을 들어봐야 했다. 3대 문파도 같은 생각이었다.

전쟁에 있어 호연무한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당연히 호연무한의 의견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호연정에게 반란을 평정하라는 어명이 떨어지자, 호연무한은 전방의 대군 중 20만 병력을 내주었다. 그건 호연무한이 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수였다.

어쨌든 진국과 대치하고 있는 주전쟁터는 이곳이었다. 주전쟁터가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 20만이 결코 적은 병력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원달은 원래 후방을 지키는 장수로, 제국 내부에 누군가 소란을 피울 것을 대비해 30만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그 30만이 반란군이 되었다. 그러니 호연정에게 내어준 20만이 많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을 대비해, 호연무한은 나조에게 전서를 보내 나조의 군대에서 10만 병력을 추려 동쪽 전선을 지원해달라 요청했다. 우선은 확실한 승산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둘째는 반란군을 동서에서 협공해 반란군이 사방으로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나조도 별말 하지 않고 과감히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병력을 운용하며 협조했다. 다들 경험이 풍부한 장수들이었다. 양쪽이 같이 병력을 배치하고 운용하면서 그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나조는 호연무한이 정말로 더는 병력을 차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잘 알았다. 또 제국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후진군도 퇴로가 끊기니 당연히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제국 내부의 문제를 막으려면 반란군 30만을 저지해야하기에 평반대군 30만 병력은 부족했다. 만약을 대비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추가 병력이 필요했다.

반란군은 경성으로 직진하고 있었다. 이쪽의 지원군이 따라잡긴 어려웠다. 그러니 반란군의 움직임을 억제하려면 국내 각 주부에서 병력을 모아 저지하고 시간을 끌어, 평반대군이 도착할 시간을 벌어줘야만 했다.

* * *

군영 밖.

두 부자는 위풍당당하게 출발하는 군대를 직접 지켜보고 있었다.

호연정은 군대와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홀로 먼저 움직여 각 주부의 병력을 모아 반란군의 앞을 가로막을 예정이었다.

사람들을 물린 후, 호연무한이 호연정에게 당부했다.

“고원달이 국내의 30만 수비군을 이끌었던 건 그럴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재능이 상당한 거지.

이번에 먼저 가서 각 주부의 병력을 모은 후, 반란군의 움직임을 지연시키는 데 집중해라. 절대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고, 세 방향에서 움직이는 병력이 모인 후, 그렇게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 다음 적을 섬멸해야 할 것이다.

비록 조정에서는 조급히 반란군을 평정하라 하고, 다들 최대한 빨리 반란이 평정되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반란을 빠르게 평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지만, 분명히 기억하거라. 마지막 결과가 모든 걸 압도할 것이다.

반란을 순조롭게 평정하는 게 급히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는 것보다 낫다. 그렇지 않고 혹시나 실수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명심해라,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모든 것보다 신중하게 결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내 군령이 없이는 설사 조정에서 압박을 가하고 다그친다 해도, 네가 나서서 그 압박을 받아내야 한다. 알겠느냐?”

호연정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존명!”

이 말은 곁에 있는 3대 문파의 장로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이내 호연무한은 뒤돌아서서 다시 3대 문파 장로에게 말했다.

“정아가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으면 조정에선 분명 압박을 가할 겁니다. 세 장로님께서는 저를 대신해 3대 문파를 다독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 장로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무한의 전략 의도를 직접 들었으니, 당연히 그 경중도 충분히 알아들었다.

천화교의 장로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상장군의 말이 이치에 맞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오. 이 큰일에 조당에서 사익을 챙기는 이들의 간섭을 받을 수야 없지. 우리는 지금 즉시 종문에 전서를 보내 상장군의 의도를 설명할 것이니, 종문에서는 분명 소장군(少將軍)을 지지해 저들의 입을 다물게 할 것이오!”

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무한은 가타부타 말없이 다시 아들을 돌아보며 당부했다.

“정말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각 주부의 그 적은 병력은 모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병력이다. 그러니 강제로 그들에게서 병력을 빼앗는다면, 그들의 모든 걸 내놓으란 말과 같고,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

기억해라. 병력을 차출하기 전에 우선 관련 주부의 주관(主官)을 붙잡아 그들의 생명을 손에 쥐고 병력을 차출해야 한다. 누군가 항명한다면 그 목을 쳐라! 내가 네게 선참, 후보고의 대권을 주마. 조정은 내가 책임지겠다!”

호연정이 다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존명!”

호연무한도 다시금 뒤돌아 섰다.

“3대 문파에서도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3대 문파는 반드시 소장군의 안전을 보장하고, 전력으로 협력할 것이오!”

세 장로는 어떠한 이견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호연무한은 그제야 아들에게 손을 내저어보였다.

“가 보거라.”

이어 3대 문파 장로들의 손짓에 일단의 수행자들이 다가와 호연정 일행을 호위하며 날아올랐다. 일행은 곧 하늘에 있는 날짐승을 타고 멀어져 갔다.

그 이후 호연정의 임무를 도울 3대 문파 쪽 고수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중군 군막 내부.

사호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머릿속엔 운명이 다했다,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고 말하던 호연무한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지금 호연무한은 지도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사호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군, 각 주부의 사람들이 딴마음을 품을까 걱정하시는 겁니까?”

호연무한이 고개를 저으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금왕의 반란이 제국을 휩쓸었을 때, 인심이 이미 흔들렸네. 또 지금 제국은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지.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은 없네. 다들 진국이 대세를 움켜쥐고 있단 걸 알아. 하필 이런 시기에 황실엔 다시 골육상쟁이 일었고, 반역을 일으켜 황위를 찬탈했네. 각지 제후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퇴로를 준비할 자가 없겠는가?

조정 세력이 각 지역을 뒤덮을 때는 모두 고분고분하겠지. 하지만 지금 조정 주요 병력은 전방 전선에 있고, 국내를 지키며 저들을 위협해야 할 30만 병력은 반란군이 됐어.

이건 저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사슬을 풀어버린 것과 다름이 없네. 이런 상황에 어찌 신중 하라고 당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여정이 그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 소장군을 보내셨습니까. 어째서 다른 사람을 보내지 않으신 겁니까? 소장군은 평반대군의 주장(主將)입니다. 원래라면 마땅히 평반대군의 주력과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어쩔 방법이 없었네. 아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야! 반란군을 일단 멈추게 할 수 없다면 저들은 경성을 공격할 테고 경성의 10만 대군은 반란군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네. 그러니 막아야지, 반드시 각 주부의 수비 병력을 차출해야 하네.

조정에서 반란군을 막으라고 명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못 봤는가? 다들 입으론 알았다지만 누가 목숨을 걸고 움직이고 있는가?

반란군이 지나는 곳의 수비군은 성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네. 그러면서 대부분 병력을 이미 내가 차출해 갔으니, 저들이 보유한 병력으로는 반란군을 막을 수 없다고 하고 있지.

그 이유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변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정에서는 그들을 쉽게 벌하지도 못하지. 확실히 그들을 벌할 만한 이유를 내놓지 못하는 것이야.

만약 외환이 없었다면, 내가 저기 있었다면, 누가 감히 명령을 거부했겠는가? 고원달이 또 어찌 반란을 일으켰겠는가? 본 장군이 출정하기 전에 병력을 차출한다고 하니, 누가 감히 이견을 달았던가?

정아는 평반대장군 신분이고, 내 아들이기도 하네. 그 아이가 직접 병력을 차출한다면, 각 지방의 관리들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야. 최소한 대놓고 거역하지는 못하겠지.

다른 사람이 간다면 각 지역 제후들은 온갖 수작을 부릴 테고 병력을 내놓는다고 해도, 늙고 병든 병력을 내놓지 절대 자신의 기반을 내놓으려 하진 않을 것이네. 그런 오합지졸로 어찌 반란군의 선봉을 막을 수 있겠는가?

저들의 움직임을 지연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한 방에 무너질 것이네. 다른 사람이 간다면, 여러 인물을 호령하기 어렵지. 그러니 내가 아니면 반드시 정아가 가야 하네! 이젠……. 진인사대천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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