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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699화 (798/1,000)

1699화. 동무

반란군이 드디어 경성 성벽 아래 도착해, 맹렬한 공격을 감행했다.

경성의 인심은 더 흉흉해지고, 청장년들은 모여들어 수성을 도왔다.

경성은 굳건했다. 제경의 성벽과 해자의 존재 이유가 이 나라 수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 쉽게 무너질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반란군에 대비해 많은 준비가 돼 있었기에 매우 견고했다.

수비 병력 10만과 제국 3대 문파의 협력으로, 반란군은 번번이 성벽을 넘지 못하고, 오히려 상당한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를 보고 고원달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만약 끝끝내 경성을 점령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군과 후진군의 30만 지원군이 도착하면 매우 곤란해질 수 있었다. 다른 곳의 성벽과 해자는 제경만큼 견고하지 않았다. 경성을 점령하는데, 호연무한의 포위 공격을 어찌 오래도록 버틸 수 있겠는가?

* * *

중군 군막 내부.

“경성 안에 너희들의 내통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째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냐?”

고원달은 결국 참지 못하고 흑수대 인원에게 화를 냈다.

제경 안은 물자가 풍부하고 인력이 끊이지 않을뿐더러 그 안에 수비군 10만이 있었다. 애초 내통자의 협력이 없다면 고원달이 가진 30만으로 점령은 어림도 없었다. 이는 고원달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사실 100만으로도 힘들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 강공해야 한다면, 30만 병력이 여기서 전멸할 수도 있었다.

흑수대 인원이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대장군, 내통자의 협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내부 소식에 따르면, 제국 3대 문파가 뭔가를 눈치챈 듯합니다. 이미 사전에 준비하고, 성문을 엄격히 관리 중입니다. 그래서 내통자도 손쓸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네 말대로면, 나도 일단 공격을 멈추고 일단 잠시 기다렸다가 내통자가 기회를 찾으면 다시 공격하는 것이 어떠하냐?”

흑수대 인원이 연신 손을 내저었다.

“안 됩니다! 경성의 병력이 움직이지 않으면 저들도 쉽게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겁니다. 제국 3대 문파도 성문을 굳건히 지키겠지요. 경성 내부 병력이 대대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 대장군의 대군도 협력해야 합니다!”

고원달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건 아무 소용없다. 현실에 맞는 확실한 계획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흑수대 인원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확실히 호연무한의 당부가 쓸모 있었다. 제국 3대 문파가 경각심을 가지고 경계하자, 반란군과 내통한 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손을 쓰기 어렵게 되었다.

* * *

경성 황궁 내부.

호연위는 하루 내내 갑주를 벗지 않고, 가문 장수들 도움을 받아 금위군을 통제하며 황궁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다.

경성에 대한 공성전이 시작되자 호연위는 즉시 황궁 성벽에 올라가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호연가 식솔들이 모두 황궁으로 들어갔다. 황후는 외부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이는 황태자 호홍의 뜻으로, 혹시라도 호연가가 도망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 * *

편전의 작은 방.

보심이 식사를 마치고, 물러가라 손짓했다.

어린 환관들은 바로 식기를 수습해 물러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보심은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조용했다. 밖에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빠르게 방을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요했다. 발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보심은 당황했다. 그는 즉시 호운도가 있는 주전(主殿)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몇 걸음 채 걷지도 못하고 갑자기 비틀거렸다.

한 손으론 옆에 있는 기둥을 붙잡고, 다른 손으론 배를 감싸 쥐었다. 보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러다 배를 감싼 손을 들어 코 밑을 훔쳐보니 손이 금세 검붉게 물들었다. 입과 코에서 선혈이 뚝뚝 흘러나왔다.

* * *

“먹을 대령하라! 먹이 없다. 여봐라. 보심!”

봉두난발을 하고 마치 미친 것 같은 모습의 호운도는 대전의 벽과 기둥에 붓을 들고 먹칠을 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종이가 가득했고, 그 위에는 난잡한 글씨가 가득했다. 모두 저주의 말이었다.

그렇게 호운도는 먹이 다 떨어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쾅!

문이 덜컹 열렸다.

호운도는 쳐다보지도 않고, 벽의 글자만 노려보며 소리쳤다.

“먹을 대령해라!”

대답이 없었다. 호운도는 분노하며 뒤돌았다가, 순간 눈이 커다래졌다.

문턱으로 기어들어 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온 힘을 다해 기어 오는 보심의 입과 코엔 피가 뚝뚝 흘러나오고 있었다.

툭…….

호운도는 들고 있던 붓을 떨어뜨리고, 보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렵게 기어 온 보심은 호운도의 발을 붙잡고 피를 울컥 토했다.

“폐……. 하…….”

호운도는 천천히 주저앉아 보심의 손을 붙잡았다. 누가 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비통함과 노여움이 가득했다.

“역적놈!!! 여봐라! 여봐라!!! 빨리 와서 살려라! 빨리 사람을 불러 짐의 총관을 살려내라!!!”

그야말로 비통한 울부짖음이었다.

이미 얼굴이 검푸르게 변한 보심은 쓸데없는 곳에 힘쓰지 말라는 듯이 그의 손을 살짝 당겼다. 곧 피가 낭자한 그의 입가로 쇠약한 음성이 흘렀다.

“소용……, 없습니다……. 폐하, 신기를……. 옥왕에게 주십시오…….”

호운도는 무릎을 꿇고서 보심을 바로 눕혔다. 최대한 보심이 편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내 호운도는 천천히 보심의 가슴을 쓸어주었다.

“내 오랜 동무여. 짐의 고집이 너를 죽였구나. 그래도 지금은 내어줄 수 없단 말이다. 저들이 지금 다급히 진국신기를 내놓으라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더냐? 지금 저들은 만약을 대비해 철수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위풍당당한 제국의 경성이다. 나라의 힘이 집결한 곳, 수비군 10만과 견고한 성벽, 넓은 해자가 있는 곳이다. 100만 대군이 몰려와도 버틸 수 있어!

이런 제국의 국도(國都)를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단 말이냐? 저 역적놈은 진국신기를 얻지 못한다면 경성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국신기가 적의 손에 넘어갈 것이니까.

저들은 반드시 짐을 위해 경성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짐은 짐의 상장군을 믿는다. 그는 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야.”

보심이 고개를 저었다.

“폐하, 노신은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노신을 죽인 건 본보기에 불과합니다. 폐하께서 진국신기를 내주지 않으시면 다른 황자들께도 손을 쓸 것입니다.

옥왕은 황위를 찬탈해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정통성이 없으니, 다른 황자들도 그를 따르지 않을 명분이 있습니다. 진국신기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지 않는다면, 다른 황자들이 위험합니다.

강제로 보고를 열고자 한다면, 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지요. 마……,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폐하의 자녀들이 무의미……. 무의미하게…….”

보심은 고개를 치켜들고 눈을 부릅뜨더니 결국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몸이 잠시 굳는가 싶더니 곧 부드럽게 무너지며, 머리는 한쪽으로 힘없이 툭, 떨어져 내렸다.

호운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결국 제왕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천천히 보심의 두 눈 위에 손을 올렸다.

“동무, 먼저 가서 기다리시게나…….”

제왕은 천천히 신하의 두 눈을 감겨주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이내 몸을 일으킨 호운도는 천천히 입구로 가서 크게 소리쳤다.

“여봐라!”

* * *

어서방.

한 환관이 다급히 뛰어 들어와 호홍에게 다가가 조용히 고했다.

“태자 전하, 폐하께서 진국신기를 내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다만…….”

호홍은 크게 기뻐했다. 보심의 말대로, 진군신기를 손에 쥐지 못해 그는 크게 불안해하고 있었다. 진국신기가 만약 적의 손에 넘어간다면, 진국신기가 없는 그가 어찌 제국의 황제라 할 수 있겠는가!

반란군이 공성을 시작했다. 그는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이대로 도망쳐야 한다면, 반드시 진국신기를 손에 쥐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왠지 그의 마음에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호홍의 낯빛도 조금 어두워졌다.

“다만?”

“폐하께서, 진국신기를 원한다면 뒤에서 수작 부리지 말고 태자 전하께서 직접 폐하를 찾아와 당당하게 요구하라 하셨습니다.”

호홍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황위를 찬탈했다. 그리고 수십 년간 위엄을 자랑하던 제왕을 연금시켰다.

그 후에 호홍은 한 번도 호운도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남을 고의로 피한 것이다. 이제 상황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잠시 고민하던 호홍이 손짓하며 말했다.

“가자, 가서 부황을……. 몇 명 더 데려가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환관은 명을 받고 빠르게 어서방을 빠져나갔다.

* * *

부자는 드디어 다시 재회했다.

해후는 아들이 아버지를 연금했던 바로 그곳에서 이루어졌다.

호홍은 호운도를 연금한 곳에서, 호운도 발아래 있는 보심의 시신을 한번 보고는 아버지에게 예를 올렸다.

“부황을 뵙습니다!”

호운도는 싸늘한 눈빛으로 호홍 뒤의 사람들을 훑어본 후 담담히 말했다.

“짐은 일개 늙은이일 뿐, 더는 젊을 적 기력이 없구나. 그런데도 너는 짐을 만나는 데 저리 많은 사람을 데려온 것이냐? 소인배가 따로 없구나!”

수많은 사람이 듣고 있었다. 호홍은 호운도의 말을 듣고 수치스러움에 두 팔을 내리고 허리를 바로 폈다.

“부황,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호운도는 크게 호통쳤다.

“뭘 두려워하는 것이냐! 너는 황위 찬탈에 성공했다. 그건 네놈의 능력이다.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것이냐? 그 정도 배짱으로, 진국신기를 네게 준다 한들 지킬 수는 있겠느냐?”

호홍이 깊은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두려울 것 없습니다. 부황,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다! 진국신기를 원한다고 했느냐? 꿇어라. 무릎을 꿇고 큰절 3번을 올리면 진국신기를 내주마.”

호운도가 손을 들어 발 앞을 가리켰다.

호홍은 호운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짐 같은 늙은이에게는 절도 하기 싫다는 것이냐?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려라. 군주는 허언하지 않는다. 네게 준다고 했으니, 약조를 지킬 것이다.”

호홍은 얼굴을 굳혔지만, 이내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호홍이 절을 올리기 시작하자, 호운도는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

결국 호홍의 큰절은 영면에 든 보심이 받게 되었다.

이를 보고 호홍 뒤에 있는 사람들은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일부 환관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 *

후진군은 여전히 곡식을 강탈하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아직은 곡식을 모으는 것 위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임시 주둔지를 꾸리고 정비하던 도중, 하늘에서 날짐승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이후, 누군가 군막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사령관님, 원강이 사령관님을 뵙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원강?”

나조는 깜짝 놀랐다. 군막에 있던 사람들도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원강과 나조의 전부인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소문에 풍관아는 이미 요마령에서 원강과 같이 지낸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가 여길 왜 찾아왔단 말인가?”

효월각의 신임 각주, 노연(盧淵)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원강은 효월각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들 원강에게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심지어 살짝 두렵기까지 했다. 감히 여무쌍 앞에서 여무쌍의 제자를 죽이려 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아주 막 나가는 사람이었다.

풍문엔 결국은 여무쌍의 그 제자를 죽였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살아남은 것을 넘어 마교의 성자가 되었다. 일부 소문이 정말 사실이라면, 원강의 배후엔 천마성지의 오상이 있을 수 있었다. 사실 이들도 원강처럼 막 나가는 자와 원한을 맺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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