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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15화 (814/1,000)

1715화. 원비의 반항

우유도는 가까이 다가가 원강을 한바퀴 빙 둘러보았다. 자세히 보니 피부색이 변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강의 몸은 금색이 아닌 고동색에 가까웠다. 그것도 갓 만들어진 동상 같은 동색이랄까.

“치우무방이라…….”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원강이 단련한 경기공은 벌써 여러 번이나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우유도는 다시 자라난 원강의 팔을 반복해 만져보았다.

그렇게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원강의 반응이 다소 이상했다. 원강은 운희를 쏘아보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운희도 좀 거북한 표정이었다.

우유도가 손을 놓고 물러서자, 원강이 운희에게 다가갔다. 그 진심 가득한 눈빛에, 운희가 좀 어색한 얼굴로 물었다.

“뭐 하자는 거야?”

원강이 양손을 그러쥐었다.

“시험해 보고 싶어서 그렇소.”

“뭘 말이야?”

운희는 잔뜩 경계심을 곤두세웠다.

“나랑 한번 싸워봅시다.”

원강은 운희가 얼마나 강한지 아는 사람이었다. 알면서도 이런 요구를 한다는 건……. 운희와 우유도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돌아보았다.

* * *

천마궁 내부.

꽝꽝-

이곳은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 흑석이 돌아와 선반 위에서 온몸에 땀을 흘리며 굴을 파고 있는 오상에게 예를 올렸다.

“성존을 뵙습니다!”

“여무쌍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냐?”

오상의 음성은 꼭 맞은편 석벽에 반사되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예, 우리 측 사람이 성경 출입구 쪽에서 역용하고 들어온 사람들까지 남김없이 조사했습니다. 여무쌍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상이 손을 멈췄다.

“요마령 쪽은. 원강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마교 사람들이 아직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초려산장 쪽에 있는 밀정 말이, 초려산장도 여전히 비밀리에 원강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곧 오상이 뛰어 내려와 흑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인제 보니 여무쌍이 과연 제5 영역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 같구나.”

흑석은 의아해했다.

“여무쌍이 그걸 어찌 알고 있단 말입니까? 설마 누군가 마전의 비밀을 누설했단 말입니까?

오상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배제해도 된다. 여무쌍이 만약 마전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면, 이제 와 원강을 찾는 게 아니라 진작 마전에 적힌 비밀대로 행했을 것이다. 나도 그 부분이 신기하구나. 여무쌍은 갈황이 제5 영역으로 데려다줄 수 있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성존, 만약 여무쌍이 제5 영역에 들어갔다면 혹시 성존께 불리한 일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쓸데없는 걱정이구나. 내 이미 제5 영역을 살폈다. 특별할 것도 없었어. 진정한 비밀은 내가 알고 있으니 여무쌍은 그 안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거다. 아니면 여무쌍이 원강을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지. 내가 지금 의아한 건 여무쌍이 이미 실종된 지 보름이 넘었다는 거다. 제5 영역에 들어갔다고 한들, 그녀의 경지로 그곳에 이리 오래 머물 이유가 있을까?”

“그 원강이라는 놈 입이 아주 무겁습니다. 그 전에 여무쌍 손에서 죽을 정도로 고문을 받으면서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여무쌍이 그를 굴복시키지 못해 어쩌면 지금까지도 원강의 승낙을 받아내지 못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때문에 시간도 이리 지체된 것이고요.”

“그렇다 한들, 여무쌍이 여태 숨어있을 이유가 없다. 그녀가 안 보이는 틈을 타 누군가 그녀의 세력에 수작을 부릴까 걱정되지도 않는단 말이냐?”

흑석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혹시 원강이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 나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을까요?”

오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그럴까? 만약 원강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 그녀가 그리 쉽게 제5 영역에 들어갔을까? 내가 지금 걱정하는 건 다른 것이다. 여무쌍이 제5 영역에 들어간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여무쌍은 혹시 마전에 기록된 것 외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그건 또 어떤 비밀이기에 자신의 세력도 도외시하는 것일까? 일단 소문을 내고 한번 물의 깊이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어떤 소문을 말입니까?”

“여무쌍이 갈황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을 내자.”

흑석도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오상의 의도를 바로 알아들었다.

만약 여무쌍이 아직 제5 영역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소문을 듣고 모습을 드러내 오해를 바로잡을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들어가서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라면, 여무쌍이 무슨 비밀을 찾고 있든, 어떤 비밀을 찾을 수 있건, 나머지 성존들은 나타나지 않는 여무쌍을 보고 더는 참지 못하고 움직일 터였다.

그때 이쪽에선 나머지 성존과 손을 잡고 여무쌍의 세력을 다 쓸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영명하신 판단입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포권하던 흑석이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말을 덧붙였다.

“성존, 그러고 보니 방금 들어온 소식이 있습니다. 귀의 흑리와 그 제자 둘이 원색의 사람들에 의해 대원성지로 불려갔다고 합니다.”

오상이 같잖다는 듯 짧은 코웃음만 쳤다.

“그래봤자 그놈의 눈깔 때문이겠지.”

* * *

대원성지 대전 내부.

무상은 두립을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수상쩍은 모습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을 수 없었다.

“다시 씌워라, 그냥 다시 씌우는 것이 났겠다.”

하지만 그 얼굴을 확인한 독안의 원색은 굳은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무상의 모습이 너무 역겨워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무상은 명을 받들어 묵묵히 검은 천이 덮인 두립을 썼다.

이내 원색이 귀의를 빤히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흑리야. 내 제자 중에서 찾으려 한다고?”

귀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수많은 사람을 둘러봤습니다. 하지만 알맞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성존께서는 저를 재촉하시고, 저는 감히 지체할 수 없으니 여러 차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어쩌면 제일 처음 생각에 오류가 있을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귀의가 잠시 멈칫하자, 원색이 즉각 재촉했다.

“어떤 오류 말이더냐?”

“보통 사람이라면 대충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의 것을 뽑아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성존께는 그리할 수 없지요. 그렇게 긴 시간을 허비한 후, 완전히 조화로운 안구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왜 그런지 고민했었지요. 결국 어쩌면 제가 찾는 목표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행자의 육신은 범인의 육신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요. 그러니 수행자 중에서 찾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이 내 제자들 사이에서 찾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반드시 성존의 제자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수행자들 사이에서 찾는 게 범인 중에서 찾는 것보다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적합률이 더 높은 사람을 찾는다면, 성존의 공법과 비슷한 공법을 수련한 사람 중에서 찾는 것이 더욱 좋겠지요.

예를 들어, 화성공법을 수련한 사람과 수성공법을 수련한 사람이 있다면, 그 둘의 신체는 어울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화성공법을 수련한 사람에게는 화성공법을 수련한 사람의 신체가 더욱 잘 어울리겠지요.”

원색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일리가 있구나.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하는 것이냐?”

“수행자들 사이에서 찾는 것이라면, 약곡 능력이 한계가 있어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성존께서 천하 수행자들을 모두 불러 모으시고 소인이 돌아가면서 검사해 봐야 할 것입니다.”

원색이 눈살을 찌푸렸다. 천하 수행자들을 모두 검사하는 건 귀의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자신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원색은 다시 추궁했다.

“방금 내 제자 중에서 찾는 게 더 쉽고 잘 어울릴 거라 하지 않았느냐?”

“그것이……. 성존의 제자입니다. 소인은 차마…….”

몹시 망설이는 귀의를 보고, 원색이 소리 내 웃었다.

“하하! 이미 여기 오지 않았느냐? 한번 둘러보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어? 더군다나 반드시 적합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곧이어 원색은 한쪽에 있는 원비 등을 돌아보았다.

“어디 흑리에게 검사해 보게 해라.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좋지 않으냐. 그래야 다음의 결정도 빨리 내릴 수 있는 것이지.”

이 말에, 원비는 이미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상태였다. 그녀는 간신히 억지웃음을 쥐어짜며 대답했다.

“성존의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네가 수고를 좀 해서, 모든 사람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원비가 대답한 후, 귀의와 제자를 향해 웃으며 손을 뻗었다.

“선생님, 이쪽으로 가시지요.”

일전에 약곡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운 태도였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도 원색의 공법을 전수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전에는 귀의에게 아무렇게나 호통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두려운 마음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귀의를 포함한 3명은 원색에게 인사하고 원비를 따라 움직였다.

* * *

원비는 일단 세 사람을 한 곳으로 데려가 잠시 쉬게 했다. 우선 세 사람을 쉬게 하고 관련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은 후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때, 귀의가 문득 입을 열었다.

“성존의 일은 지체할 수 없지요. 사람이 몰려든다면, 나중에는 바빠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일단 지금 성지에 있는 사람들부터 시작하시지요. 그러면 일부분이라도 검사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원비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선생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럼 일단 성지에 있는 사람들부터 불러 모으겠습니다.”

하지만 귀의는 직설적으로 원비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럼 일단 원비부터 시작하시지요.”

원비는 깜짝 놀랐다. 불안해도 분명 이유는 있었다. 귀의는 갑자기 자신을 지목하고 나섰다. 원비는 간신히 또 억지웃음을 만들어 보였다.

“저요? 저는 여인입니다. 안 어울리지 않을까요?”

“안구일 뿐입니다. 성별과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내 원비의 말투가 싸늘히 식었다.

“흑리, 굳이 나까지 검사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모든 건 성비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만약 성비께서 자신을 예외로 두신다면, 저희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무상과 무심은 크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심이 그러했다. 사부가 이리 직접적으로 목표를 향해 직진할 줄 몰랐다. 조금도 우회하지 않았다.

이후 원비가 계속 뚫어지게 노려보는 것을 보고, 귀의가 첨언했다.

“성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효과만을 봅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하지만 웬걸, 원비는 그 수작에 놀아나지 않았다.

“난 검사받을 필요 없어요. 사람들을 불러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요.”

원비가 떠난 뒤, 무심은 그제야 귀의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모두 제자의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사부님께서…….”

귀의는 손을 들어 무심의 말을 끊었다.

“이제 와 옳고 그른 걸 따져 뭘 하겠느냐. 더는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여기 왔으니, 말하면 안 되는 건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쪽에서 이번 일을 폭로하면, 우리 셋은 죽어서도 시신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너는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내가 이미 말했듯, 우리가 감히 건들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너는 들어먹질 않고, 기어이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느냐? 이젠 어쩔 수 없이 한 걸음씩 조심스레 나아갈 수밖에 없다.”

무심은 그저 침울한 얼굴로 크게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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