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2화. 달라진 상황
우유도에게 방법이 있다는 말에, 서해당도 쓸데없는 말은 덧붙이지 않고 곧바로 소매에서 잘 접힌 지도를 꺼내 들었다.
“확실히 흔적을 찾았지. 이 지도는 그녀가 나타난 곳을 표시한 것이네. 이걸 보면 성나찰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줄곧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성나찰은 녹현현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만약 이대로 일직선으로 움직인다면 다음으로 도착할 곳은 화산현현성(花山縣縣城)일 거야.”
우유도는 지도에 표시된 것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속도가 느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도착하면 만날 수 있겠습니까?”
서해당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만날 수 있을 거야. 성나찰은 확실히 직선으로 움직이고, 도중에 사람을 만나거나 마을을 보면 즉시 멈춰서 자신의 성에 난입한 자가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다네. 그래서 소모하는 시간이 적지 않지. 화산현에 도착한다면 틀림없이 성나찰을 막아설 수 있을 것이야.
정말 답답한 노릇이야. 상찬 행궁을 직접 본 사람들을 제외하고 누가 성나찰의 물음을 제대로 알아듣는단 말인가?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하면, 그녀는 크게 화를 내. 머리가 좀 모자란 것 같네. 그렇게 그야말로 혈로를 만들면서 움직이고 있어. 보이는 족족 모두 죽이고 있다고!
그녀 손에 죽은 사람만 해도 이미 1천을 훌쩍 넘겼네. 정말 사마와 다를 것이 없지. 이제 수행자들도 감히 그녀를 공격하지 못하고 있네. 그녀에게 목숨을 잃는 자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어. 그녀가 지나간 곳마다 곡소리가 가득하니 이미 인심이 아주 흉흉해졌네. 하아, 천벌을 받을 것이야!
그 요괴는 이미 살업을 너무 많이 쌓았네. 이미 하늘이 분노하고 땅에는 사람들의 원한이 가득해. 그런데도 그녀를 살리려 하는가?”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그녀가 뛰쳐나온 건, 저번 우리 행위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녀는 원래 세상의 분쟁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었습니다. 다 저 때문입니다. 그녀는 장손미와 목연택을 해치운 것에 공이 있습니다. 또 지금 그녀가 만들어 낸 살업에 우리들의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 없지요.”
서해당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지금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네. 경솔하게 손을 썼다가는 어찌 될지 알 수가 없네. 우유도, 이 사람아.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정에 흔들릴 때가 아니네.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좌시하는 것이야!”
“지킬 수 있으면 최대한 지켜야지요! 그녀를 살려두면 나중에 크게 쓸 일이 있습니다.”
“대화가 안 통하는데 소용이 있겠나?”
우유도는 지금 서해당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말을 끊고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성나찰이 무고한 백성을 죽이고 다닌다는 이야기에, 우유도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미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 앞에 있는 백성들은 미리 피난을 가지 않은 겁니까?”
“벌써 각지로 피난가라는 명령이 전달됐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그들 모두에게 알리는 건 불가능하지. 전에는 그녀가 어디로 향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네. 지금 이렇게 직진하고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야 확인된 사실이야. 사람들도 그제야 피난시키기 시작했지.”
“그녀를 뒤쫓는 수행자가 많습니까?”
“그럼 적겠는가? 송국 3대 문파가 모두 움직였네. 정말 개똥에 파리가 꼬이듯 달라붙고 있어. 각 문파의 수행자들, 우리 만수문을 포함한 각지에 머물던 수행자들, 또 각지에 있던 표묘각 인원들 모두가 뒤쫓고 있어.
감히 다가가진 못해도 멀리서 그녀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어. 지금 상황에선 성존께서 도착하기 전에 감히 성나찰 앞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네.
시간으로 보자면, 아마 지금쯤 내가 보낸 소식이 표묘각에 도착했겠군. 표묘각도 방금 소식을 받았을 테니 다시 성경에 보고해야 하고, 또 성경에 가기 위해서는 망망대해와 넓은 대륙을 가로질러야 해. 아마 내일은 돼야 성경에 도착할 터, 성존이 오기 전에 대체 얼마나 죽어 나갈지 알 수가 없군.
맞아, 그러고 보니 성나찰에게서 먹고 마시는 정황이 발견됐다네. 이미 부근 영역에 있는 표묘각 인원들이 각 문파의 힘을 조직적으로 모아 성나찰이 움직이면서 먹는 음식을 파악 중에 있네. 표묘각의 말을 빌리자면, 이미 성나찰을 독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더군!
우유도, 자네도 알겠지만, 저들 성존은 성나찰의 실력을 알고 있네. 만약 그녀를 독살할 기회가 있다면, 분명 독살을 택할 거야.
정말 성나찰은 너무 멍청한 것 아닌가? 이처럼 아무것도 의지할 것 없는 곳에서, 경계심 없이 돌아다니다니! 이 세상에 악독한 수법이 얼마나 많은가! 아마 그녀는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네.”
우유도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아직 우리에게 이틀 정도 시간이 있을 겁니다. 이쪽에 있는 표묘각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테지요. 아마 이곳에 있는 각 문파의 힘에 의지하고 있을 겁니다. 서해 장문인, 장문인은 일단 돌아가 저들이 어떤 조치를 하려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연락을 유지하고 상황을 확인하면 바로 알려주십시오. 그럼 저도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너무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네. 신분을 숨기고 성나찰을 데려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준비돼 있으니 신분이 들킬 염려는 없습니다.”
서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반드시 조심해야 하네. 충동적으로 움직이지도 말고, 자네가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그리고 포권하며 작별을 고하는데, 우유도가 손을 뻗었다.
“지금 저한테 큰 지도밖에 없습니다. 이 근처 도시와 성곽들의 자세한 지도가 없는데, 그 지도를 제가 좀 썼으면 합니다.”
별일 아니었다. 만수문의 다른 사람에게 지도가 더 있었기에, 서해당은 망설임 없이 지도를 건네준 뒤,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이어, 우유도와 운희 역시 발길을 옮겼다.
* * *
몇 개의 산을 건너, 우유도와 운희는 한 협곡에 도착했다. 이곳에 바로 원강과 여무쌍이 있었다.
지금 여무쌍은 두립을 쓰고, 원강에게 보호받고 있었다. 원강도 피부에 덧칠해 금색 피부를 가리고 있었고, 당연히 얼굴에도 가면을 쓰고 있었다.
두 사람이 돌아온 것을 보고 여무쌍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
우유도는 아무 대답 없이 운희에게 눈짓만 했고, 운희는 즉각 여무쌍의 팔을 잡고 멀리 날아갔다.
이후 우유도는 지도를 펼쳐 서해당에게 얻은 정보를 상세히 알렸다. 성나찰이 무고한 백성 수천만을 죽였다는 소식에, 원강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꼭 한 번에 성공해야 해요. 그녀가 도망치면 더 많이 죽을 테니까.”
“도망치게 할 순 없지. 아마도 지금은 너무 화가 나 그 분노를 사방으로 터트리고 있는 거겠지. 그녀를 빠르게 진정시킬 자신이 없어. 그렇다고 맞상대를 한다면, 잘못하다가는 그녀 손에 죽을 수도 있어.
이제 믿을 건 너뿐이다. 여무쌍이 얼굴을 드러내면, 그녀의 이름을 빌려 수행자들을 물릴 수 있을 거야. 그 즉시 손을 쓰도록 해. 반드시 정면에서 그녀를 잠시 붙잡아줘야 해. 그럼 내가 뒤에서 손을 쓸 테니까.”
원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꽉 붙들어야 해, 가장 좋은 건 그녀를 꽉 안고 있는 거야. 자신 있어?”
원강이 자신의 두 손을 한번 내려다보았다.
“싸워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없네요. 하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이젠 확신이 있든 없든 시도해볼 수밖에 없지. 운희가 협조할 거야. 자, 우린 지금 여기야. 지금 즉시 여길 가로질러 화산 현성으로 직진할 거야.”
우유도가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알겠어요!”
우유도 일행은 즉시 날짐승 2마리를 불러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화산현 현성 부근.
운희는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날짐승 2마리를 지하 공간에 숨겼다. 그리고 4명은 그대로 현성으로 들어갔다.
성문이 열려 있었다. 성 내부는 그야말로 적막했다. 이 거대한 현성에 사람 그림자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여기저기 음식을 찾는 들개들만 보였다.
“어라?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무쌍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이 상황을 예상했었다. 여기 백성들은 이미 모두 다 도피한 것이었다.
이내 우유도는 주변에 숨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기 위하여 옆을 돌아보았다.
“저 여인 입을 막아요.”
운희는 즉시 암중에 손을 썼고, 여무쌍은 곧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여무쌍은 매우 놀라 얼굴을 가린 비단 뒤에서 열심히 주위를 살폈다.
“암중에 숨은 수행자들이 있는지 살피고, 숨을 만한 곳을 알아봐 주세요.”
우유도의 말에, 운희가 즉시 등에 짊어지고 있던 새장을 원강에게 넘기고 한쪽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우유도와 원강은 여무쌍의 좌우에 서서 현성의 대로를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운희가 돌아왔다.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돼. 다 무너져 가는 민가에 노인 몇 명만 남아 있어. 나이가 있어 움직이기도 어렵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는 모양이야.”
원강이 즉시 말했다.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시오.”
우유도는 원강이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동정심에 그들에게 혹시 문제가 생길까 다른 곳으로 옮겨주려는 게 분명했다.
이에 우유도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우리가 왔으니 아무 일 없을 거야. 그 사람들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원강은 침묵했다.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다.
여무쌍은 계속 이 두 형제의 반응을 관찰했다. 특히 그녀는 원강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몇몇 노인들에 동요하는 원강을 보니 참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두 눈이 잠시 반짝이는 것 같았다.
이윽고 운희가 한 거대한 저택 내부의 누각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현성 안에서 가장 높은 곳 같았다. 저기라면 현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듯했다.
우유도도 누각을 바라보다, 성나찰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행은 빠르게 누각에 올라, 각자 창문 하나씩 차지하며 앉았다.
말을 할 수 없는 여무쌍은 조용히 누각 안 의자에 앉아, 뭔가 생각에 잠겨 두 눈을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시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원강은 바로 손을 뻗어 금시를 받은 뒤, 다리에서 밀서를 꺼냈다.
원강은 자신의 호완(護腕)에서 직접 만든 연필을 꺼내, 밀서 행간에 해석한 내용을 적어 내려갔다.
내용을 확인한 원강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가 급히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도야, 큰일 났어요. 상황이 바뀌었어요.”
서신을 살핀 우유도의 안색도 급변했다. 서해당의 서신이었다. 그는 성나찰이 화산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며, 표묘각 사람들은 현재 근처에 있는 한 마을에서 성나찰이 지나갈 곳을 계산해 그곳 백성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성나찰에게 손을 쓸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화산현에서 손을 쓰지 않는 건, 성나찰 독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화산현은 커도 너무 컸다. 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곳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준비 중인 마을은 길이 하나뿐이라 힘을 집중해 준비할 수 있었다.
표묘각 사람들은 성나찰이 어떤 걸 먹을지는 연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일망타진의 방식을 취해, 대로 양측에 각양각색의 먹을 것들을 수도 없이 배치했다. 성나찰이 뭘 좋아하든, 그냥 먹기만 하면 상관없었다.
이미 모든 음식에 하독을 했고, 만약을 대비해 손을 쓰는 표묘각 인원들은 송국 3대 문파와 만수문에게서 천검부를 모았다. 성나찰이 중독되고도 반항한다면 상황이 허락하는 한, 천검부를 이용해 성나찰을 죽일 요량이었다.
다가와 함께 내용을 살피던 운희도 동요했다.
“아주 악독한 수법이군. 이건 그녀의 멍청함을 이용하는 거잖아!”
“처음부터 세상일에 무지했어요. 사람 마음이 이토록 악독하다는 걸 알 리가 없죠. 어쩐지 여기에 수행자 하나 보이지 않더라니.”
우유도는 신음을 흘리며 서신을 가루로 만들곤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소매에서 지도를 꺼내 서해당이 언급한 곳을 확인하고 얼굴을 굳혔다.
“그렇게 멀지는 않네요. 늦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죠!”
현성 밖, 네 사람은 다시 날짐승 2마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