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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23화 (822/1,000)

1723화. 불길이 치솟다

이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을 둘러싼 토성은 주위 산짐승이나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부실해 보였다.

현재 울퉁불퉁한 마을 대로변 양측에 자리한 건물들은 대부분 문이 다 닫혀있었다. 그러나 입구엔 빠짐없이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놓여 있었다. 소병, 만두, 고깃국, 구운 고기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마을 안 어두운 곳엔 숨어 외부를 살피는 시선들이 있었다. 거기에 대거 수행자들이 마을 바깥 숲에 숨어 마을과 주변을 관찰 중이었다. 덧붙여 목표를 유인하고자 마을의 수많은 집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수행자 대부분이 마을 밖에 숨어있는 건 안전 때문이요, 타초경사(*打草驚蛇: 의도치 않게 뜻밖의 결과를 불러일으킴)를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서해당도 숨어있는 인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표묘각 핵심 인원 몇몇과 동행하며 두 눈을 번득였지만, 속으론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과연 우유도가 적시에 도착할지 알 수가 없었다. 설혹 늦지 않게 온다 해도, 이리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성나찰을 어찌 데려간단 말인가! 추후 표묘각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그 수법을 대조해 분석하면 어렵지 않게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매우 큰 일이었다. 일단 단서를 찾으면 성경은 분명 그대로 빠르게 조사를 진행할 것이고 어쩌면 초려산장 전체를 소탕해 버릴 수도 있었다.

서해당은 내심 우유도가 늦기를 바라고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우유도가 도착하기 전에 성나찰을 처리해 버리는 것이었다.

솔직히 사해당은 성나찰 때문에 모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아예 이 사실을 우유도에게 알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일에 참여한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우유도에게 할 말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방법이 있다는 우유도의 말이 진짜일 수도 있었다. 우유도는 지금까지 자신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그로 인해 서해당도 계속 우유도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해왔다.

서해당은 우유도가 폭로되는 것도, 그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도 원치 않았다. 우유도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지금 판을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우유도뿐이기 때문이었다.

우유도가 없다면 성경 쪽에선 언젠가 자신에게 들이닥칠 것이 분명했다. 사실이 그러했다. 우유도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표묘각 조사 인원들이 각 문파를 조사하는 것이 지금까지 늦춰질 리가 없었다.

“왔다!”

한 표묘각 인원이 주변을 환기하며 소리쳤다. 서해당도 순간 정신이 들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은빛으로 빛나는 날개가 등 뒤로 빨려 들어가고, 마치 세상에 강림한 요마처럼 성나찰이 마을에 천천히 내려섰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한쪽 지붕 위 굴뚝으로 연기를 뿜어내는 건물을 노려보았다.

쾅!

성나찰이 번쩍하더니, 굳게 닫힌 건물 문이 터져나갔다.

그녀는 그렇게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뒤, 건물 하나를 살펴보고, 불을 피우는 주방으로 들었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후로도 소란스레 벽을 몇 개나 부수고 다녔지만, 여전히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쾅-!!!

벽이 무너지고, 성나찰이 그 안에서 다시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내 그녀는 느긋하게 걸으며 좌우를 살폈다. 길거리 양쪽엔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고, 성나찰은 그 향긋한 냄새에 맞춰 코를 벌름거렸다.

눈앞에 따뜻한 만두가 가득 쌓여 있었다. 성나찰은 잠시 멈춰 한참을 바라보더니, 무엇도 건드리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계속 걸어가는 도중에도 성나찰은 자신도 모르게 좌우에 가득한 음식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마을 중간쯤 다다랐을 때 성나찰이 다시금 걸음을 멈췄다.

코를 벌름거리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화덕 위 꼬치에 꿰어져 황금색 기름을 뚝뚝 흘리고 있는 닭고기가 있었다.

또 한참을 빤히 바라보던 성나찰은 닭고기를 향해 돌아서더니 잠시 닭고기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결국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뻗었다.

휙-

날카로운 손톱으로 닭고기를 한번 그은 성나찰은 바로 입을 벌려 손톱을 한번 맛보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었다. 성나찰은 그대로 닭고기를 양손으로 움켜쥐곤, 뜨겁지도 않은지 즉각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닭고기를 맛본 성나찰은 더욱더 눈이 뜨여 결국 한 마리를 다 먹어 치웠다. 바닥 여기저기 닭 뼈가 굴러다니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부족한 듯했다. 다시 한 마리, 또 한 마리……. 기름진 손은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이 요리로 인해 성나찰은 본래 목적을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 깊은 원한도 온데간데없이 그저 먹을 것을 탐하는 요수가 되어있었다.

지금 골목 어두운 곳에 숨어있는 시선은 그 모습에 매우 기뻐했다. 다들 그렇게 성나찰이 쓰러지기만 기다렸다.

그들도 성나찰이 이처럼 닭고기구이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한 마리로 부족했는지 먹고 또 먹고, 총 6마리 중 벌써 5마리를 먹어 치웠다.

이내 마지막 닭고기로 손을 뻗던 도중,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뻗은 손가락은 마치 경련이 온 듯 부자연스럽게 떨렸다.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 친 성나찰은 두 손으로 복부를 움켜쥐었다. 호흡도 다소 거칠어졌고, 얼굴에 그 괴이한 은색 문양도 요동을 쳤다. 서서히 그녀는 온 얼굴이 뒤틀리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하악……!!!”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성나찰이 고개를 치켜들고 포효했다. 목소리는 매우 처절했다. 등 뒤에서도 은빛 날개가 활짝 펼쳐졌고, 그녀는 바로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날개를 움직이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성나찰의 온몸 전체로 서서히 경련이 일었다. 두 눈을 부릅뜬 그녀는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지만, 일신의 요력으로도 그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성나찰은 허공에서 휘청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 같았다.

마을 주변 숲속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다들 눈을 크게 뜨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다들 숨을 멈추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성나찰은 결국 이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내내 휘청이던 그녀가 마치 줄이 끊어진 연처럼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쾅!!!

성나찰이 한 건물의 지붕을 뚫고 떨어져 내렸다.

이런 작은 마을에 애초부터 견고한 건물이 있을 리 없었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벽돌 등이 경련하고 있는 성나찰을 뒤덮었다. 은빛을 뿜던 두 날개는 매우 더러워졌고, 그 눈부시던 은빛도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지금 성나찰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확!

성나찰은 몸을 깔아뭉갠 것들을 밀어내고 일어나려 했지만, 다시 급히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쓰러졌다. 성나찰이 너무도 싫어하는 이 불결함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없었다.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었다.

곧이어 마을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골목과 주변 건물 지붕에서 속속들이 나타나더니 성나찰이 떨어진 곳을 향해 서서히 모여들었다.

하지만 성나찰이 떨어진 곳의 벽은 멀쩡해서 지금 건물 내부의 성나찰 상황은 알 수가 없었고, 그 누구도 쉽게 다가가진 못했다.

그러나 다가가지 않으면 안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하늘엔 이미 태양이 기울어 석양빛에 아름답게 물들고, 바깥 주변 숲속에 숨은 표묘각 인원들이 마을 내부를 감시하는 이들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은 서로 잠시 눈을 맞춘 뒤,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천천히 걸음을 뗐다. 그러다 한 사람이 돌연 길가에 있는 수레를 잡아 던졌다.

쾅!

수레는 박살이 났고, 성나찰이 있는 건물의 한쪽 벽면도 같이 무너졌다.

먼지가 가득한 곳에 은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뿌연 먼지가 가라앉자, 안에서 발버둥 치는 성나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걸렸다!”

수레를 던진 수행자가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저리도 두려움 없이 소란을 피우는 걸 보니 틀림없어 보였다.

그들은 너도나도 손을 써서 동시에 건물을 둘러싼 벽면을 다 부쉈다.

일어나려 한참 발버둥 치던 성나찰은 벽이 무너지면서 다시 깔렸고, 이번에는 정말로 그 안에 묻혀버렸다.

이내 폐허 안에서 한 손이 올라와 물건들을 밀어냈다. 성나찰은 아주 힘겹게 밖으로 기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탈출도 힘들어진 성나찰을 보고,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했다. 그들의 계획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쉽게 다가설 순 없었다.

그중 한 사람이 즉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로 날아올랐다. 그는 주위를 향해 연신 손짓하며 신호를 보냈다.

“성공이다!”

숲속에 몸을 숨긴 표묘각 사람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리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법력을 이용해 명령을 내렸다.

“가자, 포위하라!”

명령이 내려지자, 주위 숲속에 매복하던 수많은 수행자가 분분히 뛰쳐나와 마을로 날아갔다. 텅 빈 마을 건물 위는 한순간 수행자들로 가득 찼고, 다들 발버둥 치는 성나찰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서해당도 그 안에 있었다.

서해당은 성나찰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탄식했다. 그는 정말로 이들의 계획이 성공할 줄은 몰랐다. 성나찰이 성존과 싸우는 것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섯 성존이 협공해도 끝내 처리하지 못한 성나찰이, 이들 소인의 손에 쓰러지다니.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우유도 일행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면, 우유도는 아마 자신의 소식을 받고 이쪽으로 오는 중일 가능성이 컸다. 이곳에서 화산현은 그리 멀지 않았다. 소식 전달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터였다.

이제 서해당은 성나찰을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길 기대했다. 이대로 놓아두었다가 도착한 우유도가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할지 몰랐다. 만약 우유도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다들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서해당 그 자신도 그리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것이었다.

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성나찰은 자신을 포위한 사람들을 보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를 둘러싼 은빛도 순간 조금 더 밝아지며, 성나찰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그중 한 사람은 바닥의 돌덩이를 발로 차 성나찰에게 날려 보냈다. 대로 곁에 장대를 꽂기 위함이었다.

쾅!

성나찰은 충격에 휘청거리며, 돌연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뭔가 화살처럼 쏘아졌다. 어찌나 빠른지 그저 한 잔상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다음 순간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돌덩이를 날려 보낸 사람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성나찰에게 가슴을 관통당한 뒤였다.

퍼석!

성나찰은 마지막으로 다른 손을 들어 그 사람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뇌수가 사방으로 흩날리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저만치 멀어졌다.

그때, 서해당 곁에 있던 이 구역 관리 집행자가 소리쳤다.

“모두 천검부를 사용해라!”

즉시 몇 사람이 천검부를 꺼내 들었다. 집행자도 솔선수범 움직였다.

곧 천검부에서 대량의 기운이 용솟음치며 한줄기 검강이 쏘아져 나갔다.

성나찰도 즉각 그 검강을 향해 정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쾅!

폭음이 울리고, 뛰어올랐던 성나찰은 다시 바닥에 떨어져 비틀거렸다. 그러나 쉴 틈은 없었다. 곧이어 2번째 천검부가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하악!”

처절한 비명을 토해낸 성나찰이 양손을 미친 듯 휘둘러 검강을 깨트렸다. 그 검강이 깨어지면서 생겨난 강풍은 허술한 주변 건물의 지붕을 날려 버렸고, 대로 양쪽에 있는 화로 불씨도 주변으로 날려 보냈다.

결국 광풍이 온 마을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으로 기세를 불린 불길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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