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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34화 (833/1,000)

1734화. 보검지도(寶劍地圖)

우유도는 상숙청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관방의가 알아내지 못한 문제를 자신이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웬걸, 뜻밖에도 그가 뭔가를 알아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상숙청에게 묻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 질문을 하긴 했을 터였다.

그때, 원강이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은아가 이렇게 빨리 도야를 팔아먹은 건가요?”

“처음부터 그 먹보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 이렇게까지 못 믿을 줄은 몰랐던 거지. 앞으로 다들 조심하도록 해. 또 무슨 일인데?”

우유도는 더는 이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아, 원강이 들고 있는 서신을 슬쩍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원강은 바로 우유도에게 서신을 건넸다.

“서해당이 만나고 싶대요.”

“왜?”

“안 적혀 있던데요.”

우유도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아마 여전히 여무쌍 일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일 거야. 답장을 보내,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대충 설명해 준다고 하고, 이제 여무쌍은 우리와 협력 관계라고만 적어, 나머진 설명할 필요 없고. 그리고 육성의 동향을 좀 주시하라고도 전해줘.”

잠시 후, 관방의가 돌아왔다.

“남산사 주방에 불을 지피는 풀무가 있어. 홍랑은 그쪽에 가서 준비 좀 해줘, 상관없는 사람은 물려주고.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

관방의는 우유도가 들고 있는 검만 보고도 지시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사실 그녀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다른 사람에게는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하지 않고, 다시 왕소의 가면을 뒤집어쓴 뒤 운희와 떠나갔다.

우유도가 초려별원에서 움직일 때는 운희를 따라다녀야 했고, 원강은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으니 계속 지하에 남았다.

* * *

남산사.

“무슨 일이 있으면 빈승이 하면 됩니다. 어찌 홍랑에게 이런 아랫사람들의 잡일을 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곰탱이! 그만하고 꺼지라고!”

운희와 우유도가 남산사 주방 밖에 도착했을 때, 안에선 마침 원방의 아부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초려별원의 도야는 죽고, 원강은 사라졌다. 현재 초려별원의 모든 걸 관리하고 있는 관방의가 실권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 원방만 봐도, 당장 관방의 앞에 절이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막 입구에 도착한 도야 일행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나오는 원방을 보았다. 그리고 원방도 두 사람을 발견하고 또 연신 굽실거렸다.

“운 산주님.”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 빨리 비켜라.”

운희가 그에게 경고하며 주방에 들어갔고, 우유도는 팔짱을 끼고 입구를 막아섰다. 원방은 우유도를 보며 한참 유쾌하게 웃더니 자리를 떠나갔다.

“들어와.”

주방에선 막 불을 지핀 관방의가 우유도를 불렀다.

우유도는 주위를 한번 살핀 후, 뒤돌아 주방으로 들어갔다.

* * *

관방의는 주방 화구 옆에서 열심히 풀무질 중이었다. 우유도가 직접 고개 숙여 확인해보니, 화구엔 불길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내 우유도는 검을 뽑아 그대로 화구에 집어넣었다. 검은 넘실거리는 그 뜨거운 화염에 몸을 맡긴 채 잠시 침묵에 잠겼다.

한쪽의 운희는 대체 뭘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관방의에게 물어도 그녀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

보통 천하 수행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대부분 진국 기운종에서 만들어졌다. 일반 사람이 단조한 무기는 예리함과는 별도로 단단함이 부족해서, 경지가 높은 수행자가 무기를 쓰면 쉽게 부서져 버리곤 했다. 그러나 이 동곽호연의 패검은 누가 단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구력은 단연 보통 이상이었다.

숯을 몇 번이나 더한 뒤에야 검신이 비로소 붉게 달아올랐다. 우유도는 내내 화구를 지켜보다가 법력을 이용해 허공섭물로 화구 속 보검을 그대로 눈앞까지 끌어당겼다.

상황을 알고 있는 관방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운희는 영문은 몰라도 일단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우유도가 곧 붉게 달아오른 검신을 뒤집었다. 양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검을 공중에 고정하자, ‘벽혈단심’이 적힌 붉은 검면 속에서 검은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문양이 아닌 지도였다.

관방의는 바로 손을 뻗었다.

“이거 봐.”

우유도도 이미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산수를 표현한 지도였다.

지도엔 한 산장이 보였다. 우유도는 법안으로 그 산장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순간 멈칫했다. 자신이 가본 적 있던 산장이었다.

산장은 남주 경내에 있는 곳으로, 영왕이 남긴 왕부별원이 분명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왕의 봉지 창오현에 있는 왕부별원이었다. 당시 우유도가 상조종 일행과 창오현에 있을 때 지냈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틀림없었다. 지낸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산장 구조는 매우 익숙했다. 산장이 등지고 있는 산세조차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더욱이 이건 영왕과 관련있는 물건이다 보니, 잘못 봤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우유도는 일순 의문이 들었다. 설마 그곳에 십만 까마귀 장군이 숨겨져 있었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 십만 까마귀 장군이 숨겨져 있었다면, 분명 음기가 매우 깊었을 텐데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곳에 지낸 시간이 길진 않았어도, 찰나처럼 짧았다고도 할 순 없었다.

우유도가 다시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려는데, 검신은 이미 다시 식어가고 있었다. 위에 나타난 그림도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곧장 보검을 다시 화구에 다시 집어넣었다.

“불 다시 지펴.”

관방의도 다시 풀무질을 시작했다.

아직 검이 다 식지 않았기에, 보검은 빠르게 달아올랐다. 우유도는 다시 법력으로 검을 꺼냈고, 검신에도 재차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을 자세히 살피던 우유도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지도에 선명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지냈던 산장 근처엔 강은 고사하고, 작은 개울조차 없었다.

그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지하천!

산장 근처에 강은 흐르지 않지만, 산장 아래엔 지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지도가 가리키는 강은 아마도 그 지하천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설마 목적지가 지하천에 있다는 뜻일까? 우유도는 지하천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뭔가가 있었다. 지하천이 꺾이는 곳에 작은 글자가 있었다. 법력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아주 작게 보이는 글자, 영(寧). 지하천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내려도 이 외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숨겨진 마을로 향하는 위치조차 표시돼 있지 않았다. 특수한 곳이 있다면, 영이라고 적힌 그곳뿐이었다.

바로 이 표식이 있는 곳이 목적지인 것 같았지만, 완전히 확신할 순 없었다. 아마도 그곳에 직접 가봐야만 확인할 수 있을 듯했다.

검신이 다시 식어가자, 우유도는 검 손잡이를 잡고, 다른 쪽 두 손가락을 세워 검신을 한번 훑었다. 그러자 손가락을 타고 나타난 화염이 화구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보검의 붉은 부분도 한순간 빠르게 사라졌다.

우유도는 다시 검집에 보검을 집어넣고 납검했다.

“뭔가 알아낸 거야?”

관방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관방의가 다시 또 물었다.

“지도가 가리킨 곳이 어딘데?”

우유도가 그녀를 힐끗 한번 쳐다보았다.

“감이 잡혀.”

관방의는 얼굴을 찡그렸다. 우유도는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럼 더 물어도 소용이 없을 터였다.

그녀는 물론, 같이 그림을 살피던 운희 역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애초에 그 산장에 살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이 지도를 본다고 뭔가 알아낼 리가 없었다. 지명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큰 천하에 수많은 산과 강이 흐르고 있으니, 겨우 지도만 보고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운희는 지금 우유도가 들고 있는 검이 ‘벽혈단심’의 패검이라는 건 알아보았다. 오랫동안 우유도를 따라다닌 만큼, 그가 갑자기 이런 짓을 벌이고, 심지어 검에서 그림까지 만들어 낸 것을 보고 그 안에 분명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건 눈치챘다.

운희는 동곽호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녀는 이 검이 원래 동곽호연의 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유도는 뜨거운 불길이 넘실거리는 화구 앞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엔 당시 그 지하천에 들어가 들었던 이야기도 불현듯 스쳤다.

당시 영왕이 그 일대에서 전투를 벌일 때에, 낙오된 영왕 휘하의 장수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는 이야기였다. 훗날 그 전장이 영왕의 봉지가 된 것은, 바로 영왕이 조정에게 직접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보니, 영왕이 아무 이유도 없이 연국 조정에게 그 봉지를 요구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숨겨진 마을이란 것만큼 간단한 이유가 아닐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 마을은 진짜 비밀을 숨기려는 조처일 수도 있었다.

그 마을을 찾으면 사람들은 영왕의 비밀을 찾았다고 생각할 테고, 더 이상 수색할 필요를 찾진 못할 터였다. 그럼 영왕도 진짜로 그 봉지를 요구한 비밀을 숨길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 마을은 영왕이 만약을 대비해 준비한 희생물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처럼 기밀을 요하는 곳에 노출 위험이 있는 마을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시 단순히 지하천을 발견한 건 아닐 것이었다. 분명 다른 뭔가를 발견한 것이고, 영왕은 그 사실을 숨긴 것이 확실했다.

모든 걸 종합하니, 동곽호연의 패검에 그림을 그린 까닭도 짐작이 갔다. 영왕을 비롯한 그들은 암중에 천하를 뒤흔들 비밀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과관계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잡히자 우유도는 남몰래 고개를 내저었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영왕은 정말로 너무도 독한 사람이었다.

비밀을 숨기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을 희생물로 삼았다. 세상을 피해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왕의 심복이자 옛 부하들이었다. 그중에는 몽산명까지 있었다. 몽산명 역시 희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래서 일단 누군가에게 발견되더라도 그 마을이 영왕의 진정한 비밀이란 걸 증명할 수 있고, 의심 사지 않고 더 깊이 진실을 숨길 수 있었다.

몽산명이 병력을 잘 지휘하고 잘 싸운다 해도, 십만 까마귀 장군보다 대단하다 할 순 없었다. 몽산명이 이끄는 천군만마도 십만 까마귀 장군과 싸운다면 한순간에 쓸려 나가버릴 정도였다.

경중을 비교하자면 영왕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도 영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영왕은 그 비밀을 위해, 친딸의 얼굴까지 희생시켰다.

정신을 차린 우유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갑시다.”

세 사람은 그렇게 주방을 벗어났다.

* * *

그 후, 관방의는 그야말로 매일 우유도에게 딱 붙어서 그를 감시했다. 사람들은 다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장보도 같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관방의는 우유도가 지도를 얻었으니, 분명 보물을 찾으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도 따라가 살펴보고 싶었다.

하지만 관방의는 점점 실망만 커졌다. 우유도는 줄곧 조용히 지내며, 초려별원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실 우유도도 지도에 표시된 곳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상황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여무쌍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육성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 현재는 위기에 대응하는 게 제일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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