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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47화 (846/1,000)

1747화. 오상 이용 계획

우유도는 계속해서 내용을 살폈다. 그러다 일부 내용을 확인하고 고개를 저었다. 최근 전쟁과 관련된 정보가 많이 들어 있었다.

후진국은 결국 종말을 맞았다. 각국 사이의 싸움이 참으로 재미있지 않은가. 끝내 도망친 장홍 모자에게까지 생각이 닿은 우유도는 탄식을 뱉었다.

부귀영화라는 건, 그야말로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았다.

이내 우유도가 종이를 내려놓자, 여무쌍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야, 혹시 성경 안에 있는 호족과 연락을 하고 있나요?”

까닭 없이 묻는 게 아니었다. 여무쌍은 지금 원강을 따라 각종 기밀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호족과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호족은 외부인을 쉽게 믿지 않았다. 전에 구성이 줄곧 호족에 사람을 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것만 봐도 호족이 얼마나 외부인을 경계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우유도가 그 호족과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는다니, 여무쌍은 처음에 이를 알고 경악했다.

우유도는 탁자를 가만히 두드리다가 여무쌍을 빤히 보며 천천히 말했다.

“나추의 부인 은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네?”

여무쌍이 경악했다. 우유도가 갑자기 동문서답을 하면서 은희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은희는 사실 호족의 족장입니다.”

“네?”

여무쌍은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났다. 우유도의 말이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이런 걸로 자신을 속일 이유는 없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니, 그 충격의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전에 구성이 호족을 멸족시키기 위해 그렇게 힘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근데 그 호족 족장이 나추의 부인 은희였다니?

정신을 차린 여무쌍이 다시금 물었다.

“설마 나추가 줄곧 호족을 도와주고 있던 건가요?”

운희도 매우 놀란 상태였다. 우유도가 호족과 뭔가 연관이 있음은 알았지만, 내막은 알지 못했다. 그녀도 지금 진실을 알게 됐다.

우유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추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한 그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은희를 죽이려 했지요. 그녀 이마에 있는 수안을 파내라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호족이 여태까지 은희의 목숨을 살려놓았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그렇다 한들 죽은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요.

은희는 지금까지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량과를 얻은 후에 부상을 치료하고 다시 깨어날 수 있었지요.”

여무쌍은 묵묵히 이야기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 후 마지막에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은 그녀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우유도를 빤히 보며 물었다.

“호족이 도야를 어째서 신임하는 것이지요? 은희는 상찬과 연관이 있고, 성나찰도 상찬과 연관이 있지요. 제5 영역도 상찬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 마교의 손에 있는 마전까지도요. 우……, 도야는 이 모든 것과 연관돼 있지요. 혹시 상찬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우유도는 미소 지었다. 무쌍성존은 과연 무쌍성존이었다. 반응이 이리 빠를 줄이야. 한 번에 핵심을 짚었다. 우유도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도 않았다.

“이 얘기를 들려준 건 제수씨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육성은 모두 인간계에 머물고 있지요. 성경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만약 호족에게 성경에서 난리를 피우게 한다면 효과가 어떨 것 같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여무쌍이 반문했다.

“보잘것없는 수하들을 죽인다고 별다른 의미가 있을까요? 육성이 조용히 성경에 들어가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에요. 누구도 모르게 들어갈 수 있지요. 정말 그랬다가 잘못하면 은희가 육성의 손에 죽거나 붙잡힐 수 있어요.

은희의 실력도 나쁘지 않지만, 육성의 상대는 아니지요. 육성 중 누구를 만나도, 스스로 죽을 길에 들어가는 것이 될 거예요. 도망도 칠 수 없겠지요. 그러니 그건 너무 위험해요. 하지 않는 걸 추천하겠어요.”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확답을 얻었으니, 그 계획은 취소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고서야 모든 문제의 근본이 육성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육성이 쓰러지지 않으면, 아무리 그 아래를 철저하게 파괴해도 육성은 결국 그것들을 다시 새롭게 만들어 낼 것이었다.

여무쌍이 또 덧붙여 강조했다.

“만약 은희가 나서서 수작을 부리기만 하면, 육성은 분명 함정을 파고 그녀를 상대하려 할 거예요.”

우유도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육성은 은희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모두 다 말인가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요?”

여무쌍은 깜짝 놀랐다. 우유도에게 붙잡힌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그녀만 몰랐단 말인가?

“얼마 전 일입니다. 은희에게 그들 모두에게 연락을 취해…….”

우유도는 얼마 전 은희가 각 성존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성나찰 때문에 계획을 망쳤단 얘기를 전했다. 여무쌍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육성 사이를 이간질해 내분을 만들려고 했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량과의 일을 육성이 계속 조사 한다면, 결국 일부 사람들은 들킬 수밖에 없겠지요. 그 일은 궁임책과 얽혀 있습니다. 그 말은 자금동도 얽혀들 수도 있다는 말이니,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궁임책이 들키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여무쌍도 우유도의 말뜻을 이해했다. 일단 자금동이 얽혀 들어간다면, 자금동 휘하의 세력도 얽혀들 수 있었다. 남주 쪽에도 큰 재난이 닥칠 것이다. 우유도는 바로 남주의 세력을 지키고 싶은 것이었다.

생각 끝에 여무쌍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야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토끼도 자기 둥지 옆에 있는 풀은 먹지 않는 법이에요. 풀이 없으면 자기 굴이 드러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도야는 왜 하필 무량과를 궁임책에게 준 건가요? 궁임책이 무량과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면, 남주도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거에요. 육성은 분명 감추어진 모든 기반을 없애려 하겠죠.”

“당시에는 당시의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땐 문제없으리라 생각했지요. 무량과에 꽃이 일찍 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역시 사람의 계획은 하늘의 계획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무쌍은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나찰이 목연택과 장손미를 죽일 수 있다면 함정을 파고 도야의 말을 듣는 성나찰을 부려 육성을 한 명씩 죽이면 되지 않나요?”

“나라고 안 그러고 싶을까요. 문제는 성나찰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인간일 때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때의 성나찰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지요.

또 하나, 접몽환계에서 성나찰이 그들과 싸우는 걸 직접 봤습니다. 육성은 홀로는 성나찰을 이길 수 없지만, 도망치는 거라면 성나찰도 단시간엔 그들을 어쩌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접몽환계에서 대량의 접나찰 도움이 없었더라면 성나찰은 이미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한쪽에서 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함께 확인한 사실이었다.

여무쌍은 깊은 생각에 잠겨 길게 침묵하다가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은희가 아직 살아 있다니, 오상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우유도가 즉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상은 은희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희가 하는 말을 들어봤습니다. 과거에도 오상이 그녀에게 나쁜 생각을 품었었죠. 하지만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나추에게 그녀를 보냈다 했습니다.”

“그 후에는요?”

우유도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아는 것도 여기까지네요. 설마 그 후에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단 말입니까?”

여무쌍이 주변을 환기하며 말했다.

“애초에 은희가 나추와 혼인한 후, 은희의 경지 때문에 우리 나머지 일곱은 매우 불만이었어요. 다만 나추가 우리에게 저항하고 있었지요. 나중에 오상이 성장한 이후 나추와 연합해 같이 은희를 보호하며 우리 일곱에 대항했었어요. 하지만 은희가 죽자, 오상은 즉시 나추와 반목했지요.”

말투가 의미심장했다. 우유도도 뜻을 알아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들어보니, 은희에 대한 오상의 감정이 정말 보통이 아닌 것 같군요.”

여무쌍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일단 감정은 제쳐두더라도 은희는 상찬 시대 사람이에요. 그녀는 성나찰과 아마 안면이 있을 거예요. 만약 은희가 성나찰을 불러낼 수 있다면 오상은 분명 믿을 거예요. 핵심은 성나찰이 본래모습으로 돌아가면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오상은 전혀 모른다는 거예요.

설파파에게 듣기로, 성나찰 비행 속도가 워낙 빨라 육성 중 누군가를 죽이는 건 어려워도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 건 문제 없답니다. 오상은 성나찰과 싸워본 경험이 있어요. 설파파 말로는 오상도 아마 알고 있을 거라 했고요.

오상이 수련한 마공은 특별한 공법이에요. 일대일로 싸우면, 오상은 구성 중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거예요. 그에 반해, 구성은 각자 자신만의 도망치는 방법이 있어 그 누구도 다른 누구를 죽이지 못하지요.

하지만 만약 성나찰이 오상을 도우면, 은희가 성나찰을 미끼로 쓴다면, 또 오상과 손을 잡겠다고 하면, 오상의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요?”

우유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배에 두 손을 얹은 채 깍지를 꼈다.

* * *

“천하제일 미인…….”

비밀통로에서 나온 관방의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초려별원으로 밀고 들어왔다. 초려별원 호위들은 전전긍긍하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별원 밖에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안엔 원색이 빙그레 웃으며 누워있었다.

* * *

원색 곁의 원비는 평범한 의복을 입고, 머리엔 비단이 덮인 사립을 쓰고 있었다. 마차 창문 주렴 사이로 고개가 살짝 나와 밖을 보고 있었다.

마차는 네 방향으로 각각 호위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다른 수행 호위들이 초려별원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이었다.

이내 원비가 주렴을 내리고 뒤돌아 물었다.

“갑자기 왜 여기로 오신 건가요?”

육성과 헤어진 후, 원색은 연국을 골랐다. 하지만 남주를 지날 때 갑자기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여기도, 저기도 모두 연국 안이라면, 굳이 날 푸대접할 필요가 없지.”

원비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도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다니, 과연 원색의 경계심이 보통이 아니라 생각했다. 원비는 냉소를 지었다.

“말하기 싫으면 마세요.”

원비가 기분 나빠하는 것을 보고 원색이 소리 내 웃었다.

“하하! 여기 초려산장 음식이 천하일품이라더군. 이왕 왔는데 그냥 지나치면 너무 아쉽지 않겠어? 귀로 듣는 건 허상이고, 직접 보는 건 현실이지.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먹어봐야겠어.”

순간 말문이 막힌 원비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먹을 것 때문이라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먹는 건 본래 원색이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걸 위해 굳이 이곳까지 온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혹시 성존이 여기 있다는 게 소문날 수 있으니, 먼저 나가 살펴볼게요.”

원색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하자, 원비는 허리를 숙여 마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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