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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49화 (848/1,000)

1749화. 상황 파악 불가

“보고드립니다. 뒤편에 있는 거처 안에서 비밀통로를 발견했습니다!”

옆에서 보고를 들은 관방의는 가슴이 철렁했다. 정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비밀통로? 앞장서라, 직접 봐야겠다.”

살짝 말투가 바뀐 원비는 관방의를 힐끗 보곤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보고자가 바로 그 뒤를 따랐고, 동시에 몇몇 사람도 즉시 원비를 따라 움직였다.

* * *

원비 일행은 비밀통로 입구에 다다랐다. 이내 누군가 먼저 월접을 날려 보냈고, 또 누군가는 먼저 빠르게 앞으로 뛰어나가 길을 열었다. 그렇게 하나둘 비밀통로로 들어가며 앞서 내부를 조사하던 이들과 합류했다.

일행은 곧 비밀통로 반대편과 이어지는 방을 찾아냈지만, 그곳 역시 여전히 초려산장 안이었다. 그쪽에도 이미 주위를 수색하던 이들이 있었다.

사실 예상한 부분이기도 했다. 비밀통로가 별로 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밀통로와 연결된 두 곳이 누구 거처인지 알아보아라.”

“알겠습니다!”

누군가 원비의 명령을 받고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돌아와 보고했다.

“알아보았습니다. 제경 홍랑과 도운산 운희의 거처입니다.”

원비는 살짝 멈칫하더니, 갑자기 뒤돌아 방 안으로 들어서 다시 밀도 입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입구에 나가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다. 여인 둘이 무엇을 숨기길래 이처럼 비밀통로까지 파 놓았단 말이냐? 몇 명 더 데리고 비밀통로에 들어가 다시 저 안을 자세히 조사해 보아라.”

“알겠습니다!”

즉시 명령을 받고 몇 명 더 비밀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원비의 말대로 지하 통로는 별로 길지 않았다. 한 번에 열 몇 명이 들어가 조사하니 곧바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가 나오자 누군가 바로 나가 원비에게 보고했다.

“보고드립니다! 지하도 안에 밀실이 있습니다. 크기도 작지 않습니다.”

과연! 원비는 두말하지 않고 지하도 안으로 들어갔다.

* * *

지하도 중간 위치쯤 돌아가는 벽이 있고, 그곳이 바로 다른 곳으로 통하는 비밀 입구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통로가 나타났고, 좌우에 방이 몇 개 있었다. 방엔 가구들이 있었는데, 먼저 도착한 이들이 궤짝 같은 가구를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우유도가 있던 밀실은 이 지하실 전체의 중추 위치였다. 놓여있는 물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원비는 그곳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아무 수확도 없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또 다른 곳으로 향하는 밀실이나 통로도 없었다. 그저 방 5개만 있었을 뿐, 그 안에 있는 물건으로 보자면, 여인 셋, 사내 둘이 머문 흔적만 보였다.

“제경 홍랑을 데려오도록.”

원비가 담담히 말했다.

곧 누군가 명을 받고 신속하게 나가 관방의를 데려왔다.

관방의는 냉정함을 많이 되찾았다. 시간이 꽤 흐른 듯해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유도 일행이 아무 반항도 없이 잡혔을 리는 없었다.

그리고 밀실에 들어서 벽에 걸린 성경 지도가 사라진 것을 보고, 관방의는 완벽히 상황을 파악했다. 도야 일행은 이미 도망쳤다.

비로소 안도한 그녀는 남몰래 탄식을 내뱉었다. 도야는 과연 도야였다. 아무도 연락을 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뭔가를 느끼고 피신했다.

“여기 밀실들은 뭐 하는 곳인지 어디 한번 설명해 보아라.”

원비가 관방의의 아혈을 풀어 주며 물었다.

“비밀스러운 것들을 의논하기 위한 곳이지요.”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의논하느냐?”

“때에 따라 다르지요. 천하 각 세력 중에 밀실 없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보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지요? 제가 알기로 표묘각은 함부로 천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원비는 관방의의 질문을 무시했다.

“내가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고생하는 것은 너 자신이다. 도운산의 뱀 요괴는 어디 있느냐?. 어째서 그 여인 거처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냐?”

관방의는 잠시 밀실 내부를 몰래 관찰한 뒤, 숙고 끝에 대답했다.

“도운산에 갔지요.”

“언제 떠났고, 언제 돌아오느냐?”

“오늘 떠났고, 언제 올진 모르지요. 구체적인 건 도운산 상황을 봐야…….”

무슨 질문을 해도 관방의는 적절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관방의 역시 조금씩 뭔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이들은 딱히 뭔가 단서를 얻어 들이닥친 것이 아니었다. 원비도 뭔가 특정한 것을 조사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도야를 찾아온 건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관방의는 더 의문스러웠다. 특별한 단서를 얻은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초려별원에는 왜 쳐들어온 거지?

그러다 잠시 후, 관방의는 무언가를 목격했다. 초려별원 측문이 활짝 열리며 한 마차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마차엔 친근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뚱땡이가 보였다.

표묘각 사람들은 그 뚱땡이를 매우 공손히 대했고, 심지어는 좀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도 풍겼다. 일부는 그 뚱땡이를 선생님이라 칭했으며, 사립을 쓴 여인은 고고(姑姑)라고 불렀다.

그 후에 누군가 남주부성에 있는 천하 전장 지배인을 데려왔다. 그를 데려온 건 관방의에게 자신들 신분이 확실하니 의심할 필요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또 관방의의 전폭적인 협력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 * *

성문 바깥 산중.

원강은 부근의 산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고, 운희는 다른 곳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있었다.

우유도는 원강이 몸을 숨긴 산 정상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시냇가 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여무쌍을 돌아보았다.

“원숭이와 지내는 건 익숙해졌습니까?”

여무쌍은 시냇물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와 지내는 게 익숙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그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가갔을 때,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제 목을 움켜잡았어요. 그리고 그대로 절 끌고 당신들에게 향했지요. 장담하는데, 만약 그때 내가 입 한 번이라도 뻥끗했다면 아마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제 목을 부러뜨려 버렸을 거예요.”

“지금 원숭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지요. 하지만 예전에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때는 이 별원뿐만 아니라 나를 제외한 홍랑과 운희까지도 그의 감시하에 있었습니다. 이건 신임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원숭이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여무쌍이 뒤돌아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어요. 이해해요. 날 믿지 않는 건 당연하지요. 근데 갑자기 그런 식으로 나오니 이상하게 감정적으로 됐을 뿐이에요.”

우유도가 미소 지었다.

“좋은 일이지요. 최소한 그때는 제수씨가 무쌍성존이 아니라 살과 피가 흐르는 여인 같아 보였으니까요.”

그때, 산 밖에서 누군가 날아왔다. 운희였다.

우유도는 즉시 뒤돌아 그녀에게 물었다.

“상황을 알아보았나요?”

“입구를 지날 때 보니, 앞을 지키는 사람은 우리 쪽 사람이었어. 이상한 건 감지할 수 없었어. 근데 안에서 배회하는 사람은 우리 사람이 아니었어.”

“외부인? 확실히 문제가 생겼나 보군요. 입구를 지키는 사람은 여전히 우리 쪽 사람이지만, 안쪽은 외부인이 있다? 어찌 된 일이지?”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고 홀로 중얼대며 상황을 파악에 힘썼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 있던 여무쌍이 물었다.

“안쪽에 싸운 흔적이 있던가요?”

“없었어요.”

“우리가 떠날 때도 그런 기미는 없었지요. 만약 누군가 쳐들어온 거라면, 홍랑이 우리 쪽에 기별을 넣을 수도 없게 막은 사람이 누구이며, 초려별원을 이토록 조용하게 할 수 있는 자들은 또 누구일까요? 별원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키고 있나요? 대낮에 누군가 쳐들어온 것을 발견하지 못할 리는 없어요. 또 그 많은 사람을 동시에 제압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요.”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수씨는 표묘각을 의심하는 겁니까?”

여무쌍은 고개를 끄덕였고, 일순간 현장이 조용해졌다.

“너무 급히 떠나느라 비밀리에 연락하던 금시를 못 챙겼어. 들어가 다시 가져올까? 아니면 나 혼자 왕부 쪽에 가서 한번 상황을 살펴볼게.”

운희의 말에, 우유도가 나섰다.

“지금은 누님 재주를 믿고 함부로 움직일 때가 아니에요.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저기 있는 인원들이 어떤 식으로 배치돼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죠. 안 그럼 누님이라도 지면에 가까워지면 법력 파동 때문에 들킬 수도 있어요.

신중히 움직여 나쁠 건 없지요. 이렇게 합시다. 누님은 변장하고 성에 들어가 풍, 림, 산, 화 중 우산(牛山)을 찾아가세요. 지금 우산은 남주부성 방어를 책임지고 있어요. 그를 찾아 보고한다는 빌미로 왕부를 찾아가 왕부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하세요.

아무 이상도 없다면, 우산에게 누님을 대신해 남약정에게 연락을 취하게 하세요. 남약정더러 뭔가 변명거리를 앞세워 초려별원을 방문해 상황을 좀 파악해 달라고 하세요.

만약 문제가 있다면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최대한 은아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요. 기절시켜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요.

은아와 군주는 지금 학당 쪽에 있을 거예요. 군주에게 당부하는 걸 잊지 마세요. 은아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일단 지금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은 지금 당장 생명의 위험은 없을 거예요. 우리를 찾기 위해 온 것이라면, 지금 당장 홍랑을 죽이진 않을 거예요. 일단 그렇게 시간을 벌고, 상황을 파악한 후에 홍랑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구하도록 하지요.”

“알겠어!”

운희가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운희가 조용히 성에 들어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초려별원, 남산사 주방.

일단의 승려들이 한창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한쪽에서 감독하고 있던 원방은 수시로 문밖을 힐끔거렸다.

원방은 지금 표묘각 사람이 왜 갑자기 초려별원을 찾아왔는지 몹시 의문스러웠다. 심지어 아직 밥때도 되지 않았건만 자신들에게 한 상 차리라 분부를 내렸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지?

* * *

오량산 거처.

원비와 공손포는 조용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질문이 있어 불렀다곤 하나, 공손포도 무엇 때문에 불려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상대는 비단으로 가려진 사립을 쓰고 있어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네가 바로 오량산 장문인이더냐. 이름이 무엇이냐?”

원비가 갑자기 물었다.

“공손포입니다.”

공손포도 공손히 대답했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네 신분은 기억한다. 널 왜 불렀는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내 앞에서 의뭉스럽게 굴 필요 있느냐? 이제는 너도 내가 표묘각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공손포는 크게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원비는 곧장 공손포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몰라? 너와 나 모두 표묘각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해야겠느냐? 초려별원 일들과 사람에 대해 익숙할 것이다. 지금부터 넌 네 신분을 생각해 초려별원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내게 보고해라!”

* * *

초려별원 대문 앞.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남약정이 맞은편 운희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상합니다. 입구 수위들이 저를 막아섰습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운희는 우유도의 주문에 따라 변장한 뒤 성에 들어가 우산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남약정은 왕부에 없고, 아래 소속 관아에서 공무를 처리하고 있어서 연락을 취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운희와 만난 남약정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초려별원으로 달려갔지만, 입구에서 막히고 말았다. 초려별원 문턱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운희가 곧 조용하게 답했다.

“선생님은 지금 즉시 왕부로 가셔서 만약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 즉시 이 마차에 태워 군주님과 은아를 다른 곳으로 보내십시오.”

남약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초려별원에 들어가지 못할 리가 없었고, 운희가 초려별원에 돌아가지 못했을 리도 없었다. 남약정은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희가 남약정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 그사이, 학당을 파한 상숙청은 은아와 함께 초려별원 후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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