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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50화 (849/1,000)

1750화. 위험했지만 괜찮아

상숙청은 한 손엔 은아의 손을, 한 손엔 바구니를 들고 걸었다. 바구니에 든 건 학당 학생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으로, 관방의를 위해 고마운 마음을 담은 선물이었다.

상숙청은 학당을 세운 이후, 남주부성 내 빈곤한 집안 아이들을 모집해 가르쳤고, 학생들은 관방의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학생들이 입는 옷까지 관방의가 구매해준 것들이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 것이, 학생들 일부는 너무 빈곤한 나머지 거의 헐벗은 채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방의도 당연히 상숙청의 체면을 생각해 도와주긴 했지만, 학생들도 그녀의 선의를 잘 알았다.

천하는 혼란스러워도 남주는 상조종 통치 아래 백성들 삶도 비교적 괜찮았다. 그래도 빈곤한 사람과 생활에 고초를 겪는 자도 여전히 많았다.

물론 관방의도 남주의 모든 사람을 돌볼 순 없었다. 위아래 수많은 일이 얽혀 있고, 필요한 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으니 관방의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또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도 상숙청이 받아들인 학생 수십 명쯤 돌보는 건 관방의에게도 쉬운 일이었다. 관방의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게, 또 상숙청의 안전과 기쁨을 위해 모든 학생들의 배후를 조사했다.

빈곤 문제 대다수는 질병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학생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관방의는 돈을 주어 치료를 받게 하거나 직접 수행자를 보내 치료하게 하는 등 학생 가족들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과 가족들은 모두 관방의에게 크게 감사했고, 직접 찾아가 인사하고 싶어 했지만, 관방의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사실 관방의에게 범인의 감사 인사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처럼 보답할 길은 사라지니 상숙청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평소 온갖 귀중한 물건으로 치장한 관방의가 보통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할 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상숙청은 학생들을 모아 수공예품을 만들어 감사 인사를 전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

관방의는 그런 물건도 별로 받고 싶지 않았지만, 상숙청이 이왕 언급했으니 그냥 받기로 마음을 바꿨다. 오늘이 바로 약속한 그날이었다.

관방의는 학당으로 찾아오겠다 했지만, 무슨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에 상숙청이 직접 물건을 전달하러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상숙청이 방문한 목적도 그 하나 때문일 뿐,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간절히 빌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상숙청은 지금 함부로 우유도를 만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상숙청이 은아를 데리고 움직이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은아는 원래부터 상숙청에게서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은아의 성질머리를 감당하기 힘들어했기에 상숙청이 늘 데리고 다녔었다. 은아를 잘 돌봐달라는 건, 우유도가 특별히 당부한 일이기도 했다.

곧이어 상숙청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입구 수위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거기에 문 안쪽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나무 아래에선 또 누군가 이쪽을 감시하고 있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

입구 수위들이 즉각 문 입구를 가로막으며 포권을 해 보였다. 상숙청도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물었다.

“홍 언니 있나요?”

수위 2명도 상숙청이 보통 관방의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알려 줄 수가 없었다. 현재 초려별원 내부의 어떤 상황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내 한 사람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군주님, 죄송합니다. 지금 누님은 별원에 계시지 않습니다.”

“언제 돌아오지요? 학당 학생들이 홍 언니께 드리려고 직접 만든 선물이에요. 괜찮다면 안에 들어가서 언니를 기다려도 될까요?”

상숙청이 다시 물으며, 손에 들고 있는 바구니를 들어 보였다.

상대는 즉시 웃으며 대답했다.

“군주님, 그럼 저희가 대신 전해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그게…….”

상숙청이 좀 망설였다. 그녀는 관방의를 직접 만나 전해주고 싶었다. 겸사겸사 학생들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도 직접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비켜!”

순간 은아가 크게 소리쳤다. 한창 뭔가 먹기 바빴던 은아는 앞을 가로막은 두 사람을 보고 점점 기분이 나빠진 듯했다.

그 소란에 나무 아래 있던 자가 즉시 경계하며 천천히 가까이 다가왔다.

입구에 있는 수위가 매우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군주님, 저희에게 맡기는 게 탐탁지 않으시면 나중에 다시 오시지요.”

그래도 은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쁜 사람, 비켜!”

은아는 한 손은 간식 가방 속 먹을 것을 만지며, 두 눈을 부릅뜨고 화를 냈다. 그 간식 가방은 상숙청이 은아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학당 학생들이 책을 넣고 다니는 가방과 비슷했지만, 안의 내용물은 판이했다. 평소 학생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는, 은아만의 간식 가방이었다.

“은아야, 무례를 범하지 말아라.”

상숙청이 급히 은아를 잡아당겼다. 그에 은아도 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다물곤 설탕에 볶은 땅콩을 한 움큼 잡아 입에 넣고 음미했다.

“무슨 일이냐?”

나무 아래 있는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수위는 즉시 가까이 보고를 올렸다.

“군주님께서 학당 학생들이 직접 만든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홍랑에게 전해드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아마 직접 전달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현재 홍랑이 없어 난처하던 참이었습니다.”

마지막 한마디는 상숙청을 위한 말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상숙청이 이번 일에 말려들까 관방의의 부재를 특별히 강조했다.

나무 아래 있던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숙청의 바구니를 붙잡았다.

“나에게 다오. 내가 대신 전해주겠다.”

그렇게 바구니가 그 사람 손에 들어가려는 찰나, 은아가 다시 소리쳤다.

“나쁜 사람! 청청 꺼야!”

두 사람은 동시에 바구니를 잡았다. 한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고, 한 사람은 은아를 싸늘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수위가 다급한 마음에 다시 나섰다.

“군주님, 오늘은 정말 안 됩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지요.”

상숙청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초려별원 사람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심지어 초려산장에 오랫동안 기거하기도 했었다. 초려별원에 그녀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바구니를 잡은 사람은 아주 낯선 이였고, 두 수위는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상숙청은 즉시 은아의 팔을 잡아당겼다.

“은아야. 무례를 범하지 말아라. 말 들어!”

은아는 그나마 상숙청의 말은 들었기에 코웃음을 치며 손을 놓았다. 상숙청은 바로 상대방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보기에는 다 큰 여인 같지만, 사실은 아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디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 주세요.”

상숙청이 살짝 자신의 머리 쪽을 가리켰다. 은아 머리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사내는 하마터면 발작할뻔했지만, 참았다. 은아가 제정신인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도 않았고, 그저 상숙청의 신분을 어느 정도 고려한 조처였다.

원색이 이곳에 온 것은 기밀이었다. 그런데 혹시라도 군주인 상숙청을 건드렸다간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사소한 일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면, 그도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바구니를 손에 넣은 사내는 상숙청에게 돌아가라고 손짓했다. 그나마 체면을 차려준 것이었다. 상숙청은 즉각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은아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 하지만 은아는 여전히 기분이 나쁜 듯 뒤돌아 사내를 욕했다.

“나쁜 사람!”

바구니를 들고 있던 표묘각 인원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

* * *

학당 입구.

입구 뒤에 숨어있던 남약정은 상숙청도 초려별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제없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남약정은 초려별원 내부에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큰 문제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남약정은 상숙청이 들어갔다가 행여 문제가 생길까 봐 즉시 학당으로 달려온 상태였다. 왕부에 돌아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달려온 것이다. 그래도 한발 늦은 상황이었으나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내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빛으로 그녀를 불렀다.

“군주님.”

상숙청이 뒤를 돌았다. 남약정은 평소와 약간 다른 눈빛으로 손짓하고 있었다. 그녀는 은아의 손을 잡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상숙청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선생님, 초려산장에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남약정이 조용히 말했다.

“군주님, 은아를 데리고 저를 따라오십시오.”

상숙청은 뭔가 수상했지만, 남약정을 고분고분 따라갔다.

* * *

골목을 빠져나가자, 그들을 기다리는 마차 한 대가 보였다. 남약정은 상숙청과 은아에게 마차에 오르라 권하고 자신도 뒤따라 마차에 올랐다.

이윽고 마차가 사람들이 오가는 남주부성 대로에 들어섰을 무렵, 상숙청은 마차를 따르는 호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 오늘은 호위를 대동하시지 않은 건가요?”

남약정은 다시 또 말을 줄이라며 손짓할 뿐이었다.

상숙청의 의문은 점점 더 부풀려지고 있었다.

* * *

마차가 어딘가에 멈춰 섰다. 주변이 매우 조용해 보였다.

그때, 미리 와서 기다리던 운희가 마차에 올라탔다.

“군주님, 저예요.”

상숙청이 깜짝 놀랐다.

“운 언니?”

운희는 한창 또 뭔가 먹고 있는 은아가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빠르게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은아는 그대로 쓰러져 운희의 품에 안겼다.

“이게 무슨……!”

상숙청이 대경실색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은아가 철이 없다 보니, 왕부 사람들을 번거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잠시 은아를 데리고 피신하란 명령을 받고 왔어요.”

명령이라면, 바로 우유도의 뜻이었다. 상숙청도, 남약정도 모두 다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이에 상숙청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운희의 팔을 붙잡았다.

“운 언니, 평소 제가 초려별원에 들어갈 때는 저를 막아선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오늘 초려산장은 뭔가 평소와 달랐어요. 안에 낯선 사람까지 있는 것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지요?”

운희가 깜짝 놀라 물었다.

“별원에 가셨었나요?”

“네, 방금 학당을 파한 후…….”

상숙청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운희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절부절못했다. 무엇을 두려워하면 그것이 온다더니, 군주가 은아와 초려별원에 갔었을 줄이야. 그래도 어쨌든 당장 위험한 건 없어 보였다. 역시 도야의 선견지명은 탁월했다. 다급히 은아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한 이유가 있었다.

이내 운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무슨 일인지 몰라요.”

남약정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운 산주님,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어찌 된 일인지 알아야 왕부에서도 준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지요. 너무 갑작스럽고 공교로운 일이에요. 아직 저희도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지 못했고, 그냥 다급히 움직였을 뿐이에요. 그래서 선생님께도 어떤 것도 알려드리지 못한 겁니다. 무슨 일인지도 몰라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도 걱정하고 있다니, 선생님과 군주님께 따로 부탁드릴게요. 왕부 쪽에선 평소처럼 생활해 주세요. 절대 경거망동해선 안 됩니다. 우리 쪽에서 최대한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일단 상황을 확인하면 가장 먼저 왕부로 연락을 드리겠어요.”

남약정이 고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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