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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57화 (856/1,000)

1757화. 원방, 네 간덩이가 부었구나

너무 많은 생각 탓에, 원방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도야는 성경에서……. 이미……, 이미…….”

“왜, 내가 빨리 죽길 바랐더냐? 내가 살아 있어 기분이 나쁜 것이냐?”

원방이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요……. 저는 밤낮으로 불조께 기도드렸고, 하늘이 이를 가엾이 여겨…….”

이번엔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원방의 말을 끊었다.

“홍랑 말을 들으니, 잘 처신하라느니,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느니 했다던데. 분명한 뜻이 있는 것 같으니, 어디 한번 설명해 보아라.”

원방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홍랑이 잘못 들은 겁니다! 오해입니다. 맞아요. 오해입니다.”

“오해라니 그럼 그건 그냥 없던 일로 하면 되겠군. 그러고 보니 초려별원에 사람들 한 무리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다들 뭐 하는 사람이더냐?”

순간 원방의 얼굴이 급변했다.

“표묘각 사람입니다. 홍랑도 압니다. 바로 표묘각 사람들입니다.”

우유도는 돌연 원방을 빤히 응시했다. 원방에겐 거대한 압박이 밀려왔다.

“원방, 네가 날 따른 지도 10년이 넘었구나. 난 네가 저지른 사소한 일들, 단 한 번도 문제 삼은 적 없다. 줄곧 널 한 식구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 보면, 우리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구나.

됐다, 오랫동안 나를 쫓았으니 공로가 없다 한들 그 고생까지 외면할 수는 없지. 널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 곤란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고.

문은 저기, 바로 네 뒤에 있다. 이대로 갈라서고 싶으면 그냥 떠나라. 널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약조를 지킬 것이다. 갈 건지, 남을 것인지는 네가 결정할 몫이다. 지금 결정해라. 원숭아, 문을 열어라!”

우유도의 손짓에, 원강은 즉각 뒤돌아 빗장을 열고 문을 활짝 열었다.

원방의 얼굴은 아주 볼만해졌다. 도야 면전에서 이대로 떠난다면, 앞으로 완전히 갈라서겠다는 뜻이 아니던가!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원방은 신속하게 감정을 추스르고, 충성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도야, 전 한 번도 도야와 작별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안 갈 겁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정말 마지막 결정이냐?”

“안 갈 겁니다!”

원방이 정색했다.

“이대로 갈라선다면 넌 초려산장 법도를 지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남겠다면 법도를 지켜야지. 감히 망동하는 자, 즉각 처벌할 것이다. 이건 네 선택이다. 내가 강요한 게 아니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잘 생각하고 말해라. 별원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난 진실을 들어야겠다.”

원방은 속으로 열심히 발버둥 치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원색입니다.”

우유도의 턱짓에, 원강이 즉시 문을 닫았다.

“그러니까, 너는 원 뚱땡이에게 의탁을 했다는 말이군.”

우유도가 담담히 물었다.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놀란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원방은 우유도가 진작부터 원색임을 알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등에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었다.

원방은 다급히 부정하고 나섰다.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우유도가 드디어 몸을 일으켜 원방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깔았다.

“원방,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날 속이려 해? 내가 성경에 들어간 적이 있다는 걸 잊었단 말이냐? 구성 중 내가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으냐? 원색이 아무 이유 없이 초려별원을 찾아왔을까? 난 원색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 먹는 것. 이제 연국에 자리 잡았으니, 내가 그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 목적은 바로 너를 그자 곁에 심어두기 위한 것이지.”

원방이 순간 눈을 부릅떴다.

“넌 장손미와 목연택이 어떻게 죽었다고 생각하느냐? 구성이 그토록 오랫동안 서로 싸워댔지만, 누구도 서로를 죽이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그들을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

잘 들어라. 장손미와 목연택은 접몽환계에서 성나찰 손에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든 함정에 빠졌지.

너는 여무쌍이 왜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하느냐? 너는 여무쌍이 갑자기 성나찰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못 들어 봤느냐? 은아가 돌아왔다. 넌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본 적 없느냐?

똑똑히 듣거라. 여무쌍은 이미 우리 쪽에 붙었다.

원숭이가 마교의 성자가 된 이유, 원숭이가 성경에 잡혀 들어가고 오상이 원숭이를 구한 이유. 오상이 아무 까닭도 없이 원숭이를 구했을까?

원방, 넌 원색 곁에 사립을 쓰고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 아느냐? 그 여인은 한쪽 눈이 없다. 바로 그건, 내가 사람을 시켜 대원성지에서 그녀의 눈을 뽑아 버리라고 했기 때문이지.”

우유도는 원방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원방, 머리에 물이라도 찬 것이냐. 네놈이 원색의 다리를 딱 붙잡고 대원성지에 숨어 들어가면 내 너를 죽이지 못할 것이나 생각했더냐? 감히 이런 일에 뛰어들다니, 이게 네놈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감히 내 앞에서 진실을 숨기려 하다니…….”

그 순간, 계속 낮게 으르렁대던 우유도가 원방의 턱을 붙잡고 소리쳤다.

“누가 네놈에게 그런 배짱을 주었더냐!”

원방은 우유도가 쏟아내는 말을 미처 다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는 충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원색에게 의탁해도 생각하는 것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마지막 우유도의 호통에 깜짝 놀란 원방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우유도는 원방을 고요히 내려다보았다.

“이게 뭐 하는 거지? 네가 원 뚱땡이에게 의탁했다는 걸 아무도 모를 줄 알았나?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모를 줄 안 건가?”

사실 처음엔 우유도도 몰랐다. 여무쌍이 아니었다면, 그 대단한 대원성존이 겨우 먹을 것 때문에 여길 찾아왔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터였다.

원방은 제 옷을 틀어쥐고 벌벌 떨며 말했다.

“도야,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원색이 강요한 겁니다. 거절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건 실력을 보존하기 위한 겁니다!”

“그래서 그리 기고만장하여 홍랑에게 무안을 준 것이냐?”

“그것이……. 도야! 제가 잘못했습니다.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했나 봅니다. 도야, 하지만 도야가 없으시잖아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도야가 나타나니 바로 원색을 고발하지 않았습니까?”

원방은 당장이라도 아이처럼 울 것 같았다.

“나는 무릎 꿇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데.”

원강이 즉시 다가와 원방의 귀를 잡아당겼고, 원방은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우유도는 그런 원강을 말리곤, 원방의 수염을 살짝 잡아당겼다.

“네가 만약 마지막 기회에 원색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면, 나도 여기서 너와 이렇게 쓸데없이 나불거리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가 원색을 알리지 않았다 한들, 내 허락 없이 살아서 남주를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 같으냐? 이 남주에서 누구의 영향력이 가장 크더냐? 내 허락도 없이, 네가 살아서 연국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이 연국에서 누구의 영향력이 가장 크더냐? 똑바로 서라!”

짝!

우유도가 원방의 어깨를 소리나게 치자, 원방은 깜짝 놀라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우유도는 그 앞에 뒷짐을 지고 섰다.

“자, 말해보아라. 원 뚱땡이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

원방이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저었다.

“도야,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내가 자금동에서 네가 했던 말을 모른다고 생각하느냐? 곰탱아, 내가 허물 있는 너를 용납하는 건 작은 일을 문제 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일도 그리 쉽게 넘어갈 순 없는 법이지. 날 오랫동안 따랐으니, 헤어지더라도 좋게 헤어져야 할 것 아니냐. 이제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알겠느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원방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멍청한 얼굴을 들었다.

“어찌해야 합니까?”

“말했다시피, 원 뚱땡이는 내가 불러온 것이다. 바로 널 그 옆에 심어 놓기 위해서지. 성경에 가야 한다. 내가 허락하마. 넌 그를 따라 대원성지로 가라. 인간계든, 성경이든, 아니면 대원성지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때가 되면 네게 연락을 취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건 지금 원방에게 첩자가 되라는 뜻이었다. 원방은 당연히 두려웠다. 원색 곁에서 첩자가 되라는 것인데 어찌 안전할 수 있겠는가?

우유도 역시 원방이 뭘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원색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모른다. 알고 있었다면 너를 데려가려 하지도 않았겠지. 별원 쪽에선 네가 이미 홍랑에게 무안을 줬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런 척 연기를 하면 그만이다.

멍청한 사람도 아닌데,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좋아, 얼른 돌아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오래 잡지 않으마. 돌아가라, 돌아가 천천히 생각해봐라. 앞으로의 계획은 홍랑을 통해 연락을 취하겠다. 얼굴에 피도 깨끗이 닦고.”

우유도가 원방의 어깨를 두드렸다.

원방은 아직도 꿈꾸는 듯 몽롱한 상태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원방이 떠나고 잠시 후, 원강이 우유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도야, 너무 많은 비밀을 알잖아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원숭아, 계산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우리에게, 우리가 살아 있다는 소식보다 더 위험한 소식이 있을까?”

원강이 멈칫했다. 그 순간 그도 깨달은 것이다.

우유도는 원방 앞에 직접 나타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미 그는 가장 큰 위험을 감수했다.

원방을 죽이긴 쉽지만, 그가 갑자기 실종되면 원색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원색의 의심을 살 테고, 초려별원의 모든 이가 즉시 잡혀들어갈 터였다. 어쩌면 왕부조차 피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홍랑 일행에게 철수하라고 하면? 과연 철수는 할 수 있을까? 일단 철수하면 그건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알아서 자수하는 꼴이었다.

그다음은 이번 일에 관해 면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었다. 일부는 미리 철수할 수도 있겠지만, 남주에 있는 대부분은 도망치지 못할 터였다.

초려산장에 문제가 생겼으니, 남주의 배후라 할 수 있는 자금동에도 당연히 영향이 갈 테고, 문제는 계속 그렇게 확대될 것이었다.

원강은 이제야 우유도가 저 박쥐를 살려둔 이유를 깨달았다. 일단 원방을 건들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원방을 꽉 틀어쥐고 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비밀은 더 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원강은 다시금 우유도가 자신보다 더 깊고, 멀리 내다본다는 걸 깨달았다.

* * *

점포를 나섰을 때, 원방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마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그 긴장된 어깨가 축 늘어졌다.

한바탕 꿈을 꾸고 나온 듯했다. 원방은 정말 매우 놀랐다. 도야는 과연 여전히 초려산장 그 무소불위의 도야였다. 성경도 도야를 어쩌지 못했고, 그는 여전히 살아있기까지 했다.

또 원강은 무엇인가. 한쪽 팔이 잘리고, 누군가에게 잡혀갔다던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또 전에는 성경에 잡혀 들어갔다가, 마교의 성자가 되기도 했다.

그 모든 걸 생각할수록 감히 자신이 추측할 수 있는 사건들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최소한 도야가 원방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대단해졌단 건 확실했다. 성경에서 죽은 척하고 나온 것만 봐도 다 설명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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