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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66화 (865/1,000)

1766화. 인질 구출 계획

일행이 한창 고민을 거듭할 무렵, 사여래가 직접 이곳을 찾아왔다.

각축전을 벌이는 세 세력이 모두 남주부성 일대에 모여 있었고, 그 거리도 별로 멀지 않았기에 서로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 서로 얽힌 일도 매우 중요했다. 서신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엔 한계가 있으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운희가 직접 둔지로 사여래를 데려왔다. 미행 걱정이 없는 방책이었다.

동굴에 도착한 사여래는 가면으로 본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그는 우유도와 먼저 인사를 나누다, 곁에 여무쌍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여무쌍이 이미 우유도의 사람이 됐음을 알지만, 직접 봐도 뭔가 불가사의했다. 오랫동안 무쌍성존의 위명을 들어왔고, 은연중에 압박을 느낀 것이었다. 거기에 자신을 살피는 여무쌍의 눈빛이 다소 거북하기도 했다.

사여래가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것을 보고, 우유도가 미소를 지었다.

“모두 같은 편이니,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사여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육지장이 왔네. 이미 원비와 혼인을 했고, 첫날밤까지 치렀어.”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우유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물었다.

“이렇게 빨리 말입니까?”

“길게 끌 것도 없는 일이지, 원비는 쉽게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사람이네, 밖에 나온 김에 빠르게 일을 처리했을 뿐이지.

첫날밤을 치르지도 않고 명분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잖나. 원비를 확실히 이쪽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그러니까 원색에게 돌아갈 가능성을 확실히 끊어 버리지 않으면 나추도 안심할 수 없을 테니까.

원비도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실질적으로 모든 절차를 거쳐야 그녀도 안심할 것 아닌가. 서로가 원하는 일이고, 서로 취할 것이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네.”

우유도가 탄식했다.

“정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군요.”

사여래는 곧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한쪽 벽에 붙였다.

“하지만 효과는 뛰어나지. 자, 모든 일을 치른 후 원비가 나방비가 갇혀있는 위치를 알려줬어. 원비는 방비가 아직 초려별원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네. 원색이 자신의 거처 안쪽에 직접 공간을 만들었다더군.

하지만 원비도 안쪽이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네. 원색이 직접 관리하며 원비조차 못 들어가게 한다더군.

그러나 그녀가 아는 원색이라면, 분명 그 안에 뭔가 눈속임이 돼 있을 거라 했네. 원색이 그 안에서 한참 동안 난리를 피우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 하더라고. 일단 누군가 경솔하게 방비를 구하려 했다면, 원색은 그들보다 먼저 반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네.”

우유도는 지도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눈속임이 있다 해도,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숨겨놓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대략적인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원비는 원색을 처리하기 위해선 독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네. 다른 건 전혀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더군. 원색의 공법은 아주 특이해서 거죽이 거의 도검불침에 가깝다더군. 그러니 기습에 성공한다 해도, 그에게 상처는 입힐 수 없다고 했네.”

우유도가 말했다.

“별원 쪽에서 보내온 소식이, 음식을 올릴 때 몇 사람이 돌아가며 검사한다고 했습니다. 원비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던데, 가능하겠습니까?”

이는 원방이 직접 목격한 일이었다.

“음, 확실히 원비는 음식을 검사하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했네. 음식을 검사하는 자들은 원비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더군. 하지만 수작을 부릴 여지는 있다고 했네. 계획은 이미 세웠고, 원비가 수작을 부릴 것이네. 일단 성공하면 그녀는 즉시 철수할 것이고, 그 후에 원색을 처리하는 일과 방비를 구하는 일은 돕지 않을 것이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설사 원색이 중독된다 해도, 쓰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만약 철수하지 않으면 원색은 여전히 손쉽게 원비를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추의 뜻은 어떠합니까?”

“승낙했네. 손을 쓰기 전에 나추는 근처에 숨어들 것이네. 일단 원비가 성공하면 나추가 직접 움직여 원색을 상대할 것이네.”

그때, 여무쌍이 끼어들었다.

“원색이 정말 중독된다면 멀리 도망치지도 못할 테니 나추의 독수를 빠져나가지 못할 거예요.”

사여래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원비가 한 말이야. 만약 원색이 방비를 가둬놓은 곳에 무슨 금제를 가해놓았다면 큰일이야. 다른 사람이 원색보다 먼저 방비를 구할 수 없고, 원색이 자신이 중독됐음을 알고 누군가 방비를 구하려 한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 즉시 방비를 사로잡으려 할 거야. 그런 뒤 나추가 나타난다면……. 원색은 화풀이로 방비를 죽일 수도 있어!”

“나추는 딸의 안전은 어떻게 지킬 생각이랍니까?”

“나추는 자신이 원색을 붙잡아 놓을 동안 우리보고 방비를 구하라 했네.”

“우린 원색의 의도를 압니다. 누군가 그를 공격하든, 아니면 그가 중독되든 원색은 가장 먼저 나방비를 손에 쥐고 있으려 할 겁니다. 만약 나추가 원색을 붙잡아 놓지 못하면 어찌합니까?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원색은 분명 나방비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

“나추 스스로 원색을 붙잡을 수 있다고 하는 걸 내 뭐라 한단 말인가? 실력이 부족하니 원색을 붙잡지 못하리라 의심이라도 하란 말인가? 그러니 나도 지금 자네를 급히 찾은 것이네. 이제 방비가 별원에 있다는 걸 확인했고, 대략적인 위치도 알았으니, 이대로 방비를 먼저 구해내는 건 어떤가?”

사여래의 시선은 운희에게 잠시 닿았다 떨어졌다. 나머지도 사여래가 운희의 둔지를 이용하고자 한다는 걸 깨달았다.

우유도는 즉시 단칼에 거절했다.

“안 됩니다! 바로 얼마 전에 나방비 상황이 확인됐습니다. 지금 인질이 사라지면 나추는 즉시 선생을 의심할 겁니다. 나추가 일을 망친 사위를 용서할지, 말지는 차지하더라도 일단 원색을 처리하는 일이 불가능해집니다. 원색의 눈앞에서 인질이 사라졌습니다. 분노한 원색이 초려별원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운희가 말했다.

“원색이 나추와 서로 싸우지 않고 남몰래 인질을 구해낸다면, 원색은 절대 초려산장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지금 표묘각은 이미 우리에게 별원으로 돌아가란 명령을 내렸어요. 정말 일이 그리되면 여태 했던 모든 일이 허사가 되는 것이지요.”

사여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어쩐단 말인가?”

“사람은 우리가 책임지고 구하겠습니다. 지금은 나추가 최대한 빨리 움직이도록 그를 재촉해야 합니다. 우리 쪽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정말 안된다면, 나추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그건 걱정할 것 없네. 나추도 조급해하고 있어. 우리에게 비밀을 숨기고 있지만, 딸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리려 하지 않는다는 게 보였어.

그는 방비와 은희가 만나는 걸 원치 않아. 원색이 방비를 납치한 건 누가 봐도 은희를 협박하기 위한 거지.

나추는 원색이 몰래 성경으로 돌아가길 바라지 않는다네. 그 때문에 원비를 재촉 중이지. 원비는 이미 이틀 내로 틈을 봐서 손 쓰기로 약조했어.”

“좋습니다! 여긴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니니 지금 즉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원비가 손을 쓰는 순간을 예의주시하십시오. 그래야 저희 쪽에서도 그 틈에 나방비를 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여래는 한숨과 함께 일어났고 운희가 배웅했다.

곧이어 우유도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동굴도 긴 침묵에 잠겼다.

잠시 후, 여무쌍이 먼저 운을 뗐다.

“설마 원비가 손을 쓰는 그 순간에 사람을 구할 생각인가요?”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누가 간단 말입니까? 원색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되면 사람을 구하긴커녕 우리 쪽 사람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정녕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가끔은 희생도 필요한 법이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은희와 사여래도 이해할 거예요.”

“이건 가치를 논할 문제가 아닙니다. 나방비가 저 지경이 된 건 다 나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도 최선을 다해야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기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 * *

다음날, 우유도는 사여래가 보내온 소식을 받았다.

움직임이 매우 빨랐다. 원비는 저녁에 손을 쓰겠다 전해왔고, 나추는 이미 성으로 숨어들었다. 우유도에게도 빨리 준비하라는 의미의 전갈이었다.

우유도는 즉시 운희를 불렀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구하려면, 어김없이 운희의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상세한 이야기 끝에, 우유도는 마지막까지도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

“잊지 마세요. 무엇보다 누님의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면, 무리하지 말고 도망치세요. 나추가 움직일 테니, 원색도 누님을 어쩌지 못할 겁니다. 반드시 기억하세요. 누님은 원색의 상대가 못 됩니다. 최대한 원색과 마주치지 마세요. 안 그럼 누님이 위험해집니다.”

운희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하나, 나추와 원색이 싸우게 되면 분명 왕부에도 피해가 갈 것입니다. 누님은 성에 들어가 군주부터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주십시오. 반드시 제일 먼저 군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왕야 일행은?”

운희가 물었다.

“모두 철수하면 안 됩니다. 괜히 일을 그르칠 수 있어요. 원색이 바로 왕부 옆에 있습니다. 표묘각 사람들이 왕부 상황에 완전히 무관심할 리 없습니다. 왕야 쪽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쪽에서 너무 큰 움직임을 보일 필요 없어요. 제가 홍랑을 통해 안배할 겁니다.”

군주만? 운희가 멈칫했다. 이건 오해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설마 군주의 진심이 이 사내의 마음을 움직였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했다. 미안하지만, 군주의 외모는 거짓으로도 보기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도야 같은 사람이 그런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릴 리가 없었다. 설마 은아 때문에?

그래, 그것이 맞는 듯했다. 나중에도 이쪽이 은아를 데리고 움직일 순 없었고, 여전히 군주가 은아를 돌봐야 했으니 상숙청이 반드시 무사해야 했다.

한편에선 여무쌍도 의외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상숙청을 특별 취급하고 있음을 느꼈다.

여무쌍은 절로 상숙청과 관련된 상황을 정리해 보게 됐다. 상숙청은 그녀의 기억 속에선 늘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상숙청이야말로 표묘각이 진정으로 간과한 사람이었다.

사실 우유도가 상숙청을 특별히 챙기는 이유가 있었다. 10만 까마귀 장군 때문이었다. 그 병권을 쥔 자가 바로 상숙청이기에 절대로 무사해야만 했다.

* * *

관방의가 왕부에 드나드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원색 쪽에서도 초려별원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진 않았다. 너무 눈에 띄는 건 막아야 했기에 최소한 겉으로 그런 척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관방의가 다녀간 후, 왕부 쪽 사람들은 남몰래 긴장하기 시작했다.

상숙청도 학당에서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관방의의 언질을 받았다. 오후에 학당을 마친 후, 학당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운희와 같이 그곳을 벗어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방의는 그 이상 자세하게 알려주진 않았다. 그저 도야의 뜻이라며, 평소처럼 움직이라는 말만 전했을 뿐이었다.

이건 매우 치밀한 움직임이었다. 전부터 계획된 움직임이었다. 초려별원은 상숙청이 철수하는 것을 엄호할 것이고, 상숙청이 몰래 철수한 후에야 원방은 주방에 들어 원색의 저녁을 진상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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