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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77화 (876/1,000)

1777화. 투항은 거부한다

“초려별원?”

태학 연못 주변에 서 있던 소평파가 뒤를 돌았다.

“그렇습니다. 듣기로, 나추와 원색의 갈등 시발점이 바로 초려산장이라고 합니다. 양측 세력이 대대적으로 부딪혔고, 그 주위에 크게 휩쓸렸답니다. 지금 남주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소평파가 크게 놀랐다.

“어째서 하필 초려별원일까?”

그 반응을 보고, 소삼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공자님은 여전히 우유도를 의심하고 계십니까?”

소평파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갑자기 초려별원이 끼어들었다. 불안하구나. 도저히 우유도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나추와 원색이 어찌 초려별원에서 싸움을 한단 말이냐. 설마 그게 우연이란 말이더냐? 안 되겠다, 지금 즉시 가무설에게 전서를 보내, 이번 일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한번 물어보아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대답했다.

* * *

가무군은 신속히 그 답장을 보냈다. 육성이 암중에 각국에 자리를 잡았고, 원색은 연국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나 원색은 식탐이 대단한 자라, 초려별원 음식이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 후, 문제가 일어난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원색이 나추의 딸을 납치했고, 나추가 그에 분노해 쳐들어온 것이라고 전했다.

내막을 알고, 소평파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천천히 진정시켰다.

* * *

여무쌍이 돌아오자, 우유도가 웃으며 앉기를 권했다.

“어찌 되었습니까?”

지금은 왕부와 초려별원 모두 폐허가 되어, 다시 지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상조종은 지금 한 대갓집 장원을 징용했고, 그 대갓집도 아주 흔쾌히 장원을 진상했다고 한다.

지금은 상조종과 조금이라도 인연을 맺고 싶어 하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불감청 고소원이라, 감히 청하지는 못해도 모두가 바라던 일이었다.

초려별원 사람들도 왕부 사람들을 따라 움직였고, 우유도 또한 그 사이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운희가 임시로 만든 지하도에 숨어있었다.

곧 여무쌍이 우유도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잘됐어요. 아마 문제없을 거예요. 또 그와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뒀으니 언제든 소통할 수 있어요.”

우유도가 웃었다.

“좋습니다! 표묘각 이목을 없앨 수만 있다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두려울 것이 없지요. 그들은 언제든 쓸어 버릴 수 있는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어디 오성이 어떤 방법으로 조사를 이어나가는지 보겠습니다.”

바로 그때, 관방의가 밀실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먼저 여무쌍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도야, 제국에 문제가 생겼어.”

확실히 문제였다. 진국 대사마 고품 휘하의 병력은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았지만, 고품은 배후에서 한 번도 멈춰선 적이 없었다.

그는 갖은 방법으로 제국을 압박해왔다.

고향을 떠난 후진군은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원래부터 상당 수가 불안해하고 있었다. 또 지금 후진국 영토가 연국과 한국에게 점령당했으니, 후진군의 인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품은 바로 그 기회를 포착했다.

후진군 내부에서 누군가 반란을 획책했다. 군량을 책임지는 병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들은 후진군 군량 대부분을 태우고 진군에 투항했다. 정신을 차린 후진군이 병력을 이끌고 뒤를 쫓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지금처럼 대세가 넘어간 상황에 인심이 돌아섰다. 다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무슨 괴상한 짓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 * *

한 부성 중추, 대청 내부.

이곳을 중추로 삼은 후진군은 다들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사령관 나조는 싸늘한 눈으로 효월각 신임 각주 노연만 보고 있었다.

이내 노연이 나조의 질문에 반박했다.

“장군이 군대를 다스리지 못했고, 용병 계책도 틀린 것이면서 지금 우리에게 죄를 묻는 것은 무슨 도리란 말이오?”

나조가 분노했다.

“제가 말했다시피, 군량은 분명 다른 사람 손에 맡기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 효월각에서 직접 정예들을 파견해 그곳을 지켜달라고 했지요. 만약 대량의 수행자들이 군량을 지키고 있었다면, 적군이 이번 일을 쉽게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반란군도 감히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란군이 군량을 불태운 건, 당연히 수행자들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말은, 반란군 중에 후진군 일부 수행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말이었다. 그들이 연합해 군량을 지키는 효월각 인원을 죽였기에, 반란군도 손쉽게 불을 지르고 도망칠 수 있었다.

노연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장군의 뜻에 따라 요원을 파견했었소. 장군의 용인술이 잘못되었을 뿐이오. 그 군대에게 군량을 지키는 임무를 내렸으면 안 되었소.”

탕!

분노한 나조는 탁자를 내리치며 말투까지 바꿨다.

“요원이라 했소? 당신은 효월각이 뭐라도 되는 줄 아시오? 아무나 몇 명 보내면 저들이 겁먹을 줄 알았소? 당신들은 지금 상황을 모르시오? 인심이 흔들리고 있소. 어느 부대를 파견하든, 모두 진국의 표적이 됐을 것이오!”

순간 효월각 사람들 안색이 급변했다. 한쪽에 있던 부장도 급히 다가와 나조의 소매를 당겼다. 하지만 나조는 강하게 소매를 뿌리칠 뿐이었다.

한 장로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 말조심하십시오. 이는 장군이 홧김에 한 말이라 생각하고, 문제 삼지 않겠소. 장군도 알고 있을 것이오. 인심이 흔들리니, 우리 효월각도 대량의 인원을 보내 대군을 감시해야 했고 그 때문에 인원이 부족했던 것이오.”

나조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창백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듯했다.

“당신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시오? 행군하고 전쟁하는 것에 군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소. 군량이 없다면, 더는 한 부대의 반란군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오. 전군이 전멸할 것이오!”

입을 열었던 장로가 다시 중재에 나섰다.

“장군, 이제 와 책임을 묻는 게 무슨 의미요. 이젠 대책을 생각해야 하오.”

나조가 냉소 지었다.

“대책? 또 무슨 대책이 있겠소? 내가 대책을 내놓은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이전 위국 3대 문파 조건을 승낙하라고 그대들을 설득했건만, 그대들이 거절했소. 그 때문에 고원달이 반란군이 됐고, 정세가 급격히 기울었지.

또한 내가 조금 더 많은 사람을 파견해 군량을 지켜달라 했지만, 당신들은 그 또한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다 결국 군량이 다 불타버렸소.

만약 옥창 선생께서 살아 계셨다면, 분명 내 의견을 들어 주었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들은 어떻소. 난 이제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소.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오.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소. 이제 내 의견은 들을 것도 없소.”

“장군…….”

한쪽에 있던 부장이 조용히 나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이런 말까지 했으니,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조는 그런 건 일체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뱉어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말들이 있었다.

노연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옥창을 언급한 것은, 노연을 무능하다 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노연에게도 그만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가 효월각 각주가 되는 것에 불복하는 사람이 있었다.

막 효월각 각주가 됐을 때, 원 위국 3대 문파의 조건을 수락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어찌 보겠는가? 심지어 당시 상황을 보면, 확실히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군량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겐 그만의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군량이 쉽게 불타리라 생각지 않았고, 둘째론 아랫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인심이 흔들리는 시기였다. 만약 자신 아래에서 반란군이 생긴다면, 이 신임 각주의 체면이 어찌 되겠는가.

* * *

제국 쪽에서 후진국 상황을 전해 들은 호연무한은 탁자를 후려쳤다.

나조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범하다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제 정말 진퇴양난에 빠진 곳은 후진군이었다. 200만 병력이었다. 각 부대에 어느 정도 군량이 있다곤 해도 얼마 버티진 못할 터였다.

군량이 불탔다는 소식에 각 부대의 인심은 더 흉흉해졌다. 그때부터 계속 사람들이 나타나 후진군 측과 연락하며 그들에게 신병을 의탁하고자 했다.

* * *

결국 기운종 장로가 진군 중추에 있는 고품을 찾아왔다.

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고 대인, 이미 끝났소. 후진군이 항복했소. 효월각에서 우리 쪽에 사람을 보냈소. 항복하겠다고 말이오! 협상 조건은 고 대인께서 정해주시오.”

고품은 확인하던 문서를 내려놓고 서탁에서 일어났다.

“조건? 조건은 없소!”

기운종의 장로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상대방이 투항하기만 하면, 무슨 조건이라도 수락하라는 말이오?”

고품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이 아닙니다. 저는 그들의 투항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일찍 투항했다면 모를까, 이제 와 투항은 늦었지요. 이미 전서를 내려보네, 후진국 부대든, 어느 부대에 속한 병력이든 일제히 그들의 투항을 거절하라고 했습니다!”

장로가 의아해했다.

“무엇 때문이오? 설마 대인은 지금 저들을 섬멸하려는 것이오?”

고품이 크게 웃었다.

“적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목숨 걸고 싸우란 말입니까?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장로님, 지금은 투항도 받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게 상책입니다. 지금 저들의 투항을 받아들이면, 200만 병력에 얼마나 많은 군량을 제공해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내놓을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제국군의 맹우라면 차라리 제군에게 방법을 찾아내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의미심장한 한마디였다.

장로는 멈칫하더니 곧 뭔가 깨달은 얼굴이 되었다. 지금 저들의 투항을 거부하는 건 후진군에게 후퇴란 선택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제군을 찾아가 지원을 부탁해야 했다. 물론 제군의 비축 군량도 그리 많진 않을 터였다. 이는 후진군을 이용해 제군의 힘을 깎아내려는 것이었다. 뜻을 깨닫고, 장로는 연신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참으로 묘수요! 고 대인의 계책이 참으로 묘수요!”

* * *

자금동 의사대전.

엄입과 부군량 등 여러 장로가 하나둘 도착했다. 다들 대전에 도착하고 나서야, 종문에 있는 태상 장로 춘신량과 도쾌까지 이 자리에 불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도착한 장로들은 분분히 두 사람에게 다가가 예를 올렸다.

다들 도착하자, 궁임책이 말했다.

“혹시 지금 누가 안 온 것인지 아시오?”

다들 주위를 둘러보다, 엄입이 입을 열었다.

“원안 원 장로가 오지 않았습니다.”

궁임책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오지 않은 것인지 아시오?”

또 다들 시선을 교환하다가, 이번엔 막영설이 대답했다.

“장문인께서 원 장로에게 뭔가 따로 시킨 일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맞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고의로 다른 곳에 보냈소.”

고의로? 다시 오가는 시선들이 바빠졌다. 그리고 다시 궁임책에게 이목이 쏠렸다.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장문인이 그렇게 말한 것엔 분명한 까닭이 있을 터였다.

궁임책은 곧 소매에서 뭔가를 꺼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밀서 한 통이 있소. 이건 표묘각 각주 곽공이 직접 하달한 명령이요. 두 태상 장로님과 여러 장로분이 돌아가면서 읽어 보시고 이번 일을 어찌 처리할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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