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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784화 (883/1,000)

1784화. 설전(舌戰)

기운종, 홀로 우뚝 솟은 산 위의 누각.

오상은 소문이 적힌 전서를 살피며, 같잖다는 듯 냉소를 지었다.

“배후에 있는 자의 마음이 조급해진 것 같군. 허실을 알 수 없으니, 이런 망상 같은 속임수로 우리를 떠보려는 것이겠지.”

한쪽에 있던 흑석은 사실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도 오성이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오직 오성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흑석은 오상에게 조언을 했다.

“성존, 소문의 위력이 작지 않습니다. 이대로 조용히 있다면, 대부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지금 표묘각에선 밖으로 나갈 때 암살을 우려해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실정입니다. 전에는 표묘각 옷을 입으면 아주 위풍당당했지만, 요즘은 이를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설령 이쪽을 떠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이쪽 역시 뭐라 반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으니, 그 또한 크게 탄식하고 있었다.

사실 원래 오성의 능력이면, 일 처리는 간단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일부 문파에게 이익을 약속하면 저들이 오성에게 의탁하지 않을까를 걱정할까.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수백 년간 구성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오성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그저 잠시간 자신들을 이용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여길 뿐, 나중에 모든 일이 지나면 분명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결국 현재 상황이 여전히 안정되고, 정상적인 이익 협력이 질서 있게 유지되고, 여전히 오성의 천하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무력 때문이었다.

이미 옛날에 모두 떠나버린 인심, 이제 남은 건 오성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 크게 고함 한번 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니 문파들에게 이익을 약속하는 건 오성 자신들조차 쓸모없다 여겼다. 다른 이들이 오성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건, 오성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았다.

* * *

결국 오성은 곧바로 반응했다. 확실히 이번엔 반박할 필요가 있었다.

표묘각이 오성을 대신해 천하 수행자들에게 약속하기를, 기운종, 영종, 천행종, 만수문이 수행계에 공급하던 것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니, 다들 불순분자의 말에 휘둘리지 말라고 전했다.

오성도 설전에 반격을 개시했다. 또한 반대로 상대방을 떠보며, 단도직입적으로 수행계에 공표했다. 여무쌍과 원색은 불순한 생각으로 천하를 혼란스럽게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미 오성에게 그 경지가 폐해졌기에 누구나 그들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이건 오성이 줄곧 의심하던 것으로, 두 사람에게 그 실력이 여전한지 한번 나와서 증명하라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도 했다.

만약 둘의 실력이 여전하다면, 지금 상황에선 사람들을 부추기기 위해 직접 나타나 증명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증명하지 못하면, 두 사람의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또 동시에 표묘각 내부와 과거 비밀리에 표묘각 인원을 붙잡은 문파들을 다독이며, 일전의 모든 일은 여무쌍과 원색의 음모이니 예전에 지은 잘못은 모두 불문에 부치겠다고 전했다.

오성의 발언으로 관련 세력은 크게 안심했다. 오성의 신분과 지위를 고려하면 공개적으로 자신들 체면 깎는 일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테니, 당분간 걱정은 덜게 된 것이었다.

* * *

밀실 내부.

우유도는 한창 사색에 잠겨 뭔가를 중얼거리며 서성였다.

“네 문파를 통제한 게 천하 수행자 목줄을 붙잡기 위함이 아니라고?”

이내 곁에서 차를 마시던 여무쌍이 잠시 고민 후에 대답했다.

“오성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언한 걸 보면 아마 맞을 거예요. 사실 통제한다고 해도 그중에 수행자들이 수련에 사용하는 영단만 효과가 좀 있을 뿐, 나머지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거예요.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단의 공급을 통제한다면 오히려 반발만 불러오겠지요.”

우유도는 다소 실망한 얼굴로 멈춰 섰다.

“아무튼 최소한 이번 일로 저들이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가능성은 배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주의할 일이 있어요. 표묘각에 대한 계획은 성공시켰지만, 그 반작용으로 오성이 손을 잡고 외부에 대응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우유도는 같잖다는 듯 말했다.

“오성이 정말 한마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들 중 홀로 천하를 제패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끝까지 무량과를 추적하려는 것은 바로 2번째 오상이 생기는 걸 걱정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최소한 지금 상황에선 이변이 없는 한, 다 같이 외부에 대응할 거예요.”

우유도는 성경 지도 앞으로 다가가 지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이변이 생길 겁니다. 내가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니까요. 저들의 의도를 알아낼 수 없다면, 그 의도가 밝혀지는 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 저들은 저들의 일을 하고, 난 내 일을 진행할 겁니다.”

여무쌍도 지도를 힐끗 바라보며 두 눈을 번뜩였다.

“요괴 할멈에게 손을 쓰려는 것인가요?”

우유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추가 은폐하고 싶은 진실이 있지 않습니까? 은희 하나만으로도 오성은 한마음이 될 수 없습니다. 내 손에 아직 패가 남아 있으니, 일단 상황을 좀 보고 어찌할지 결정 내리도록 하지요. 아무튼, 이대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저들이 마음껏 움직이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내가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차라리 저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 * *

소요궁 장문인 용휴와 영검산 장문인 맹선이 자금동을 찾아왔다.

자금동 주인은 바뀌지 않았고, 늘 하던 대로 두 귀빈을 접대했다. 그런데도 용휴와 맹선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들을 보는 궁임책의 눈빛이 뭔가 꺼림칙했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궁임책은 꼭 은연중에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설마 지금 자금동이 연국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두 사람은 씁쓸함과 동시에 불만이 일었다. 하지만 이것도 당분간일 것이다. 진국이 병력을 일으켜 동진을 시작하면 득의양양하던 자금동도 별수 없을 터였다.

그렇게 속에는 다른 마음을 품고 겉으론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궁임책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궁임책은 산 풍경이 유려하게 보이는 누각으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세 사람은 인사처럼 차를 한 잔씩 들었다.

“그래, 두 분께서는 어쩐 일로 이리 갑작스럽게 찾아오셨소이까?”

궁임책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용휴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또 무슨 일이 있겠소. 이런 상황에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오?”

궁임책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말했다.

“호오, 칠성 사이의 일이라면 그냥 두고 보면 될 것이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는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독무허가 문화 쪽을 찾아가고, 나추가 서해당 쪽을, 남도림이 안돈천 쪽을 찾아갔다. 그 세 사람은 언제든 비밀이 들통날 수 있었다. 일단 들통이 나면 당장 궁임책에게 영향이 미칠 수도 있는데, 어찌 긴장이 안 되겠는가.

이내 맹선이 말했다.

“그냥 두고 보라? 원색과 여무쌍이 우리에게 전서를 보냈소. 궁 형에겐 오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시오. 지금 원색과 여무쌍은 우리에게 같이 오성을 치자고 했소. 그 말을 따르는 게 좋겠소, 거역하는 것이 좋겠소?”

궁임책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오성은 여무쌍과 원색의 경지를 폐했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용휴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

“궁 형, 어째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 같소? 오성이 두 사람의 경지를 폐했다면 폐해진 것이오? 그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쉬이 믿는 것이오?”

궁임책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양쪽 모두 원한을 살 수 없는 상황이오. 그럼 뭘 어쩐단 말이오? 양쪽을 모두 돕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다가, 저들 사이에 승부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소? 지금 어느 누가 가볍게 한쪽을 도울 수 있단 말이오? 그냥 모르는 척하고 시간이나 죽입시다!”

그 이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용휴와 맹선도 지금 다 같은 목소리를 내길 바라서 궁임책을 찾아온 것이었다.

사실 이들뿐만이 아니라 각 문파의 태도도 다 비슷비슷했다. 다들 모르는 척, 시간만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 * *

서재 내부.

소평파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수행계의 최근 상황을 확인하며, 그야말로 크게 즐거워했다.

“양쪽이 설전을 벌이다니, 오성 위치가 언제 이런 수준까지 추락했나?”

곁에서 소삼성도 웃었다.

“지금 모습을 보면, 오성의 천하 장악력도 확실히 예전만 못합니다.”

그래도 소평파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성이 이 상황을 좌시할 리 없다. 분명 반격할 것이다. 갑자기 기운종, 영종, 천행종, 만수문을 통제한 건 틀림없이 의도가 있다. 그게 바로 반격의 서막이겠지.

넌 흑수대 쪽과 소통하며 수행계 상황 파악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라. 천하를 휩쓰는 홍수에 영문도 모르고 쓸려나가지 않으려면, 난 더 자세하고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한다. 더 빨리 판단하고 대응하려면 말이다.”

소삼성은 허리를 숙이며 깍듯이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그리하고 있습니다.”

* * *

작은 정원.

자평휴와 가무군이 한 정자에 마주 앉아 있었다. 가무군은 돌림판에 붓으로 글을 쓰고, 자평휴는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을 부른 까닭을 고민 중이었다.

이내 가무군이 돌림판을 돌려 자평휴에게 보였다.

「오성이 기운종, 만수문, 영종, 천행종을 통제한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승상께서는 장등사(掌燈司)를 찾아 이 일을 주목하게 하시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뭔가를 알게 되면 제게 알려주십시오.」

의아한 얼굴이 된 자평휴는 정자 바깥의 원종과 위충을 한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쪽도 모르는 것입니까?”

가무군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연락했지만,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단 뜻이었다. 이에 자평휴가 다소 머뭇거리며 말했다.

“오성이 얽힌 일입니다. 이대로 염탐해도 되겠습니까?”

가무군은 다시 붓을 들었다.

「천하에 분포된 오성의 이목이 이미 사라졌습니다. 지금 수행계에 그들의 말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은 한 곳도 없으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는 정말 사실이었다. 오성은 더 이상 수많은 일을 진행할 수 없었다. 무량과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표묘각에선 수많은 이가 도망쳤고, 그 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거기에 천하의 이목까지 다 사라졌으니, 이젠 그 일을 조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마찬가지로, 각 문파가 암중에 수작을 부린다 해도 오성은 그 사실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더는 무량과의 일을 조사해 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각 문파 인원의 행적을 파악하는 일도 의미를 잃었다. 뭔가 꺼림칙한 일을 한 사람은 수도 없었다. 이목이 사라졌으니, 저들은 하고 싶은 대로 보고할 수 있고,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평휴도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딱히 틀린 것 같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가 떠난 후, 위충이 다가와 가무군이 사용한 종이를 모두 찢어 화로에 넣고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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