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3화. 드러난 진실
결국 나무가 쓰러지면 원숭이는 흩어지는 법이라, 백무애도 어쩔 수 없이 빙설성지 사람들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다.
오풍이 한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백무애는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살고 봐야 했다. 만약 설파파가 무사하다면 나중에 돌아오면 그만이고,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면, 위험을 피해야만 했다.
그렇게 빙설성지는 무너지고,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가 떠났다.
* * *
성경 출입구.
오상은 한 사람을 들고, 인간계로 향하는 결계를 스쳐 지났다.
입구를 지키는 인원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봤다. 그들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오상의 손엔 대나성지의 제자 사여래가 붙들려 있었다.
그들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오상은 황택사지를 떠난 후, 일전의 원색과 같이 나방비를 납치하러 대나성지로 향했었다. 그렇게 대나성지에서 난리를 치며 상당수의 사람을 죽였지만, 나방비는 찾을 수 없었다. 나방비는 당시 원색에게 납치당한 후로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다.
헛걸음한 오상은 분이 풀리지 않아 곧바로 대나성지에 숨겨둔 첩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들도 나방비의 행방을 알지 못했으나, 그들을 통해 나방비의 남편 사여래가 어디서 순찰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오상은 곧바로 그곳으로 가 사여래를 찾았고, 두말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여래를 제압했다.
지금 성경 출입구를 지키는 이들은 아무리 대나성지의 인원이라고 해도 감히 오상을 저지할 수 없었고, 사여래가 잡혀가는 걸 지켜만 보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들은 오상이 떠나자마자 빠르게 어딘가로 전서를 보냈다.
* * *
산 넘고 강 건너 곧장 기운종으로 향한 오상은 산 정상에 있는 한 누각에 내려섰다. 그곳은 기운종이 그를 위해 마련한 거처였다.
이내 오상은 붙들고 있던 사여래를 바닥에 던진 후 그를 내려다보았다.
사여래는 바닥에 엎드린 채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차분해진 상태였다. 복이면 화가 아니고, 화면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 사여래에겐 우유도가 늦지 않게 조처할 것이라 믿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곧이어 소식을 들은 흑석이 날아왔다. 그러다 곧 땅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성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오상은 지풍을 날렸다. 사여래의 몸이 한번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오상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추, 독무허, 남도림에게 내가 보자고 한다고 연락해라.”
그 사람들은 오란다고 올 사람들인가? 흑석이 바로 물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요괴 할망구가 죽었다고 해라.”
흑석은 대경실색했다.
“아? 저……, 정말 죽었습니까?”
“내가 직접 죽였다. 은희도 역시 살아 있었다. 죽지 않았어…….”
오상은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흑석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그때, 오상이 떠나려는 흑석을 멈춰 세웠다.
“한 가지 더, 너는 가서 성경에 들어가 화성공법을 익힌 이를 조사해라. 손속을 겨뤄보니, 아마 원영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원영기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가 벌써 요괴 할망구나 나와 손속을 겨룰 수 있다니! 그 할망구 말이 맞았다. 그자는 후에 큰 우환이 될 것이다!”
흑석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성존,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천하에 화성공법을 익힌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정말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면, 외부에서 화성공법을 익힌 사람을 안에 들여보내는 것도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에 오상은 바로 직접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럼 초려산장과 연관이 있는 사람을 조사해 보아라.”
흑석은 깜짝 놀랐다.
“겨우 초려산장을……, 성존께서는 초려산장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오상이 뒤돌아 흑석을 바라보았다.
“요괴 할망구의 죽음이 심상치 않다. 왜 마침 할망구가 그곳에 나타났을까? 나는 이제 원색이 나추의 딸을 납치한 이유를 알겠다. 원색은 실종되기 전 분명 은희와 만났을 테고, 그걸 요괴 할망구의 죽음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원색은 이미 죽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흑석이 깜짝 놀랐다.
“원색의 비계는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그게 가능합니까?”
오상은 그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본인 할 말만 했다.
“요괴 할망구의 죽음은 아마도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은희는 나를 통해 차도 살인을 한 것이야. 내 무변마역과 그 신비로운 자의 화성공법이 합쳐지니 마침 그 할망구의 천적이 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 할망구가 나타났지. 또 그 신비로운 이는 준비라도 했다는 듯 내 무변마역을 깨트리고 도망쳤다. 넌 이 모든 게 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
흑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이 초려산장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오상은 난간 쪽으로 다가가 두 손을 짚고 툭툭 치며 먼 곳을 응시했다.
“여무쌍은 제경에서 원강을 구했고, 실종됐다. 그리고 그 원강은 초려산장과 연관이 있지. 원색도 실종되기 전 초려산장에 있었다. 또 조웅가는 오랫동안 마전을 숨기고 있다가, 원강에게 문제가 생기자 그를 구하려 마전까지 내주었다. 그 조웅가가 줄곧 초려산장과 가까이 지냈다는 걸 명심해야지.
은희는 오래도록 숨어 살았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어. 호족의 힘으로는 외부 세계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고, 이런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배후에 분명 누군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
여무쌍의 실종은 원강과 연관이 있다. 여무쌍은 실종된 후, 성나찰을 구하기 위해 얼굴을 드러냈었지. 여무쌍이 어째서 갈황을 원할까. 갈황이 제5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여무쌍이 혹시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초려산장의 원강은 바로 제5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은희, 성나찰, 마전 그리고 제5 영역. 이 4가지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무엇인지 알겠느냐?”
잠시 생각하던 흑석이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모두 상찬 부부와 연관 있습니다. 설마 배후에 그 부부가 있는 겁니까?”
오상이 그를 흘겨보다 난간에 기댔다.
“무슨 헛소리냐? 상찬 부부라면 이런 식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겠느냐? 줄곧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지.
은희를 만나고, 요괴 할망구를 죽이고 나서, 원색이 죽었다고 확신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배후를 관통하는 한 가지 단서를 찾아냈지.
이 초려산장이 암중에 얼마나 많은 일과 얽혀 있느냐. 난 이 모든 일이 그 원강과 연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웅가가 당시에 어째서 그리 급하게 그를 구하려 했을까?
만약 정말 원강이 문제라면, 정말로 꼭꼭 숨어 있었구나. 내가 눈이 삐었었어! 마교 성자는 얼어 죽을, 내가 조웅가의 그 헛소리를 믿다니!”
흑석이 깜짝 놀라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겨우 여인을 위해 무변사막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 행동을 보면 큰일 할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요. 그 정도면 충분히 모든 사람의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정말 원강이 이 모든 일의 배후라면 누군들 그걸 알아차릴 수 있었겠습니까?”
오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가서 알아봐라! 잊지 말아라. 내게 다 계획이 있으니, 절대 타초경사 하지 말라는 것이다.”
흑석이 포권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 *
남주부성 바깥, 산 정상.
“뭐라? 오상이 사여래를 잡아갔다고?”
돌연 우유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직접 소식을 전하러 변장한 채 찾아온 왕존은 다급히 답을 이었다.
“확실합니다. 대나성지 쪽 인원이 성경 입구에서 직접 보았답니다.”
우유도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상이 대나성지를 찾아갈 가능성이 있으니, 당분간 피해 있으라고 하지 않았소? 설마 피하지 않은 것이오?”
“순찰이라는 명목으로 이미 몸을 피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오상이 선생님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직접 찾아와 잡아갔습니다. 오상의 의지가 단호하니, 도망칠 수 없었을 겁니다.”
“황택사지 쪽 상황은 어떻소?”
왕존은 그제야 그 일을 떠올렸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해야 할 말을 잊어버린 것이다. 그는 바로 보고를 올렸다.
“성공했습니다. 그쪽이 오상과 같이 손을 잡고 설파파를 공격했고, 설파파는 오상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쪽은 순조로웠습니다. 부상자도 없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었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금시의 속도가 너무 느리고, 오상의 속도는 너무 빠를까 봐 걱정되어 직접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왕존은 사여래가 양보한 무량과를 흡수해 이미 원영기를 돌파한 후였다.
설파파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에 우유도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사색에 잠겼다. 오상이 사여래를 잡아간 의도를 추측해보려는 것이었다.
이쪽에서 손을 쓴 건, 나추가 나방비를 숨겼다는 걸 알기에 더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상의 반응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돌연 사여래를 잡아가버렸다.
이내 왕존이 조금 더 조급한 모습으로 말했다.
“선생님이 잡혀갔습니다. 환려 쪽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분부가 없으시면, 지금 제가 적성성으로 가겠습니다.”
그러나 우유도는 손을 들어 저지했다.
“사환려의 일은 신경 쓸 것 없소. 당분간은 아무 일 없을 테니 시간은 충분해. 우리 쪽에서 원영기 고수를 보내뒀다가 만약 문제가 생기면 즉시 사환려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오. 당신은 지금 더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오.”
우유도의 말에 왕존도 다소 마음을 놓았다.
“분부를 내려주십시오.”
“사 선생님이 잡혀갔소. 그래서 지금 호족과 연락을 도와줄 사람이 없소. 성경 내부 정보망도 마찬가지요. 사 선생님을 제외하면 당신뿐이지. 그쪽과 절대 연락이 끊겨선 안 되니, 당신은 지금 당장 돌아가시오.
오상이 사 선생님을 잡아갔으니 분명 다른 성존들과 소통하려 할 것이오. 그때가 되면 성경에 드나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당신은 성존이 반응을 보이기 전에 빨리 돌아가야 하오.
잊지 마시오. 사여래의 안전을 확인하기 전에는 성경 안에 숨어서 얼굴을 드러내지 말고, 암중에서 정보를 처리해 주시오.”
왕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환려 쪽은 선생님께 맡기고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급할 것 없으니, 기다려 보시오. 더 할 말이 있소. 당신은 돌아가는 즉시 황택사지로 가서, 은희에게 어느 누가 나방비를 인질로 삼아 황택사지에 와도 얼굴을 드러내지 말라고 하시오. 그녀가 나서지 않으면 나방비는 아직 가치가 있기에 안전할 테지만, 만약 나서게 되면 모녀는 모두 죽을 것이라고 전하시오. 쓸모가 있기만 하면, 내게 나중에 나방비를 구할 방법이 있소.”
“알겠습니다.”
그때, 우유도가 갑자기 손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마 그들은 분명 황택사지에서 나방비에게 고통을 줄 것이오. 사실 은희는 마음이 아주 약하고, 딸을 너무 사랑하지. 만약 딸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 은희는 참지 못하고 바로 뛰쳐나갈 것이오.”
왕존이 멈칫했다.
“그럼 어찌합니까?”
우유도는 고개를 들고 말을 이어갔다.
“방법을 바꾸는 게 좋겠소. 은희를 만난 후, 호족 내부에 첩자를 발견했으니 당분간 자리를 피하라고 하시오. 또 어떤 호족과도 연락을 취하지 말라고 전해주시오. 내가 최대한 빨리 그자가 누구인지 찾아낼 것이니, 당분간 몸을 숨기라고 말이오. 그래, 그리 하는 게 좋겠소. 가시오!”
“알겠습니다!”
왕존이 포권 후, 끝없이 펼쳐진 숲속으로 스며들었다.
* * *
우유도도 곧장 남주부성의 밀실로 돌아왔다. 줄곧 그를 기다렸던 여무쌍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계속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찌 되었나요?”
우유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공입니다. 설파파를 죽였습니다. 마지막에 오상이 그녀를 죽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