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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807화 (906/1,000)

1807화. 기쁘지 아니한가!

귀의는 두 눈에 불꽃을 불태우며 이를 씹어 먹을 듯 악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오.”

우유도가 미소 지었다.

“사람을 구해주시오.”

귀의가 깜짝 놀랐다.

“겨우 그것이오? 누굴 구해야 하오?”

“물론, 겸사겸사 다른 것도 좀 해줬으면 좋겠소. 어쩌면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오. 오히려 안전한 일이지. 앞으로 당신들을 건드릴 사람이 없을 것이오.

장담하는데 삼성은 이 일을 알아도 모른 척할 것이오. 당신들을 건들지도 않을뿐더러, 당신의 제자까지 엄호해줄 것이오. 하지만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배짱이 필요하오.

선생에게 장담하건대, 이건 선생께 하는 마지막 부탁이오. 이 일이 끝나면 선생은 철저한 자유를 가지게 될 것이오. 다르게 말하면, 그다음부터 일어나는 일은 감히 당신들이 끼어들 일이 아니오.”

“도대체 무슨 일이오?”

귀의도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입으로만 하는 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별것 아니오. 그냥 성경에 가 한 사람을 치료해줬으면 좋겠소…….”

우유도는 귀의가 할 일을 상세히 일러 주고, 자세히 당부했다. 귀의는 우유도의 말을 들을수록 동요했다. 경악과 충격이 반복되었다. 때론 중간에 끼어들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다 끝낸 후, 우유도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것 보시오. 선생이 만약 이번 일을 모두 마치기만 하면, 우리 쪽은 삼성의 의심을 끌지 않기 위해 선생을 건들지 못할 것이오. 나중에도 당연히 선생을 협박해 뭔가를 하려 하지 않겠지. 반면 삼성 쪽은 타초경사 하지 않기 위해 당연히 선생을 건들지 않을 것이오.

삼성이 승리한다면, 선생은 공이 있으니 걱정이 없을 것이오. 우리 쪽이 승리해도, 마찬가지로 선생은 공이 있으니 역시 걱정이 없을 것이오.

아무튼, 선생은 우리와 삼성 사이에 승부가 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오. 앞으로 선생은 아무 걱정도 없을 것이니 그냥 담대히 할 일을 하면 될 것이오. 어떠한 위험도 없이 그저 좋기만 한일이니, 기쁘지 아니하오?”

귀의는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고수를 만났다. 전에 자신을 찾아와 협박한 사람과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분명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마치 자신을 돕는 듯 이야기했고, 하필 또 그것이 말이 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귀의는 마음이 동했다.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뭐란 말인가?

잠시 침묵하며 이해득실을 따져본 귀의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이쪽에 있는 삼성의 인원이 하는 말을 들어봤소. 지금 성경 출입구를 아주 엄중히 통제하고 있다고 했소. 외부인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상태요. 노부가 성경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들어간다 해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소.”

우유도는 손사래를 쳤다.

“걱정할 것 없소. 그 모든 건 이미 이쪽에서 선생을 위해 안배해 놓았소. 누군가 선생을 데리고 들어갈 테고, 들어간 후엔 또 누군가 선생을 마중 나올 것이오. 우리 세력을 얕잡아 보지 마시오. 협력하는 이가 있을 것이오.”

귀의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시 또 한참 침묵하던 그가 이를 악물었다.

“좋소! 약속을 지키길 바라오. 노부가 당신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나서겠소. 그러나 나중에 다시 노부를 협박한다면, 노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당신들의 일을 망쳐 버릴 것이오!”

우유도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 심각할 것 없소. 걱정하지 마시오. 약조는 지키겠소. 이번이 마지막이오. 다만 선생이 신중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소. 제자들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은, 되도록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이오. 선생도 알겠지만, 아직 충분히 노련하지 못한 아이들 아니오. 어쩌면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소. 그들은 아는 게 적을수록 안전할 것이오. 그렇지 않소?”

귀의는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소매를 내저었다.

“가시오. 제자들이 돌아올 때가 되었소.”

“그럼 이만!”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는 그대로 약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귀의는 고개를 틀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다시 이 거친 풍랑에 말려들었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처했으니 탄식만 뱉을 수밖에.

더욱 두려운 건, 이 약곡에 삼성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 낯선 이는 거침없이 약곡에 들어와 소리 소문도 없이 자신의 약방에 나타났다. 이는 분명, 약곡 안에 내통자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 * *

약방을 나선 우유도는 한편에 놓여있는 빈 바구니를 자연스럽게 짊어졌다. 어찌 보아도 약곡에서 일하는 잡부의 모습이었다.

곧이어 산로에 접어들었을 땐, 맞은편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무심과 무상이었다. 그들은 방금 귀의와 만났던 약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물론, 맞은편 두 사람도 우유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약초밭을 지나면서는 약초를 만지는 약곡 사람들을 보았지만, 우유도는 역시 또 담담히 지나쳤다. 약곡에서 일하는 이들은 우유도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오래도록 평화로운 곳이라, 경각심이라는 것이 없었다.

우유도는 그렇게 담담하게 바닷가로 향했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바닷속으로 유유히 스며들었다.

* * *

무심과 무상이 약방에 들어섰다. 귀의는 약방 안, 낮은 걸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기분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사부님을 뵙습니다!”

예를 올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귀의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약방을 나가 주위를 한번 살핀 후, 문제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귀의는 무심 앞에 섰다. 무심은 매우 의아한 얼굴로 귀의를 보고 있었다.

“무심아, 혹시 네게 알려준 의술로 우유도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들어 낸 적이 있더냐?”

이건 물어볼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방금 이 자리에 있던 그가 일부 비밀까지 알려주었으니, 귀의는 십중팔구는 진실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무심은 멈칫하더니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우유도 말입니까? 어째서 갑자기 그 사람을 떠올리신 것입니까?”

“대답해 봐라. 그런 적이 있더냐?”

무심은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있습니다. 당초 제경에 있을 당시, 한 사람의 얼굴을 우유도의 모습으로 바꾸어 준 적이 있습니다.”

귀의는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무심의 입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귀의는 대체 언제 철이 들 거냐는 듯, 한심하게 말했다.

“너……! 각 세력 간의 은원에 개입하지 말라고 내가 얼마나 누누이 경고했더냐. 저들 세력은 우리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게 끼어들지 말라 말했는데도, 왜 말을 듣지 않느냐? 우유도가 어떤 사람이냐. 자금동 장로고, 수행계에서 지위도 상당하다. 더욱이 그는 연국의 가장 강한 속세의 무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를 뭐하러 건드리냔 말이다!”

무상은 여길 한번 돌아보고, 다시 저길 한번 돌아보았다. 그는 우유도가 낯설지 않았다. 과거 그를 몇 번이나 만나보았다. 심지어 초려산장에서 그를 만난 적도 있었다.

당연히 금주에 대한 우유도의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말 한마디로 좌우할 수 있는, 손에 쥔 세력이 보통이 아닌 인물이었다.

“사부님, 확실히 당시 제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일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제자가 당한 일의 배후에 우유도의 수작질이 있었습니다. 제자는 그 원한을 잊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게는 원한을 갚을 길이 없었지요. 그때 마침 우유도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덕분에 당시 저는 차도살인이라도 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귀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무심의 말에 화가 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복수? 지금 네 모습을 봐라! 어리바리 한 것이 의술은 그나마 괜찮아도 다른 건 그야말로 일자무식이지 않더냐! 그런 놈이 손에 방대한 세력을 쥐고 있는 간사한 자에게 복수라?

그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없으면서, 뭘 가지고 복수를 한단 말이냐.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그자가 한마디만 하면 제국에서 널 죽일 수 있다는 걸 몰랐더냐?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넌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무심은 답답했다. 사부님이 왜 옛날 일을 끄집어내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사부의 질책에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귀의는 도무지 화가 풀리질 않았다.

“넌 왜 내게 그 일을 알리지 않았느냐?”

무심이 고개를 들었다.

“나중에 우유도가 이미 성경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모두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고, 사부님의 지시를 어긴 것이었기 때문에 차마 사부님께 그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귀의는 정말 한이 맺힌 얼굴로 말했다.

“머리에 물이라도 찼느냐? 네놈이 가짜 우유도를 만들었지! 우유도가 성경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무 의심도 하지 않은 것이냐?”

무심이 깜짝 놀랐다.

“사부님, 설마 우유도가 가짜로 죽었다는 말씀입니까? 성경의 봉쇄가 얼마나 치밀합니까? 가짜 우유도가 어찌 성경에 들어갔단 말입니까?”

“너…….”

귀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저들은 그야말로 비바람을 부리는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세력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인가. 겨우 성경 출입구 하나 막는다고, 저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방금 그자는 귀의에게 성경에 넣어줄 방법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 사람에게 가짜 우유도 하나 성경에 들여보내는 게 어려울까. 하지만 귀의는 거기까지 이야기하진 않았다. 그저 단호한 눈빛으로 경고만 남겼다.

“너희, 그 일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언급해선 안 된다. 그냥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라. 때려죽여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선 안 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두 사형제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런데 무심은 또 의문이 들었다.

“사부님, 그 일은 저를 제외한 안보여와 곽만만이 압니다. 그걸 사부님이 어찌 아셨습니까? 설마 그 가짜가 비밀을 누설한 것입니까?”

귀의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 이미 죽어 버린 그 가짜가 비밀을 누설할까. 진짜 우유도는 분명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귀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그대로 집어삼킬 뿐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귀의의 두 눈이 번뜩였다.

“제경에 있을 때, 외부와 쉽게 접촉하지 않았다. 네게 치료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너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 넌 그 자가 우유도에게 원한이 있다는 건 어찌 알았느냐?”

무심은 당시 일을 돌이켜보았다.

“곽만이 발견한 것입니다.”

“곽만은 어디 있느냐?”

무심은 문밖을 한번 바라보았다.

“뒷산에 있는 약초밭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귀의가 즉시 무상을 가리켜 말했다.

“가라, 가서 곽만을 찾아와라.”

무상은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즉시 몸을 날렸다.

이내 귀의는 약방을 서성이며, 우유도가 만진 병을 살폈고,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는 무심은 옆에 우뚝 서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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