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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834화 (933/1,000)

1834화. 살인 멸구

그렇게 겨우 두 사람을 다독여 돌려보낸 오상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떠나고, 흑석도 그제야 가까이 다가왔다.

“성존, 만약 진국이 동벌에 나설 때 상조종이 반격하면 어찌합니까?”

“저들이 어떻게든 상조종을 죽이려 하니, 이렇게라도 진정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저들이 움직이면, 분명 타초경사 하게 될 것이다. 우린 아직 저들의 행방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니, 일단 시간을 끌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의도도 있지만, 두 사람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건 적들의 힘을 빌려 두 사람을 처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흑석도 이를 잘 알았다. 지금도 그와 관련한 보고를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성존, 초려산장에서 보내는 소식을 가로채 확인한 결과, 초려산장과 연락하는 주요 대상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천행종이 있었습니다. 아직 그곳에 있는 이목과 협조해 확인해 보니, 초려산장과 연락하는 사람은 천행종의 태상 장문인, 문화가 확실했습니다!”

오상이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그 늙은이라니!”

“또 만수문이 있고, 소식을 주고받는 사람은 만수문 장문인 서해당입니다. 또 영종에선 장문인 안돈천과, 마교에선 조웅가와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거기에 송국 경성 쪽과도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그곳에서는 소위 은상이라고 불리는 가무군과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초려산장은 이미 그를 통해 송국을 장악할 계획을 세워 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밀서를 번역하기 전, 손에 넣은 소식을 살펴보면 한 사람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구냐?”

“서신엔 정기적으로 ‘선생님께 안부를 전해주십시오.’란 내용이 추가돼 있습니다. 가무군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아마 서신에서 말하는 선생이 그의 호위 원종을 말하는 듯합니다. 그의 진짜 신분은 간산월입니다.”

오상이 깊은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간산월이라……. 저번에 네 보고를 보면, 그자는 뽐내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아주 조용히 지내기 시작했지.”

“그렇습니다. 지금 가무군은 초려산장과 연결돼 있고, 그자가 다시 하산해 속세로 나왔습니다. 아주 의심스러워 지금 감시하고 있습니다.”

“또 있느냐?”

“또 일부 내용을 근거로, 성경 내부의 호족과 연락을 주고받고, 성경 입구에서 서신을 전달해주는 자를 특정해 냈습니다. 다만 타초경사 할 수 있어 일단 건들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좀 의아한 것은, 그가 전달한 서신은 곧바로 호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아니란 겁니다. 관찰한 상황에 따르면, 그자의 배후에 또 다른 윗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사람들을 각지에 배치해 놓았으니, 만약 다음 서신이 온다면 윗선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호족? 갈수록 확실해지는군. 초려산장은 호족과 직접 손잡은 곳이다!”

“그리고 또 한 곳은 자금동인 것만 파악했습니다. 자금동 내부에 있는 표묘각 이목 모두 죽임당했고, 자금동 내부까지 따라 들어갈 순 없어서 소식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서신엔 수신인의 신분이 나와 있지 않아 아직 그자의 신분을 확인할 순 없었습니다.”

오상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다른 문파 상황을 보면, 다들 각 문파의 최고위층이다. 아마 자금동도 예외는 아닐 터, 장문인 궁임책이 아니면 태상 장로 중 한 사람이겠지.”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사실 저도 그리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금동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상조종이 연국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군.”

“자금동의 정책 결정은 관례에 따라 태상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쉽게 간섭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궁임책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오상이 뒤돌아 먼 곳을 바라보았다.

“천행종, 만수문, 영종……. 바로 다 우리 코앞에 있었구나! 하, 재미있군. 만약 저들 문파 안에 우리가 찾는 목표가 숨어있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그 수많은 일도 다 이해되는군. 누군가 무량과를 조사하는 일이 저들 문파에 미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저지했던 것이다!”

흑석도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각 문파에 조사가 들어가면, 저들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상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상황들을 근거로, 거꾸로 추리하면 저들 문파에 우리가 찾으려는 목표가 숨어있을 것이다. 궁임책, 문화, 서해당, 안돈천, 조웅가……. 조웅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는 오상을 보고, 흑석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이내 오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웅가는 내 일찍이 그의 경지를 직접 확인해 보았다. 그는 원영기가 아니었다. 설마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어쩌면 자신이 줄곧 감시받고 있다는 걸 알고, 무량과를 이용해 원영기에 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무량과를 훔친 사람이 그의 상황을 알고 그에게 무량과를 주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오풍과 곤림수가 원영기에 올랐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그 두 사람을 이야기할 때 흑석은 마음이 쓰라렸다. 그 별 볼 일 없던 두 사람마저 원영기에 오르다니.

“저들에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면 그만이지. 너는 적당한 인원을 꾸려, 판을 한번 깔아 보아라!”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 *

송국 경내.

잠에서 깨어난 가무군은 피풍의를 입고 천천히 난간 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 강변 너머, 아침 태양이 자욱한 안개를 뚫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강바람은 불어와 그의 피풍의를 흔들고 있지만, 가무군의 표정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가무군은 흔들림 없이 초연하고, 차분했다.

이번에 가무군은 자평휴의 고민거리를 대신 처리하고자 먼 길을 떠나왔다. 지금은 일을 다 처리한 후, 배를 타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때, 작은 고깃배 하나가 다가왔다. 원종은 벌써 가무군의 곁으로 다가와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고깃배 위의 어부는 신선한 생선을 손에 들고, 살 것이냐고 크게 외쳤다. 원종이 손을 내저었지만, 고깃배는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배가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방대한 천검강기의 기운이 뻗치기 시작했다. 어부의 손에 들린 생선도 흔적없이 터지고 말았다.

원종은 즉시 가무군을 붙잡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가무군이 타고 있던 큰 선박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

어부는 그대로 날아올라, 다시 또 원종을 향해 천검강기를 쏘아 보냈다. 선박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강으로 추락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천검강기가 사라진 그 찰나의 순간, 강물 속에서 한 무리가 튀어나와 원종을 공격했다. 위충은 가무군을 지키고 있었고, 원종은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자객들 사이를 빠르게 관통했다.

점차 싸우는 소리가 멀어지고 주변이 고요해졌다. 선박은 이미 그 형체를 찾을 수 없었고, 위충은 이미 가무군을 데리고 어부가 타고 있던 작은 고깃배에 올라, 한 손에 가무군을, 한 손엔 검을 들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가무군을 호위하던 송국 3대 문파의 세 수호 법사들도 고깃배 주변 수면 위에 서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눈앞에 원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강물 속에선 계속 핏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흔적일 터였다.

선박에 탄 사람 중 생존자도 있었다. 일부는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치거나, 또 일부는 수영에 능숙해 알아서 강변으로 향하고, 또 나머지는 부서진 선박 파편에 몸을 의지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강 위에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이 신음하며 서서히 강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강 속에 마치 사람을 삼키는 괴물이 있는 듯했다.

잠시 후, 원종이 한 손에 그 가짜 어부를 붙잡고 물 위로 날아올랐다.

원종을 보는 세 수호 법사의 눈빛엔 경악이 가득했다. 평소에도 원종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았지만, 이토록 대단한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천검부를 정면으로 대항하다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올라있단 말인가?

휙-

원종은 가짜 어부를 고깃배에 던져놓고, 바람처럼 움직였다.

그 순간, 두 수호 법사의 가슴이 터져버렸다. 원종이 같은 편을 공격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까닭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홀로 남은 수호 법사는 대경실색했다. 살인 멸구, 머릿속엔 그 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더는 생각할 필요도, 머뭇거릴 여유도 없었다. 당장 도망쳐야 했다. 혼자 남은 수호 법사는 그 즉시 강으로 뛰어들었다.

원종도 곧바로 사내를 따라, 강 속으로 뛰어들었다.

쾅!!!

강 안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붉은 핏물을 머금은 물보라가 터져 나왔다.

후두두-

다시 들린 소리에 위충과 가무군이 뒤를 돌았을 때, 원종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고깃배에 올라선 원종은 독수리처럼 싸늘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어디 살아남은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눈초리였다.

가무군과 위충은 원종만 보고 있었다. 원종의 경지가 높은 건 알았어도 한순간 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것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위충은 원종이 정면에서 천검부를 상대하는 걸 직접 목격했다. 일전에 원종이 표묘각 사람들을 죽일 때는 확신이 없었으나, 이제는 진정으로 원종이 원영기 고수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일행을 수행하는 같은 편까지 모두 다 죽여버렸다. 뭘 숨기려는 것일까?

가무군조차 눈치챘다. 원종만 있으면 안전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남주의 말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원영기 고수였다니. 가무군 보호를 위해 보내준 호위조차 원영기 고수일 정도이니, 남주가 어떻게 구성에게 대항하는지, 그들이 가진 힘이 어떠한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참 주위를 경계하던 원종이 몸을 낮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강물 한줄기가 날아올라 어부의 얼굴을 깨끗이 씻어냈다.

어부의 진짜 얼굴이 나타나자, 가무군의 두 눈이 번득였다. 의외였다. 자신이 아는 얼굴이었다.

“왜 공격한 것이냐?”

원종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가짜 어부는 믿기지 않는단 얼굴로 원종을 노려보았다. 그는 원종이 정면에서 천검부의 공격을 쳐냈을 때부터, 이미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면, 묻는 말에 사실대로 답해야 할 것이다.”

가짜 어부가 가무군을 바라보며 소리 내 웃었다.

“하하! 왜 공격했냐고? 가무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 역시 모르오? 이 역적놈! 넌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이에 원종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가무군을 바라보자, 가무군이 허리를 숙여 원종의 등에 손가락으로 답을 써 내려갔다.

「목탁진의 대내총관 막고입니다. 과거 행방을 찾을 수 없었지요.」

목탁진의 잔당이었다. 목탁진에게 충성하던 잔당이 복수하러 온 것이었다.

원종이 막고에게 뭔가 더 물으려는데, 가무군이 다시 등에 뭔가를 썼다.

「사람들이 오가는 강 위입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시지요.」

원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막고를 기절시킨 원종은 일어나 법력으로 고깃배를 움직였고, 고깃배는 강을 가르며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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