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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861화 (960/1,000)

1861화. 봉인 해제

뒤돌아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여무쌍에게 문제가 없음에 안도하며, 원강의 몸이 참으로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10만 까마귀 장군이 사는 이곳보다 더욱 기이하게 느껴졌다.

법안을 가진 이들은 원강의 혈기가 크게 왕성해지는 걸 보았다. 이런 환경에서 몸을 보호하고자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었다.

전형적인 사기(*邪氣: 요사스러운 기운)가 침투하지 못하는 육신으로 전설의 천신호체지신(天神護體之身)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실 이를 보고 딱히 놀라는 이는 없었다. 잘린 팔까지 다시 돋아나는 기이한 사람인데, 겨우 혈기 가지고 놀랄 이유가 있겠는가?

어쨌든 가끔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신기를 발견하곤 했다. 심지어 원강 본인도 어찌 된 일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로 전설의 그 치우가 남긴 공법이란 말인가?

우유도는 그 치우무방이 대체 뭐 하는 놈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다. 다른 이들은 치우무방을 수련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즉, 모든 이들이 평범하게 연성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 *

일행은 병기가 수없이 꽂힌 그 사이를 걸었다. 마치 무기로 가득한 숲을 건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장엄한 공간 중앙에 도달했다. 이곳은 중앙의 그 거대한 불꽃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우유도는 이곳에 멈춰 뒤돌아 상숙청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상숙청은 우유도가 자신을 대놓고 바라보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군주, 시간이 없습니다. 여기서 10만 까마귀 장군 봉인을 해제하지요.”

상숙청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도야, 먼저 도야께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예, 물어보십시오.”

상숙청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제 위로 오라버니가 세분인데 어찌 부왕은 제게 10만 까마귀 장군을 남기셨을까요? 혹시 이유를 아시나요?”

“얼굴의 반점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군주의 오라버니들은 이미 꽤 자랐었습니다. 그 아이들 몸에 갑자기 커다란 반점이 생기면, 쉬이 의심을 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군주는 다릅니다. 군주는 이제 갓 태어났기에, 군주를 직접 본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친 우유도는 뒤돌아 조웅가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마전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상숙청을 선택한 진짜 이유도 잘 알았다. 하지만 차마 진실을 알려줄 수 없었다. 부친이 딸에게 그토록 잔혹한 일을 행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조웅가가 처음 우유도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던 이유와 마찬가지였다.

동곽호연 그 늙은이의 악업이었다. 우유도는 지금 어떻게든 이야기를 꾸며 진실을 숨겨야 했다.

상숙청이 태어나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동곽호연이 했던 짓을 생각하면, 상숙청이 어찌 울음을 멈출 수 있었겠는가? 울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까마귀 장군 한 마리당, 침질 한 번이었다. 그리고 이곳엔 10만 까마귀 장군……. 그렇다면 상숙청의 얼굴엔 대체 얼마나 많은 침질을 했을까. 법력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것도 잠시뿐, 깨어나면 고통에 울부짖었을 터였다.

어쨌든 수행자가 옆에서 법력으로 도움을 줬으니 상숙청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짓을 하면서 고진감래라느니 하는 말을 늘어놓았으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가. 고진감래가 본디 그 같은 고통으로 얻은 10만 까마귀 장군의 통제권을 뜻하는 말이었던가.

곧 상숙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늘 멋대로 굴 자격이 없다고 여겼기에, 그 현명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녀도 뭔가를 알아차린 듯 다시 한번 질문을 건넸다.

“도야, 제가 태어났을 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혹시 여기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는 것과 연관이 있나요?”

우유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말했다간 상숙청 마음에 원한을 심어줄 수 있었다. 이제 와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어…….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요. 제가 당시 그곳에 있었던 건 아니니.”

가끔은 피하는 것이 답이 될 때도 있었다. 상숙청은 그의 반응을 보고 진정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곤란해하는 그를 위해 급히 수습에 나섰다.

“괜찮아요.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당시 저는 너무 어려서, 고통이 뭔지도 모를 나이였잖아요. 그러니 고통이라 할 수 없어요.”

그녀의 한마디에, 우유도와 조웅가는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윽고 상숙청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시간이 왔다.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도야, 시작하지요. 제가 뭘 해야 할까요?”

우유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시금 당부를 거듭했다.

“군주,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선 군주의 정기신을 조금 소모해야 합니다. 잠시 후 조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 정기신을 조금 소모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상숙청은 어깨를 펴고 미소를 지으며 우유도를 격려했다.

“괜찮아요. 저도 전장에 나선 적 있는 사람이에요. 나약하기만 한 여인이 아닙니다. 참을 수 있어요.”

우유도는 자연스레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상조종이 도성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도중에 한 무리에게 습격을 받았었다. 상조종은 활로를 뚫고자 직접 칼을 뽑아 들고 나섰고, 바로 이 여인이 군기를 들고 그 뒤를 따랐었다.

전투 중 적의 칼에 등을 베었지만, 참고 신음 한번 내뱉지 않은 여인이었다. 그렇게 끝까지 이를 악물고 참다가 적을 물리치고 나서야 겨우 쓰러졌었다. 그녀는 당연히 고통을 참아낼 만큼 강인한 사람임을 믿었다.

“알겠습니다!”

우유도도 미소를 짓곤, 허리춤에서 은침 3개를 꺼내 그대로 날려 보냈다.

상숙청은 눈앞이 번쩍했다. 순식간에 10여 마리쯤 되는 모기에게 얼굴을 물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느낌은 없었다.

다시 은침을 회수한 우유도가 미소를 그렸다.

“됐습니다.”

이게 끝인가? 상숙청이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 보려는데, 우유도가 바로 상숙청을 저지했다.

“지금 만지지 마세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상숙청은 당연히 제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다른 이들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지금 상숙청의 얼굴엔 피가 10여 방울이 맺혀있었다.

우유도의 말에 상숙청은 하염없는 기다림에 접어들었다. 얼굴은 직접 볼 수 없어도, 점점 일어나는 변화는 오로지 그녀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얼굴이 차츰 뜨거워지고, 부풀어 올랐다. 마치 뭔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무언가 안에서부터 스며 나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느낌이 맞았다. 실제로 뭔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현재 상숙청 얼굴의 바늘구멍에선 아주 작고 검은 점들이 빠져나왔다. 양도 점차 많아졌다. 법안이 있는 이들도 모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점들은 서서히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까마귀 장군에게로 날아갔다. 한 마리, 한 마리……. 검은 점들은 까마귀 장군들 머리 위에 내려앉아, 머리 깃털 사이로 스며들었다. 까마귀 장군이 흡수하는 음기의 흐름을 따라,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검은 점을 흡수한 까마귀 장군은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격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곧 하나하나 기세를 일으키더니, 갑자기 상숙청을 향해 바람이 불어 닥쳤다.

검은 점은 갈수록 많아지고, 상숙청을 향해 부는 바람도 거세졌다. 상숙청은 계속해서 그 바람에 휩싸이고 있었다.

한창 상숙청을 보호하고 있던 운희는 대경실색했다. 운희는 다급히 법력으로 바람을 제압하며 우유도에게 물었다.

“어떡하지?”

우유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놓아주세요.”

“안돼! 법력의 보호가 없으면 이곳의 음기를 버텨내지 못할 거야.”

이에 조웅가도 나섰다.

“놓아주시오! 지금 군주가 바로 이곳 진법의 중심(陣眼) 이오, 진안이 열리는 과정에서 이곳 음기가 다 빨려갈 테니 군주에게 접근하면 안 되오.”

운희가 좌우를 둘러보니 정말 그 말이 맞는 듯했다. 음기가 집결한 바람에 갈라지고 있었다. 이를 본 운희도 결국 상숙청의 손을 놓았다.

홀로 남은 상숙청은 자신에게만 강하게 부는 바람에 매우 당황했다.

그러자 내내 상숙청을 지켜보던 우유도가 빠르게 그녀를 다독거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긴장 풀고 저항하지 마세요.”

상숙청은 우유도를 믿고 긴장을 풀었다. 바람에 몸을 맡기자, 서서히 발이 떨어지며 빙그르르, 회전하더니 잠시 후 허공으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법안을 열고 상숙청의 반응과 현장 상황을 유심히 살폈다. 그중에서도 우유도와 조웅가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전에 적힌 건 단지 문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갈수록 많은 까마귀가 벼락에 맞은 듯 격하게 떨어댔다. 까마귀 몸 주변의 검은 연기도 함께 꿈틀거리며, 까마귀들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치 뭔가에 의해 깨어나는 듯, 괴이한 그 붉은 눈빛도 더 찬란하게 빛났다.

깨어나는 까마귀 장군들은 상숙청과 서로 연동하는 느낌이었다. 상숙청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는 듯, 10만 까마귀의 호흡에 큰바람이 일었다.

상숙청을 빼곡히 둘러싼 바람의 기세는 갈수록 강렬해졌다. 이에 상숙청이 돌아가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슬슬 어지러워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다. 이젠 묶고 있던 긴 머리칼도 풀려서 바람 속에서 함께 춤을 췄다.

화르르-

거대한 공간 속, 화염이 일어났다. 깃대 위 왕기가 더 격하게 휘날리며, 회오리바람 중심 지대에 있는 우유도 일행의 옷도 바람에 펄럭였다.

다들 이 바람을 버티고자 법력을 운용해야 했다. 거대한 공간의 기류가 철저하게 흐트러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우유도 일행의 법안이 굳어졌다. 순간 빠르게 회전하던 상숙청의 얼굴에서 큼지막한 검은 점이 떨어져 나와 중앙 근처에 홀로 있는 갑주로 날아간 것이다.

보검 한 자루가 갑주 한 벌을 지탱하고 있었다. 검 손잡이엔 투구가 씌워져 있고, 그 위에 검은 까마귀가 앉아있었다.

그래도 별다른 이상은 생기지 않은 듯했다. 그 까마귀의 반응도 다른 까마귀 장군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

“까악~”

그 순간, 한줄기 날카로운 까마귀 울음이 지하 공간을 가득 메웠다.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결국 울음소리를 낸 그 까마귀 장군이 두 눈을 떴다. 눈엔 붉고 요사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그러다 까마귀는 갑자기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정말로 깨어난 것이었다.

날아오른 까마귀는 다시 검은 안개를 폭발시키듯 뿜어냈다.

휘잉~

검은 안개는 거침없이 지면으로 꽂혔고, 까마귀는 날아오른 곳에서 순식간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핏빛에 물든 두 눈은 좌우를 살피기 시작했다.

“까악~! 까악~!”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까마귀 울음이 번져갔다.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 까마귀들은 검은 안개를 뿜어내며 점차 그 부근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수많은 포효 속, 검은 안개를 뿜어내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까마귀 장군들 모두가 장관을 연출했다.

우유도 일행은 주변을 돌아보며 비로소 성공을 확신했다. 결국 성공적으로 이 까마귀 장군들을 깨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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