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화. 통보입니다
종곡자가 의문을 표했다.
“제5 영역이라니?”
우유도는 또 한 번 뒤돌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상찬과 이향이 이 세상에 있을 당시, 허공에 이계(异界)로 향하는 통로를 열었습니다. 인간계, 접몽환계, 천도비경, 호선경 외에 5번째 세계가 있지요. 바로 심불지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무변사막 아래, 제5 영역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미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오상도 그곳을 다녀갔지만, 숨기고 있었을 뿐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세계는 원래 수행자들에게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영기가 부족해 상찬이 이계의 통로를 열어, 이계의 영기를 이곳으로 끌어들였을 뿐이지요. 그것이 호선경에서만 무량과가 나는 이유이고, 구성이 성경 안에 자리를 잡고 수행하던 이유입니다.
성경처럼 제5 영역 환경도 나쁘지 않습니다. 영기가 충만하고 대지는 광활합니다. 그 안에 야생 날짐승들도 많지요. 사실 인간계의 날짐승은 과거 상찬 부부가 제5 영역에서 데려온 것들입니다.
영역이 너무 넓어, 제5 영역을 모두 둘러보진 못했습니다. 그 안에 무량과와 비슷한 것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기가 충만한 곳에는 반드시 인간계에 없는 선초영물(仙草靈物)이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곳의 환경이야말로, 우리 수행자들이 마땅히 머물러야 하는 곳일 겁니다.”
다들 조금씩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나둘 마음속에 그곳을 향한 갈망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내 종곡자가 우유도를 떠보듯 물었다.
“성경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변사막 아래에 통로가 있다면 오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성경으로 이주하지 않는 것이냐?”
우유도가 그를 바라보았다.
“성경은 본디 호선경으로 호족 영역입니다. 호족은 구성에 대항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또 호족에게 구성을 쓰러뜨린 후, 호선경을 돌려주기로 약조했었지요. 앞으로 수행계는 호선경과 완전히 격리될 것입니다.
그 외에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것은, 구성 중 나추의 죽음은 바로 호족 내부의 한 강자가 각성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호족의 강자가 나추를 죽였습니다. 지금은 비록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만, 일단 깨어나면 반드시 외족을 쫓아내려 할 것입니다.
나추를 죽인 자입니다. 또 남도림과 정면으로 싸워 그를 쫓아낼 수 있는 자란 말입니다. 여러분은 그자의 영역을 넘보는 것입니까?”
곤림수는 침묵했다. 우유도가 나추를 죽인 이가 딸 나방비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는 걸 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또한 우유도가 확실히 호족에게 그러한 약속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외 나머지는 우유도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종곡자가 말했다.
“만약 내가 제5 영역에 가지 않겠다면, 나도 죽이려느냐?”
우유도는 뒤돌아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 제가 그 누구를 죽인다 한들 감히 사부님을 해하진 못할 겁니다. 다만 사부님께서 현명하게 생각해 주시길 바랄 뿐이지요.
인간계는 수행자들 때문에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습니다. 이제는 인간계에 평화를 돌려줄 때가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상청종을 나섰을 때, 저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일 날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제 한마디 때문에 사방에 전란이 일고, 시신이 산이 되고 피가 강을 이뤘습니다. 제 한마디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수많은 이가 굶어 죽었습니다.
제 죄가 참으로 큽니다. 진심으로 많이 자책했습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이 난세가 끝나기만을 바라왔습니다.”
이 말에 누군가는 동요하고, 혹은 침묵하고, 또는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수행자가 없다면 인간계가 평온할 것 같으냐? 수행자가 없다고 인간계에 다시는 이익을 향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냐?”
우유도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반복할 기회는 있을 겁니다. 최소한 태평성대를 바랄 수는 있을 겁니다. 속세의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그들이 알아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수행자들이 존재한다면, 속세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희망도 없이 고통 속에 몸부림칠 것입니다. 대대손손 이어가며 단 한 세대만이라도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사부님, 부디 이 제자의 고심을 헤아려 주십시오!”
잠시 침묵하던 종곡자가 다시 입을 뗐다.
“……만약 내가 네 말을 듣지 않으면?”
우유도를 보는 그 눈빛이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여전히 그 답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바로 우유도가 본인을 죽일지, 말지에 대한 그 대답을.
우유도는 명분 때문에 절대 종곡자를 막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두를 설득해야 할 때 자꾸 나서서 초를 친다면, 마땅히 끊어내야 했다.
“사부님, 이건 모두 사부님을 위한 것입니다.”
종곡자가 우유도를 빤히 쳐다보며 비웃었다.
“날 이렇게 대하고, 날 위한 것이라고? 천하 각 문파들에게 물어보아라. 천하에 이런 식으로 사부를 대하는 제자가 있다더냐?”
우유도는 즉시 말을 이었다.
“사부님, 이건 정말 사부님을 위한 것입니다. 만약 자금동이 정말로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나선다면, 설령 승리한다고 해도 한 산에 2마리 호랑이가 살 순 없는 법입니다.
자금동에 원영기 고수는 둘입니다. 그럼 앞으로 어찌 될까요. 사부님은 절대로 궁 장문인을 이길 수 없습니다. 분명 누군가 사부님 명성을 땅으로 추락시키고 말 것입니다……. 전 정말 사부님을 위해 이러는 것입니다!”
종곡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남몰래 얼굴을 붉힌 그는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침묵에 잠겼다. 이제는 다시 입을 열 수도 없었다. 종곡자는 우유도의 말을 확실히 알아들었다.
그는 표묘각의 밀정이었다. 이미 사문을 배신한 사람이 이제 와 사제 지간의 명분으로 우유도를 압박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궁임책도 얼굴을 굳혔다. 지금 이는 자신이 언젠가 종곡자를 음해할 것이란 말이 아니던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하늘에 2개의 태양이 떠오를 때 가만히 있을 자신은 없었다. 자금동의 대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궁임책 자신이 마땅히 그 빌미를 가지고 종곡자를 음해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각 문파엔 줄곧 내부 투쟁이 있었다. 우유도는 궁임책을 예로 두었지만, 결국은 종곡자에게 사제지간을 들먹이며 자신을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궁임책이 밝힐 수 있는 일은 우유도도 밝힐 수 있었다. 아무튼 이를 다 종합하자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입 다물어라.
다른 이들은 우유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물론 우유도가 이를 자세히 설명해 줄 리도 만무했다.
“만약 사부님께서 협조하지 않으신다고 해도, 저는 절대 사부님을 해하지 않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전 어쩔 수 없이 사부님을 강제로 제5 영역에 모실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동의 다른 사람이 제게 대항한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때가 오면 그냥 자금동을 없애버릴 겁니다!”
그리고 우유도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무력을 논하자면, 감히 그 누구도 우리 초려산장을 이긴다고 말할 수 없겠지요. 또 세력을 논하자면, 구성의 잔존 세력이 모두 우리 초려산장의 손에 있습니다. 거기에 10만 까마귀 장군까지 있지요.
여러분들이 모두 손을 잡는다고 해도 제 상대가 못 됩니다. 그러나 저는 싸우길 원치 않습니다. 더는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어느 문파라도 목숨을 걸고 대항하고 싶다면, 어디 한번 시험해 봐도 좋습니다!
여러분들을 여기로 모시고 이렇게 말로 풀어내는 것만 해도 이미 예의를 다 한 것이고, 성의를 다했다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여기로 모시고 온 건 흥정을 위한 게 아닙니다. 내게 협조하라고 통보하는 것입니다!
다들 같이 싸워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 때문에 이처럼 성의를 다하고 있는 것이니 더는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또 하나 알려드리지요. 이미 다섯 세계의 통로를 끊어낼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수행자들이 인간계를 떠나면, 나는 즉시 다섯 세계를 잇는 통로를 끊어낼 겁니다. 그러니 다시는 천도비경에서 무슨 영종을 모을 수도 없을 것이고, 인간계에서 수련할 당시 빨아들이던 영기도 빠르게 말라 버릴 겁니다.
그러니 인간계에 남고자 하는 문파가 있다 해도, 길어야 한 세대 정도 버틸 수 있을까, 그 후로는 빠르게 쇠락해 갈 겁니다. 한마디로, 인간계에 수행 문파가 계속 남아 있다 한들 결국은 모두 쇠락해 사라질 거란 말입니다.
지금 수행계를 강제로 제5 영역으로 이주시키는 건 그저 인간계가 빠르게 평안을 되찾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전 이 일을 더는 늦추지 않을 겁니다.”
다섯 세계의 영기 통로를 끊어 버린다니, 이 말이 뜻하는 진의는 과연 무엇일까. 현장이 매우 소란스러워졌다.
먼저 서해당이 질문을 던졌다.
“설마 인간계를 홀로 차지하고, 부귀영화를 홀로 누리려는 것인가?”
“내가 가지 않겠다고 한들, 당신이 나를 어떻게 할 것입니까? 여기,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앞에 약조합니다. 우리 초려산장은 날 포함해 모두 제5 영역으로 옮길 겁니다. 모두 이주 후, 나 역시 인간계에 남지 않고 여러분들과 제5 영역으로 넘어갈 겁니다. 이 맹세를 어긴다면, 천벌을 받겠습니다!”
운희와 관방의는 서로를 돌아보고, 원강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유도는 사전에 그에게 아무 이야기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맹세까지 남긴 상황이었다.
얼추 이야기가 끝나고, 우유도는 끝내 모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또 각 문파가 먼저 제5 영역에 들어가 정말로 실존하는 것인지 알아보게 하자는 제안도 들어주었다.
이제 처리할 일을 위한 기반은 다 쌓았다. 이에 우유도는 다시 이들을 데려가 감시하도록 했다. 이들이 제5 영역에 완전히 들어가기까진, 절대 그들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사환려가 왔다. 초려산장 사람들이 데려온 것이었다.
우유도는 다시 사람을 시켜 왕존을 데려오게 했고, 두 사람은 물가에 있는 정자로 가 사환려와 만났다.
“우유도, 아직 살아 있었나요?”
사환려가 매우 놀랐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본 건, 우유도가 성경에서 그녀를 납치했을 때였다. 그 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고, 그저 우유도가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우유도가 앉기를 권했다.
“말하자면 긴 이야기지요. 마침 알려줄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또 당신에게 소개해줄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 아는 얼굴이겠지요?”
사환려는 우유도가 가리킨 왕존을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버지의 심복 수하였다. 모를 수가 없었다.
“사실 왕존은 당신 어머님의 친동생입니다. 실제론 당신 외숙부님이지요.”
“……!!!”
사환려의 두 눈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커졌다.
왕존은 억지웃음을 그려 보였다.
“환려, 지금껏 널 속여서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를 지키고, 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네 아버지와 난 너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구성이 모두 죽었으니, 네게 진실을 알려줄 수 있게 됐구나.”
“구성이 모두 죽었나요?”
사환려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적성성에서 도망친 이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었었다. 지금까지도 외부 상황은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거기에 당신 아버지의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네가 줄곧 네 아버지를 미워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난 늘 네 아버지 곁에 머물며 모든 걸 지켜봤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절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네가 네 아버지를 오해한 거야. 네 아버지는 줄곧 네 어머니를 위해 복수하려 했다. 줄곧 숨어 기회를 기다린 것이지. 네겐 차마 알려줄 수 없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네 어머니 복수를 하려고 네 아버지는…….”
왕존이 우물쭈물했다. 도저히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사환려도 어리석지 않았다. 멍청한 얼굴로 왕존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우유도가 침묵을 깨트렸다.
“사 선생님은 나추로 인해 떠나셨습니다. 당신을 적성성에서 데리고 나오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그때는 아직 대세가 정해지기 전이라, 당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해 위험해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또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계속 비밀에 부쳤습니다.”
왕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환려, 네 아버지를 미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분은 정말로 네 어머니를 사랑했다. 과거 네 어머니를 위해 크나큰 압박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누님도 기꺼이 어려움을 감당하며 한 번도 그분은 원망한 적이 없었다.
널 적성성으로 보내고 거리를 유지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너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네 아버지일 것이다…….”
끝내 사환려의 볼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왕존의 느린 목소리에,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소리 내 흐느끼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