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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896화 (995/1,000)

1896화. 이젠 다 지나간 일입니다

한편, 아작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약정은 즉시 움직였다. 남약정은 가장 먼저 상조종 일파의 정보 조직을 움직여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감히 초려산장에게 수작을 부리려 하다니, 남약정은 이 문제가 비정상적이라는 걸 깨닫고 즉시 봉약남을 미혹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엄히 심문한 끝에, 상조종을 향한 음모를 파헤쳤다.

아직 천하가 안정되기도 전에, 이미 암중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상조종이 우려한 것처럼, 누군가 우유도가 아작을 마음에 들어 하길 바랐다. 누군가 상조종을 뿌리부터 흔들어, 불리한 상황을 바꾸고 심지어 판을 뒤집어 정세를 주도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번 일은 한국 쪽까지 선이 닿아 있었다. 상조종은 크게 진노했고, 한국 쪽 인원들을 즉시 잡아들여, 그들의 목을 쳐버렸다.

항복한 고관들의 인두가 땅에 떨어지고, 그들 집안은 철저한 멸문을 당했다. 일벌백계였다.

그래도 이런 일들은 부차적인 문제에 속했다. 지금 상조종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천하의 틀을 다시 짜는 것 외에, 수행자들이 제5 영역으로 이주하는 걸 돕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상조종은 각지에 명령을 내려 그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각지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사실 그들은 오랫동안 천하를 통치해온 수행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꺼져주길 바라는 마음에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각 문파 수행자들, 사해의 요마귀괴, 구성의 남은 세력, 천하의 산수, 수행자들의 가족들, 각 나라에서 사면된 범죄자들, 과거 너무 깊게 연루돼 천하의 변화에 크게 얽힌 사람들, 속세에서의 삶이 평탄치 않은 사람들…….

온갖 사람들이 사방팔방에서 무변사막으로 향했다. 일부는 상조종의 명령으로 각지에서 마차를 제공해 이동을 도왔다.

제5 영역에 들어가는 범인들도 그 규모가 작지 않았다. 상조종은 그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해 주어야 했다. 최소한 제5 영역에 들어간 인원들이 첫 식량을 얻기까진 음식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했다.

사방팔방에서 모여든 인원들이 계속해서 무변사막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인원들은 원강이 직접 대량의 사갈을 소환해 날랐고, 이후 제5 영역에 들어가 다시 수많은 갈황을 불러냈다.

수행자들의 도움으로 먼저 도착한 사람들을 제5 영역으로 이동시켰다. 참으로 방대한 이주 규모가 집단으로 나뉘어 질서정연한 장관을 이뤘다.

* * *

금주자사 내부.

무심은 침상 앞에 앉아, 기절한 해여월을 진맥하고 있었다.

지금 해여월은 과거의 그 풍만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어찌나 여위었는지 얼굴이 비쩍 말라 있었다. 머리도 완전히 백발이 된 상태였다.

그때 아들 소천진을 만나 악독한 저주를 받고 쓰러진 후, 조금도 회복하지 못했다. 해여월은 수시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만동천부에는 당연히 적지 않은 수행자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해여월을 고치지는 못했다. 마음의 병은 약이 없었고, 법력도 소용이 없었다.

진맥을 마친 무심이 손을 내리고 침묵했다.

여무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심 선생님. 아내 몸이 좀 어떻습니까?”

그의 두 눈에 기대가 가득했다. 아무 대책 없이 오래도록 고통에 잠겨있다가, 귀의의 제자가 갑자기 방문했다.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심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증상은 사부가 소문을 듣고 예상한 것과 일치했다. 무심이 지금 여기 온 것은 그의 사부가 무심에게 치료 방법을 전수하고 그를 이곳으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귀의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만 과거 나방비의 증상으로 확인한 경험이 있었고, 덕분에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나방비는 해여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본디 털끝만큼의 차이가 천 리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니, 이 두 증상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무심이 말했다.

“마음의 병은 마음의 약을 써야 하지요. 만약 마음의 약이 없다면, 다른 간접 수단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그로 인해 다른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무화가 공손하게 말했다.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부인의 기억을 일정 부분 지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슬픈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마음의 병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여무화가 다시금 물었다.

“그럼 그 일정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요?”

“2년 정도입니다. 이 술법은 사부님께서도 만드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저도 정확한 시간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좀 더 길 수도 있습니다. 부인께서는 금주를 통치하시는 분입니다. 만약 이 술법을 사용하면, 부인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니, 제가 선뜻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결정이 필요합니다.”

여무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런 모습으로 무슨 금주의 통치를 논하겠습니까.”

허락을 받은 무심은 별말 하지 않고, 해여월을 위해 더 넓고 시원한 공간을 준비해달라 청했다. 그리고 해여월의 머리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무심이 머리를 가득 메운 은침을 모두 제거하고 여무화에게 단약 몇 알을 건넸다. 꼭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며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인께선 3일 안에 깨어나실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효과가 어떠할진 저도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그 슬픈 기억을 그 누구도 다시 부인에게 언급하지 못 하게 해야 합니다. 부인께 제가 와서 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하지 마십시오.”

두 손으로 약을 받아든 여무화가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무심은 그대로 그곳을 떠났다.

여무화가 직접 그를 배웅하며 정원까지 나왔을 때, 무심이 뭔가 떠오른 듯 문득 걸음을 멈췄다.

“여 선생님은 제5 영역으로 떠나십니까? 부인과 아들은 남겨두고요?”

여무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크게 낙심한 상태입니다. 여기 남아봤자 아무 의미도 없지요. 또 제가 떠난 후 모자의 처지가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와 같이 가면 최소한 제가 돌봐줄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아내는 선생님의 사제도 제5 영역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에 저와 제5 영역으로 함께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금주의 사무는 이미 섭정왕께 넘기기로 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섭정왕께서 사람을 보낼 것입니다.”

무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더는 배웅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곽만이 바로 뒤를 쫓았고, 여무화는 포권을 하며 조용히 배웅했다.

* * *

금주부성을 나섰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무심과 곽만은 한쪽 숲으로 들어가 귀의 등의 인원과 합류했다.

무심은 치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귀의는 옆에 조용히 서 있는 무상을 한번 보고는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가자, 이번 일을 해결했으니, 마음 놓고 가자꾸나.”

자사부 밖에는 이미 인마(*人馬: 사람과 말)가 도착해 있었다. 바로 상조종이 금주를 인계받기 위해 보낸 사람들이었다.

인마 속에 해무극도 끼어 있었다. 전 조국 황제는 드디어 얼굴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그는 어머니 상유란을 마중나온 것이었다.

상조종은 해여월이 제5 영역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에, 해무극에게 그 모친을 봉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어쨌든 상유란은 상조종의 고모할머니였다. 해 씨가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안심하고 여생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었다.

* * *

북주부성 밖, 조용한 죽림.

바깥에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안에선 소유아가 내려와 마부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손짓했다.

다시 돌아선 그녀는 죽림 곁의 농가에서 미소 지으며 나오는 누군가를 마주했다. 무심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이나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다 소유아는 천천히 죽림과 그 옆에 있는 농가를 살펴보았다.

죽림도 훨씬 커졌고, 농가도 새로 지은 것이지만, 그녀는 이곳을 잊을 수 없었다. 과거 담요현과 도망칠 때 평생을 약속했던 곳이었다. 뼈에 새겨진 그때의 기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젠 그 시절의 순수함은 다 잃어버렸다. 다신 얻을 수 없는 마음이었다.

무심이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 것을 보면, 그도 잊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래서 소유아는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일단 들어가 무심이 그녀에게 뭔가를 하자고 한다면, 그녀는 거절해야 할지, 승낙해야 할지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결국 소유아는 농가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무심이 오히려 의심을 피하고자 그녀를 안으로 들이지 않고, 밖에서 좀 걷자며 손짓했다.

무심은 오늘 작별 인사를 위해 온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작별을 고하고 그의 사부 귀의와 함께 제5 영역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 말을 전하자, 소유아는 다소 다급해졌다.

“요현! 당신은 수행자가 아니니 제5 영역에 들어갈 필요 없어요. 당신의 의술이라면, 인간계에서도 큰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북주, 그래요. 북주에 남는 건 어때요? 그러면 당산과 제가 서로를 돌봐줄 수 있잖아요.”

나란히 걷던 무심이 고개를 저었다.

“유아, 그건 옳지 않소. 여기 우리를 아는 이가 적지 않소. 만약 우리가 서로 교류하는 걸 본다면, 당신에게도, 호진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오.”

“북주가 안된다면, 다른 곳에 머물러도 돼요. 우리도 최대한 서로 안 만나면 되잖아요.”

소 가 집안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소유아는 지금과 미래에 어느 정도 무심의 도움이 필요했다. 무심의 의술이 미치는 영향력이면 분명 그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수행자들 대부분이 제5 영역으로 떠난 뒤엔, 무심과 같은 사람의 의술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질 게 분명했다.

무심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른 곳에 머물며, 최대한 만나지 않는다면, 여기 남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이제 과거의 그 단순한 서생이 아니었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진실을 꿰뚫어 보는 힘이 생겼다. 소유아가 남기를 요청하는 이유, 그것을 추측하는 순간 무심의 눈빛도 복잡하게 엉켰다.

무심은 여전히 진실한 마음이었지만, 그의 소유아는 이미 변해 있었다.

“요현, 만약 당신이 제5 영역에 간다면, 우린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거에요. 가지 마세요!”

잠시 망설이던 소유아가 먼저 나서서 손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무심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뒤로 뺐다.

이윽고 무심이 두 걸음 물러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유아, 다 지나간 일이오. 부디 몸조심하시오.”

그렇게 무심은 미소 지으며 돌아섰다. 풀려났다. 드디어 내려놓은 것이다. 더는 거칠 것 하나 없이 온몸이 가벼웠다.

무심의 미소를 보고, 소유아도 뭔가를 깨달았다. 그녀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서서히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끝내 소유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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