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가유혼-29화 (29/350)

29화

* * *

팔다리에 무쇠로 된 족쇄를 찬 수십 명의 이들이 제각기 원을 그렸다.

누군가는 두 팔을 크게 휘두르고, 누군가는 두 다리를 좁게 하고, 누군가는 또 이리저리 움직이며 원을 그리는 행위가 반복되었다.

분명, 기이한 행위지만 이곳 차양당의 연무장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행위였다.

왜냐면, 그것이 벌써 몇 주째 반복되는 그들의 수련이며 연무이기 때문이다.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던 당가의 어린 가주 당위혼이 미소를 지었다.

“형님께서 오신 지 몇 달도 안 되었는데, 방계들이 놀라우리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심 어린 감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기괴한 체조에 그칠 뿐이겠지만, 당위혼의 눈에는 그들이 펼치는 연무가 극히 절제되고 안정된, 그러면서도 특정한 순서에 따라 가동하는 움직임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이야 비록 수련을 위한 연무에 그치기에 저러하겠지만, 저들이 익히는 몸동작이 실전에서 권각술이 되어 펼쳐진다면 그때 보일 무시무시한 위력은 모두에게 경악을 자아내기 충분할 것이리라.

그들을 이끄는 가주된 이로서 당연 뿌듯할 수밖에 없는 장면에 당위혼은 그리 말했지만,

“흥.”

정작 그들을 이리 키워낸 당유혼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이런, 또 심기가 좋지 않으시군.’

요 몇 달간, 이제는 익숙해진 그의 어린 형님을 보며 당위혼은 쓰게 웃었다.

“무엇이 불만이십니까?”

“불만? 당연히 불만이지. 하는 꼬라지들이 저렇게 개판인데!”

심술주머니를 잔뜩 부풀린 당유혼의 외침에 저 멀리서 수련하던 방계들이 일시에 몸을 떨었다.

‘이런.’

이대로 가만 놔두면 이후 저 방계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한 일, 성군의 자질을 타고난 당위혼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하하… 형님 눈에 어느 것이든 쉽게 만족스럽겠습니까. 한데, 저 수련은 무엇입니까? 원만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수발의 운행이 더욱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원을 그리는 것이니까.”

“……?”

당위혼은 스스로의 자질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파멸적인 문장만큼은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물론이지. 원은 곧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팔짱을 끼고 있던 당유혼의 두 손이 양쪽으로 벌어졌다.

“원이란, 한 점을 중심으로 두 팔을 뻗었을 때 각기 닿을 수 있는 최대거리다. 즉, 내 무공이 닿을 수 있는 사정거리를 뜻하며 동시에 최대치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제대로 원을 그릴 줄 안다면, 스스로의 주제를 파악한다는 말이 되는 거다.”

“그렇습니까? 한데, 방계들이 그리는 원이 제각기 다른 것 같습니다.”

“그것도 당연한 거다. 사람의 개성은 각기 다르고, 살아온 환경에 따라 또 어디가 얼마만큼 튀어나왔는 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원을 그리라 했지만, 원래 지니고 있던 개성만큼 어딘가 더 나와 있는 녀석도 있고, 어딘가 모자란 녀석도 있는 거다.”

그런 것들도, 점점 완숙의 경지에 이르면 균일한 원이 되는 것이겠지만.

천천히 두 팔로 원을 그리며 설명하는 당유혼이었지만, 당위혼의 입장에서는 그 말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자신이 아직 닿지 못하는 고등한 무리가 그곳에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저도 모르게 두 팔로 원을 그려보게 되었다.

하지만,

“됐다, 관두어라.”

심드렁한 당유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왜 그러십니까?”

“네게는 맞지 않는 옷이다. 이건 둔재들을 위한 수련법이니까.”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다시금 팔짱을 낀 당유혼의 모습이 보였다.

“원을 그리는 것이 완성을 뜻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곧 자아 완성과 무극의 도달을 의미하는 바가 아니다.”

만약 원을 완성하는 것으로 그 모든 게 가능했다면, 차양십이수는 더 이상 차양당의 무공만으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원을 완성하는 것은 그 자아 완성을 향한 첫발을 내디딜 조건에 겨우 도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네게는 맞지 않지. 왜냐하면, 넌 천재니까.”

당위혼은 생각했다.

어째서인지 그 말이 조금은 씁쓸하게 들린다고.

“저 녀석들은 재능이 비천하여 자신이 무엇이 잘났는지, 무엇이 모자란 지도 모른다. 즉, 자아 완성을 위한 기본적 자기 객관화도 부족하다는 뜻이다. 하나, 너 같은 천재는 스스로 자기 객관화가 완벽히 되어 있어 스스로 장점을 가다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아.”

거기까지 들으니 당위혼 역시 이 어린 형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마음이 울적해졌다.

‘역시, 형님 당신은…….’

요 몇 달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당위혼은 이 어린 형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겉은 투박하고, 행동은 과격하며, 말투는 거칠기 짝이 없지만 그 속은 여리기 그지없다는 것을.

재능 없는 이가 재능 있는 이와 함께 하면 결국 그 걸음이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그럼에도 재능 없는 이들을 꿋꿋이 끌고 가려는 사실을.

‘…….’

때문일까.

당위혼은 저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형님. 형님께서는 방계들이 어디까지 나아가시길 원하시는 것입니까?”

“엥? 저놈들 말이냐?”

그건 꽤 뜬금없는 질문인데.

당유혼은 그 질문에 저도 모르게 생각하다가, 오래지 않아 답을 냈다.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일단 소박하게 일차 목표를 따지자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수준까지는 돼야겠지?”

* * *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수준.

이 당유혼의 기준점이 어디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명목하에 방계들은 끊임없는 지옥 수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말은 진정 지옥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고되고 힘들었으나, 딱히 이렇다 할 반발은 없었으니 그건 그 대가로 그들이 얻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반발이 없다 해서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 왜 하필 내가 걸려서…….’

여기, 차양당의 연무장을 벗어나 사천의 저잣거리를 걷고 있는 방계가 있었다.

표정에는 피곤과 짜증이 찌들어 있었고, 등 뒤에는 지게와 등짐이 가득했으니, 그 안에 있는 것의 정체는 각종 약초와 독초였다.

‘으으으, 빌어먹을, 이번엔 뽑기 말고 다른 걸로 하자고 해야겠어!’

새벽만 되면 뛰쳐나가는 산악구보와 약초 캐기는 당가의 텅 빈 창고를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족쇄를 찬 수련은 뛰어난 효과를 보여서 점점 더 산간벽지로까지 활동 영역을 높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더욱 비싼 약재를 채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원래는 당궁상이 도맡아 하던 작업이지만, 양이 늘어남에 따라 홀로 처리할 수 없게 되었고, 이렇게 약초를 직접 내다 파는 작업은 방계들에게 넘어오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거래는 당궁상이 다 사전에 해놨기에 물건만 갖다주면 되는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 되지도 않는 금쪽같은 휴식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기에 방계들은 당연히 칠색 팔색하며 하고 싶지 않아 했고. 대게 뽑기로 불운한 주인공이 선택되었다.

“영감님! 이번 주 분량입니다!”

“허허, 자네들은 참 힘도 장사구만.”

주로 거래하는 약재상에 지게 한가득 담은 약재들을 내려놓는다. 키보다 놓게 쌓인 짐을 내려놓고 나서야 겨우 해방감이 느껴졌다.

‘바로 돌아가서 쉬어야지.’

차양당의 방계들은 항상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고봉밥 먹고 배 두들기며 대청마루에 드러누워 잘 수 있다면, 그게 극락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가로 뛰어가려는데,

쿠당탕!!

“꺄아아악!!”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귀를 때렸다.

“…뭐야?!”

서둘러 그쪽으로 다가가 보니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던 어떤 여인이 어린아이를 안은 채 벌벌 떨고 있고,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좌판은 내동댕이쳐져 바닥에 엉망으로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녀를 위협적으로 둘러싼 건장한 체구의 왈패가 다섯.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으앙!! 엄마아아아!!”

“이 새끼가, 조용히 안 해?”

“어이, 아줌마. 장사 접고 싶냐고 몇 번 말했어!”

어미가 걱정이 되는지 엉엉 우는 어린아이와 그런 아이가 도리어 더욱 걱정되어 부둥켜안은 채 빌빌 기고 있는 중년 여성.

그럼에도 왈패들은 위협적인 압박을 멈추지 않고, 그 모녀에게 한 걸음씩 더욱 다가섰다.

“우리 덕분에 장사를 하고 있으면, 보호비를 내란 말이야 보호비를!”

“아이고… 나리… 저희에게 그런 돈이… 꺄아악!!”

퍼억―

둔탁한 발길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어, 엄ㅁ… 아아악!! 놔, 놔주세요!!”

허겁지겁 달려가려는 아이였으나, 그런 아이마저 목덜미가 잡혀 들어 올려졌다.

“이년아, 니 자식새끼가 노예로 팔려 가는 거 보고 싶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갚으라고!”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었다.

아이 앞에서 어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과 어미 앞에서 아이를 팔아버리겠다 협박하는 행동.

둘 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행동이었지만, 주변에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저 다들 고개 숙이고, 시선을 돌리며, 눈을 감기 바빴을 뿐.

그래서,

“야, 시잇팔… 우리 대형만 한 인간 말종이 없다 생각했는데… 이건 뭐, 그보다 더한 새끼들이 있네?”

나설 수밖에 없었다.

“뭐야?”

“넌 뭐 하는 새끼야?”

퉤― 하고 침을 뱉으며, 하는 행동은 뒷골목 건달이나 다름없는 제삼자의 등장에 왈패들은 왈칵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뱉었다.

그에, 소란의 중심에 나타난 인물은 등에 멘 지게를 천천히 풀며 답했다.

“나? 당불퇴 님이시다.”

오늘도 차양당의 방계들이 직접 캔 약초를 팔기 위해 저잣거리에 나왔던 그는 눈앞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이다.

“당불퇴?”

“그건 또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야?”

왈패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아는 이름인지 확인했지만, 그 누구도 아는 기색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확인 작업을 거칠 때, 당불퇴는 천천히 손목, 발목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이후에 막 고개를 돌리던 왈패들은 그 모습을 발견하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짓이냐?”

“우리가 누군지 알아, 인마?!”

“흠, 니들이 누군지 아냐고?”

몸풀기를 마친 당불퇴는 마무리를 하듯 두 손을 펼쳐 크게 휘두르며 원(圓)을 그리더니,

“글쎄. 그딴 것은 모르겠고, 지금 한 가지는 알겠다.”

가슴 앞으로 모아들며 씨익 웃었다.

“니들은 이제 뒤지게 처맞아야 한다는 거.”

울컥―

“뭐 이 새끼가?!”

“감히 용독문의 행사를 방해하고 무사할 것 같으냐!!”

용독문.

그것이 그들이 저잣거리에서 대놓고 패악질을 부려도 아무도 끼어들 수 없었던 이유였다.

용독문은 사실상 관아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현 사천 거리의 제일 문파였고, 동시에 힘없는 양민들에게는 호환, 마마보다 더욱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당불퇴는 다른 의미로 몸을 떨었다.

“…용독문?”

“그래, 이 새끼야!”

“이제 좀 주제 파악이 되냐?!”

그가 몸을 떨자 용독문의 문도들은 그가 겁을 먹었다 생각해 고성을 질렀으나,

씨익―

“이야, 이상하네. 오늘이 말복인가? 개 잡는 날도 아닌데 개새끼들이 이렇게 짖어대고 말이야.”

그 떨림이 저들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의미임을 깨닫자 마침내 무언가가 폭발하고 말았다.

“이 개새끼가!!”

“죽여 버려!!”

동시에 다섯의 용독문도들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던 당불퇴는 묘한 흥분감이 전신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처음 겪는 실전, 긴장이 두 손을 얼어붙게 만들 만도 하건만, 오히려 그의 심장은 이 순간이 즐겁다는 듯 박동하고 있었다.

“원(圓)을 그려라.”

그 순간 지독하게 들어오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그의 두 손은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곡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부웅―

위협적인 주먹이 날아들었다.

양민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그렇게 번 돈으로 고기반찬을 잘 먹고 자랐는지 체격 좋은 왈패가 당불퇴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그 주먹에는 짙은 살의가 있으니, 정면으로 맞으면 안면이 함몰될 게 분명했고 잘못 맞으면 정말 맞아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당불퇴는 그걸 흘려내기로 했다.

스윽―

안면을 향해 날아드는 주먹을 곡선을 그려 옆으로 흘려냈다.

완만하기 그지없는 곡선은 왈패의 주먹질과 비교될 정도로 느릿느릿했지만, 최적화된 동선을 찾았기에 무리 없이 거친 기세를 흘려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번 공세를 흘려내고 나니 당불퇴의 차례가 되었다.

뻐억―

“커헉!!”

이번에도 곡선.

다만 이번은 신속하기 그지없는 돌려차기가 왈패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고 빈틈을 노리며 반격을 가하니, 그야말로 완벽한 공방일체의 움직임!

‘우선 한 놈.’

순식간에 한 명을 처리하고, 뒤쪽에서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달려가며 두 팔을 크게 휘둘렀다.

“어엇?!”

“이 새끼가……!!”

자신들 둘을 향해 달려들자 울컥 화가 치민 이들이 각자 주먹을 휘둘러 왔다.

그렇게 두 명의 손과 한 명의 양손이 부딪히는 순간,

으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각자의 주먹을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용독문도들. 그 앞에선 당불퇴가 씨익 웃으며 소매를 걷어 올려 손목에 찬 족쇄를 보였다.

“아, 이거? 어떤 악귀 같은 놈이 채운 족쇄야.”

무쇠로 된 철 덩어리와 살로 된 주먹이 맞부딪혔으니, 결과는 뻔했다.

무기나 방어구로 쓸 생각은 없었지만, 결과가 그리 되었으니 당불퇴는 씨익 웃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걱정 마. 마지막 손맛은 내가 직접 봐야지.”

“크허어억!”

방어 불능이 된 두 놈의 안면에 마무리를 가하고, 쓰러지는 왈패들을 지르밟으며 나아가는 당불퇴.

그 압도적인 모습에 뒤편에 있던 남은 둘이 움찔 몸을 떨었다.

“뭐해? 안 들어오고.”

“이, 이익……!!”

“너, 너 이놈!!”

잔뜩 겁을 먹어서는, 꼬리 만 개처럼 짖어대는 둘.

그에 당불퇴는 희열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손목을 휘휘 풀었다.

“그래, 안 오면 내가 가야지.”

이젠 마무리를 할 시간.

빨리 이 버러지들을 치워 버리고, 어서 돌아가서 금쪽같은 수면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는 그 순간,

“……!!”

당불퇴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 두 팔을 겹쳐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나,

콰아앙!!

무언가 터지는 것만 같은 충격과 함께 그의 몸이 날아가 한쪽 좌판을 무너트리며 처박혔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그리고 그의 뒤편에서 나타나는 인영 하나. 검은 두건을 머리에 두른 채, 짙은 살의를 흘려대는 남자가 으르렁거렸다.

“어디서 감히, 용독문의 행사에 끼어드는 것이냐!!”

지금까지의 왈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세를 풍기며 나타난 남자. 그의 등에는 커다랗게 용(用)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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