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가유혼-43화 (43/350)

43화

“…흐흐, 가주의 농담이 재밌구려.”

“무엇이 말입니까?”

“내 눈이 당가의 차양십이수조차 알아보지 못할 옹이눈은 아닐진대… 그걸 차양십이수라 부르고 제게 믿으라 하시는 것이오?”

“그렇습니까?”

뭐, 어쩔 수 있나. 사람이란 원래 암만 말해 줘도 믿지 못하는 게 태반인 것을.

그렇다면…….

‘형님의 방식대로 하는 수밖에.’

이제 누군가에게 물들대로 물든 당위혼은 저편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당유혼과 퍽 닮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시작하시지요.”

몸으로 알려드리는 수밖에.

“하……!”

성공률 십이 할을 자랑하는 도발은 그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격분한 용제운은 다시금 달려들며 수도를 내뻗었다.

쑤욱!

‘빠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드는 편수 찌르기가 관자놀이 옆을 스쳤다. 재빨리 고개를 틀어 피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오금이 저릴 만한 속도였다.

그때,

화악―

편수였던 용제운의 손가락이 낫처럼 꺾이며 대각으로 휘둘러졌다.

당위혼은 활처럼 허리를 꺾어 재빨리 피해 냈고, 그 모습에 용제운은 차갑게 웃으며 발차기를 갈겼다.

타악!

하단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트리는 휩쓸기가 바닥을 긁었고, 덕분에 당위혼의 몸이 넘어질 듯 허공에 부웅 떴다.

“끝내주마!!”

번쩍 들어 올린 용제운의 두 손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풍겼다.

하지만 그 순간, 타탁― 하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당위혼이 두 다리를 풍차처럼 회전시켰다.

퍼퍼퍽!!

물구나무선 자세의 반격은 기상천외했고, 용제운 역시 당황하여 공격을 취소하고 태세를 전환하여 반격할 자세를 취했다.

덕분에 기습은 막혔지만, 그 반동으로 당위혼은 뒤로 멀찍이 물러설 수 있었다.

“이익!!”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꼴이 된 용제운이 이를 악물며 다시금 달려들었고, 그에 당위혼은 재빨리 손을 휘둘렀다.

푸확!!

부지불식간의 상황이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두 팔을 겹쳐 막아낸 용제운은 곧 그 정체를 깨닫고 소리쳤다.

“모래?! 당 가주! 비무 중에 모래를 뿌리는 건 너무 치사하지 않소?!”

언제 가져온 것인지, 한 줌 가득 담긴 모래를 뿌린 술수에 버럭 소리치자, 당위혼은 완연히 자세를 회복한 모습으로 응수했다.

“비무였기에 일반적인 모래를 뿌린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본가의 금사편(金沙片)이 문주님의 생명을 위협했을 테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하나, 용제운은 그 말이 품은 진짜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살수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을 꼬집고 있구나……!’

평소라면 개가 짖나, 하고 흘러들었을 말이지만, 지금은 쏟아지는 시선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크으으으… 아깝다!!”

“그냥 저 상판대기를 갈아버리시지!!”

그걸 지켜보던 당가의 방계들을 아쉬움에 치를 떨었다.

“저 새끼, 저, 저 주둥아리를 갈아버렸어야 했는데!!”

“그러게 말이야!!”

“아까워 죽겠… 아악!!”

따악―

“그래, 그딴 걸 아까워하다가 뒈지는 거야.”

“대, 대형?”

눈가에 이슬이 맺힌 당지명이 잔뜩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아니… 대형은 아쉽지도 않습니까?”

“아쉬운 건 네 안목이 심히 아쉽다, 이 자식아.”

물론, 항의의 대가는 물리력을 동반한 진압이었지만.

퍼억!!

“끄에엑!!”

머리를 감싸 쥐고 끙끙거리는 당지명을 보며 끌끌 혀를 찼다.

“쯧쯧, 지명아. 지명아. 당대 방계들을 이끌어갈 차양 당주란 놈이 왜 이리 한 치 앞밖에 보지 못하느냐?”

이런 놈이 차양 당주라니.

옛날 차양 당주라는 놈은 제법 똘똘했던 것 같은데, 이놈은 어째 모자라기 짝이 없다.

지금도 봐라. 감히 위대하신 대형에게 내가 뭘요?! 하는 눈빛으로 째려보고 있지 않은가?

“어휴.”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는 당지명을 보며 한숨을 한 번 푹 내쉰 당유혼이 이내 입을 열었다.

“네 녀석들은 지금 저 비무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 같으냐?”

“비무의 양상이요?”

“그야…….”

방계들은 이걸 어찌 대답해야 하나 싶다가 솔직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야… 가주님께서 반수 정도 밀리는 것 같긴 한데…….”

“뭐? 반수? 바아아안수우우우?”

허허, 이 새끼들이.

‘단체로 대가리를 반으로 깨줘야 정신을 차리려나?’

“아, 아닙니까?”

그간의 경험으로 대체로 큰일 났음을 직감한 당지명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반수는 새끼야, 네 능지 수치가 반수고.”

이렇게 능지처참한 경우가 다 있을까.

“지금 용독문주는 팔다리 다 잘린 채 싸우는 판국이다. 그럼에도 우리 가주님이 밀리고 계시는 게 지금이다.”

“…예? 저렇게 팽팽하게 비무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쯧, 가주가 내건 조건이 무엇이더냐?”

“살수는 쓰지 않기… 독은 쓰지 않기… 뭐 그런 거 아닙니까?”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한 조건이었다.

일반적인 비무에서는 당연히 지켜지는 조건이라 굳이 그걸 조건이라고 내걸기도 애매한.

하지만,

‘그게 이 경우는 다르지.’

당유혼은 재밌다는 듯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용독문주는 독을 주로 사용하는 놈이지만 그게 막힘으로써 사용할 수단의 반절이 봉인되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놈이 더 강한 건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가주는 살수를 봉인한다는 조건을 추가한 거다.”

‘어…….’

아니… 그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게 왜 조건이 되냐니까요?’

단체로 그런 시선을 던지고 있을 때, 문득 방계 중 하나가 손뼉을 탁! 두들겼다.

“아!! 그렇군요!”

“율기야?”

유일하게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소리치는 방계, 당율기가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형님. 형님은 용독문과 경쟁했던 문파가 아직 건재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습… 웁웁.”

“조용히 해, 인마.”

‘이거 큰일 날 새끼네?’

기쁨에 소리치려는 당율기의 입을 봉한 당유혼이 쯧쯧 혀를 찼다.

하지만 이미 당율기의 말뜻을 이해한 방계들은 눈을 크게 떴다.

‘용독문과 경쟁하고 패배한 문파들 중 살아남은 곳은 하나도 없다……!!’

껍데기는 정파라고 하지만, 속내는 사파들보다 더욱 잔혹한 손속을 가진 게 바로 용독문이다.

‘자신들에게 저항한 이들을 철저히 말살한 게 용독문. 그리고 그들의 주인인 용독문주는… 살수가 아니면 어색할 수밖에 없겠지……!’

그걸 차마 용독문의 본진인 이곳에서 떠들어댈 수는 없지만, 그 사실이 주는 충격에 방계들은 몸을 오슬오슬 떨었다.

“가주님께서는 그걸 노리셨군요!!”

가뜩이나 주력으로 쓰던 무공도 사용하지 못하니, 몸에 맞지도 않는 어색한 옷을 입고 휘두르는 것처럼 그 행동 대부분마저 제약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거… 어쩌면…….”

이길지도……!!

단꿈에 부푸는 방계들.

하나,

“쯧. 니들은 용독문주가 우습냐?”

다시금 그 꿈에 당유혼은 찬물을 퍼부었다.

“그걸 다 붙이고도 용독문주를 제치는 건 힘들다는 거야.”

“아니…….”

어쩌라고 그럼?!

자꾸만 찬물과 뜨거운 물을 오가는 당유혼의 반응에 방계들의 불만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하나, 그런 시선에도 이제 그들에게서 완전히 시선을 돌린 당유혼은 알 듯 말 듯 한 미소로 연무장 위를 바라보았다.

‘힘들겠지.’

분명 조건 자체는 이쪽이 훨씬 유리했다.

장기로 비유하자면 포 떼고 차 떼고 겨루는 형국이다.

하나, 그럼에도 상대는 도저히 그 격차를 다 줄이기 힘든 상대.

그걸 뻔히 아는 당유혼이었지만, 지금 그는 팔짱을 낀 채 조금도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니, 그렇기에 너는 증명해야 한다.’

당유혼은 퍼부어지는 공세에 계속해서 간발의 차로 피해 내고 있는 어린 가주를 믿기로 했다.

왜냐하면…….

‘너는 내가 인정한 천재니까.’

당위혼은 알려지지 않은 원석이다.

하지만 당유혼은 그 원석이 가진 진가의 편린을 보았다고 자부했다. 녀석이 가진 심계도, 무공에 대한 재능도 그리고…….

‘넌 분명 어리지만,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살아온… 네 삶을 믿어라.’

꽉 움켜쥔 주먹.

그 마음이 전해졌을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순간 당위혼은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흥!”

하나 그걸 가볍게 피해 낸 용제운은 코웃음을 치며 발차기를 갈겼다.

뻐억!!

가까스로 두 팔을 겹쳐 막아냈지만, 그 위력이 결코 범상치 않아 다섯 걸음을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얼얼하군.’

막아낸 두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

그에 용제운은 인상을 찌푸리는 당위혼을 바라보며 괴소를 흘렸다.

“흐흐… 어떻소, 가주. 할 만하시오? 이제 나는 조금 할 만한데.”

계속해서 답답한 기분이었다.

힘을 쓰려 해도, 조금만 더 힘을 썼다가는 살수를 썼니, 뭐니, 하며 따라올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던 그였으니까.

하나, 이제는 다르다.

어색하던 것은 말 그대로 손에 익지 않다는 뜻이었을 뿐, 몇 번 반복하다 보니 힘 조절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용제운은 그 정도 수준에 이른 고수였으니까.

그리고 그게 가능해지자,

‘크흐흐, 고작 삼성 공력에도 버거워하는구나.’

용제운은 얼마나 힘 조절을 해야 이 어린 가주가 괴로워하면서 겨우겨우 버틸 수 있을지도 알게 되었다.

‘다음은 무엇으로 해줄까. 녹사장으로 팔뚝의 뼈가 으스러지게 해줄까, 비사각으로 다리 관절을 어그러트려 줄까?’

그다음부터 이어진 것은 철저한 농락.

어떻게 하면 이 어린 가주를 괴롭히며 차근차근 무너트릴까에 대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당가의 어린 가주는 상대가 안 되는군.”

“용독문주가 완전히 봐주면서 하잖아?”

“에끼, 이 사람아. 당연한 소릴 하는군! 용독문주가 누군가, 곧 사천의 패자가 될 사람이 아닌가!”

하나둘 들려오는 관중들의 소리 역시 점점 그의 입꼬리를 말아 올리게 했다.

‘그래, 이거다……!’

승자의 여유를 되찾은 용제운의 웃음은 더더욱 진해졌다.

선망, 두려움, 질시, 경외. 이 감정들을 한 몸에 받기 위해 선 자리가 아니던가?

무수한 관중의 감정을 느끼며 용제운은 확신했다. 이제는 저 시건방진 어린 가주 놈도 자신을 그리 쳐다볼 것이라고.

그래, 분명 그랬어야 하는데…….

“…할 만하냐고 물으셨습니까?”

뭐?

“예, 뭐. 그럭저럭 할 만하군요.”

들려온 대답, 무심코 돌아본 용제운의 안색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뭐냐, 그 눈은……!’

분명 꺾이고 주눅 들어 무력감에 점철됐어야 할 눈이다. 헌데, 어째서 저 눈은…….

‘아직도, 빛을 잃지 않았단 말이냐?’

툭툭.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서는 당위혼.

옷깃은 꾸깃꾸깃 엉망이고, 땅바닥을 굴러 전신에 모래 먼지가 그득했다. 그럼에도 조금도 꺾이지 않은 그 눈빛은, 용제운의 심기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흐, 흐흐… 할 만하단 말이지?”

저 눈빛, 또 저놈의 눈빛!

이제는 시간 속에 잊혀질 만도 하건만, 용제운은 저 눈빛을 보면 잊히지 않는 기억 속 화인이 떠올라 마음이 욱신거렸다.

‘전대 당가주의 눈빛을… 아주 똑 닮았구나……!’

무공도 익히지 못하는 반푼이인 주제, 언제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지껄여대던 위선자의 눈빛.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꺾인 패배자인 주제에, 그 눈빛만은 항상 당당하던 그 눈빛이 용제운의 머릿속 무언가를 뚝― 끊기게 만들었다.

“크흐… 좋소, 그렇다면… 이것도 한 번 받아보시오!!”

쿠구구구구!!

단전으로부터 내공을 끌어 올린다.

‘딱, 죽이지만 않으마.’

살수가 아닌, 제약이 허용하는 한계까지 끌어 올린 힘은 상대를 불구로 만들려는 의지로 충만했다.

쿠구구구구구구…….

그의 두 손이 진홍색으로 물들며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삼양신장인가?’

대성할 시, 거대한 열기를 뿜어낼 수 있는 당가의 상승 무공. 그 정체를 깨달은 당위혼은 천천히 가슴께로 두 손을 모았다.

‘…갈수록 태산이군.’

훔친 무공을 얼마나 열심히도 익혔는지, 자신은 익히지도 못한 당가의 상승 무공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당가의 전성기에 삼양신장을 익힌 선조들이 어떤 활약상을 보인지 익히 전해 들은 당위혼이었기에 그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하나,

‘그렇다 해서, 내가 할 게 변할 것은 없지.’

그리 생각한 당위혼은 모은 두 손을 천천히 펼쳐 곡선을 만들었다.

‘이 어린놈이 끝까지……!!’

명경지수.

흔들림 없는 당위혼의 모습에 용제운의 마음은 오히려 격랑을 맞이했다.

‘좋다. 어디까지 그 가짜 차양십이수를 펼칠 수 있을까 보겠다!!’

쿠구구구구구!!

질풍노도와 같은 손길이 밀려온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하지만…….

‘물러섬은 없다.’

절정에 치닫는 순간, 반개한 눈을 번쩍 뜨며 당위혼의 손이 휘둘러졌다.

파파팟!!

그 순간, 소맷자락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검은 무언가!

‘뭣?’

엉겁결에 휘두른 삼양신장이 그것을 불태우고, 이내 용제운은 날아든 투사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젓가락……?’

무슨 대단한 암기도 아니고, 고작해야 젓가락이라고?

‘지금 장난을 치는……!!’

파파팟!!!

울화통을 터트리려는 순간, 무수한 젓가락들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그때마다 가공할 열기를 뿜어내는 삼양신장은 그것들을 전부 태워 버리거나 부쉈지만, 오히려 용제운의 분노는 더더욱 커져 갔다.

“노오오옴!!”

분노에 눈이 먼 용제운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이제는 숫제 어떠한 존중도 없는 순수한 진노의 함성과 함께 떨어져 내려오던 이글거리는 열기가 머리에 닿을 정도가 되었을 절체절명의 순간!

그 찰나의 순간, 놀랍게도 당위혼의 시간은 지독히도 느리게 흘렀고, 머릿속에서는 눈앞의 위협보다 어깨너머로 훔쳐 배운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학(武學)의 이론에서, 결국 나와 적 사이에서 공격이 들어올 수 있는 경로는 삼십육방(三十六方)이다. 이는 원(圓)을 상징하는 숫자다.”

그와 함께 당위혼은 기마 자세를 취했다.

당가의 방계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취하는 가장 익숙하고도 끔찍한 자세.

그것은 근 반년간 똑같이 따라 한 당위혼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한 자세였고, 지금 이 순간 그는 태산이 무너져도 버틸 것만 같은 굳건함으로 자리에 섰다.

그리고,

‘원(圓)을 그린다.’

비무대의 끝단에서, 그 어떤 물러섬도 없이 그린 원은 기막힌 곡선을 그리며 용제운의 삼양신장과 맞부딪혔다.

아니, 정확히는 맞부딪히는 듯했다.

빙글―

‘…뭐?’

직선과 곡선이 맞닿는 순간, 용제운은 무언가 잘못된 듯한 감각을 느꼈다.

처음에는 우드득―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 저 건방진 어린 가주 놈의 손목을 박살 내는 것이라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힘이 전혀 다른 곳으로 새어 버렸다.

직선은 곡선을 타고 흘렀고, 어어― 하는 순간,

부웅―

용제운의 몸은 허공을 날아,

‘…이, 이런!!’

연무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재빨리 균형을 잡는 용제운.

땅바닥에 추락하기 전, 완벽한 낙법으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선 채로 착지했고, 당위혼은 그를 비무대 밖으로 날려 버리면서 으스러진 손목을 감싸 쥐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뭐긴 지금 당가의 가주가 한쪽 무릎을 꿇었잖아.”

“에이, 이 사람아! 이 비무대의 조건을 잊었나?”

“셋째, 이 비무대 위에서만 싸울 것.”

마지막 조건이, 용제운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내가, 이 내가… 졌다고?’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용제운이 몸을 부르르 떨 때,

후들후들.

더더욱 떨리는 몸으로도 당위혼은 꿋꿋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타악―

시기적절하게 그에게 날아들어 무사한 반대편 손에 잡히는 서책.

“이 내기는, 제가 이긴 듯하군요.”

그것을 손에 쥔 당위혼은 떨리는 모습으로 오연히 선언했다.

“이건, 이건……!!”

몸을 부르르 떨며 어떻게든 현실을 부정하려는 용제운이었으나,

“사천의 무림 동도들에게 나 당가의 가주, 당위혼이 선언하겠소.”

기세에서 밀린 그의 목소리는 짓눌렸고,

“이것은 본가의 노예 명부요. 오롯한 사천성주의 관인이 찍힌 진품임을 이 자리에 초청받은 나랏일을 하는 분들께 맹세할지니.”

펄럭―

그 내용을 펼쳐 보이며 당위혼은 선언했다.

“본가의 제물을 훔친 탈주 노비 용제운, 아니, 당제운의 제물을 다시금 당가의 이름으로 거둬들이며, 그 자산의 반을 국고에 기부하겠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