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가유혼-101화 (101/350)

101화

사천지회(四川之會).

명실상부 사천 제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사천의 모든 문파가 모여 축제를 개시하는 이 행사는 당연하게도 모든 사천인들의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행하는 모든 행사들이 문파의 평판과 사천 내부에서 그들의 지위를 개편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 청성에서 열리는 그 행사에 각 문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들의 힘을 외부에 비추기 위해 화려한 행렬을 갖추어 출진시키고 성대한 사절단을 보내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와중 당가의 방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야야! 부채질 좀 더 해봐! 화력이 약하잖아!”

“힘 좀 더 줘봐! 더 힘껏 불을 붙여보라고!”

“아오, 열기 내려가잖아! 죽고 싶냐?!”

오늘도 평범하게 당유혼의 패악질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었다.

‘어흑, 개자식……!’

‘지는 몸 편하게 저기 있으면서!!’

‘사천삼주는 저 새끼 안 잡아가고 뭐 하는 거냐고!!’

뜨거운 열기가 후끈하게 주변 대기를 감싸고 있는 공간.

원래라면 야장들이 당가의 병기를 만들기 위해 망치 소리를 울려 퍼트릴 공간에 지금은 거대한 가마솥 하나와 그 가마솥에 열기를 불어넣을 불꽃을 피워올리기 위해 열심히 부채질하는 방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가마솥을 바라보고 있는 당유혼은 매의 눈으로 각종 독초들과 영약들이 때려 박아 오묘한 농도를 자랑하는 용액을 응시하고 있었다.

‘좋아,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여기까지 오는 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당가로 돌아오자마자 중단전 무공의 개발 착수와 동시에 시작한 이 과정은 한 달 만에 그 결과를 보일 때가 왔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적절한 묵힘의 시간과 각종 귀환 약재들의 황금 비율. 그것이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바로 지금!!’

당유혼은 둘러업고 있던 등짐을 풀어, 그 봉인을 해체하여 내용물을 세상에 내보였다.

그건 바로 천년혈주의 내단!

지금껏 잡룡탕이라 하여 가짜 영약만을 만들어 왔던 당유혼은 이제 진짜 영약이라 불릴 만한 것을 만들고 있었다.

“화력을 더 높여라!”

당유혼의 외침에 방계들은 허겁지겁 가져온 목탄과 숯을 삽으로 더 퍼 넣고 교대로 부채질을 계시했다.

화력이 극에 이른 그 순간!

‘간다!’

천년혈주의 내단이 가마솥 안으로 투입되었고, 동시에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발휘했다.

“삼재진, 개진!”

그것을 신호로 모인 서른세 명의 방계들이 동시에 귀원일기공을 운용했다.

장작 여섯 시진에 이르는 화력 조절로 가뜩이나 체력적 부하가 치달았지만, 이게 실패하면 가마솥에 함께 처넣어 달여 버리겠다는 당유혼의 엄포는 그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한계의 지평선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서른세 명의 귀원일기공을 바탕으로 한 삼재진이 당유혼을 보조했고, 그 기운을 조율하는 혼원신공이 각종 독약과 합쳐져 폭주하려는 천년혈주의 내단을 잡아챘다.

쿠구구구구구구!!

그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천년혈주는 이미 죽고 없지만, 그 내단은 아직 살아있는 듯, 가마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독기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고, 동시에 당유혼은 혼원신공의 기운으로 그 독기의 목덜미를 물어 챘다.

- 크르르르르르르!!!

흉포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마솥 안에 가득 찬 독기를 집어삼키고 웅지를 펴려던 흉포한 내단의 기운은 더 흉포한 혼원신공의 기운, 정확히는 이빨을 세운 탐(貪)의 존재에 깨갱해 기가 죽어버렸다.

‘야야, 그거 니가 다 처먹는 거 아니다?’

목을 물어뜯은 상태 그대로 다 처먹어 버릴 것만 같은 탐의 모습에 당유혼 역시 긴장하며 손에 든 거대한 주걱 및 국자 대용 나무 몽둥이를 휘휘 저었다.

그에 따라 가마솥 안의 용액은 신비한 색깔을 뿜어내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을 고루고루 뒤섞으며 당유혼은 가진 내공을 극성으로 뿜어냈다.

그걸 다시 한 시진 가량 반복하자 용액이 뿜어내던 기운은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고, 어느덧 안정화 작업에 들어섰다.

‘바로, 지금!’

그 순간 당유혼은 가진 모든 내력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우―

그러자 가마솥 내용물들이 허공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무슨 영약 만드는 데 허공섭물까지 사용하는 건지…….’

보고 있던 방계들은 참 대단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고, 전심전력의 힘으로 거대한 가마솥 안의 용액을 허공섭물로 띄워 올린 당유혼은 그것들을 적절한 크기로 뭉치며 단환 형태로 만들었다.

‘간다……!!’

단환 형태로 만들어진 내용물은 작게 작게 나뉘어 미리 준비해 둔 면사포에 배분되었다.

용액이었기에 바닥으로 흘러내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점성이라도 지닌 듯 단환의 형태를 유지했다.

이후 단환이 굳어 고체가 되었을 때가 돼서야 공간 내부를 가득 채운 채 휘몰아치던 기운이 서서히 흩어졌다.

“…크하, 됐다!!”

당유혼의 완성 선언과 함께 방계들 역시 귀원일기공의 운용을 멈추며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으아아아!!”

“나, 나 죽어!!”

“더는 못 해!!”

방계들이 죽는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뒈져 버릴 거라고 말하며 단체로 드러누움에도 이번만큼은 당유혼도 피식 웃었다.

“그래, 수고했다. 특별히 오늘만큼은 전원 휴가다!”

“오오오!! 진심이십니까?!”

“휴가다, 휴가!!”

“우오오오오오오!!”

함성이 몰아치는 공간 속, 당유혼은 관심을 돌려 만족스럽게 완성된 단환들을 바라보았다.

잡룡단(雜龍丹), 완성.

* * *

“고생하셨습니다.”

겨우겨우 모든 과정을 끝내고 몸을 추스른 당유혼이 밖으로 나갔을 때 기다리고 있던 당위혼이 건넨 첫 말이었다.

“뭐야, 지켜보고 있었어?”

“마음 같으면 계속 함께하고 싶었지만, 업무가 많아 기다린 지 반 시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당유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열두 시진 동안 최소한의 수면과 대부분 시간의 노동과 무공 수련으로 점철된 당위혼에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 시간임을 아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 마침 잘 왔다. 너부터 먹어라.”

그래서 당유혼은 모른 척 불쑥 손을 내밀어 한지로 포장된 단환을 보였다.

“이름은 잡룡단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따끈따끈할 거야.”

갓 지은 쌀밥이라도 내미는 듯한 손길에 당위혼은 그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형님. 저는…….”

“아, 그만, 그만. 제가 먹을 자격이 있겠습니까, 나 제가 어찌 감히, 형님과 방계들을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은 하지도 마라.”

이제 더 들으면 귀에 딱지가 생길 것 같거든.

칠색 팔색을 하는 당유혼의 반응에 당가의 어린 가주는 결국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형님께서 한 달 동안 그 고생을 치르며 만드신 것입니까.”

“아무렴. 그 고생을 치른 이유가 먹으려고 만든 건데? 안 먹으면 진짜 헛고생되는 거 아니겠냐? 빨리 먹어, 내가 도와줘야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시간도 별로 없어.

“사천지회에서 약발 좀 써먹으려면 빨리빨리 서둘러야지.”

일찍 만들려 했지만, 이제야 겨우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남들 다 미리 참석해서 자신들이 얼마나 잘났는지 한껏 뽐내는 이 시기에 사천당가만 아직 방구석에 박혀 있는 신세였다.

“알겠습니다.”

결국 더 거부할 명분이 없는 당위혼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걸 건네받자 당유혼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아. 여기서 먹긴 그러니까 자리를 좀 옮기자고.”

둘은 곧장 사천당가의 너른 공터 중 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당위혼이 먼저 가부좌를 틀며 앉자 당유혼이 그 뒤에서 호법을 서며 자리했다.

“곧바로 귀원일기공을 운용해야 한다. 고통스러워도 입 벌리면 안 되고, 기절하면 더더욱 안 되고, 끝나기 전까지 울혈이 솟구쳐도 꾹 삼켜야 되는 거 알지?”

“물론입니다, 형님.”

주절주절 영약 섭취 필수 사항을 읊는 모습은 거의 어미 새나 다름없었다.

질릴 만도 하지만 그 안에 느껴지는 뜨거운 사랑에 당위혼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흐음… 이 녀석 정도의 모범생도 없는데, 그래도 걱정된단 말이지.’

고금제일가주 당사유를 바짝 잇는 고금제이가주 당위혼은 향후 천하제일 사천당가 무적 가주가 되실 몸이지만 영 불안하고 또 불안했다.

그 시선에 결국 당위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자, 잠깐만! 심호흡 좀 더!”

“저는 괜찮습니다만.”

“내가 안 괜찮아!”

흡― 하! 흡― 하!

“…….”

걱정된다. 분명 한 달의 시간을 부었지만 걱정되고 또 걱정된다.

‘이거… 제대로 된 거 맞겠지?’

전문 약쟁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솜씨가 오늘따라 영 불안하다. 당가의 희망이자 미래, 당위혼의 안위가 걸리니까 더욱더!

“안 되겠다. 기다려 봐, 방계 놈들 깨워가지고 한 서른세 놈만 먹여보고 자료를 얻어내서…….”

“그냥 지금 먹겠습니다, 형님.”

방계 서른세 명을 전부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쓰려는 당유혼의 모습에 당위혼은 곧장 잡룡단을 개봉하고 입에 털어 넣었다.

“야, 야?!”

깜짝 놀란 당유혼이지만, 발걸음을 돌려 눈앞의 어린 가주에게로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쿠우우우웅!!

‘이건……!’

마침 거대한 힘이 몰아쳐 이성까지 휩쓸어 버릴 것만 같은 그 흐름에 당위혼은 경악을 하고 있었다.

‘대형의 말씀에서 짐작은 했지만…….’

거대한 힘이 몰아쳐 금방이라도 의식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고통을 인내함에 도가 텄다 자부하던 당위혼마저 경악할 정도로 모든 감각을 날려 버리는 거대한 충격!

그것은 그대로 격통이 되었으나, 그 과정에서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귀원일기공을 운용했다.

구우우우우…….

‘원(圓)을… 그린다……!’

이성이란 다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과정에서도 당위혼은 그의 형님이 말해 준 단 한 가지 깨달음만을 되새기길 반복했다.

원은 곧 순환(循環)이며, 억지로 그 힘을 제어하려 하지 않지만 그 힘이 순리를 벗어나지 않고 회전함을 뜻했다.

구구구구구구…….

당위혼은 사력을 다해 귀원일기공을 운용하며 원을 그렸다. 하나, 그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 잡룡단의 기운은 원의 궤도를 부수고 이탈하려 했다.

‘큭……!!’

이가 바스러져라 깨물며 집중해도 부족한 그때,

“집중해!”

당유혼의 외마디 외침과 함께 외부에서 거대한 조력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형님!’

혼원신공의 기운이 당위혼이 운용하던 귀원신공을 보조하며 궤도를 이탈하려는 잡룡단의 기운을 강제로 잡아다 다시금 원래의 궤도로 돌려놓았다.

거의 머리채 잡아다 패대기치는 행위에 잡룡단의 기운이 멍청하게 정신을 놓았을 때, 당위혼은 다시금 내공을 집중하며 원을 그렸다.

다행히, 그의 초인적인 인내심과 집중력은 한 번 승기를 잡으면 그걸 놓치지 않았다.

구구구구구…….

그다음부터는 탄탄대로.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자 으르렁거리던 잡룡단의 기운은 결국 그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 당위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원의 궤도가 올바른 순리에 따라 흐름을 자아냈다.

그 결과,

“…크하……!”

당유혼은 완전히 진이 빠져 벌러덩 바닥에 드러누웠다.

“죽겠다, 죽겠어. 아이고야…….”

노인네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등허리를 툭툭 두드리는 당유혼이 엎어진 자세 그대로 고개만 돌려 아직 눈을 감은 채 심상 세계에서 집중하고 있는 어린 가주를 응시했다.

“그래도, 성공이구만.”

히쭉 웃는 그의 두 눈에는 거대한 힘이 도도히 흐르면서도 축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흐름의 중심에 선 당위혼이 보였다.

이걸로, 내공만큼은 당위혼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게 될 것이다.

다만,

“…이걸 앞으로 서른 번은 더 해야 한다는 말이지.”

문제는 이걸 앞으로 더 해야 한다는 것.

“…죽겠네, 진짜.”

앓는 소리를 내는 당유혼의 위로 어미 벽력조와 그 위에 탄 삑삑이가 하늘을 유영했다.

오늘도 당가는 평화로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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