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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유혼-105화 (105/350)

105화

구구구구…….

느껴지는 중압감이 어마어마하다.

맨날 진법을 펼쳐보기만 하다가 직접 당하니 새삼스레 자신들이 상대했던 이들이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이 개발되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사술이냐?”

남들이 이 말을 할 때마다 너희가 모르면 다 사술이냐고 했던, 왕년의 내가 미워지는구만.

“쳐라!”

철검십이진을 펼쳐 낸 청성파 이대 제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좋아… 시작해 보자고!”

그리고 당불퇴 역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쩌엉―!

주먹과 쇠몽둥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히 울려 퍼졌다.

“단련된 주먹은 무쇠보다 단단해진다!”

스스로 그렇게 되뇌며 쇠몽둥이를 쳐내자 제형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이죽거렸다.

“그럼 단련된 쇠몽둥이는 어떨까?”

…그건 생각 못해 봤는데.

“딱 보름 동안 죽만 먹게 해주마!”

내공이 듬뿍 담긴 쇠몽둥이가 휘둘러졌다.

암만 봐도 보름으로는 안 끝날 것만 같은 몽둥이질에 당불퇴는 연신 몸을 틀며 그것들을 피해야 했다.

전후좌우로, 검진의 법칙에 따라 휘둘러지는 몽둥이의 궤도는 이전까지의 것보다 훨씬 예리하고 또 살벌했다.

위태위태한 움직임으로 가까스로 피해 가는 당불퇴는 끝끝내 벽에 등이 닿을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죽어라!”

콰앙―

쇠몽둥이가 돌담을 박살 내며 박혀 들었다.

‘이 새끼, 조금 전에 죽으라 한 거 맞지?!’

당불퇴는 간발의 차로 피해 내고 가장 가까이 있던 이대 제자 하나에게 붙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이전이었다면 유효타를 두어 번은 꽂아 넣었을 테지만 철검십이검진에 흐르는 무형의 기류 안에 있으니 몸이 납덩이라도 단 듯 무거워져, 움직임 전부가 상대방에게 읽혀 버렸다.

“이젠 내 차례다!”

그리고 날아온 반격이 당불퇴의 복부에 때려 박혔고, 연이어 뒤에서 날아든 쇠몽둥이가 등판을 내려쳐 그의 몸을 활처럼 휘게 만들었다.

비틀비틀―

다섯 걸음이나 걸어가서야 겨우 균형을 잡은 당불퇴가 왈칵 피를 쏟았다.

“컥……!”

검게 죽은 피를 뱉어내는 모습에 청성파의 이대 제자들이 멈춰 섰다.

‘이쯤이면 된 거 같은데?’

‘더 하면 죽겠어.’

‘슬슬 가자.’

입을 털어댄 걸 생각하면 손을 더 봐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여기서 죽어버려 봐야 사문의 위신만 깎일 뿐이었다.

“깝죽거리지 말고 살아라.”

“사천에서 살아가려면 네 주제를 잘 알아야지.”

저마다 한마디씩 뱉으며 떠나가려는 이대 제자들. 그런 그들의 발걸음을 잡은 것은,

“어이… 어디 가냐?”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로 간신히 벽에 지탱해 몸을 일으키는 당불퇴.

파리한 안색에도 씨익 미소 짓는 당불퇴의 모습에 이대 제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더 처맞기 싫으면 얌전히 누워 있어라.”

“…크크, 너희는 우리 가문에서 안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겨라.”

더 처맞기 싫으면 얌전히 누워 있으라고? 당가에서 훈련 중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야, 드러눕네? 그래. 딱 그렇게 누워 있어 봐, 내가 뼈마디를 전부 다 예쁘게 부러트려 줄 테니까!”

처맞는 거야 일상인 훈련이고, 거기서 못 하겠다 드러누우면 친히 밟고 올라서 뼈를 부러트려 주는 게 괴물 같은 대형 놈의 행동거지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일어난 당불퇴가 형형한 안광을 빛내자 제형우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소리쳤다.

“뭐라는 거냐! 그딴 거지 문파에 태어나는 걸 누가 원할 것 같냐?”

“흐흐, 거지 문파라… 그거참 맞는 말이야.”

“잘 아는… 헉?”

“네가 처맞는 말.”

콰앙!!

또다시 땅을 박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당불퇴의 신형이 제형우의 전방에서 나타났고, 눈 깜짝할 사이, 주먹이 때려 박혔다.

“허억……?!”

겨우 쇠몽둥이로 막아냈다 싶었는데, 쇠몽둥이에 주먹이 틀어박히며 휘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다고?

쇠몽둥이에 주먹을 꽂아 넣고 히죽 웃고 있는 당불퇴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그냥 빨리 기절하는 게 좋을 거야.”

“뭐… 뭐?”

“괜히 뻗대고 정신 차리고 있으면 더 맞거든.”

그렇게 가장 많이 처맞아본 유경험자로서의 조언.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제형우가 저도 모르게 반문하려는데,

뻐억!

그의 안면 정중앙에 주먹이 박히며 눈앞에 별이 맴돌았다.

“끄악!”

“잠깐, 거기. 기다리라고.”

친히 쌍코피를 터트려준 당불퇴는 뒤늦게 반응해서 달려드는 이대 제자들의 몽둥이질을 피해 몸을 쭉― 빼냈다.

‘이 힘은 좀 힘든데.’

현재 당불퇴의 몸속에서는 사나운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잡룡단을 먹으며 얻은 내공!

서른세 명의 방계들이 대삼재진을 구축하며 흡수했음에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잡룡단의 기운은 사지백해에 고루고루 퍼져 있었고, 아직 그 힘을 온전히 다루지 못하기에 한 번 사용하려 하면 전신 혈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아쳤다.

너무나 강대하여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혈도가 찢어질 것만 같은 거력(巨力).

이 힘을 완전히 흡수할 때까지 다루지 않으려 했던 게 원래 계획이었으나,

‘내 주제에 무슨 완전히 흡수야?’

“나, 당가의 푸른 야수 당불퇴. 혈관을 질주하는 뜨거운 피가 내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지…….”

“무슨 개 같은 소리냐!!”

“아직 덜 처맞았구나!”

듣다못한 이대 제자들이 일제히 몽둥이를 휘둘러 오자, 당불퇴는 히죽 웃으며 오른 주먹에 힘을 끌어모았다.

“너희는 낭만이 없어.”

대여섯 개의 몽둥이가 뭉쳐서 날아듦에도 그 중앙을 향해 힘껏 주먹을 때려 박을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낭만이다!”

꽈아앙!!

단 하나의 주먹과 대여섯 개의 몽둥이가 부딪쳐 온갖 것을 때려 부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대한 반탄력이 들이닥쳐 당불퇴의 몸이 뒤로 두 걸음 밀려 났고, 핏물을 폭포수처럼 게워냈다.

“꾸웨에에에에엑!!”

‘뭐,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자신들의 몽둥이가 이리저리 찌그러진 걸 본 이대 제자들은 이게 현실인가 싶어 눈을 껌뻑였다.

“크아아아아, 죽겠다!!”

그렇게 힘껏 소리친 당불퇴는 더더욱 낄낄 웃으며 두 주먹을 마주 들었다.

“그래도, 대충 알겠다.”

쾅쾅―

마주 든 두 주먹을 쾅쾅 부딪치는 당불퇴의 행색은 더더욱 엉망이 됐지만, 눈빛만은 더더욱 밝게 빛났다.

“다시 해보자고.”

‘저, 저놈…….’

미친놈이다.

밝게 빛나는 것은 두 눈일 뿐. 기세 좋게 부딪쳤던 주먹은 이미 핏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아까 복부와 등판을 강타당한 충격으로 두 다리도 연신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가만 놔둬도 곧 쓰러질 것만 같이 휘청거리는 주제에…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투지는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른다.

그 모습을 본 이대 제자들이 소리쳤다.

“건방 떨지 마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주제에!!”

상대방을 무시하고 또 멸시하는 말을 담는다.

그렇지 않으면 인정해야 할 것 같으니까.

“니들, 쫄리는구나?”

자신들이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뭐, 뭐라고?!”

“웃기지 마라! 겨우 네놈 따위에게!!”

아닌 척해도 몽둥이를 잡은 손에 힘이 더해져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자신의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보다 심하게 떨려 애처롭기까지 한 이들의 손아귀를 보며 당불퇴는 씨익 웃었다.

“그럼 덤벼. 뭐가 문제야?”

“이놈이!!”

“좋다, 아주 매를 버는구나!!”

그 두려움을 부정하기 위해, 이대 제자들은 발악하듯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이미 이성의 일부가 공포에 잠식되었지만, 십 년도 넘게 익힌 무공은 습관처럼 펼쳐졌다.

‘좋구만.’

아니, 오히려 이성의 일부가 고장 났기에 그들의 검격은 더욱 살벌해졌다.

살생은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 완급 조절했던 힘의 제한이 완전히 풀려 버리고, 더더욱 맹렬해진 기세를 풍겨내며 몽둥이들이 휘둘러졌다.

‘아주 좋아. 짜릿짜릿한 게 내 취향이야.’

그게 당불퇴를 더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타탓!

숨쉬기 힘들 정도로 폐를 쪼그라뜨려 오는 강렬한 중압감, 그 속에서 당불퇴는 움직였다.

철검십이검진은 열두 명의 검수들이 그 힘을 공명시켜 중앙에 있는 적에게 부하를 주는 검진이었다.

그래서 처음 당불퇴는 물속에라도 빠진 듯 허우적거렸지만, 그게 반복되니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게… 이 진법의 흐름인가?’

삼재진에도 이런 흐름이 있다.

각기 다른 이들이 하나의 진법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해주는 유기적이며 거대한 흐름. 구성원들에게는 구름처럼 편안하지만, 적에게는 폭풍처럼 험난하고 거친 흐름.

그 속에,

‘한번 놀아볼까?’

당불퇴는 몸을 던져넣었다.

구구구구구국―!!

“뭣?!”

“거, 검진이?!”

그 순간, 철검십이진을 구축하던 이대 제자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원래 중앙의 적에게만 작용해야 할 막대한 중압감이 자신들에게도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 말도 안 되는……!’

진이 완전히 와해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당불퇴의 상태는 더더욱 좋지 않아졌다.

철검십이진이 구축되기 위한 거대한 흐름의 중앙에 몸을 던져 넣었기에 오히려 중압감은 배가 되었다.

반쯤 풀렸던 머리카락이 완전히 헤집어져 산발이 되고, 두 눈에 선 핏줄은 터져나가 충혈되었고, 삐걱거리던 관절은 마침내 금이 갔는지 어딘가 어긋나 버렸다.

그럼에도,

“크아아아아아아!!”

당불퇴는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갔으니,

“마, 막아… 크악!!”

“이 괴… 끄억!!”

마침내 이대 제자들의 무리 속에 뛰어든 그가 양 떼를 도륙하는 늑대처럼 날뛰었다.

하나둘 스러지는 이대 제자들 중 오로지 제형우만 남았으니…….

그는 처량할 정도로 덜덜 떨리는 두 다리로 간신히 서서 쇠몽둥이 하나에만 의지해 그 끝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이, 이 사특한 놈!! 무슨 사술을 부린 거냐!!”

당불퇴는 뒷걸음질 치는 그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해 보여 씨익 웃었다.

“너… 내가 아까 말했지.”

“뭣……?”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그냥 빨리 기절하는 게 좋을 거라고!”

콰앙―

일격이 이미 휘어 있던 쇠몽둥이를 부순다.

이격이 그의 복부에 박힌다.

삼격이 아구창을 갈기고.

사격은 턱주가리를 돌린다.

오격은…….

에라, 모르겠다!

“괜히 뻗대고 있으면 더 처맞는다고 했지!”

두두두두두두두두!

뚜쒸뚜쒸뚜쒸뚜쒸!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기는 무수한 주먹질이 꽂힌다.

“끄, 끄어어어…….”

사람이 처맞아서 허공에 떠오를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제형우는 눈이 풀린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괴, 괴물…….”

“말도 안 돼……!”

한 대씩 처맞고 엎어져 있던 이대 제자들이 비틀비틀 기어서라도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런 그들에게,

“어이, 이 녀석 데려가야지.”

“컥!!”

적당히 아무에게나 제형우를 던져 준 당불퇴는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딱, 보름 동안 죽만 먹고 다니게 해줬다.”

“으… 으아아아아!!”

“도망쳐!!”

허겁지겁 도망치는 이대 제자들의 모습이 멀어져간다.

그 모습을 보던 당불퇴는,

“…죽겠구만.”

휘청―

세상이 뒤섞이는 듯한 감각 속에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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