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당가에는 이런 격언이 전해진다.
기신암무.
‘기습은 신이고, 암기는 무적이다.’
선빵만 잘 치면 삼 할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전해져 내려오는 말로, 지금도 귀여운 암기가 빼꼼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온 결과, 온몸을 비틀어대는 마교도 놈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웬 놈이냐!”
“웬 놈이다!”
빠악―
기습을 갈겼다면 연타까지 넉넉히 넣어주는 게 핵심.
귀여운 암기에 혼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녀석의 골통을 후려 차 벽에 처박아 준 뒤 그 뒤를 쫓아 달렸다.
“주먹 들어간다!!”
콰아아앙!!
다시금 굉음과 함께 폭음이 울려 퍼졌다.
실로 호쾌한 타격음이 이어졌으나,
‘쯧.’
손맛이 영 별로인 게, 정타로 들어가지는 않은 듯했다.
“그아아… 이, 이놈이……!!”
썩어도 준치라고, 그 찰나에 두 팔을 겹쳐 방어 자세를 취한 마교도 놈이 사나운 안광을 번뜩였다.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망둥이처럼 날뛰느냐!!”
“어디긴 어디야.”
마교도 소굴이지.
빠악!!
“큭?!”
그대로 정강이를 걷어차자 녀석의 신형이 아래로 허물어졌다.
턱―
그런 녀석의 머리를 움켜쥔 뒤 내공을 움직이자―
“마교도 목 따러 와서, 그런 것까지 알아야 되니?”
“끄, 끄아아아아!!”
마교도 놈은 극락이라도 경험하는지 온몸을 비틀어대며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이노오오옴!!”
그렇게 한동안 극락 체험을 하던 녀석은 돌연 충혈된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녀석의 동공이 셋으로 갈라지더니 각각의 것이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삼극(三極)의 겁화에 타죽어라!!”
삼극마안(三極魔眼).
삼매마화(三昧魔火).
이후, 마교도 놈의 눈가에서 검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덮쳐왔다.
그렇다면,
“난 눈깔 찌르기다.”
뾰뾱!
“끄아아아악!!”
효과는 뛰어났다!
피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마교도 놈은 뒤로 비틀비틀 물러나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너… 어, 어떻게……!”
“어떻게긴 뭘 어떻게야. 네가 등신같이 두 눈깔 크게 떠주니 찌른 거지.”
그렇게 찌르기 쉽게 눈 크게 떠준다는 건, 내게 어서어서 찔러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크악! 나를 조롱하지 마라!! 삼극마안은 혈계(血界)에 존재하는 이족(異族)의 겁화를 현세에 불러일으키는 동술(瞳術)이다! 단순 물리력으로는 결코 간섭할 수 없다!”
“그럼 단순한 물리력이 아니겠지.”
“이익!!”
나는 나름대로 솔직하게 답해 준 건데, 마교도 놈은 그게 조롱인 줄 알고 부들부들 떨었다.
역시 흉악한 성정을 지닌 놈답게, 다들 자기처럼 처신하는 줄 아는 듯했다.
“네놈의 그 혓바닥이 어디까지나 놀아날 수 있는지 보겠다!”
“지금까지 실컷 처맞기만 한 주제에 너무 당당한 거 아니냐?”
“닥쳐라!”
사납게 일갈한 마교도 놈은 두 손을 겹치며 수인을 맺었다.
팔도수인법(八道手印法).
삼두육비(三頭六譬).
그러자, 녀석의 머리 양쪽으로 두 개의 머리가 더 돋아났고, 등 뒤로는 여섯 개의 팔이 생겨났다.
순식간에 삼두육비의 괴물이 된 녀석은 피눈물을 줄줄 흘리며 버럭 소리쳤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어라, 더러운 불신자여!”
독운해(毒雲海).
독으로 이루어진 구름바다가 공동 내를 가득 채웠다.
절명후(絶命吼).
돋아난 머리 중 하나가 입을 쩍― 벌리더니 저주의 진언을 담은 외침을 내뱉었다.
염라겁화(炎羅怯火).
허공에서 돌연 홍염(紅炎)이 피어오르더니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날아들었다.
금강권(金鋼拳).
머리 위로 들어 올려진 팔 중 하나가 두 배로 커지더니, 돌처럼 딱딱히 굳으며 내리찍혔다.
생겨난 팔들은 동시에 각기 다른 수인을 맺었고, 또 자라난 두 개의 머리는 끊임없이 진언을 외었다.
거기다,
투심창(透深槍).
머리 위에 자라난 두 손을 뒤로 뻗자 벽면에 장식된 석관이 벌컥 열리며 창 한 자루가 날아왔고, 그것을 잡아챈 뒤 곧장 저주의 기운을 담아 찔러오기까지 했다.
‘입만 산 놈은 아니라 이거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술법들이 동시에 다섯 가지가 펼쳐졌다.
어떤 것도 맞게 되면 목숨이 위태로운 것들!
즉,
‘안 맞으면 되는 거지.’
콰아앙!!
“커헉!”
순간적으로 가속하며 날린 발차기가 녀석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심장이 터져버린 마교도 놈은 그 충격에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제자리에 고꾸라졌다.
“어… 떻게…….”
짧은 단말마와 함께 녀석의 고개가 모로 꺾였고, 자연스레 모든 술법이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술자가 죽으며 술법도 해제된 것이다.
“어이, 죽었냐?”
축 너부러진 마교도 놈의 사체를 향해 다가가 툭툭 건드리자, 놈의 손에 들려 있던 철창이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그걸 주워들은 뒤―
“죽었냐고!!”
힘껏 내던졌다.
콰아앙!!
목표는 시체가 아닌, 녀석이 튀어나온 제단.
내공이 듬뿍 담긴 투창에 제단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고,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그 덩치로 거기 숨어 있으면 안 비좁냐?”
나타난 괴인은 그 크기가 십 척에 달하는 장신에, 온몸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 있었고, 유난히 길쭉하게 내밀어진 혀가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등장한 녀석은 한쪽에 철창을 든 채 몹시 당황해하고 있었다.
- 너… 어떻게… 안 것이지……?
이젠 뭐 인간의 목소리도 아니게 된 것을 내는 녀석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어왔지만,
“뭐, 너희가 부활한다는 사실? 그건 이미 공공재야, 인마.”
앞집 철수도, 뒷집 순이도, 옆집 돌쇠도 다 아는 그딴 게 뭐가 비밀이라고. 그쯤 되면 사실상 상식 수준이다.
- 나를… 조롱하지 말라……. 네놈의 눈빛에서 알 수 있다……. 네놈은 우리를… 나를, 아니… 우리를 더욱 잘 알고 있다!
“잘 안다라…….”
그래, 나는 분명 잘 알고 있다.
“너희는 참 흉악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지. 또한, 극악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고 말이야.”
누누이 말하지만, 마교도는 실로 극악무도한 놈들이다.
과장도 비난도 아닌 이 표현은, 실제로도 인간의 원죄를 상징하는 녀석들의 일곱 종파를 말 그대로 내뱉은 것뿐이니―
“개중에서도 자기가 가지지 못한 걸 탐내고, 질시하며, 투도(偸盜) 하는 놈들이 있지. 그들은 훔치고 모방한 것들로 껍질을 만들어 뒤집어쓰고, 그걸 계속 계속 반복하다 종국에는 결국 자신이 무엇인지 잊고 오로지 껍질로만 이루어지는 거짓 흉내쟁이들이니.”
- 너…….
“그렇게 거짓 죽음으로 세상을 속이며, 거짓 껍질을 벗어 구차한 목숨을 구가하는 행위를 탈각(脫殼)이라 하고, 그런 놈들을 모아 놓은 이들은 이렇게 불렀지.”
진실함은 없고, 오로지 삿된 질투와 질시, 그로 빚어진 기만과 거짓만으로 이루어진 이들.
“질투종(嫉妬宗)이라고.”
무엇을 숨길까.
덤덤히 그들의 이름을 부르자, 칠면석척(七面蜥蜴)을 닮은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 이놈… 너는 역시… 진작 이곳을 찾아왔던 떨거지 놈들이 아니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냐? 나는 이 세상에 유이한 사천당가의 직계 님이시다.”
한낱 사파 잡놈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순혈 혈통이라고.
- 사천당가? 놈……! 실로 불길한 냄새가 그득하다 했더니, 저주받을 흉왕(凶王)의 핏줄이구나!!
흉왕이라.
참 오랜만에 듣는 별명이구만.
- 지독한 것들. 진즉 멸망시켰다 싶었는데, 아직도 명줄을 유지하고 있다니…….
“너희가 할 말이냐? 바퀴벌레 같은 놈들. 어떻게 머리를 잘라도 안 죽고 살아 있냐?”
- 크흐흐… 오만한 것도 흉왕의 그것을 빼다 박았구나. 운 좋게 가세를 연명했다 싶었으면 얌전히 박혀 있었어야지!!
당가의 이름을 듣자마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녀석은 크게 몸을 틀며 등 뒤에서 또 다른 팔들을 뽑아냈다.
실재하는 팔이 아닌 술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팔들이지만, 그것들의 손아귀를 쫙 펴자 주변 석관들이 또다시 활짝 열리며 각종 병기들이 날아와 쥐어졌다.
- 이곳이 어디인 줄 알았다면 다른 놈들을 이끌고 오던가 해야 했다! 네놈의 저주받을 선조를 빼다 박은 그 오만과 방심이 곧 네놈이 죽을 이유다!
술법으로 만들어진 팔이지만, 그것에 쥐어진 병장기들이 움직이는 것은 정형화된 무공.
정파의 것에, 사파의 것, 심지어 마공마저 섞인 무공의 향연이 펼쳐졌다.
거기에 더해,
- 저주받을 흉왕의 핏줄이여. 네놈의 선조가 우리에게 안겨준 굴욕과 모욕을, 그로부터 우리가 배운 가르침을. 그 후손인 네게 알려주마!!
백수관음(百手觀音).
소만다라(小曼茶羅).
녀석의 등 뒤로 수십이 족히 넘는 팔이 솟아나 각기 다른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오만이라.”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저놈의 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는 둘째 치고.’
오만이라든가,
방심이라든가.
그건 정말이지,
“나와. 관련이 없는 말인데 말이야.”
콰아아앙!!
- 커… 헉?!
초가속(超加速).
녀석의 시야를 뛰어넘은 속도로, ‘날아가서’ 명치에 일장을 때려 박았다.
- 너… 너어……! 그, 그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난 방심 같은 거 안 해.”
이 세상에 눈을 뜬지 불과 일 년이다.
그전까지 조금만 방심해도 목이 날아가는 전장을 전전했다.
‘그런 세상을 살다 온 내게 방심이라고? 웃기지도 않은 말이지.’
삼십 년간 나른한 시간을 지내 온 이놈들과 나의 시간은 그 밀도부터가 다르다.
“더군다나, 말이지.”
등 뒤에서 생겨난 날개, 그리고 그보다 더욱 뒤쪽에서 솟구친 수십 개의 촉수가 높게 들어 올려졌다가,
콰아앙!
질투의 사제를 향해 내리꽂혔다.
- 끄아악……!!
“너희 마교도 놈들은 잡초와 같아서 말이지. 언제나 전심전력을 다 해 삭초제근해야 할 놈들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혼자 온 것은 방심 따위가 아니야.”
말하자면,
“확신을 기하기 위해서지.”
푸푸푸푹!!
내리꽂힌 촉수는 창끝처럼, 작살처럼 녀석의 몸뚱이를 꿰뚫었다.
“그나저나, 참 많이도 약해졌구나.”
사패천이니 뭐니, 되지도 않는 악명으로 꺼드럭거리는 놈들이라지만, 그래도 당대의 절대자라 불리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을 속이기 위해서 이 녀석은 꽤 많은 껍질을 포기해야 했을 터.
“껍질이 곧 힘인 네놈들이니, 살아만 돌아가도 망할 마교도 놈들에게 이득이 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겠지?”
- 이, 이노옴……!!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질투의 사제가 몸부림쳤다.
제단의 마기가 녀석에게 휘몰아치는 걸로 보아 무언가 또 다른 술수를 부리려는 모양.
하지만,
- 어… 어째서?
질투의 사제는 곧 무언가 잘되지 않는지 당황성을 흘렸다.
“왜, 변신이 잘 안 되냐?”
- 네놈…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럼. 네놈들이 껍질을 벗어대며 목숨을 구하고 또 다른 존재로 의태 하는 걸 아는데, 내가 그걸 가만 놔둔다는 게 말이나 되겠냐?”
촉수의 끝에는 당연 특별한 선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마교도 놈들을 죽이고, 종내에는 그들의 수괴인 그 괴물 놈을 죽이기 위한 독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면 이렇게 소개해라.”
네놈들에게 선사된, 저승으로의 초대장이 있으니―
“그 독의 이름은, 천마살(天魔殺)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