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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유혼-337화 (337/350)

337화

수라마공 겁륜파멸옥은 가상의 한 지점을 설정하고, 그것을 주축 삼아 나선의 회류를 만들어 압도적인 내공을 때려 박아 만드는 구체다.

어차피 뒷감당은 상대방이 할 테니, 후일 따윈 생각 않고 무식하게 힘을 집약시켰다 폭발시키는 이 무공은 시전자의 기량에 따라 압축시킬 수 있는 총량이 천차만별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폭발의 증폭 비율은 하나같이 무시무시했다.

그래서, 처음 이 무공을 보는 이들은 다들 그 위력에 경악하느라 바쁘지만, 사실 겁륜파멸옥은 초상승 무공치고 그 원리 자체는 꽤 단순한 편이었다.

‘결국, 좌표 하나를 지정해서 내공을 때려 박아 응축시켰다가 폭발시키는 것뿐이잖아.’

그렇다면, 만약 그 나선의 회류에 완벽히 대조되는 흐름을 발생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는 거지.’

기존 나선 회류에 정확히 대응하는 또 다른 흐름이 합일되고, 그 결과 생성되는 것은 정반합(正反合)의 공백 지대.

불가살과 나를 중심으로 한 약 삼장 여의 공백 지대에서 녀석은 놀란 듯 크게 눈을 떴다.

그리고,

콰직―

“크학!!”

그 안면에, 발등이 처박혔다.

“어딜 한눈을 팔아?”

콰콰콰쾅!!

폭음이 울려 퍼졌다.

정반대되는 흐름을 간직한 두 파괴의 구체가 맞물리며 생성된 공백 지대 바깥은 거대한 파괴의 흐름이 몰아치는 폭풍이 일고 있었고, 녀석과 나는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폭풍의 중심부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거기서 당황하는 녀석을 후려 차 폭풍의 권역으로 날려 보냈으니, 고기를 맷돌에 욱여넣고 갈아버리는 소리가 연신 몰아쳤다.

“감히, 내 앞에서 마공을 펼쳐?”

한 세력 집단이 가진 전통의 무공이 있다면, 그 무공에 가장 상극이 되는 파해식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그에 적대하는 세력일 수밖에 없다.

파해식이란 어떻게 하면 상대를 무너트리고 짓밟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오는 악의의 결정체.

평생 마교와 싸워온 내게 마공이란, 제2의 당가 가전 무공이라 봐도 무방했다.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아닌가?’

암만 비유상이라도 마공이랑 비교하다니…….

“크아아아!!”

그때, 폭풍 속을 헤치며 불가살이 불쑥 몸을 일으켰다.

“쯧, 너는 어떻게 된 몸이냐? 폭풍에 내던져 놔도 살아 돌아오고.”

폭풍은 가셨지만, 불가살의 육신엔 그 흔적이 가득했다. 살이 찢긴 것은 기본값이고, 뼈와 혈관이 전부 원래의 자리에서 어긋나 신체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하지만 그런 상처들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아물어가고 있었다.

“크흐… 으으아……!!”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불가살의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녀석의 머리 위로 십수 개의 겁륜파멸옥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미친놈. 무작위로 좌표를 찍어내는 거냐?’

외공의 극한으로 보이는 몸뚱이는 단순히 뼈와 근육만 여물고 질긴 정도가 아니었다. 내공 역시 이미 인간이라 불릴 수 없는 수준에 달한 듯했고, 그런 무식하리만치 압도적인 내공으로 대파괴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것들이 내게 날아오기 직전,

“쏴라!”

슈슈슈슈슈슉!!

무수한 화살 비가 녀석과 내가 선 일대를 뒤덮었다.

콰콰쾅!!

“크악!!”

내던져지지 못한 구체는 날아든 화살 비와 충돌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이미 은밀히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기에, 소매 폭에 넣어두었던 쇠구슬들을 투척해 요격했지만, 내게 정신이 팔려 있던 불가살은 화살 비에 꿰뚫리며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냥 화살도 아니잖아.’

스쳐 지나가는 것을 하나 잡아채 보니 전체가 특수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쇠뇌였다.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강궁.

이걸 다루는 집단은 마교에서도 하나뿐이었다.

“적뢰단(赤雷團).”

붉은 벼락을 퍼붓는다는 마교의 척살단.

한 명의 절대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집단으로 움직이는 그들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놈들은 대개 그들만 움직이지 않지.’

설산에서 고개를 든 마교도들이 흉흉한 살기를 흩뿌리며 소리쳤다.

“봉인진을 전개하라!”

“존명!”

“존명!”

집 앞에서 산사태를 일으키며 난동을 부리는 무단 침입자들에게 분노했는지, 떼거리로 나온 집주인들이 집단 마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구구구…….

마도사로 보이는 이들이 동시에 수인을 맺으며 마법을 시전했고, 불가살과 내가 있는 일대 상공에 거대한 원이 그려졌다. 그 원 안에는 각종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마법에서 흉악한 의미를 내포한 상징들이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

마도사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보아하니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용하는 마법이었는지, 곧 거대한 압력이 들이닥쳐 불가살과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건… 좀 무거운데?’

순수하게 봉인에 의미를 둔 것인지 나조차도 쉽게 빠져나가기 힘든 무시무시한 압력이 느껴졌다. 정말 순수하게 시간 벌이를 위한 것인지, 다른 저주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옴짝달싹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 하나는 확실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순교하라!!”

우리들을 묶어 놓은 틈에, 설산 여기저기서 사제로 보이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것은 그분을 위해!!”

“모든 것은 그분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사제들은 등장과 동시에 피 분수를 뿜으며 퇴장했는데, 그들이 내뿜은 피가 순식간에 순백의 설산 위를 뒤덮어 붉게 물들였다.

‘순교 성법?’

마교도의 구성원은 크게 무인, 마도사, 사제 셋으로 나뉜다.

마공을 익히는 무인부터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그보다 마법(魔法)을 부리는 마도사가 더욱 기괴하고, 그보다도 성법(聖法)이랍시고 상위 존재의 힘을 부리는 사제들이 더더욱 기괴하다.

그렇기에 성법이라 불리는 것들은 하나같이 거를 타선이 없는 게 기본이지만, 역시 그중 제일은 기본 전제가 사제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순교 성법이다.

구구구…….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제들 위로 핏빛 아지랑이가 흩날렸다. 하늘로 오른 아지랑이들은 한데 뭉쳐 거대한 새의 형상을 이루었다.

- …그대들의 의지는 확실히 전달받았다.

‘…상위 마수(魔獸).’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마수들 중에서도 한 단계 위의 체급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상위 마수.

타오르는 날개를 펄럭이며, 산 중턱까지 비상한 염마붕조(炎魔鵬鳥)가 그 의지를 발하며 안광을 빛냈다.

- 인과율에 따라, 정당한 혈채를 치르리라.

염마붕조의 등 뒤로 거대한 칼날이 떠올랐다.

그건 마치 사형을 판결받은 죄인의 목을 치는 작두의 그것과 같았고, 빙글빙글 돌며 목을 칠 대상을 정하듯 회전하던 칼끝이 우리를 향하며 그 흉험한 핏빛이 더더욱 진해졌다.

- 죽어라.

칼날이 떨어져 내렸다.

아니, 정확히는 떨어져 내리려 했다.

그보다 먼저 솟구친 불가살만 아니었다면.

콰아앙!!

땅을 박차고 솟구친 불가살은 봉인진의 압력마저 뿌리치듯 솟구쳐서는 그대로 염마붕조의 몸통에 처박혔다.

- 커헉!!

“크아아아!!”

괴성(怪聲)이 엇갈렸다.

단순 육체 능력만으로 저 높이까지 도약한 녀석은 그대로 마수를 짓이겨 타고 올라 염마붕조의 타오르는 날개를 뜯어냈다. 원래는 그 마체(魔體)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저주를 받고 온몸이 불타올라 죽어야 하는 상위 마수지만, 불가살은 그걸 그냥 기백으로 버텨냈다.

‘화끈하네.’

- 크아악……!

“여, 염마붕조시여!!”

불가살은 마침내 염마붕조의 날개까지 뜯어냈다. 천하의 상위 마수가 닭장 닭 깃털 뽑히듯 순살로 분해되는 광경은 솔직히 내가 봐도 놀랍긴 했다.

그리고,

“크아아아아아!!”

호쾌한 함성과 함께, 염마붕조의 추락이 시작됐다.

‘마수의 비행 능력은 단순히 저 거대한 날개에 있는 것이 아닌데.’

불가살이 별의별 능력을 다 지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위종의 권능(權能)까지 무시하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듯했다.

콰아아앙!!

염마붕조의 거체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녀석은 비행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는지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그 거대한 동체는 벌레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염마붕조시여!!”

“저분을 구하라!!”

상황이 어째 많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마교도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으니.

- 크르르…….

염마붕조처럼 대상의 머릿속에 직접 의지를 발하듯, 불가살의 흉험한 살의가 주변의 모든 대상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녀석의 머리 위로 작두를 닮은 칼날이 소환되었다.

“저, 저건?”

“염마붕조 님의!”

불가살이 소환한 것은 염마붕조의 권능.

그 끝이 마교도들을 향했을 때, 핏빛 칼날은 폭발하듯 선홍빛 광채를 터트렸다.

“끄아아악!!”

“으아악!!”

마교도들의 비명성이 난무했다.

핏빛 광채가 설산 인근을 휩쓸었을 때, 더 이상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신음 소리만이 간간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그래도 살아남긴 했네.’

마지막 순간 마도사들의 필사적인 마법이 난무하는가 싶더니 몰살은 면한 듯했다.

하지만 딱 그뿐.

“크르르…….”

타오르는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 불가살은 그 어떤 상황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좀전의 것보다는 작지만, 흉험한 핏빛 칼날을 대여섯 개씩 생성해 냈고, 그걸 내게 투척하며 마교도들이 있는 쪽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핏빛 칼날을 쳐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덕분에 불가살의 움직임을 놓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녀석의 위치를 확인했을 때,

“얼씨구야?”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크르르…….”

“너 뭐 하냐? 설마, 그놈들을 인질로라도 삼으려고?”

기절한 마교도들의 육신이 둥둥 떠올라 있었고, 그 가운데서 녀석이 흉험한 살기를 발하며 핏빛 칼날을 그들에게 겨눈 상태였다.

마치, 헛짓거리를 한다면 금방이라도 마교도 놈들의 목을 따버리겠다고 경고하는 듯한 모습.

“…진짜, 금수 새끼가 제일 먼저 하는 사람 흉내가 인질 잡기라니.”

청출어람청어람이라지만, 이 정도면 순자도 박수 치며 경탄할 만한 괄목상대다.

그리고,

“다 떠나서… 너는 내가 마교도 놈들을 사람 취급이나 할 것 같냐?”

인질로 잡을 상대가 없어서 마교도 놈들을 인질로 잡다니.

죽일 테면 죽이라고 손을 휘휘 젖자, 녀석은 무언가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또다시 살기를 폭사시켰다.

콰직, 콰드득!

어처구니없는 분풀이로 떠올라 있던 마교도 몇몇의 목이 꺾였다. 그야말로 비참한 개죽음이지만, 딱히 이렇다 할 유감이 들지도 않았다.

“크아아!”

대신, 잔뜩 분노한 녀석이 마교도들을 먹어치울 뿐이었다.

쿠구구구!!

또다시 녀석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것들을 먹어치울수록 강해지는 녀석의 특성은, 확실히 다수의 약자들을 주변으로 할 때 더더욱 우월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듯했다.

그러나,

“너도 참, 운이 없구나.”

삼십 년 전, 천하의 검천을 고전하게 하고, 마교도들은 상대하기 위해 떠났던 정파의 결사대를 몰살시킨 불가살은, 하필 내게 극상성이었다.

“크학?”

거침없이 마교도들을 먹어치우던 녀석이 비명을 내지르며 거꾸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채 간질 환자 마냥 바들대는 녀석은 입에서 타액과 혈액을 고루고루 흘려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뭐.”

왜 그런 눈으로 보고 그래.

“엄마가 땅에 떨어진 거 함부로 주워 먹지 말라고 안 가르쳐주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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