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5)
3. 위기와 기회(2)
이 소식은 지성룡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이 소식을 듣자 자신이 천하제일신공을 대성하여 천하제일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러나 자신은 아직 흉내도 잘 못내는 풋내기에 불과하였다.
더구나 어르신들 사이에 끼어 긴장된 분위기에 있는 것이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하여 지일광에게 나가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비추었다. 이미 오대문파의 일로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사라졌기에 지일광은 그렇게 하라고 말하였다.
지성룡은 실로 오년만의 자유였다.
지성룡이 집안에 돌아오자 소문주인 아버지 지유성은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무대회에 출전할 대표를 선발하는 비무의 준비에 한창이었고 또한 형인 지연룡은 그 비무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연무에 한창이었다.
이번 비무에 해당되는 인물들은 사대와 오대의 인물들이었다.
지유성은 사대이지만 나이가 많았다. 그렇기에 선발을 준비하는 최종책임자가 되었고 바쁠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이 바보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도 없이 지성룡은 예전에 자신이 머물던 처소로 보내지고 말았다.
처소에 있던 지성룡은 답답하기에 장원 후원에 있는 연무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지연룡 뿐만이 아니라 세명의 이복형제들도 연무에 한창이었다.
지유성은 두명의 부인을 두었고 두 부인에게서 오남 삼녀의 소생을 두고 있었다.
장자인 지연룡이 스물셋이고 두번째 부인에게서 난 지장룡이 스물둘이었고 지성룡이 스무살이었다. 또한 두번째 부인에서난 지창룡도 스무살로 지성룡이 삼월생인데 세달 느린 유월생이었다. 두번째 부인이 난 셋째 지광룡의 나이가 열여덟살이었고 그 밑으로 세명의 여동생이 줄줄이 있었다. 첫째 부인인 지성룡의 어머니는 지성룡을 날 때 아픈 관계로 소생이 없었고 지성룡이 열살되는 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렇기에 지성룡을 보살피는 것은 지연룡의 몫이었고 지연룡이 바쁘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것이다.
지성룡이 연무장으로 가도 누구 하나 관심이 없었다. 하인이나 장원을 지키는 호원무사들도 있었지만 지성룡을 가지 못하게 막지는 않았지만 또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도 않았다.
지성룡은 지연룡과 세 이복형제의 연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연룡은 천하오관을 이년전에 출관하였다. 그가 스물하나의 나이에 천하오관을 통과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었기에 이번 비무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가 그렇게 빠른 진전을 보인 것은 어릴적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한 덕분이었다. 또한 그의 이복형 지장룡은 현재 천하오관에 있었다. 또한 그의 두 동생들은 천하 삼관과 이관에 들어 있었다.
여기서 비무에 나갈 사람은 그의 두 형들이었지만 두 동생들도 형들이 준비하기에 옆에서 같이 하고 있었다.
지연룡과 지장룡은 같이 연무를 하고 있었다. 지성룡이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아도 그들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릴적에도 항상 지성룡은 지연룡이 연무를 할 때면 지금 지성룡이 앉은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지연룡이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당시 지성룡에게는 지연룡만이 유일한 의지처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바보로 인식하고 있었고 다시 그 자리에 앉아서 지켜보아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에게 지연룡과 지장룡의 연무를 보게되자 그 동안 자신이 혼자 몰래 익혀온 기존무공과의 차이점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지연룡과 지장룡의 연무는 사실 범인이 본다면 그저 번쩍이는 빛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할 경지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움직임이 지성룡의 눈에는 잡히고 있었다.
지성룡의 눈에 그들의 무공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면 모두 놀랄 일이지만 아무도 몰랐고 지성룡도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지도 않았다.
그것은 어릴적에도 형들이 연무할 때 그들의 무공을 보았고 그들의 경지가 낮았기에 눈에 속속들이 보였고 청명관에서는 집안의 어른들이 그들이 하는 수준 이상의 무공을 간간이 선보였고 그것을 파악하였었기 때문이었다.
지연룡은 오대검법 하나하나를 모두 대성하고 있었다. 심법은 유운심공을 사용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으로 오대검법을 한가지 심법으로 시전이 가능하도록 변형하였기 때문이다.
천하문이 그러한 노력을 하였지만 이런 사실을 천하에 속속들이 알리 수는 없었고 이런 사실을 알려서 좋을 것도 없었다.
지성룡은 그들이 무공을 시전하는 것을 보자 자신도 갑자기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성룡은 일어나 연무장 한쪽에 있는 건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연무에 필요한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고 검도 여러 자루가 있었다.
특히 수련에 필요한 목검이 수십자루 준비되어 있었다.
지성룡이 건물에 들어가도 각기 자신의 연무에 열중하다보니 누구도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지성룡은 안에서 목검하나를 들고 나왔다.
지연룡은 지성룡이 나타나자 연무중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참 무공에 열중하다 지성룡을 보았을 때 자리에 없어 하던 것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성룡이 돌아오자 같이 놀아주어야 하지만 문파의 존립이 결정되는 중요한 일이 있기에 마음만 있지 관심을 두지 못하였다.
연무장에 나타나 자신이 어릴 때 연무장에서 구경하던 자리에 앉아 지켜보자 안심하고 다시 연무에 열중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안보이자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 지성룡이 연무도구를 넣어두는 곳에서 목검을 들고 나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목검을 들고 나오자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하였다. 이복형제들도 지연룡이 보기만 하자 가만히 있었다. 지성룡에 대한 감독권은 암묵적으로 있었고 함부로 관여를 하였다가 지연룡에게 된통 혼이 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조용한 지연룡도 지성룡에 관한 일에 조금만 부당하다 생각하면 사람이 변하였다. 그것을 아는 이복형제들이기에 지성룡에 관하여는 모른척하였다.
그것은 지연룡에게는 어머니의 임종 시 부탁이 있었기에 열세살 이후 지성룡에 대한 일에는 만사를 우선하여 나서고 있었다.
지연룡이 못본척하기에 그들도 그렇게 한 것이다.
지성룡은 그런 줄도 모르고 형제들이 연무하는 곳에서 좀 떨어진 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자신이 배운 것들을 펼쳐보고 싶었다.
지성룡은 본격적인 검법을 연무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였다.
그 운동은 검을 가지고 하는 준비운동으로 찌르기 베기 막기를 연속적인 동작으로 구성한 일종의 검무였다.
지성룡을 바보 멍청이로 알고 있던 형제들은 지성룡을 못보는 척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성룡이 바보 멍청이지만 모두가 심성이 바르고 우애를 우선하는 가풍에 따라서 항상 안으로 감싸면서 그래도 보호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들은 지성룡이 목검을 들고 나오자 그저 심심풀이로 검이나 휘두를 것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서 항상 조용히 쳐다보기만 하던 지성룡이 연무장으로 나서는 것은 놀라운 일이기에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
청명관에 가서 뭔가 조금 변하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성룡이 천하문에서 하는 목검체조를 하자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목검체조는 간단한 찌르기 베기 휘두르기 막기의 동작이지만 그것을 한다는 것은 무공을 익힐 오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동작이 처음 해보는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능숙하였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기대하지 않은 일이기에 너무나 놀라운 것이었다.
한편 지유성도 일이 바쁘지만 지연룡의 연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에 시간만 나면 연무장에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연무장에 오고 있었다. 한데 연무장에 막 들어서다가 지성룡이 목검을 들고 다른 형제들과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서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성룡이 검을 들고 서는 자세가 의미하는 것이 목검체조를 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목검체조를 하는데 그 체조를 보자 놀람은 극에 달하고 말았다.
그 목검체조는 검을 베우는 사람이 알아야 할 필수적인 검의 운용법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었고 그 목검체조만 보아도 검의 수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있었다. 한데 그 목검체조를 하는 자세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하며 정확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라는 것은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검의 운용이 아니라 최소한 일년이상 검을 수련하여 소약의 경지 이상이 되어야 이루어 지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완급이라는 것은 고수에 이를수록 변화가 컸다. 예컨데 목검체조는 동작의 연결동작은 천천히 하고 베는 동작이나 찌르기 같은 본 동작은 최대한 빨리 해야 했다. 즉 실전에 필요한 본 동작은 빨리하는 것이다.
지유성도 이미 절정을 지나 최절정의 초입에 들어가는 경지에 이르고 있었기에 그것을 한눈에 간파하였다.
목검체조는 보통 다섯번 반복하였다. 처음에는 천천히 하면서 차츰 속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처음이나 나중이나 차이가 없는 것이고 그 성취가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속도에도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목검체조는 총 서른여섯가지 동작을 순서에 입각하여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동작을 제대로 시전하다보면 반각(일각은 지금의 십오분 정도)정도는 소요되었고 다섯번을 하고 나면 족히 이각은 소요되었다.
처음 검에 입문하여 이 기본체조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전하기까지도 한달 이상이 소요되고 있었다.
이 체조는 정확성에 더하여 나중에는 완급의 조절과 본 동작의 빠르기가 중요하였다. 검공을 수련하기 전에 누구든간에 이 체조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관례였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변화가 지성룡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기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하기에 자기가 들어가서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문 뒤에 서서 몰래 보고 있었다.
지유성은 지성룡이 일차를 지나 이차로 진입하자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그 동작이 아까와 달리 더 빨라지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은연중에 처음에 했던 동작이 표준이라면 그 동작보다 두번째에 빠르게 전개하는 것은 대약에 근접하여야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비하여 확연히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번째의 전개하는 것은 내공을 운용하여 진기를 이용하여 속도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도 가능은 하였지만 그것은 인간의 육체로 쉽게 하지 못하는 경지였다.
지성룡은 완벽하리만치 목검체조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청명헌에서는 진검만이 있었기에 지성룡에게 위험하다고 함부로 못 만지게 하였고 그렇기에 지성룡은 밤에 몰래 진검을 들고 연습하였기 때문이다.
지성룡에게 밝은 대낮에 이렇게 검을 들고 나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건물안에는 진검도 몇자루 있었지만 은연중에 자신도 모르게 목검을 들고 나온 것도 청명원에서 들은 말 때문이었다.
모두가 멀찍이 떨어져서 연무를 멈추고 지성룡을 보고 있었지만 지성룡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목검체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는 지성룡이 정상인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기뻤다. 형제들은 이미 무공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기에 그것을 한눈에 간파하였다.
지성룡이 시전하는 목검체조는 단순한 목검체조가 아니라 하나의 검예의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은연중에 하던 연무도 멈추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본 것이다.
지성룡은 목검체조에 몰두하기에 주변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점점 속도를 빨리하였다. 그 동작이 점점 빨라져 네번째에 이르렀을 때에는 아까 지연룡이 연무중에 시전하던 검의 속도에 근접하였고 다시 다섯번째에 접어들자 오히려 빨라진 느낌이었다.
밑의 두형제는 그렇게 되어도 감탄만 하였지만 지연룡과 지장룡의 얼굴은 이제 놀람의 단계를 지나 새하얗게 변하였다. 그들은 지성룡의 놀랍게 변하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오년 동안 보이지 않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정상인으로 돌아왔다는 것 이상의 진전이라는 것이기에 놀람이 아니라 경이의 감정이었다.
지성룡은 밝은 대낮에 목검체조를 시작하자 그 것에 도취되었다. 오직 생각하는 것은 그 목검체조의 동작이었다.
더구나 평상시에는 밤늦게 진검을 들고 하였는데 이렇게 밝은 대낮에 연무장에서 시전하자 오히려 밝기에 시야가 차단되었다.
평상시에 하듯이 점점 속도를 높였다. 그리하여 다섯번째에는 자신이 시전할 수 있는 최고의 빠르기로 시전하였다.
그는 다섯번을 마치자 쉬지않고 바로 유운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하였다.
평상시 그렇게 밤마다 연습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시전하는 유운검법은 원래의 유운검법이 아니라 천하제일신공안에 있는 검법을 시전하기위한 준비운동이었기에 가장 필요한 동작만을 하였다.
그렇기에 본래의 유운검법을 제대로 시전하면 반시진이나 걸리지만 그는 일각도 못되는 시간동안에 한시간에 걸쳐야 할 유운검법을 마쳤다.
유운검법이 십이초식이고 한초식마다 그 변화를 풀어놓은 사오십여가지의 동작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가의 검법이나 권법의 한초식은 연속동작으로 눈 깜짝할 시간에 마치지만 연무를 하는 과정에서는 그 초식이 담고있는 각종 변화를 풀어놓은 준비동작을 사전에 하고 마지막에 본초식을 전개하였다.
본초식을 풀어놓은 동작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익히다보면 본초식의 동작이 보다 원활하게 이어지게 되기에 검예를 익히는 사람들은 이런 본초식을 풀어놓은 동작을 반복 또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실전에서 말하는 일초식과 연무중에 말하는 일초식은 다른 것이다.
연무중에 일초식을 한번 수련한다는 것은 그 풀어놓은 동작을 한번 시전하였다는 것이다.
무공전수도 본초식을 전수한다기 보다는 이 풀어놓은 것까지 전수한다는 의미였다. 이 풀어놓은 연습동작을 모른다면 본초식을 몇 번 보아도 제대로 시전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초식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따라서 할 것이고 독문 무공이란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고수들은 수많은 연무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기에 초식을 한번 보는 것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초식을 파악하고 그 변초까지 유추하여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검의 경지가 어느 정도 높아진 연후에야 가능한 것이었다.
즉 초식의 투로를 대충안다고 하여도 잘 흉내내지 못하는 것이 그 안에 포함된 변초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알지 못하면 그저 흉내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이 한 것은 바로 그 변초의 풀이와 운기법을 변화시킨 것이었다.
반복된 연무과정을 통하여 차츰 본초식에 변초에 들어있는 검의 요결을 얼마나 능숙하게 축약하는가가 검의 경지가 높다 낮다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지성룡은 한번 연무에 빠지면 두시진 이상을 연무에 몰두하였기에 주변에서 구경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검의 모든 것을 풀어가기 시작하였다.
형제들은 아예 나무아래 놓여진 걸상에 앉아서 지켜보기 시작하였다.
한편 지유성도 목검체조가 끝나고 유운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하자 안으로 들어와 아들들과 같이 보기 시작하였다.
또한 지성룡이 무공을 시전한다는 소문이 금새 돌아 하나둘 모여들었다. 물론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지유성의 형제들과 손위에 해당하는 숙부들이었다.
유운검법이되 유운검법이 아닌 검법에서 시작된 검무는 다시 파운, 형의, 난파, 비조검으로 이어지더니 다시 유운검법과 비슷한 검공으로 이어져 생전보지 못한 검공을 근 한시진 가까이 시전하였다. 그것까지는 이미 오대검법에 익숙하기에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무공은 아예 짐작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침내 지성룡이 천하제일신공상에 있는 검공으로 진입하였기 때문이다.
형제들이 보기에 그 검법은 익숙한듯한데 그 빠르기와 변화의 복잡함이 예측불허였다. 어찌보면은 그 검법은 오대검법에 들어 있는 변화를 축약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변화의 무쌍함은 한초식에 담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지연룡과 지장룡도 이미 절정고수의 경지에 들어있었기에 그 변화를 보자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비 동작이 없었다면 그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오해할 내용이었다. 그런 공격을 당한다면 도저히 예측이 안되기에 몇초가 되지 않아 칼에 찔리거나 목이 달아날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두형제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인간의 신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동작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꾸준히 연무를 하를 것이었다. 그런데 그 한계를 무시하고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동작을 하는데도 몸이 찢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 동작을 하는데도 계속 검을 휘두른 다는 것이 차라리 신기할 지경이었다.
어렴풋이 보기에 그 검공은 총 십이초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검무를 하면서도 쉬지않는 지성룡의 체력에 모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무의 난해함을 떠나서 그렇게 두시진을 연무하는 것은 상식밖이기 때문이다. 이미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하여 지고 있기에 저녁을 먹으러 가야하지만 그것도 잊고 있었다. 그만큼 지성룡이 보여준 검예는 대단하였다.
지유성이나 지연룡으로서는 어른들이 숨겼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집안의 대소사의 결정에 관여는 하지 않지만 결정과정에 참석하거나 따로 불러 일의 경과를 통보하여 주었기에 이일을 숨기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제이차(第二次) 독문무공의 창안이 부진아들을 어느 정도 성과가 있게는 만들었지만 실패하였다는 것은 귀가 있는 천하문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성룡이 바로 그 무공인 듯한 것을 시전하자 이제는 경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유성은 지연룡에게 물었다. 이일은 지유성보다 지연룡이 더 많이 관여를 하였기에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새로 창안한 무공의 구결은 소자도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도 약간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 구결은 인간의 신체로는 익힐 수 없는 불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유운검법이나 다른 검법을 저렇게 축약하여 펼치는 것은 아예 생각치도 못한 일입니다. 또한 중간에 펼친 무공은 새로 이번에 창안한 무공을 축약한 것입니다. 반면 한시진 가까이 펼치는 저 검법은 처음 태상어르신들이 창안한 천하제일신공을 오히려 늘려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구결은 여러 번 보았기에 대략적인 것은 알지만 저렇게 시전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맞는 것 같다. 나도 어렴풋이 새로운 무공의 구결을 보았다. 어찌 보면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여 적어놓았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을 펼칠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저 성룡이가 그러리라고는 한번도 생각치 못한 일이다.”
지유성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부모의 마음에서 당연하였다. 특히 그 자식이 모자라는 자식이라면 그 애뜻함이 더하였다. 더욱 그것이 부모의 잘못이기에 항상 죄인 같은 마음이었다. 한데 그런 자식이 정상인도 성취하기 어려운 것을 해내었을 때의 기쁨이란 더욱 큰 것이었다.
“하면 바로 그것을 시전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까?”
이미 주변에는 지유성을 찾으러 왔다가 보고간 천하문의 간부가 소문을 내어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문주인 지용운까지도 천하제일신공을 시전할 무렵에는 와서보게되었다. 그렇게 보고 있는 살마들이 증가하여도 지성룡은 오직 무공의 시전에만 열중하였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모두 마치고 지성룡이 주변을 보았을 때에야 이십여명이 한쪽에서 자신을 본 것을 알고 깜짝놀랐다.
더구나 그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비롯한 작은 할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