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25)
“한수칠흉이 떠나서 호북성으로 갔다고?”
“녜. 그들이 은거를 선언하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죽여도 되지만 그들을 그대로 두라고 하기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영소헤는 밀영루주의 보고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사황성의 나이든 사람을 다시 쫓아 내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한수칠흉까지 강북으로 도망간 인원이 도합 사십이명이다.’
사마는 자신의 사황성 통치에 반대가 되는 인물들을 퇴진시키면서 그들을 제거하지 않고 청수각으로 보내었다. 진짜 위험한 사람은 원로원으로 보내 연금아닌 연금을 시켰다.
사마는 그들을 제거하지 않고 청수각에 둔 이유는 차도살인지게였다. 사마는 처음에 그들을 아에 제거할까도 생각하였지만 그것은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들의 제거로 인하여 남은 부하들도 언제 제거될까 불안해 하여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었고 그들이 만일 연합하여 대항하면 내분으로 인하여 세력이 감소할 수가 있었다. 그런 문제로 고민하던 중에 그들을 그저 잡아둘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너무 많은 인원이 한곳에 모이면 위험하기에 그들을 흩어놓을 방도를 찾다가 일거양득의 방안인 강북으로의 추방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추방은 자신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했다. 그리하여 사황성 관내에서 있던 몇몇이 기존 암흑조직과 문제가 생기자 그들이 청수의 계를 어겼다고 하여 처단하여 버렸다.
그러자 사황성을 떠난 자 중에서 사황성의 영향이 미치는 곳에는 심산유곡이라도 가지 않고 강북이나 관외로 달아난 것이다.
하릴없이 붙잡아 놓자 그들은 좀이 쑤셔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궁리하였고 사마는 청수각이란 손을 씻는 것이니 어디에 가더라도 다시 범죄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며 은거를 허락하였다.
그런 그의 허락에 심산유곡으로 은거를 하였는데 그들은 사환성의 영역을 벗어나 대부분 강북으로 도망을 쳤다. 설마 무림맹이나 천하문이 있는 강북으로 사황성이 쫓아 오겠느냐는 마음에서였다. 그것은 사마가 바라는 일이었다.
걸레가 빤다고 행주 되는 것은 아니고 까마귀는 어디에 가건 까마귀이지 백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오면서 배운 것이 암흑가이니 강북에 가더라도 암흑가일 것이고 그들이 강성해지면 강성해질수록 백도의 힘은 약해질 것이니 그들을 제거하는 것보다 아량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강북으로 보낸 것이다.
혹시 강북에 가서 성공하여 사황성에 위협이 될만한 사람들은 원로원에 예우해준다며 붙잡아 두었으니 소모품으로서 적합한 흉인들이 강북으로 도망간 것이다.
“지금 그들이 가는 곳은 어디냐?”
“그들은 바로 대둔산 인근에서 흉명을 떨쳤던 인물입니다. 아마 그곳으로 갈 것 같습니다만 혹여 그들이 대둔채와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소혜는 밀영루주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그들의 동태를 계속 살피세요. 그들은 긴히 써먹을 때가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들의 거처는 꼭 알아 두세요.”
한수칠흉이 대둔산채에 온 것은 사월 초였다. 그들은 사황성을 벗어나 자유롭기 위해서 이곳에 왔지만 이곳도 그들에게는 재미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심심풀이로 지나가는 표행을 괴롭히거나 부녀자들을 납치하는 일로 소일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사황성의 위협을 피하고 힘을 기르면서 기회를 보기 위해서 였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강남이 좁다하고 누비고 다니던 그들이기에 며칠이 지나자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들은 심심한 마음에 대둔산 자락을 따라 소담강으로 나왔고 그들은 마침 그곳을 지나는 거룻배를 보았다.
비단을 가득 실은 천하문의 배였다. 그들은 그 배를 보자 견물생심(見物生心) 욕심이 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수하들을 총동원하여 천하문의 상선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그들은 소담강에 배가 다닌다고만 들었기에 그저 조그마한 배인 줄 알았는데 그런 배가 다니자 흥미를 느낀 것이다.
거룻배란 폭이 오장칠척이오 길이가 십육장인 대형범선으로 수심이 일장이 넘는 곳만 다닐 수 있는 상선이었다. 이보다 더 큰 배도 있지만 인간이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였다. 대부분은 돛으로 다니지만 노를 저어가는 경우도 많았기에 더 이상 큰 배는 바다에서나 필요하였다.
한수칠흉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볼수록 대단하였기에 소담강의 일에 참견하고 싶어졌다.
더구나 딱히 할일이 없는 그들이기에 더욱 그런 마음은 더하였다.
소담강은 한수가 만나는 지점은 삼백여장이나 되고 영파진에서도 백여장이나 되었다. 낙양 인근의 산속에서 발원하여 하남성 남부의 물이 모이기에 그렇게 강폭이 큰 것이었다. 큰비가 오면 범람할 정도로 물이 흐르지만 평상시에는 고작 수심이 다섯자 밖에는 되지 않아 돛단배도 다니기 어려웠다.
이런 소담강을 하류에 돌로 보를 세우고 대운하 건설 시에 도입되는 관문을 이용하여 배의 통행을 가능토록 하였다. 물론 큰 비가 오고나면 매번 복구하는데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지만 그 것이 배의 운행으로 얻는 이익금으로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았다.
천하문은 영파진 말고도 소담강과 한수가 만나는 합수진에 또다른 부두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고 그곳을 통하여도 엄청난 물량을 운반하고 있었다.
천하문이 운영하는 배는 거룻배가 열두척에 소롯배가 스물 두척이었다.
거룻배는 주로 영파진에서 장강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화물의 운송에 쓰이고 있었고 소롯배는 영파진에서 합수진에 이르는 곳으로 단거리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이런 영파진과 합수진을 통하여 강남과 거래로 얻는 이득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실로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길이 있건 없건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욕심이 난다는 것은 갈취나 약탈을 의미하였다.
“이봐, 유소,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대흉인 유첨이 오흉의 의견을 물었다. 오흉은 한수칠흉 중에 가장 머리가 좋았기에 모든 일은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대로 진행되어 왔다.
한수칠흉은 유가 세명에, 조가 두명, 서가 두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이 그런 것은 서로 인접한 유가촌, 조가촌, 서가촌의 최고 망나니들이 모여 패악을 다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물론 입니다. 하지만 천하문은 사황성에 버금가는 세력이기에 녹녹히 볼 수는 없습니다. 치밀한 준비와 철저한 계획을 하여야 합니다. 일이 성공하였다고 하여 안심해서도 안됩니다. 그들은 언제라도 보복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 몇가지 복안이 이미 섰습니다.”
오흉의 말에 모두들 그 방법이 궁금한지 삐딱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바로하고 허리를 세웠다. 그들로서는 퇴물이라고 하여 사황성에게 버림받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사황성을 능가하는 성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천하문과 오랫동안 이곳에서 대치가 불가능하기에 이곳을 버릴 결심을 하여야 이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일로 인하여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오흉의 말은 그들의 탐심에 대하여 경계가 들어 있었다.
“그말이 무슨 말이냐?”
“이곳을 버리고 천하문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얻은 재물이 잘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서 얻은 재물을 사갈 사람이 중원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처신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른 육흉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나는 천하문이 잘 먹고 잘사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에는 기분이 나쁘구나. 그저 우리가 지켜만 본다는 것은 내가 산 칠십년 동안 없었다.”
대흉의 생각은 그들이 세상을 사는 신조였다. 그들의 생각은 자신이 못 먹는 감은 찔러라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었다. 그저 자신이 잘되지 않아도 좋지만 남 잘되는 꼴은 볼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
그렇기에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단순히 잘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단하였고 꼭 그여자가 잘생기지 않아 취해야 할 욕심도 없으면서도 남편이 아내를 아끼면 그들을 끌어다가 남자가 보는 앞에서 여자를 범하여 행복을 파괴하는 그들이었다.
그들의 그런 행동으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남이 잘되지 못하게 파괴하였다는 만족감에 그런 짓을 서슴없이 행하는 한수칠흉이었다.
이들의 이런 습성을 잘 알기에 사마는 그들을 제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추방한 것이다.
“우리가 한 줄 모르게 하면 되지 않느냐?”
대흉의 말은 자신들이 위험해지지 않으면서도 피해를 줄 길을 찾으라는 말이었다.
“이일로 우리가 얻는 것이 없어도 좋다. 그저 천하문의 배를 불태우기만 해도 된다.”
한수칠흉은 남 잘되는 것은 죽어도 보지 못하는 인물들이었다. 그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고 대부분의 흑도인들이 그러한 성향이 강하였다.
이들의 성향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요소들이었지만 그들은 엄연하게 아직도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한 줄만 모르게 하면 됩니다.”
사월 보름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기기 시작하자 영파진에 나와 있는 천하표국의 분단은 긴장을 하고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세달이 지나고 영파분단은 사고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강을 항해 하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 없지만 오늘도 어쩔 수가 없이 거룻배의 선장은 소담강으로 들어섰다. 항주에서 비단과 차를 싣고 오기에 실려있는 짐만해도 십만냥어치가 넘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가 없이 하루라도 빨리 영파진에 당도하여 풀어야 했다. 더구나 한달로 예정된 시간보다 오일이나 더 걸린 삼십오일이 지났기에 지체할 수가 없었다. 항주에서 출발하려는데 장강의 물이 불어 강어귀로 진입할 수가 없어 오일이나 시간이 소요되었고 장강의 물살이 거세워 아무리 서둘러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위험하지만 익숙한 길이기에 소담강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소담강 어귀에는 그렇게 들어서는 배를 몰래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고 그배가 나타나자 어디론가 경공을 이용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기에 고작 십여장 앞에도 분간이 안되고 있기에 그의 신형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형님이 원하던 기회가 오늘입니다. 오늘을 놓친다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오흉은 수하가 와서 무엇인가를 보고하자 대흉에게 말하였다.
“이일은 우리만이 알아야 합니다. 수하들에게도 모르게 우리만 다녀와야 합니다.”
오흉의 말은 드디어 그들이 뭔가를 한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면 강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도 우리가 했다고는 생각치 못할 것입니다.”
한수칠흉은 그동안 참았던 파괴를 한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그들은 안개속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천하표국의 표두 지창성은 내심으로 불안하였다. 음습한 안개가 덮힌 강상은 십장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웅호만 벌써 삼년동안 호위하고 다니고 있었다. 그의 휘하에 이십여명의 표사가 있었다. 물론 배에는 선장과 항해사와 일반수부. 사공이 있지만 배의 호위에 관한 일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었다.
그는 갑판에 서 있었다. 한데 갑자기 배가 물속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멈추어 섰다. 그리고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자들이 다섯명 올라왔다.
그들은 다짜고짜 살수를 쓰기 시작하였다. 지창성은 그들에게 대항하려다가 그들의 무위가 자신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에 얼른 돛대를 지탱하는 기둥뒤로 숨어 상황을 판단하기 시작하였다.
그때 갑판아래 선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배 밑바닥이 깨져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지창성은 갑자기 복면인들이 나타나서 살수를 휘두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배가 침몰하자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해적이나 수적이 배를 공격할 때는 그 짐에 실린 것들을 노리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배를 침몰시키지는 않았다. 배가 침몰되는 경우는 도망가려다가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지창성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물속에 두명이 있으면서 물에 뛰어드는 자들을 사살하고 있었다. 상대는 고작 일곱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상대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일단 지창성은 이곳을 지키기는커녕 벗어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살아서 여기에 있었던 것을 상부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였다. 살더라도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했다.
지창성은 기둥뒤에 있다가 몰래 바닥에 엎드려 그들의 무공을 보았다. 표사들 중에 제법 무공이 고강한 자들은 대적하며 싸우고 있었다.
“한수칠흉’
지창성은 표국의 무사이기에 흑도 인물들에 대하여 자세히 교육받고 있었다. 그중에 한인물이 놀리는 칼이 한수칠흉중에 삼흉인 유공이 쓰는 검과 비슷하였다. 유공은 화려한 것을 좋아하여 검병에 칠채보주를 장식물로 박아 넣어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검집도 화려한 문양이 있었다. 그렇기에 삼흉은 한수칠흉이 다닐 때 자신들의 신분을 알려주는 삼흉을 맨앞에 세웠다.
한수칠흉은 그가 정체를 짐작한 줄을 모르지만 그런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들 뿐이었다.
그들의 정체를 아는 이상 여기서 대들다가 개죽음을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탈출을 하여야 했다.
그는 탈출할 방법을 생각하다 선창아래로 몸을 날렸다. 선창아래로 그가 몸을 날리자 그가 숨어 있는 줄 알고 있던 대흉이 그에게 다려왔다. 그러나 다른 표사가 막았기에 그는 무사히 선창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수공에 상당히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천하문도 중에 배를 지키는 표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선창의 물속으로 들어갔다. 강위로 뛰어드는 것은 물속에 있는 두명 때문에 어려워 보였기에 물이 들어오는 곳으로 탈출하여 하류로 갈 생각이었다.
그는 주저없이 물이 들어오는 네개의 구멍 중에 하나로 머리를 내밀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물살에 접근도 어려웠지만 일단 구멍이 난 부위의 판자를 잡고 몸을 억지로 내보내자 가능하였다.
그는 밖에서 매달려서 주위를 둘러 보자 물속에서는 오히려 잘 보였다. 하류쪽을 보자 배가 가라앉으면 발생한 소용돌이로 인하여 흙탕물이 발생하여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급히 흙탕물 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물살에 몸을 맡겼다.다행히 여름이라 수량이 많았기에 물이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 그는 백여장을 순식간에 흘러갈 수가 있었다.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안개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좀더 하류로 내려가다 땅 위에 올라서서 조심스럽게 합수진으로 향하였다.
배가 침몰된 사실은 곧 알려지게 되었다. 천하문은 강변 곳곳에 초소를 두어 물길의 안전을 살폈다. 안개가 시간이 지나면서 걷혔고 침몰하는 배가 보인 것이다. 곧 현장에 초소의 인물들이 접근하였지만 시체뿐이고 살아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배도 물속에 침몰하여 이미 배안에 실린 짐들은 아무것도 쓸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항주에서 오던 배가 합수진에서 오십리 정도 된 곳에서 침몰되었습니다.”
천하표국주 양몽휘는 가뜩이나 비로 인해 항주에서 오던배가 늦자 조바심이 나던 차에 갑자기 들어와 보고하는 총표두의 보고에 어이가 없었다.
“자초지종을 말해보아라.”
그는 초소의 장이 전해온 내용을 그대로 보고하였다.
“누군가 일부러 습격하여 배를 침몰하였다는 것이냐?”
그는 다른 곳도 아닌 소담강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혹시 생존자는 있느냐?”
“아직까지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모두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생존자가 있는지 하류로 계속 수색하여라. 생존자가 있어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가 있다”
“천하문 놈들 정말 난리가 났겠군.”
대흉은 산위에 올라와 큰 소리로 웃어제꼈다.
“일단 한놈도 남김없이 다 죽였으니 그들은 정신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저 간단한 찌르기 베기만을 이용하여 죽였으니 시체를 보아도 누가 한 것인지 모를 것이다.”
오흉은 계획을 세웠다. 그저 배의 침몰만을 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들은 소담강에 새벽에 짙은 안개가 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안개가 짙으면 거의 배가 운행하지 않아 기회가 없었는데 그 기회가 온 것이다. 나쁜 일이라면 위험도 마다 않는 한수칠흉이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일단 배가 다가오자 물속으로 잠수하여 배에게 다가갔다. 그런 다음 배에 육장으로 구멍을 내고 바로 갑판으로 다섯이 뛰어 올라 도살을 하였고 둘은 물로 뛰어 드는 자들을 양 옆에서 처리하였다. 그렇게 고작 일각의 시간동안에 이십여명의 표사와 이십여명의 선부들을 모조리 참살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은 자고 있던 중이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들은 물속에 침몰한 배를 몇번이나 확인하였다. 그만큼 철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명의 생존자가 도망하여 살아나 모든 것을 말하였다는 것을 몰랐다.
그들이 희희낙낙하는 그순간 이미 천하문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허둥대는 동안 지창성은 합수진의 천하표국 분단에 도착하여 내용을 보고하였다. 그 내용은 바로 천하문으로 보고 되었고 그는 호위를 받아 다시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천하문에 모든 전모가 보고 되었다.
천하문은 이런 일이 발생하자 모든 것을 동원하여 한수칠흉에 대하여 파악하였고 그들이 최근 몇 달 전에 대둔산채에 와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에 대한 정체가 알려지고 증인이 확보되자 천하문의 대응 방안이 정해졌다.
“이일에 대하여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소이까?”
지용운은 모든 전모가 알려지자 부문주와 소부문주등을 모두 모았다.
“일단 알아낸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유성이 몇장의 글을 들고 읽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한수칠흉은 최근까지 사황성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외당 기찰령주를 그만두고 은퇴한 사람들이 있는 청수각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가지 않고 강남을 벗어나 이곳 대둔채로 은거한 것입니다. 그들 외에도 사십여명의 흉마들이 강북으로 숨어들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다음은 대둔채에 관한 추가적인 내용입니다. 대둔채의 정확한 인원은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삼백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현재 그들이 거두어 들이는 통행세나 주변에서 약탈하는 규모로 볼 때는 너무나 많은 숫자 입니다. 그들의 발호가 극심하지 않기에 운성현의 백가장이나 창성현의 대륭장 모두 그들을 용인하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더구나 백가장이 화산의 속가인 관계로 대륭장과 관계가 그리 좋지 많은 않기에 둘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으며 관부에서도 몇번 토벌을 하려다 낭패를 당하고는 아예 포기한 실정입니다.
다음은 이일에 대한 해결 방안 입니다.
그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나 그전에 몇가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그들을 공략하기 전에 운성현과 창성현에 일단 이 사실을 신고하여 한수칠흉에 대한 수배를 하여야 합니다. 이미 그들은 이일이 아니고라도 수많은 죄상이 있기에 현상수배는 쉽게 이루어 질 것입니다.
다음은 호북성의 제형안찰사에게 이들의 죄상을 고하여 척살령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음은 백가장과 대륭장에 이들의 죄상을 통보하고 그들의 인도를 요청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능력이 없으니 우리에게 잡아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답이 올 것입니다. 물론 호북성의 패자라는 무당에게도 통보를 하여 인도를 요청할 것입니다. 무당은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지도 응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운성현이 백가장의 영역이니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그들을 토벌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는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면 오일이내로 마무리가 될 수도 있지만 무당이 문제입니다.
제일 중요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이들은 명목상 아직까지 사황성 소속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이들로 인하여 일어난 손해를 청구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이제는 사황성의 소속이 아니니 책임이 없다는 말로 손해배상을 거부할 것입니다만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을 처단하였을 때 일어날 분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다행한 점은 한수칠흉이 강남 곳곳에 상당한 땅과 저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액수가 엄청나 오십만냥을 호가한다고 합니다. 그들에 대한 물목도 같이 통보하여 그들이 배상하지 않을 경우 관에 신고하여 배상 받을 생각입니다.”
현상수배는 관아에서 내리는 범인수배였다. 이 범인수배는 반항 시에는 죽여도 좋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는 수배였다. 그렇기에 보통 현이나 군에서 내리는 것이다.
척살령은 범인을 체포해 오는데 반항하면 척살해도 좋다는 것으로 안찰사가 내리는 명령이었다.
척살령은 개인에게 내리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포고문이었지만 이해당사자가 신청하여 받고 바로 그 이해 당사자가 집행하니 결국 이해당사자에게 죽여도 좋다는 허락을 내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여도 더 이상 좋은 방안이 없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일단 사황성에게 청구할 때에는 최대한 금액을 크게할 생각입니다. 배에 실려 있는 짐의 대가 뿐만이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 배의 침몰로 인한 손실, 이번에 죽은 사십오명에 대한 목숨 값까지 청구할 예정입니다. 물경 이렇게 환산하니 사십만냥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는데 더 좋은 방안이 있는가?”
“아주 좋은 방안입니다. 물론 그들을 처리하는 것에도 중요한 절차가 있으니 그 것에 만전을 기하여 더 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일단 이일의 모든 책임자인 양몽휘가 말을 마치자 그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