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41화 (41/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41)

“참 이거 명색이 사대세가의 하나인 사마세가의 결혼식 맞아?”

웅전휘는 너무나 썰렁한 결혼식 때문에 이상하여 물었다.

“그러게나 말일세. 고작 하객이 오백여명 뿐이니 말일세.”

초광평도 같이 한탄을 하였다. 이들은 호북의 웅가장과 초가장의 장주였다. 불원천리 달려온 것은 사마세가에 와서 무림맹의 입맹에 대하여 부탁을 하려고 하였는데 이렇게 결혼식장이 썰렁해지자 답답하였다. 그간 공을 들였는데 이렇게 되면 말을 꺼내기도 이상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말을 들으니 무림맹도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구려.”

“나도 그말을 들었네. 더구나 군웅회가 그렇게 개망신을 당했으니 군웅회의 주축인 각 세가들로서는 허탈한 일이 되었을 것이 아닌가?”

“그 일로 인하여 군웅회가 해체되었고 그들이 속한 세가들은 아예 봉문을 한것처럼 강호활동을 자제한다고 들었네. 이렇게 되면 구파일방뿐인데 오대문파도 그일로 인하여 승산이 없다고 하니 급속도로 천하문에 붙어가고 있네. 더구나 승천검황어르신이 천하문에 있으니 누가 천하문을 넘보겠는가?”

“맞네. 이제 당분간 세상은 천하문에서 주도한다고 보아야지. 그나저나 이렇게 결혼식이 썰렁하게 되었으니 참.”

“그나저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한 각 세가의 가주들도 자식이 그런 망신을 당했으니 움직일 수가 없으니 참.”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결혼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정도면 사람이 많은 것 아닙니까?”

그는 복건성 호암안(虎岩岸)이라는 곳에서 온 어부 용소명(龍昭明)이었다.였다. 그는 수부로 일하는 어머니가 건져온 철함에서 나온 책한권을 익혀 청운의 꿈을 품고 강호에 나온 초출이었다.

그는 근동에서 천재로 소문이 자자하여 그 어촌에서 사서삼경을 뗀 유일한 존재였다.

열일곱의 나이에 수부이던 어머니가 죽자 세형들의 만류에도 사나이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나온 사람이었다. 막 집을 나서 객점에 들렀을 때 사마세가의 결혼식이 있다고 하여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니 강호 물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였다.

만일 다른 때 같았으면 집안으로 들어 오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할 처지였지만 손님이 없다보니 찾아오는 사람은 무조건 들여보내라는 말에 들어올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이 친구 세상물정을 모르는 구만. 아마 군웅회 사건만 아니었다면 족히 삼천은 모였을 것이야.”

그말에 용소명은 군웅회 사건에 대하여 궁금하여 졌다.

“군웅회사건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질문에 웅전휘와 초광평은 얼굴을 마주하였다. 강호 무림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자네, 무공은 익혔나?”

웅전휘는 용소명이 강호 무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였기에 되물었다.

“소생은 그저 몇 수의 검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복건성에서 강호행도를 하려고 나오는 중에 사마세가의 결혼식이 있다고 하여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그러니 무림의 소식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앉아서 술만먹기가 지루한 두 사람에게 강호초출은 심심파작감으로 제격이었다.

그리하여 강호에서 말하는 일황, 일성, 삼도, 사마, 육기에 족보에서 시작되는 강호이야기를 읊기 시작하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런 낡은 이야기를 할 바에는 때려치우라고 몇 마디 하기도 전에 일어날 이야기를 마치 금과옥조(金科玉條)인양 들어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청년은 눈치가 빠른지 넌지시 그들이 호북성에서 행세깨나 한다는 장원의 장주라고 하자 아예 빈대 붙기로 작정을 하였다.

웅전휘와 초광생은 술이 몇 순배 들어가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묻지 않아도 술술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그들과 이야기를 하는 용소명의 머리에는 이후의 강호행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참룡검객과 천하문, 그리고 승천검황이라 이들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겠다. 일단은 이들과 같이 호북성에 간다. 그런 연후에 천하문에 들어가는 것이다.’

군웅회 사건에 대하여 듣자 천하문에 대한 인상은 그에게 강하게 심어진 것이다.

‘내 나이 열여덟이다. 이제 웅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참룡검객이라는 영웅과 그 뒤에 강호최고의 지자(知者) 용소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눈에 띄는 것이 필요하다.’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횡설수설하는 웅전휘와 초광생의 몸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두분 어디로 가실건가요? 이곳에서 있으실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 가야지. 자 가세.”

그들은 그렇게 용소명의 부축을 받으면서 사마세가를 나서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마세가의 아들의 결혼식은 이미 딴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용소명은 두 사십대 초반의 두 장주, 말이 장주이지 알고 보면 촌의 조그마한 무가의 장주였기에 친구 둘이 종자도 없이 온 것이다. 한참 농번기에 종자를 빼면 농사에 지장이 있기에 어쩔 수없이 둘만 온 것이다.

그들이 머무는 객잔의 한 객방에 그들을 눕히고 코를 고는 두 사람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두 웅전휘와 초광생이 해준 중원 무림의 이야기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옛말에 정도를 걷지 않으면 끝이 좋지 못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 같은 무일푼의 인물이 정도의 문파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사대세가나 기타 표국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들도 만만치가 않다. 그럴 바에는 서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여야 하는데 그 것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가니 어렵다. 다행히 천하서원은 글재주만 있으면 받아준다고 하니 일단 천하서원에 들어가서 기회를 보는 것이야. 그리고, 참룡검객의 근처에 가는 거야. 나같이 머리 좋은 사람도 필요할 수가 있을 거야. 머리도 좋고 잘은 못하지만 내몸하나 간신히 지킬 무공도 있으니 중히 쓰여질 것이야.’

용소명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 옆에 누웠다. 이왕 잔칫집에서 이들을 만난 것도 인연이니 이들과 같이 호북성에 가기로 한 것이다.

그도 서너잔 받아마신 술이 올라와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웅전휘와 초광생은 어제 만난 녀석, 빈대의 집요함에 아침밥부터 계산을 하여야 했다.

집에 가면 그만한 아들이 있는데 꼬박꼬박 형님이라는 말로 그들에게 달라붙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니면 사마세가 마당에서 술을 취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앞에 널부러져 자게 되었을 것이라는 억지논리를 펴서 큰 위기를 구해준 생색을 내었다. 그런 그의 속이 나 빈대 붙겠소 하는 말이지만 그리 밉지 않아 동행하기로 하였다. 자는 것이야 한구석에 쪼그리고 자면 될 것이고 먹는 것이야 조금만 더하면 될 것이니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더구나 마음이 나쁜 녀석 같으면 어제 술 취했을 때 전대를 털어 달아났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고 강호를 다닐 때 하나 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는 말처럼 하나라도 더 있으면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좋다. 일단 우리와 같이 동행해도 좋다. 그리고, 네 말대로 너의 먹을 것은 우리가 책임을 질 것이다. 무엇이건 우리와 똑같이 먹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단, 너는 우리들이 들고 온 보따리를 항상 매도록 하여라.”

웅전휘는 그냥 순순히 응하는 것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짐꾼의 조건을 부여하였다.

“좋습니다. 노형님들에게 그 정도의 편의는 보아 드리겠습니다. 하나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노형님들의 짐을 들어 드리는 대신에 노형님들은 제가 궁금해 하는 강호행도에 대하여 아는대로 알려주십시오.”

“뭐 그야 어렵겠는가? 그렇게 하기로 하지.”

그렇게 용소명의 강호 행도도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의 동행이 용소명에게 행운일지 웅전휘와 초광생에게 행운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르신 잘 다녀오십시오.”

청명원의 뜰에는 오태상을 비롯한 천하문의 주요 인물들이 배웅을 하고 있었다. 다섯마리의 말을 타고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장내에 있는 사람의 배웅속에 청명원을 나서고 있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자, 일단 낙양에 가도록 하자.”

“예, 알겠사옵니다.”

그들은 낙양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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